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틴트 판화의 세계적 거장 ‘황규백’ 1년 만에 개인전 <A WAY HOME>.

가나아트한남에서 오는 6월 10일부터 개최
기사입력 2020.06.08 11:41 조회수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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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백 작가.jpg
황규백 작가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서울문화인] 금속판의 표면 전체에 수많은 작은 구멍을 조직적으로 고르게 뚫어서, 판화를 찍으면 이 구멍들 속에 담겨 있던 잉크가 퍼져 넓은 색채면을 이루면서 부드럽고 미묘한 색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용한한 판화 기법을 이탈리아어 'mezza tinta'('중간 색조'라는 뜻)에서 메조틴트 판화라고 한다. 하지만 이 기법은 무척 힘이 들기 때문에 창작품에는 적당하지 않지만 화려한 검은색과 미묘한 색조 변화, 그리고 특히 다색 판화를 만들기 쉽다는 이점 때문에 그림을 복제하는 데는 이상적인 수단이 되었다.

 

메조틴트 판화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하여, 세계적 대가의 반열에 오른 한국인 작가라면 황규백(黃圭伯, 1932-) 작가가 있다. 그는 파리와 뉴욕에서의 30여 년간의 활발한 활동을 통해 루브리아나 판화 비엔날레(1979, 1981), 브래드포드 판화 비엔날레(1974), 피렌체 판화 비엔날레(1974) 등 국제 판화제에서의 수상은 물론 뉴욕 현대미술관,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비엔나 알베르티나 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는 등 판화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1968년 도불을 계기로 S.W. 헤이터의 아틀리에 17에서 동판화 기법을 익힌 후, 황규백은 전통 판화의 일종인 메조틴트 판화를 독창적으로 재해석했다. 작품의 배경이 검은색으로 칠해지는 전통적인 메조틴트 판화와는 달리, 황규백의 판화는 밝고 부드러운 색채를 자랑한다. 특히 그의 판화는 시계, 우산, 바위와 같이 평범한 사물들을 결코 평범하지 않게 배열함으로써 고요하고 명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그의 작품은 눈으로 보는 한 편의 시라 수식되곤 한다.

 

대표적인 판화 작품인 <White Handkerchief on the Grass>(1973)에서 작가는 하늘에 걸린 듯한 손수건의 이미지를 통해 섬세한 묘사와 초현실적인 풍경으로 묘사되는, 그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사이 톰블리와 같이 당대에 주목받던 세계적인 작가들과 함께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공식 포스터 제작을 위한 작품집에 수록될 판화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White Handkerchief on the Grass, 1973, 메조틴트, 33.27cm.jpg
White Handkerchief on the Grass, 1973, 메조틴트, 33*27cm [사진제공=국립현대미술관]

 

 

세계적인 판화가의 대열에 오른 황규백 작가가 2000, 뉴욕에서의 성공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영구적인 귀국을 계기로 그는 판화가 국내에서도 대중들에게 선볼 일 수 있었다. 2015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인전에 이어 20192,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통해 주목받은 바 있는 그의 개인전 <A WAY HOME>1년 만의 다시 가나아트한남에서 오는 610일부터 개최된다.

 

이번 개인전은 최근에 그려진 신작회화는 물론 그가 거장의 반열에 오르는데 일조한 판화를 함께 선보임으로써 황규백이란 작가의 과거와 현재를 함께 조망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 <ROAD>(1988), <A HOUSE>(1999)는 그가 귀국을 결심한 즈음에 제작한 메조틴트 판화로, 떠나온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판화 제작에 있어 느끼던 체력적 한계로 인해 귀국을 결심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길과 뉴욕에서 살던 저택을 동판에 새김으로써 집으로 가는 길(A Way Home)을 마음에 새겼다. 이 두 점의 판화에는 그의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30여 년의 판화 인생에 대한 회고가 담겨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ROAD, 1998, Mezzotint on paper.jpg
ROAD, 1998, Mezzotint on paper, 22.5 x 2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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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OUSE, 1999, Mezzotint on paper, 19.5 x 22.5cm

 

 

 

귀국을 계기로 판화에서 회화로 표현의 방식을 바꾼 그는 2020, 생애 마지막으로 다시 판화 룰렛(roulette)을 손에 들었다. 지난해 가나아트센터에서의 개인전 당시, 황규백은 남북의 정상이 도보다리를 함께 걷던 역사적 순간을 그린 <SOUTH AND NORTH SUMMIT>(2018)을 대중에 선보임으로써 평화에 대한 염원을 내비친 바 있었다. 더욱이 6.25 참전용사인 그에게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을 맞이하는 소회는 남다를 것임에 틀림없다.

 

이에 작가는 스스로를 현재의 자리에 있게 해준 매체인 판화를 통해 한국전쟁 70주년을 기림과 동시에 남북 정상 간의 평화로운 순간을 판화 속에 영원히 담아두고자 했다. 이렇게 탄생된 <SOUTH NORTH KOREAN SUMMIT>(2020)에서 노화백은 역사적인 순간을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바위 뒤의 우산과 도보다리로써 그 순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20여 년 만의 판화 작업은 노화백에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도전이었을 것이다. 비록 그의 전성기에 제작된 판화에 남아있는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세밀한 묘사는 무뎌졌을지라도, 이 작품 속에 그가 새겨낸 사물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절절한 작가의 감정이 담겨 있다.

 

후기 판화와 생애 마지막 판화가 될 신작 판화, 그리고 2019년에서 2020년 사이에 그려진 신작 회화가 함께 선보일 이번 전시는 판화에서 회화로의 표현 방식의 변화는 물론, 메조틴트의 대가인 황규백의 판화를 실견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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