-
[서울문화인]유네스코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가 주최하는 제21회 서울세계무용축제(시댄스, SIDance2018)가 10월 1일(월요일)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19일(금요일)까지 19일 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KOCCA 콘텐츠문화광장에서 열린다.
올해 시댄스는 전 지구적 문제인 ‘난민’을 주제로, 국내외 예술가들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우리가 마주한 현재의 난민 문제를 조명하는 핀란드, 포르투갈, 벨기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독일, 룩셈부르크, 시리아, 중국, 일본, 한국 등 유럽∙아프리카∙중남미∙중동∙아시아 26개국 60개 단체의 53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난민 특집(Refugee Focus)에는 난민∙이주자 이슈를 다룬 작품을 비롯해 실제 시리아 내전을 피해 프랑스로 건너온 안무가 미트칼 알즈가이르의 작품 <추방>, 두 망명 작곡가 윤이상과 피에르 불레즈의 이야기를 다룬 최은희 & 헤수스 이달고 <망명>, 국내난민과 함께 작업하여 국내난민의 실상을 이야기하는 더 무브(안무가 윤성은) <부유하는 이들의 시> 등도 선보인다.
특히 핀란드에서 가장 권위 있는 예술가들에게 수여되는 핀란드 국민 훈장 ‘프로 핀란디아’를 받은 두 예술가,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뮤지션 킴모 포흐요넨의 2018년 신작 <숨>이 아시아 최초로 공개된다.
테로 사리넨 무용단은 2005, 2006년 시댄스 초청 당시 다중 장르 융합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작품들로 국내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으며, 이후 테로 사리넨이 2014년 국립무용단 창단 52년 만에 첫 해외안무가로 초빙되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또한 2017년 초연 직후 ‘젊은 거장의 출현’, ‘현대무용의 걸작 탄생’이라는 평을 받으며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마를레느 몬테이루 프레이타스의 <바쿠스-제거의 전주곡>도 올해 시댄스에서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다.
공연 외에도 난민 예술가들의 증언, 세미나 등 부대행사를 통해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시댄스 이종호 예술감독은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제주도에서 예멘난민 문제가 있는데 부정적이고 경계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무용계는 예술의 특성상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춤이란 예술장르도 이런 것을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올해 개막무대는 2018년 유럽댄스플랫폼 에어로웨이브즈가 선정한 올해의 안무가로 선정되면서 일약 유럽 무용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젊은 안무가 피에트로 마룰로가 장식하였다. 이탈리아 출생의 마룰로가 이끄는 인시에미 이레알리 컴퍼니는 벨기에를 기반으로 활동하며, 시각예술(주로 설치), 연극, 음악, 무용이 어우러진 다원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는 단체이다.
이번 시댄스에서 선보이는 마룰로의 세 번째 작품 <난파선-멸종생물 목록>(서강대학교 메리홀 대극장 10월 1, 2일)은 2017년 8월 초연 이후 10여 개국 이상에 초청을 받으며 그의 명성을 단박에 신인에서 중견급으로 올려놓았다. 이리저리 스멀거리며 마치 사냥을 하듯이 무대 위의 무용수뿐만 아니라 객석까지도 위협하는 커다란 검은 형체. 무용수들을 집어 삼키고 다시 뱉어내는 모습은 바다 밑의 괴물, 레비아탄을 상기시킨다. 불길하고 알 수 없는 이 검은 물체는 블랙홀 같은 거대자본주의, 혹은 정체성의 포기, 혹은 이방인에 대한 두려움과 망설임의 형상화일 수도 있으며, 유럽의 난민과 이주 문제를 암시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관객으로부터 하여금 연관성을 확대하고 개념적 층위를 쌓아가며 상상력을 더하도록 하는 묘한 힘을 가진 이 물체에 대한 정의는 보는 이 각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져 보인다.
피에트로 마룰로는 “난민 문제는 국제, 국가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도 문제이자 유럽 예술계가 검증하는 문제이다. 정치인들은 그들(난민)이 일자리를 훔친다고 심어주지만 그들은 유럽인들이 더 이상 하지 않으려는 일들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난민촌이나 정치가들을 만나서 듣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 무대는 그냥 시각화 하는 것이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허중학 기자]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