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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2006년 제 1회 실시된 이후 올해로 9회째 맞이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 고판화 축제이자 유형의 판화와 함께 판화 장인들의 시연이 곁들여져 유형문화제와 무형문화제가 결합된 융복합 문화제 축제로 유명한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10월 19-20)가 열리는 원주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관장 한선학)을 찾았다.
명주사 고판화박물관은 원주 고속터미널에서 하루에 4차례 정도 밖에 운행 되지 않은 버스로 4, 50분 정도 가야하는 교통이 불편한 곳이지만 잔디가 깔린 마당과 자연이 만든 지형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건물을 배치하여 교통의 불편함을 포근함으로 안아준다.
한선학 관장이 이곳에 터를 잡게 된 것은 군종 장교로 있을 당시 1996년에 농가주택을 사택을 사러 이곳에 왔다가 이곳의 부지를 구입하면서이다. 이후, 98년에 전역을 하고 99년에 절을 짓고 2003년에 박물관을 열게 되었다. 그동안 모은 수집품은 현재 6,000여 점에 이른다.
소장품 중, 고판화박물관이 최근 일본 고미술상으로부터 구입한 조선시대 희귀 방각본 한글 소설 목판 5장으로 만들어진 일본식 보석함은 최근 TV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보석함의 맨 위 뚜껑은 완판본 한글고전소설, 소대성전이며, 상자의 앞면은 완판본 심청전, 상자의 뒷면과 옆면의 우측은 초한전, 옆면의 좌측은 삼국지 목판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장기간 보관을 위해 주칠이 되어있다.
또한 이곳 박물관에 7점의 문화재가 지정되어있다. 한 관장은 문화재가 지정만 되면 죽은 문화재가 되는 것 같아 생생하게 살리고자 하는 의미에서 문화재청에서 진행하는 생생문화제 사업에 신청하여 선정되어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를 개최하게 되었으며, 올해로 9회째를 맞이하게 되었었으며 매년 세 차례 진행하고 있다.
‘원주 세계 고판화문화제’에서는 박물관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를 비롯하여 한, 중, 일 학자들의 국제학술대회, 동아시아의 전통판화 명인 시연회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티벳 ,몽골 등 나라별로 독특한 인쇄문화를 엿볼 수 있다.
개막식에는 국내 박물관장은 물론 중국 개봉목판연화박물관 임학림 관장, 일본 동아시아 현대문화연구소 하야타마 소장을 비롯하여 판화 작가, 원주 지역 인사들, 명주사 신도들이 함께 하였으며, 특히 지역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함께하여 판화 인출체험을 즐기는 등 축제의 장이 펼쳐졌다.
개막식에서 한선학 관장은 “우리 박물관은 적지만 특징이 있다. 동아시아 고판화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다. 유형문화재의 소장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중국, 일본, 우리나라의 장인들이 와서 무형문화재를 시연하고 있어 융복합적인 문화재 사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더불어 학술대회도 꾸준히 열리며, 학술집도 9회째 꾸준히 나오고 있다. 2015년에는 북경대, 올해 1월에는 소주의 공연미술학원, 3월에는 도쿄의 리치메칸 대학에서도 이곳을 벤치마케팅 하여 대규모 행사를 가졌다. 이런 내용이 일본의 ‘판화예술’ 잡지의 봄 호에 두 페이지에 걸쳐 소개되었다.”고 전하며 “무엇보다 지역에 있는 분들이 많이 움직여 주셔서 더 기쁘다. 이 행사가 작지만 반향은 번져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고판화박물관과 MOU를 맺은 중국 개봉목판연화박물관 임학림 관장은 “이번 이곳에 와서 어떤 것은 중국에서도 볼 수 없는 것이어서 영광이다. 한편으로 공부하는 기분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중학교 시절 국어 교과서에서 신석정 시인을 알게 되어 한글을 배웠다는 일본 동아시아 현대문화연구소 하야타마 소장은 “명주사고판화박물관 한 관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개관직후 10여 년 전부터 찾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일본에서도 최근 이곳이 소개되면서 일본에서도 이곳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고판화라면 대게가 우키요에인데 우키요에 대한 연구는 많지만 한국의 고판화에 대해서는 자주 접할 기회가 없어서 한국 고판화를 접하고 연구 할 수 있는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고판화문화제를 기념하여 열리는 특별전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
한편, 고판화문화제를 기념하여 열리는 특별전의 이번 주제는 “판화로 보는 극락과 지옥”으로 만화의 원형인 판화의 세계에서 다양하게 사용되었던 동양의 신들의 세계가 총망라된 전시로 ‘판화로 보는 신과 함께’라고 할 수 있다.
동아시아인들의 극락과 지옥을 상징하는 신들을 인쇄했던 목판을 비롯해 삽화가 들어있는 목판본과 불화 판화, 문자도, 동판화 석판화 등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선별하여 전시되었다.
국내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극락의 세계를 아름답게 표현한 500여 년 전 조선에서 만들어진 강원도 유형문화제 152호인 덕주사본 아미타경, 강원도 유형문화재 153호인 용천사본 아미타경, 고려시대 해인사에서 발행된 시왕판화, 북한의 묘향산 보현사에서 16C에 만들어진 지장보살과 8대보살 중에 들어가 있는 지장보살 대형불화판화가 전시되었다.
중국판화로는 유명한 년화산지인 광저우 불산에서 제작된 극락으로 인도하는 배인 반야용선을 새긴 ‘반야용선도’, ‘아미타래영도’ 목판을 비롯하여, 극락세계를 아름다운 채색 석판화로 표현 한 남경 금릉각경처의 ‘극락장엄도’와 함께 불교의식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평가 받는 ‘신상지마神像紙馬’를 인쇄하기 위해 제작된 천도제 목판이 세트로 발견되어 최초로 공개되었다.
일본 판화로는 아미타부처님이 중생을 극락으로 인도하는 ‘아미타래영도’, 극락세계를 대형 만다라 형식의 예배용으로 제작한 대형 ‘정토 만다라’와 ‘아미타경변상도’ 불화판화, 관무량수경을 동판화로 제작한 원판이 최초로 공개되었다.
이 외에도 몽골에서는 조선시대 감로탱을 연상시키는 ‘지옥경’이 티벳 불화판화로는 ‘육도윤회도’ 목판을 비롯하여 신라의 ‘김교각 지장보살상’이 판화로 표현한 대형 불화 판화가 최초로 공개되었다.
한선학 관장은 “이번에 기획한 특별전은 불교 회화사와 판화사에 주목 받는 ‘극락과 지옥’에 관련된 목판과 전적, 불화 판화 등 100여점을 선별하였으며, 관련학자들과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동 아시아인들의 생사관(生死觀)을 고판화를 통해 더욱 쉽게 이해 할 수 있어 동양 문화를 심층적으로 연구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하였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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