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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재개관을 맞아 올해 첫 일본실 상설전시 교체를 진행하면서 2017년 구입한 에도시대 19세기 작품 <포도다람쥐병풍(葡萄栗鼠圖屛風)>을 최초로 공개하였다.
<포도다람쥐병풍>은 일본 에도시대 후기의 대표적인 남화가(南畫家)이자 일본 수묵화의 대가 다니 분초(谷文晁, 1763-1841)가 1834년에 제작한 6폭 병풍 한 쌍이다. 남화가는 중국 남종화(南宗畫)를 일본적으로 해석한 일종의 문인화로 이번에 선보이는 병풍은 먹의 농담을 조절하며 포도나무 줄기와 대나무를 대담하게 표현하고 금가루를 뿌려 세부를 장식했다. 전체적으로 여백을 활용해 서정적인 느낌을 주고 있지만 세밀하게 묘사된 털과 쫑긋 세운 귀를 가진 다람쥐가 눈길을 끈다.
포도와 다람쥐는 일본에서 복과 다산, 장수를 의미하여 회화, 공예품 등 다양한 미술품의 주제로 애호되었다. 포도와 다람쥐는 조선시대 예술품에서도 자주 묘사되었는데, 다니 분초는 서양화와 조선회화 등 다양한 분야의 회화에 관심이 많았고 조선시대 포도그림을 모사한 적도 있었다. 따라서 이 병풍은 화가의 조선회화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이와 함께 후지이 간분(藤井觀文, 1888-1973)가 1938년 제2회 신문전(新文展)에 출품했던 칠기 <포도다람쥐상자(栗鼠手筥)>도 함께 선보인다. 이 상자는 붉은 칠 바탕에 나전(螺鈿)으로 포도알을 표현하고 침금(沈金)기법으로 다람쥐를 표현했다.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된 다섯 마리의 다람쥐는 사생을 중시한 작가의 성향을 잘 보여준다.
쟁금(脈金)이라고도 하는 침급기법은 옻칠을 한 표면에 칼로 문양을 새기고 그 새겨진 홈에 옻칠을 메겨 옻이 마르기 전에 금박이나 금분을 솜으로 문질러 부착시키고 마른 다음 위로 삐져나온 부분을 닦아내어 금빛으로 문양이 나타나게 하는 칠공예 기법이다.
한편, 이번 정기교체는 영상으로도 제작되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 중이다. 직접 박물관을 방문할 수 없는 관람객이 안방에서 즐길 수 있도록 담당 학예사가 유물에 대해 직접 설명하는 내용을 담았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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