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미토리움’이라고 불리는 디오라마 박스 안에서 펼쳐지는 초현실적 그로테스크
- 애니메이션, 도미토리움, 초기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을 망라하는 100여 점의 작품
[서울문화인] 올해 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인형을 조금씩 움직이면서 한 장면씩 촬영하여 움직임을 만드는 퍼핏 애니메이션의 거장 퀘이 형제의 역작들과 신작들을 국내 영화팬들께 선보이는 자리와 함께 이들의 제작한 퍼핏을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그리고 당시 선보였던 작품들이 업그레이드되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퀘이 형제: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Quay Brothers: Welcome to the Dormitorium)”展으로 선보이고 있다.
1970년대부터 영국에서 영화감독이자 애니메이션 감독 겸 작가로 활동하면서,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일러스트레이션, 국립극장의 무대세트 디자인 등 다방면에 걸친 수많은 작품들을 남겨온 쌍둥이 형제인 스티븐 퀘이와 티모시 퀘이(1947년, 미국 필라델피아 生)는 1986년 칸영화제 단편 경쟁작 <악어의 거리(Street of Crocodiles)>(1986)로 명성을 얻었고, 줄리 테이머의 영화 <프리다>(2002)에 삽입된 <죽음의 날 Day of the Dead> 클립으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졌다.
퀘이 형제는 현대예술의 한 장르로 성장해온 애니메이션을 통하여 부조리와 인간의 실존, 에로티시즘과 나르시시즘과 같은 담론들을 직관적으로 제시하며, 독창적 경지의 몽환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예술관을 구축, 오늘날까지 약 40년 간 세계적인 애니메이터로서 수많은 작품을 남겨왔다.
특히 형제는 스톱모션, 퍼핏과 오브제, 실사, 컴퓨터 그래픽을 혼합하여 다양한 실험을 하였다. 예술영화뿐만 아니라 상업광고, 방송프로그램 타이틀, 박물관 다큐멘터리, 뮤직비디오, 오페라 또는 연극무대의 디자인과 같은 대중적 영역의 작업에도 왕성하게 참여해왔다.
퍼핏 애니메이션 인형은 3차원 입체 조형물이므로 다양한 카메라 앵글이 가능하고 인형의 세부 묘사를 통해 극도로 정밀한 표현을 구현할 수도 있다. 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는 피사체인 인형뿐만 아니라 인형이 움직이는 공간 즉 무대가 필요한데 따라서 인형의 제작뿐만 아니라 미니 세트나 미니어처와 같은 무대의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퀘이 형제는 자신들의 퍼핏 애니메이션 데코를 ‘잠자는 곳’ 또는 ‘묘소’를 의미하는 ‘Dormitorium’(라틴어로 방을 뜻하며, 이곳에서는 영화의 세트를 의미하는 뜻으로 퍼핏들의 세트을 말한다)으로 명명했다. 도미토리움은 그 자체로도 예술적 완결성을 가지는데 마치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채운 경이의 방(Wunderkammer, Cabinet of curiosities)과 같은 인상을 준다. 퀘이 형제의 도미토리움은 퍼핏 하나하나 그 정교한 구성에 놀라움을 자아낸다. 이렇게 제작된 퀘이 형제의 도미토리움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나 암스테르담 아이필름뮤지엄에도 전시되었을 만큼 그 자체로서 놀라운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퀘이 형제의 작품들은 괴기스럽다(그로테스코, grotesco)는 느낌이 가장 먼저 다가온다. 퀘이 형제가 1970년대 중반의 작업한 흑백작품의 영화 포스터 형태의 블랙드로잉 시리즈를 보면 그들의 누아르적 작품관을 암시하고 있다. 산업화 된 도시의 어둠 속에 홀로 서있거나, 마리오네트로 전락하였거나, 해부학적이고 그로테스크하게 표현된 인간들의 모습은 장차 퀘이의 작품들에 등장할 실존적 의문의 밑그림이자 초현실적 표현의 실마리라 할 수 있다.
“퀘이 형제 : 도미토리움으로의 초대展”은 애니메이션, 도미토리움, 확대경, 일러스트레이션, 초기 드로잉 등 다양한 형태의 작품 10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는 오는 10월 4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