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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창단 70주년을 맞이한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이 올해 첫 작품으로 선보이는 창작 신작 <화전가>를 오는 2월 28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화전가>는 <3월의 눈>(2011), <1945>(2017) 등 지나온 역사를 되짚으며 잔잔하지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 온 작가 배삼식의 신작이다. 역사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의연하게 일상을 살아낸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945>에서 해방 직후인 1945년 중국 만주에 사는 조선인의 삶을 다루었다면 신작 <화전가>는 1950년 한국전쟁을 코앞에 둔 혼란의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1950년 4월, ‘김씨’의 환갑을 축하하기 위해 한 집에 모인 9명의 여인들이 환갑잔치 대신 화전놀이(여인들이 봄놀이를 떠나 꽃잎으로 전을 부쳐 먹으며 즐기는 것)를 떠나기로 하면서 유쾌하지만 어딘가 먹먹한 하룻밤 이야기가 시작된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념의 대립과 민족 내부의 분열이 전쟁으로 치닫던 암울한 현실에서 질기고도 끈끈하게 일상을 이어온 여인들의 삶이 끊이지 않는 수다로 펼쳐진다. 지극히 평범한 하루를 보내는 이들의 모습은 역사라는 가장 강력한 스포일러 덕에 아름다울수록, 행복할수록 더욱 서글프게 다가온다. 또한, <화전가>는 경상북도 안동의 한 마을을 배경으로 안동 지역의 옛 사투리를 생생하게 담아낼 예정이다.
‘화전놀이’는 다시 한 번 그들이 삶이 부서져 산산이 흩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한 순간, 그 기억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
새겨 넣고자 하는 김씨의 덧없는 저항일 것입니다. - 작가 배삼식 -
배삼식 작가는 <화전가>를 통해 역경 속에서 삶을 지탱하는 것은 여인들의 수다로 대표되는 소소한 기억들이라 전한다. 독립, 이념, 전쟁 등 여러 ‘의미 있는’ 것들에 밀려 돌아보지 않았던 사소하고 무의미한 것들을 옹호하며 이를 통해 예술의 가치에 대해 돌아보고자 싶다며, 또한 그는 “여성들의 수다만큼 의미 있는 말은 없다.”고 전했다.
국립극단 70주년의 문을 여는 <화전가>는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이 직접 연출을 맡아 작품을 지휘한다. 무대와 매체를 가리지 않고 독보적인 캐릭터를 선보여 온 배우 예수정을 필두로 전국향, 김정은 등 깊은 내공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함께해 여인들만의 깊은 연대를 그린다. 여기에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영화 ‘해어화’ 등 한복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김영진 한복 디자이너가 의상을 맡아 작품에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연극 <화전가>는 2월 28일부터 3월 2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가격은 2만원 ~ 5만원. 예매 및 문의 ww.ntck.or.kr 1644-2003) [이선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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