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간송문화전 그 마지막, 일제강점기 수많은 국보, 보물들 수집에 숨겨졌던 이야기들

<삼일운동 100주년 간송특별展, 대한콜랙숀>, 오는 3월 31일까지 DDP 배움터 2층
기사입력 2019.01.04 19:06 조회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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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68호)

 

 

 

[서울문화인] 2014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개막과 함께 간송미술문화재단의 소장품이 미술관을 나와 첫 외부에서 선보이는 간송문화전 <간송문화: 문화로 나라를 지키다>DDP 개관만큼이나 큰 주목을 받았다. 첫 간송문화전에서는 그동안 훈민정음 해례본등 교과서에서 보아오던 국보들을 실제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관객들이 몰렸었다. 하지만 이후, 새로운 시도가 있었지만 현대 작가들과 콜라보로 진행하였던 몇몇 전시는 관객들로부터 생각지 못한 외면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간송 컬렉션의 대중과의 공유의 물꼬를 트면서 대중화에 큰 역할을 했다.

 

이렇게 5년간 이어온 동대문 나들이를 마무리하는 13번째 마지막 전시가 막을 올렸다. 이번 전시는 우리 문화재 수호자로 알려진 간송 전형필이 보물과 국보를 구하기 위해 보낸 긴박했던 시간 속 사건들과 올해 삼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로 삼일운동 중심에 있던 민족사학을 위기에서 구해내 교육자로 헌신한 그의 이야기들이 간송의 수장품들과 함께 펼쳐내고 있다.

 

올해는 일제의 탄압정치에 항거하여 전국에서 자주독립을 외쳤던 1919기미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이후 일제는 더욱 악랄한 방법으로 탄압하며, 문화말살 정책을 펴나갔다. 이때 간송은 문화보국의 뜻을 품고 당시 속절없이 유출되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빼앗기기 않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우리 문화재들을 본격적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막대한 자금력과 권력을 쥔 일본 수집가에 맞서 많은 우리 문화재를 되찾아 왔다.

 

한만호 간송미술관 기획실장은 “10대 시절 3·1운동을 목격한 간송 선생은 20대 중반부터 문화재를 수집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꼈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유물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셨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수집한 귀중한 우리 문화재들을 보존, 연구하고 전시하기 위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인 보화각(간송미술관의 전신)을 설립하였다. 더불어 일제 식민지 교육정책에 맞설 수 있는 민족사학을 양성하기 위해 보성학교를 인수하여 민족 교육과 인재 육성에도 열의를 가졌다.

 

이번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유물에는 국보 6, 보물 8점이 포함된 고려청자, 조선백자, 추사의 글씨, 겸재의 그림 등 유물의 가지를 떠나 수년 공을 들인 뒤 남모르게 도쿄까지 가서 구해온 고려청자의 이야기, 친일파의 집에서 불쏘시개로 한 줌의 재로 사라질 뻔한 겸재정선의 화첩, 경성의 중심에서 펼쳐진 경매회에서 일본 대수장가와의 불꽃 튀는 경합을 승리로 이끌어 지켜낸 조선백자까지 등 그 가치 이상의 의미가 들어있는 유물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간송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전시가 아닌가 싶다.

 

국보 6

<청자상감운학문매병>,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청자기린유개향로>, <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 <청자오리형연적>,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보물 8

<예서대련>, <침계>, <청자상감포도동자문매병>, <청자상감국모란당초문모자합>, <백자박산향로>, <청자양각도철문정형향로>, <청자음각환문병>, <해악전신첩>

이 외도 문화재 16, 간송 디지털&미디어 콘텐츠 16점 및 삼일운동 관련 콘텐츠를 비롯한 간송 전형필 유물 등20여 점 포함 총 60여점 전시

 

전시공간은 5개로 나뉘어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공간 '알리다'에서는 지난 5년간의 DDP 나들이를 갈무리함과 동시에 디지털화된 주요 유물 15점의 유물을 만날 수 있다. 또한 현재 가볼 수 없는 간송미술관의 모습을 가상현실(VR)로 둘러볼 수 있다. 이 공간은 간송에 대하여 더 많은 알림을 위한 공간으로 무료로 개방되어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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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공간인 '전하다'에서는 간송 전형필이 흔들리는 시대 속에서도 모든 것을 걸고 지켜 후대에 전하고자 애썼던 발자취를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보여 왔던 전시와는 달리 삼일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민족사학보성학교가 위태로웠을 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후학양성을 위해 힘써온 간송의 교육자적 측면이 새롭게 부각하여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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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공간 '모으다'에서는 당시 서울 기와집 20채를 살 수 있는 금액인 2만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청자상감운학문매병(13세기, 국보 제68), 친일파 송병준가에서 불쏘시개가 될 뻔한 위기에서 우여곡절 끝에 간송에게 건네진 겸재정선의 <해악전신첩>(보물 제1949)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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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의 <해악전신첩>

 

 

 

1936, 일제 경매회사 경성미술구락부에서 일본 거상 야마나카 상회를 물리치고 `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14580원에 낙찰 받았다. 능숙한 운필로 국화와 난초, 곤충을 그린 18세기 조선 백자로 국보 제294호로 지정됐다. 네 번째 공간인 '지키다'에서는 합법적 문화재 반출구였으나 간송에게는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최전선이기도 했던 지금의 명동 한복판(프린스호텔)에 위치했던 경성미술구락부를 통해 우리 문화재 수탈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그로부터 간송이 지켜낸 대표 유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국보 제294), 예서대련(보물 제1978), 침계(보물 제1980) 14점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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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국보 제2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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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희 <침계>

 

 

 

1922년 설립된 경성미술구락부는 일제강점기 일본의 나고야, 도쿄, 교토, 오사카, 가나자와에 이어 경성에 설립된 고미술의 경매를 전담한 유일한 단체이지만 일본 특유의 폐쇄적인 상거래 방식을 기반으로 설립되어 조선인의 참여가 쉽지 않았다. 또한 일본인에 비해 경제력 차이가 컸기 때문에 조선인들은 대체로 거간(居間)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였고 일본인들에게서 수적패’(연적 등 작은 물건이나 사는 변변치 못한 고객)라는 비칭을 들었다. 이곳 경매를 통해 미술품을 구매한 조선인 수장가는 간송, 장성택 등 몇몇 인사에 불과했다.

 

1937, 일본에 살았던 영국인 변호사 존 개스비에게 기와집 400채 값을 주고 고려청자 20점을 인수했다. 마지막 다섯 번째 공간 '되찾다'에서는 당시 뛰어난 안목으로 수집한 고려청자 컬렉션으로 유명했던 일본 주재 변호사 존 개스비의 컬렉션을 일본 동경까지 건너가 인수하게 된 이야기와, 그 스무 점 중에서 가장 빼어난 국보, 보물 아홉 점(국보4, 보물5)을 비롯한 12점의 우아한 비취빛 고려청자를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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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연지원앙문정병(국보 제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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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포모동자문매병(보물 제2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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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자상감국모란당초문모자합(보물 제349호)

 

 


간송은 일제강점기 소득세 고액 납부자 전국 톱10’에 올랐을 정도로 거부였지만 그는 거의 전 재산을 털어 문화재 8000·2만여 점을 지켜냈다. 이번 전시는 단순 우리의 아름다운 국보, 보물, 유물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간송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일제에 대항해 모으고 지킨 그 뜻과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전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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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만호 간송미술관 기획실장은 “DDP에서 마지막 전시에 이어 올 가을부터는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전시를 이어 나갈 계획이다. 또한 문화재청의 도움을 받아 수장고를 신축하는 등 1950년 한국전쟁 이전 보화각 모습으로 복원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대구 간송미술관 설계도 연내 시작 된다고 밝혔다.

 

DDP에서 마지막으로 진행하는 간송특별대한콜랙숀은 오는 331일까지 배움터 2층 디자인박물관에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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