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2006년 5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여 온 한국의 괘불전 중 열다섯 번째로 보물 제1270호 <영천 은해사 괘불> 및 보물 제1857호 <은해사 염불왕생첩경도>를 선보이고 있다.
경상북도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영천 은해사는 809년 창건되어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영천 은해사는 아미타불을 모신 미타도량으로 유명한데,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는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길 바랐던 청정한 이상향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영천 은해사 괘불’은 1750년 보총(普摠)과 처일(處一)이라는 두 명의 화승(畫僧)이 그린 것으로, 크기는 높이 11미터, 폭 5미터가 넘는다.
‘영천 은해사 괘불’은 크기를 제외하면 2018년 선보인 상주 용흥사 괘불(보물 제1374호), 2019년 공주 마곡사 괘불(보물 제1260호)에 비하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주변의 도상이 없이 화면 중심에는 만개한 연꽃을 밟고 홀로 선 부처만이 자리하고 있어 기존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선보여 왔던 괘불과는 다른 간결한 느낌을 준다.
한눈에 담기 어려운 거대한 화면 중심에는 만개한 연꽃을 밟고 홀로 선 부처가 자리해 있다. 부처 주변에는 마치 부처를 공양하려는 듯 흐드러지게 핀 모란꽃과 연꽃이 꽃비와 같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화면 주변의 화려한 꽃과 화면 윗부분의 새들의 표현은 즐거움만 가득한 곳, 즉 아미타불의 극락정토(極樂淨土)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에 따라 괘불 주변의 꽃은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에 찬탄하며 뿌려진 청정한 공양처럼 볼 수도 있고, 아미타불의 극락에서 내리는 꽃비처럼 충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처의 존명은 단정할 수 없지만 괘불 주변에 흩날리는 꽃비는 홀로 서 있는 여래를 더욱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번 괘불전에는 특별히 <은해사 괘불>과 같은 해인 1750년에 조성된 보물 제1857호 <은해사 염불왕생첩경도(念佛往生捷徑圖)>를 8월 23일까지만 함께 소개한다. ‘염불왕생첩경도’은 아미타불을 생각하며 그 이름을 부르는 것(염불念佛)이 극락에 태어나는(왕생往生) 가장 빠른 방법(첩경捷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불화이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