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판소리의 창극, 중국의 대표 경극 ‘패왕별희’를 품다.

국립창극단, 경극 ‘패왕별희’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 올린다.(4월 5일~14일)
기사입력 2019.03.15 22:14 조회수 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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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패왕별희_티저 포스터.jpg

 


      

[서울문화인]배우의 손끝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제스처·걸음걸이·동작 하나 하나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중국의 경극과 소리 하나로 온 세상을 표현하는 우리의 창극, 서로 다른 문화권의 전통예술의 만남은 어떤 모습일까?

 

국립창극단이 오는 45()부터 14()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대만의 우싱궈(吳興國 Wu Hsing-kuo)와 함께 중국의 대표 경극 패왕별희를 창극으로 선보인다.

 

국립창극단은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전임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이 부임시절부터 진행해온 창극 현대화의 일환으로 창극을 연극, 오페라 등 이종 장르와 융합하고, 해외 예술가와 협업하는 다양한 시도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2012년부터 진행해온 판소리 다섯 바탕의 현대화 작업은 서양인의 관점에서 새롭게 풀어낸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2011·2012), ‘안드레이 서반의 다른 춘향’(2014), 오페라 연출가 이소영의 ‘적벽가’(2015), 고선웅 연출의 ‘흥보씨’(2017), 손진책 연출의 ‘심청가’(2018)로 이어졌으며, 이외에도 영화 <천화장사 마돈나>(2013), 고전 단테의 서사시 <신곡>(2013), 그리스 비극 ‘오르페오전’(2016)을 창극으로 재탄생시켰으며, 어린이창극 ‘미녀와 야수’(2018), 18금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2014~8)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창극화 하였었다.

 

이런 변화는 나이가 지긋한 부모님 세대가 즐기는 장르라는 틀을 깨고 먼저 젊은 층을 공연장으로 이끌어 내었으며, 또한,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줄거리에 변화와 반전을 주면서 색다른 재미를 선사함은 물론 창극에 대한 편견을 깨어 버렸다.

 

국립창극단이 우싱궈와 신작을 제작하기로 결심한 데는 그가 50년간 경극을 수련하고 연기해온 배우이자 경극의 변화를 모색한 연출가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우싱궈는 11살부터 경극을 수련했고 1986년 동료 경극 배우들과 함께 대만당대전기극장을 창설하며, 경극과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의 작품 등 서양 고전을 접목한 공연을 연출한 경험은 한 몫 했다.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전 예술감독의 요청에 우싱궈는 패왕별희를 창극으로 만들 것을 추천했다. 그는 항우의 영웅성에 대해 지금 사람들과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다며 그러면서 중국의 옛말에 이긴 자만이 영웅이다라는 말이 있다. 과거와 현재에 통용되는 말임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전쟁에서 패한 항우는 아직도 중국에서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사마천도 사기를 집필할 때, 그를 제왕 편에 수록하면서 전쟁의 패장을 영웅으로 받들었다. 창극 패왕별희는 이 시대에 어떤 영웅이 필요한가에 대한 화두를 던진 작품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요즘 청년들의 삶은 쉽지 않다. 패장이었으나 역사에는 영웅으로 남은 항우의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들이 승리의 진정한 의미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얘기했다.

 


간담회 전체.jpg

 

 

지난 12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싱궈 연출은 이번 협업에 대해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걸로 안다. 나는 판소리를 깨트리거나 무너뜨리려고 하는 게 아니다. 하나의 문화적인 요소로서의 판소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 내가 노력할 수 있는 측면에서 판소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싶다고 밝히면서 판소리에 충분히 많은 리듬감과 신체적인 동작을 가미함으로써 지금 우리에게 맞는 유행과 패션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하나의 시대적 트렌드를 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극 패왕별희는 우리에게 장국영 주연의 영화 패왕별희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다. 경극 패왕별희는 사마천의 사기에 수록된 항우본기를 근간으로 한다. 춘추전국시대 한나라와 초나라의 전쟁, 초패왕 항우와 한황제 유방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경극의 서사는 초한전쟁에서 패하고 자결하는 영웅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창극 패왕별희는 원작으로 한 동명 경극의 서사를 따라가지만 항우가 유방을 놓쳐 패전의 원인이 된 홍문연장면과 항우를 배신하고 유방의 편에서 그를 위기에 빠뜨린 한신의 이야기를 추가했다.

 

홍문에서 열린 연회라 해 홍문연이라고 불리는 이 이야기는 전국 칠웅이 자웅을 겨루던 시대, 초나라 회왕은 진나라의 수도였던 함양에 먼저 입성한 자를 왕으로 삼을 것을 제후들에게 약속한다.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항우가 이끄는 초나라는 북에서, 유방이 일으킨 한나라는 남에서 함양을 향해 진군한다. 유방이 함양을 먼저 차지했으나, 항우의 군대에 패하고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다. 유방이 무릎을 꿇고 항우에게 목숨을 구걸하자, 항우는 그를 일으켜 세우고 연회를 연다. 항우의 책사 범증이 함정을 만들어 연회에서 유방을 죽이려 하자 공정한 승부가 아니라며 항우는 이를 물리친다. 그 사이 유방은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

 

이 장면은 경극에는 없으나, 창극에 추가된 장면이다. 창극 대본을 쓴 린슈웨이는 항우와 우희가 이별하고 자결하는 패왕별희장면이 왜 슬픈지 중국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힘들다고 판단, 이 장면을 추가했다. 우싱궈 연출도 홍문연패왕별희장면이 이번 작품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사자성어 사면초가의 생겨나게 한 장면, 한신의 배신과 십면매복장면이 경극에는 없지만 창극에 추가된 또 하나의 대목이다.

 

우싱궈 연출과 린슈웨이 극본, 안무.jpg
우싱궈 연출과 극본, 안무를 맡은 린슈웨이

 


린슈웨이는 경극 패왕별희7년의 시간을 다루는데다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표현하려면 100명 이상의 배우가 등장해야 해서 대만과 중국에서 공연할 때도 2시간 내에 하는 경우가 드물다. 이번 작품은 항우와 유방의 이야기에서 생겨난 100여 개의 사자성어 중 7개를 테마로 삼았다. 1부에서는 정치적인 권력 싸움을, 2부에서는 항우와 우희의 사랑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목표는 우희항우라는 인물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드는 것이며, 시대가 바뀌어도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사랑의 소중함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린슈웨이는 이번 작품에서 극본과 함께 안무까지 맡았다.

 

작창 음악감독 이자람.jpg
작창 음악감독을 맡은 이자람

 

 

여기에 이자람이 작창음악감독으로 참여하고, 일부 곡도 직접 작곡하였다. 이자람 음악감독은 처음 경극을 만났을 때 너무 낯설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번 보니 경극이 가진 응집의 미학과 멋이 있었다. 경극과 창극이 만났을 때 음악의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작창은 한국의 적벽가’ ‘수궁가’ ‘춘향가등을 레퍼런스로 잡았다. 텍스트가 주는 음악에도 영향을 받아서 두 가지 밸런스를 잘 두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경극의 표현법을 익힌 창극 배우의 몸짓과 해석이 연주자의 음악과 만나 경극을 품은 창극의 음악이 나올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영화 와호장룡으로 제73회 아카데미 미술상(Best Art Direction)을 수상 맡은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 예진텐(Tim Yip)이 의상디자인을 맡아 중국 전통 경극 의상의 상징성은 지니되, 창극에 맞춰 더 가볍고 활동성이 있는 소재와 디자인으로 이번 의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초나라의 항우 역은 정보권(객원배우), 우희는 김준수, 책사 범증은 허종열이 맡았다. 한나라의 개국 황제가 되는 유방 역은 윤석안, 부인 여치는 이연주, 책사 장량은 유태평양이 맡았다. 그리고 경극에는 없지만 창극에 추가된 주요 인물로 맹인노파가 있다. 국립창극단 중견 배우 김금미가 맡은 맹인노파는 창극의 도창과 같은 역할로 극의 외부에서 상황을 논평한다. 맹인 노파는 작품 곳곳에 등장해 항우의 영웅성과 비극적인 결말을 노래로 위로한다.

 

국립창극단의 창극 패왕별희가 다른 문화권의 전통도 품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지 오는 45일 첫 공연이 기다려지게 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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