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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지난해 10월 25일 별세한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의 상속세 신고 납부 시한(4월 30일)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이건희 회장의 상속인들은 28일 삼성전자를 통해 사상 최고의 상속세(12조원 이상) 납부와 더불어 이건희 회장의 사재 1조원을 출연해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하고,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을 통한 사회공헌과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미술품 2만 3천여 점을 국립박물관.미술관에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11,023건 약 2만3천여 점 기증
삼성측이 이번 기증품은 “이 회장이 보유하던 미술품의 대부분을 사회에 기증하는 것”이라며 밝힌 가운데 미술계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은 감정가로 2조∼3조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증품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며 일부 근대 미술 작품은 작가의 연고지 등을 고려해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된다.
가장 많은 기증품을 받게 되는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9,797건(2만 1천 6백여 점)을 기증받는다. 기증품 중에는 겸재 정선(1676~1759)의 <정선필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 제216호), 현존하는 고려 유일의 <고려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보물 제2015호), 단원 김홍도(1757~1806?)의 마지막 그림인 <김홍도필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 제1393호) 등 우리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을 비롯하여 <월인석보>(보물 제935호)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 외에도 통일신라 인화문토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 도자류와 서화, 전적, 불교미술, 금속공예, 석조물 등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46년 개관 이래 이번 기증품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43만여 점의 문화재를 수집했다. 이 중 5만여 점이 기증품으로 이번 2만 점 이상 기증은 기증된 문화재의 약 43%에 달한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미술품 약 1,226건(1천 4백여 점)을 기증받는다. 기증품에는 이중섭의 <황소>,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장욱진의 <소녀/나룻배> 등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460여 점과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 호안 미로의 <구성>, 살바도르 달리의 <켄타우로스 가족>,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책 읽는 여인>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대표작이 포함되어 있다. 기증품은 회화가 대다수를 이루지만 이외에도 판화, 소묘, 공예, 조각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개관 이래 이번 기증품을 포함해 현재까지 총 1만 2백여 점의 작품을 수집했다. 이 중 5,400여 점이 기증품이며, 이번 1천4백여 점의 기증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고 이건희 회장 소장품의 기증으로 우리 박물관‧미술관의 문화적 자산이 풍성해져 해외 유명 박물관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특히 미술관의 경우 그동안 희소가치가 높고 수집조차 어려웠던 근대미술작품을 보강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한국 근대미술사 전시와 연구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발굴 매장문화재가 대부분이었던 박물관 역시 우리 역사의 전 시대를 망라한 미술, 역사, 공예 등 다양한 문화재들이 골고루 기증받아 고고·미술사·역사 분야 전반에 걸쳐 전시에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6월부터 순차적으로 국내외 전시 및 활발한 학술연구 기대
문화체육관광부(황희 장관)는 이번 기증품을 전국 13개 소속박물관 전시실을 비롯해 공립박물관·미술관 순회전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국립중앙박물관은 2021년 6월부터 대표 기증품을 선별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특별공개전(가제)’을 시작으로 유물을 공개한다. 2022년 10월에는 기증품 중 대표 명품을 선별 공개하는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문화재 명품전(가제)’을 개최한다. 아울러 13개 지방소속박물관 전시와 국외 주요 박물관 한국실 전시, 우리 문화재 국외전시 등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것은 물론 문화 강국의 이미지를 국외에 확산할 계획이라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21년 8월, 서울관에서 ‘고 이건희 회장 소장 명품전(가제)’ 개최를 시작으로, 9월에 과천, 2022년 청주 등에서 특별 전시 및 상설 전시를 통해 작품을 공개한다. 이어 지역 공립미술관과 연계한 특별 순회전도 개최하고 해외 주요 미술관 순회전도 진행해 한국 미술에 대한 국제적 위상을 높일 방침이라 밝혔다.
더불어 두 기관은 기증품의 이미지를 디지털화해 박물관과 미술관 누리집에 공개하고, 디지털 이미지를 활용한 주요 대표작 등을 국외 박물관과 미술관에 알릴 계획이며, ‘이건희 기증품’의 역사적·예술적·미술사적 가치를 조망하기 위한 관련 학술대회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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