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2019년 초연 당시 대형 뮤지컬에서 보기 드물게 객석사이 런웨이 형식의 무대 구성을 차용해 300여 석의 객석을 마련한 ‘나비석’으로 실험적 연출을 선보였다면 2020년 재현의 무대는 초연과는 달라진 일반적인 무대가 우선 눈에 띄었다. 그러다 보니 무대 연출의 변화로 인해 배우들의 동선까지 조금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1991년 방영 당시 범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국민 드라마’로 기억되는 동명의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로 드라마는 1930년대부터 6.25전쟁까지 세 남녀의 지난한 삶을 통해 한민족의 가장 가슴 아픈 역사와 대서사를 담아냈다. 하지만 뮤지컬에서 방대한 서사를 압축하여 일제 강점기인 1943년 겨울부터 한국 전쟁 직후 겨울, 제주 4.3까지 동아시아 격변기 1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앞서 얘기했듯 가장 큰 변화는 무대이다. 초연에선 런웨이 형식의 무대 구성을 차용해 배우들의 숨소리까지 느낄 수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오롯이 한쪽 면의 스크린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존의 공연 형식의 무대로 돌아오면서 좀 더 다양한 무대디자인으로 극을 풍성하게 꾸미게 되었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이란 더 넓어진 무대만큼 우리의 아픈 근대사와 세 사람의 가슴시린 삶을 좀 더 관조적인 느낌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은 초연에서 느낌 감정과 상반된 느낌이라 하겠다.
노우성 연출은 “초연에는 관객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생동감 있게 볼 수 있는 특별한 무대 형태로 진행하였지만,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젤 큰 극장(세종문화회관 대극장)으로 그대로 가져 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 이곳 무대의 장점을 살려내었다.”며, 또한 초연과 다른 점은 “초연에는 멜로디에 집중 했다면 재연에서는 메시지 전달을 위한 편곡에 집중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이번 재연 공연에는 일부 출연진의 변화도 있다. 중국 남경 부대의 정신대(위안부)로 끌려가 대치와 하림을 만나 질곡의 세월을 보내는 ‘윤여옥’ 역으로는 김지현에 이어 최우리, 박정아가 새롭게 캐스팅 되었으며, 일본군으로 징용된 남경 부대에서 여옥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지만 버마 전투에 끌려가게 되면서 여옥과 헤어지는 ‘최대치’ 역에는 배우 테이, 온주완, 그리고 오창석이 첫 뮤지컬에 도전한다. 동경제대 의학부 출신의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여옥을 만나 그녀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게 되는 ‘장하림’ 역에는 이경수와 마이클리와가, 대치와 학도병으로 함께 징병되어 끝까지 함께하며 우정을 지키는 ‘권동진’ 역에는 정의제와 한상혁(빅스 혁)이 출연한다.
이 외에도 조선인으로 일본군 경찰이 되어 대치와 하림을 집요하게 쫓는 ‘최두일’ 역에는 조태일, 존경 받는 독립 운동가인 여옥의 아버지 ‘윤홍철’ 역에는 김진태, 조남희가 초연에 이어 무대에 오른다. 더불어, ‘동진 모’ 역에는 임선애와 유보영이, 중국에서 독립을 위해 힘쓰는 김기문 역에는 이기동이 캐스팅되었다.
뮤지컬 ‘여명의 눈동자’는 오는 27일까지 세종문회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다. [이선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