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예술작품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보존과학자의 시선을 전시로 풀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특화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기사입력 2020.06.03 20:55 조회수 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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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손에서만 탄생한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세상의 모든 물질은 소멸을 한다. 예술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도 시간에 따라 그 색과 형태가 조금씩 변한다. 하지만 그 변화를 늦추고 다시 되돌리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보존과학자들이다.

 

4개관을 운영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청주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다른 관과는 달리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보전과 보관의 주요한 업무를 가지고 있다. 이곳에는 30여명의 보존과학자들이 미술관의 소장품의 보전처리 업무 이외에도 국내 소장 미술품 일부도 이곳에서 보전처리를 해주고 있다. 이런 업무 특성을 반영하여 청주관에서는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Conservator C’s Day)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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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보존과학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미술품의 수집, 전시, 보존·복원이라는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복원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로 익히 알려진 미술관의 주요 업무와 달리 다소 드러나지 않았던 보존과학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소개하고 있어 보통의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전시이자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전시라 할 수 있다.

 

전시제목의 ‘C’컨서베이터(Conservator)’청주(Cheongju)’‘C’를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등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며 붙여진 타이틀이다.

 

미술작품은 탄생의 순간부터 환경적, 물리적 영향으로 변화와 손상을 겪지만 보존과학자의 손길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는다. 탄생과 소멸이라는 일반적인 생로병사 과정에서 보존·복원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작품의 생로병생(生老病生) 과정인 것이다. 현대미술로 보면 이것은 물리적 생명 연장을 넘어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 과정과도 같다. 더불어 어떤 안료를 사용했는지 그림 이면에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 드러나기도 하며, 이런 과학적 분석은 위작을 감별하는데도 활용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작가와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작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보존과학자를 전시의 한 축으로 삼아 그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접근,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전시는 상처, 도구, 시간, 고민, 생각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를 선정하여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라는 5개 주제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전시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상상과 실재 사이에서 구성된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게 꾸며졌다.

 

전시장에는 실제 사용되는 보존과학 도구와 안료, 분석 자료, 재해석된 이미지 등을 함께 전시하여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하였으며, 한국 근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과 오지호(1905-1982)의 유화작품을 분석하여 1920~80년대 흰색 안료의 성분 변화를 추적한 분석 그래프와 제조사에 따라 물감의 화학적 특성이 다름을 시각화한 3차원 그래프을 비롯하여 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을 활용한 분석법을 통해 실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미지를 확인, 작품을 과학적 시선으로 작품의 역사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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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X선 조사법을 통해 구본웅의 1940년 작 여인에서는 집, 담장으로 추측되는 이미지를 오지호의 1927년 작 풍경에서는 숨겨진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어 그동안 미술관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작품의 새로운 이면을 해체하여 들여다 볼 수 있다.

 

 

오지호, 풍경, 1927 01.jpg
오지호 (OH Jiho, 1905-1982) 〈풍경〉 1927, 캔버스에 유채 /빛은 우리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뿐만 아니라 적외선, 자외선, X선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의 광원(光源)을 포괄한다. 빛의 특성을 작품 분석에 활용하면, 기존에 알 수 없었던 숨겨진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적외선 투과 이미지를 통해 작품의 스케치선 등을 확인하고, 자외선 흡수반응으로 물감층이 복원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또한 X선 촬영을 통해 작품 속 숨겨진 그림도 확인 할 수 있다. 오지호의 〈풍경〉(1927)은 나무와 수풀이 있는 풍경화이지만 작품 속에 여인의 전신상이 숨겨져 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야외전시로 인해 표면의 변색과 박락 등 손상이 심했던 니키 드 생팔(1930-2002)검은 나나(라라)(1967)의 복원 과정을 비롯하여 신미경의 비너스(1998) 등 비누 조각 작품의 재료의 특성을 확인하고, 다각도로 실험하여 보존·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1989년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던 이갑경(1914-미상)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2011년 재보존처리 되었는데, 이것은 보존의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이서지(1934-2011), 육명심, 전상범(1926-1999) 등 작품 분야별 보존·복원에 관한 기록 영상,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 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복원의 기록들을 담은 영상,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자인 강정식, 차병갑, 김겸의 인터뷰 영상이 소개되어 보존과학자로서의 일과 삶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다.

 

 

니키 드 생팔, 〈검은 나나(라라)〉, 1967-보존과정 영상  01.jpg
니키 드 생팔 (Niki De SAINT PHALLE, 1930-2002)〈검은 나나(라라) Black Nana(Lara)〉, 1967, 폴리에스테르에 채색 Color on polyester, 291×172×10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 장기간의 야외전시로 인해 페인트의 변색과 박락 등이 발생하여 보존처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특히 손상 부위가 넓고, 변색이 심하여 전체 재도장 보존처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보존처리의 원본성과 진정성 확보를 위해 미술관 내외부 전문가 회의 및 니키 드 생팔 재단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보존처리 방향과 방법론, 재료를 결정하였다. 구 도장층을 제거하고 색상별로 재도장을 실시하였으며, 기존 작품에 남아있던 질감 및 색상, 광택 등을 고려하여 보존처리 하였다. 〈검은 나나(라라)〉 보존처리 과정을 통해 여러 관계자들의 권리 범위와 현대 미술품 보존을 위한 새로운 보존윤리·철학적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갑경,〈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 1937-보존과정 영상  01.jpg
이갑경 (LEE Gapgyeong, 1914-미상)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 Woman in a Cross Striped Dress〉, 1937 /이갑경(1914-미상)은 1930년대를 중심으로 활동한 여성화가로서 제15-16회 조선미술전람회(1936-1937)에서 입선한 것 외에는 구체적인 활동이 알려져 있지 않다.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은 제16회 조선미술전람회(1937) 도록에 수록된 작품으로 캔버스 틀에서 분리된 채 둥글게 말려있는 상태였다. 일부 캔버스 천이 찢어지고 상당 부분 물감이 떨어져 있어 1989년 첫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다. 이후 2011년 상태조사 과정 중 보존처리에 사용된 재료가 들뜨거나 변색된 것이 관찰되어 2014년 재보존처리를 진행하였다.

 

 

한편, 수도권 강화된 방역조치에 따라 5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과천, 덕수궁 3관은 휴관중이지만, 청주는 미술관 홈페이지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또한 이번 전시는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72()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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