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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의 대표 레퍼토리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10월 18일(목)부터 21일(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여러 면에서 창극의 역사를 새롭게 쓴 작품이기도 하다.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관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창극”이다. 2014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재 공연되며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2014년 6월 초연 시, 국립창극단은 이 작품을 통해 창극 역사상 최초로 미성년자 관람을 제한하는가 하면 대부분 일주일 남짓했던 공연 기간을 26일로 대폭 늘려 역대 최장 기간 공연에 도전했다. 연령대가 제한적인 공연을 장기간 올리는 과감한 도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국내외 총 81회 공연을 통해 관객 3만 5,942명을 동원, 90퍼센트에 달하는 평균 객석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커다란 성공을 거뒀다.
관객과 평단의 반응도 뜨거웠다. ‘격조 높은 18금 창극’ ‘유쾌한 성(性)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기와 흥겨운 판소리의 찰떡궁합’ ‘창극의 재발견’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작품’ 등의 찬사가 쏟아졌다. 객석은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로 연일 가득 찼고, 창극과 판소리 애호가는 물론 연극‧뮤지컬 관객까지도 이 작품에 뜨거운 관심을 보내주었다.
이처럼 관객의 반응에 힘입어 2016년에는 ‘세계 공연예술계의 심장’으로 통하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에 올라 창극을 처음 본 프랑스 관객들에게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기도 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를 초청했던 테아트르 드 라 빌의 극장장이자 파리가을축제의 예술감독인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는 “음악과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힘이 대단한 작품, 유서 깊은 프랑스 문학과 극 장르에서도 코믹함과 섹슈얼리티가 이렇게나 조화를 이루는 작품은 드물다”고 극찬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극본을 쓰고 직접 연출한 고선웅은 유쾌하고 기발한 고전의 재해석과 신선한 연출력으로 평단과 객석으로부터 두루 인정받고 있는 극작가 겸 연출가다. 고전을 비트는 그의 장기는 이 작품에서도 잘 나타났다. 그는 전승 과정 중에 유실된 판소리 일곱 바탕 중 하나인 ‘변강쇠타령’을 희곡으로 다시 쓰고 여기에 휴머니티를 가미해 18금 창극으로 새롭게 연출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18금 창극을 표방하지만 결코 선정적인 작품은 아니다. 누구보다 당차게 살아가는 여인 ‘옹녀’를 새로운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판소리 속 옹녀가 수동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다면, 창극에서의 옹녀는 삶에 대한 뚜렷한 주관으로 전혀 다른 결말을 만들어낸다. 극본·연출의 고선웅은 상부살을 타고난 옹녀의 기구한 인생을 외세 침탈과 남성 중심 사회에서 말미암은 조선시대 여인들의 신산스러운 삶의 역사와 결부시켜 풀어냈다. 옹녀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전국 방방곡곡의 장승들 그리고 민초들을 만나는 가운데, 조화와 화해를 향한 분쟁 조정자이자 생명을 잉태해 돌보며 희망을 구현하는 주인공으로 변하는 과정이 흥미롭게 펼쳐낸다.
창극 최초로 5년 연속 공연되는 작품으로 이미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하남·익산·울산 3개 도시를 차례로 돌며 관객들을 만났고, 올해의 마지막 공연으로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올려진다. [김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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