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현대, 토마스 사라세노 개인전

기사입력 2019.11.01 17:02 조회수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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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사라세노.jpg

 

 

 

[서울문화인] 갤러리현대에서 지난 1030일부터 토마스 사라세노의 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 1973년 아르헨티나 투쿠만에서 출생한 토마스 사라세노는 1992년 부에노스아이레스 국립대학교 건축과에 입학해 건축을 공부하고, 건축 회사에서도 근무하기도 하였으며, 2001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에 유학,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축 전공자로 사라세노의 예술은 미술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건축, 환경학, 천체 물리학, 열역학, 생명과학, 항공 엔지니어 등의 학문의 역사와 통찰, 그 최근 연구 성과가 폭넓게 반영되어 있다.

 

특히 하늘에 떠다니는 주거 형태는 어떤 모습일까? 국가의 경계와 지역의 한계를 벗어난 초국가적 공간이 있다면 어떨까? 사라세노의 작품은 이러한 과학적 상상과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의 상상과 질문처럼 그의 전시장은 바로 자신의 건축적 실험의 실체를 경험하는 장()이라 하겠다. 먼저 지하 전시장에 마치 공중 도시 풍경을 펼쳐놓은 듯하다. 전시장 양 벽면을 감싼 월페이퍼 작품 <Seoul / Cloud Cities>는 제목처럼, 서울의 익숙한 풍경과 작가가 오랫동안 지속해온 연구 프로젝트 <클라우드 시티즈>를 결합한 장소 특정적 작품으로 사라세노의 프로젝트 중 널리 알려진 <클라우드 시티즈>는 새롭고 대안적인 형태의 도시성(urbanism)SF영화의 무대처럼 부유하는 거주지를 꿈꾸는 작가의 도전을 시각화한 연작으로 남산타워, 롯데타워, 63빌딩 등 서울을 상징하는 대표적 건축물과 수많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의 풍경이 벽지 하단에 프린트되어 있고, 그 위로 사라세노가 꿈꾸는 구름 도시들의 모습과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가상 이미지가 중첩되어 있다.

 

 

지하 1층 전경 01.jpg
지하 1층 전경

 


또한, 1층 전시장 중앙의 공중에 군집을 이룬 설치 작품들은 마치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나 우주의 외행성, 분산되는 비눗방울이나 분열된 세포의 이미지를 연상케 한다. 모듈의 반사되는 표면은 정교한 구조물 내부에 종속된 반사체를 끝없이 만들고, 작품이 설치된 환경과 관객을 비춤으로써 전시장에 생기를 더한다. 그의 작품에서 구름은 지구와 우주, 예술과 비예술, 건축과 과학 사이의 전통적 경계를 넘나드는 중요한 메타포로 작용, 관객을 구름처럼 자유롭게 이주하고, 재결합하고, 동시에 거주까지 가능한 메트로폴리스의 이상향으로 안내하는 듯하다.

 

 

1층 전경 01.jpg
1층 전경

 

 

사라세노는 가까운 미래 인류는 땅이 아닌 공중에서 살 수 있을 수 있다는 것에서 모티브를 받았다. 이 작품들은 에너지의 가장 효율적인 형태의 구상이다. 이러한 구상은 아마 10~11살 때부터 시작되었다. 할머니 집 유리창에 비쳐지는 빛이 내겐 우주로 느껴졌다.”고 밝혔다.

 

2층의 작품은 건축학적인 구조면에서는 같은 듯하지만 이곳의 작품에는 작가의 오랜 협력자가 존재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오랜 협력자는 바로 거미이다. 작가의 거미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거미망의 추상적인 3차원 구조를 우주, 공동생활, 사회성, 생존 등의 이슈와 연루된 하나의 징후로 해석하면서 시작했다.

 

관객은 전시장에 매달린 크기가 다른 투명한 유리 케이스를 마주한다. 이 케이스 안에는 다른 종의 거미 2-3마리가 일주일에서 4, 길게는 8주에 걸쳐 만든 거미망이 하나로 결합된 하이브리드 건축물을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단독으로 생활하는 사회성을 지닌 네필리아(무당거미)라는 거미가 설계한 거미망에 다른 종의 거미를 옮겨 그들이 새로운 집을 지을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거미망은 거미의 생태계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이상의 세계가 얽혀 있는 혼성적인 관계와 공생에 대한 이슈를 제기한다. 벽면에 걸린 평면 작품도 이와 유사한 방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거미망을 잉크를 묻혀 종이로 조심스럽게 옮긴 일종의 판화로서, 작가는 이를 거미/망의 과거와 미래의 시간과 여정이 새겨진 심리학적 지도로 여긴다.

 

 

2층 01.jpg

 

또한 2층 전시장에 칠흑처럼 어두운 방에는 거미와 전시장 먼지가 만들어내는 앙상블 <Arachno Concert: With Arachne (Nephila senegalensis), Cosmic Dust (Porus Chondrite) and the Breathing Ensemble>이 있다.

 

아라크네, 우주진, 숨 쉬는 앙상블과 함께 하는 아라크노 콘서트라 직역할 수 있는 이 작품에 들어서면, 한 줄기 빛이 전시장 내부, 지구와 우주의 기원인 먼지 입자들을 비춘다. 전시장 상단에 설치한 카메라는 입자가 공간을 여행할 때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며, 조명 하단의 스피커는 이를 공간 전체에 울려 퍼지는 음악적 음색으로 변형한다. 먼지 입자의 안무가 만든 주파수는 거미/망에 울려 퍼지고, 다시 거미망에 있는 거미가 일으키는 진동이 한 줄기 빛 아래에 놓인 스피커를 통해 입자의 움직임을 증폭한다. 관객, (우주) 먼지 입자, 거미/, 그리고 열, 전기와 기류 사이의 상호작용이 즉흥적으로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며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토마스 사라세노_2층.jpg

 

 

사라세노의 이러한 작업은 어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몇 백 년 된 집의 다락방에 가득한 거미를 보며 과연 집의 진짜 주인이 누구일까상상했다고 한다. 그는 거미/망의 모티브와 모델을 지속적으로 연구하며, 인공적인 환경에서 거미를 키우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거미와 관련된 그의 대표 프로젝트는 거미/망 전문가들의 학제 간 네트워크인 아라크노필리아(http://arachnophilia.net/)’. 이곳에서는 수많은 거미/망의 유형을 보관하고, 스캔해 디지털로 아카이브하고 있다. 거미에 대한 그의 방대한 연구는 작가 개인의 거미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거미를 그저 작업에 활용하는 차원에 머물지 않고, 거미/망의 멸종에 대항하는 생태학적 보관소로 발전 중이다. 이처럼 인간과 거미 사이에 수천 년에 걸쳐 존재해 온 공감대와 둘 사이의 얽힌 관계가 과학적이고 철학적이며, 문화적인 이미지와 이야기로 그의 작품에 나타나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이곳에는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된 <아라크노만시 카드>를 만나볼 수 있다. 테이블에 놓인 33장의 카드로 거미/망의 신탁을 찾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제작한 아라크노만시 앱을 다운로드하면, 우리를 둘러싼 생태계의 거미/망 신탁과 만나는 것은 물론, ‘아라크노필리아프로젝트에서 진행하는 아카이브 구축에 일조하면서, 관객은 멸종에 대비한 지도 제작에 동참하게 된다.

 

사라세노의 작품 세계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공생이다. 그는 오늘의 환경과 기후 문제를 고민하며 가까운 미래에 실현 가능한 유토피아를 그린다. 그곳에서 우리는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생명체와 공생한다. 거미에서 인간으로, 먼지에서 구름으로, 구름에서 도시로, 빛에서 어둠으로, 지구에서 우주로토마스 사라세노는 그렇게 관객을 행성 지구의 너머, 안과 밖의 세계로 초대한다. 전시장에서 만난 토마스 사라세노는 먼저 탄소의 발생문제로 먼 길 비행기를 타고 오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밝히면서 자신을 다음처럼 소개했다. “나는 행성 지구 그 너머에 살며 작업한다.”

 

전시는 오는 128일까지 진행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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