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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우리는 급성장을 이루어내었다. 그 속에 우리 주변의 많은 것이 사라졌다. 이에 2001년, 급성장하는 사회 변화 속에서 우리 민족문화 계승의 근간이 되는 근대문화유산의 멸실, 훼손을 방지하고자 국가등록문화재 제도가 도입되어 2021년 4월 5일 기준 총 901건 (건축물·시설 등 부동산 586건, 동산 315건)이 등록되어 있다.
국가등록문화재 등록 대상은 국가지정문화재 외의 문화재 중 특별히 보존과 관리가 필요한 문화재를 등록‧관리하는 것으로 개항 이후 만들어진 건축물과 물건 중에서 형성된 지 50년 이상이 지나고 역사적, 예술적, 사회적, 학술으로 미래에 보전할 가치가 있는 유산을 대상으로 등록하고 있다. 2002년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공사 사옥’이 첫 등록되었다.
국가등록문화재 제도 도입 20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역사박물관(관장직무대리 최장헌)은 ‘등록문화재, 광화문에서 보다’ 특별전를 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총 901건의 국가등록문화재 중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전통과 근대를 주체적으로 융합하고자 했던 노력의 흔적인 국가등록문화재 46건 80점을 실물원본과 영상물 등으로 선보이고 있다.
80여 점의 문화재에는 일제강점기 한글을 지키고 다듬은 밑거름인 ‘조선말 큰사전 원고’(2012년 국가등록문화재 등록, 2020년 일부 보물 지정)를 비롯하여, 박두성이 훈맹정음 사용법을 기록한 ‘한글점자’(1946년)와 훈맹정음 제작 및 보급 유물, ‘독립신문 상해판’(1923년), 이육사 친필원고 ‘편복’(1939~1940), 전통 음식의 제조법을 체계화한 요리서로, 재료의 분량을 계량화하여 소개하는 등 조리과학의 발전과 대중화에 이바지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요리제법’(1917년), 손기정의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유물, 양단 아리랑 드레스(우리나라 최초 세계 미인대회에 참가자인 제3회 미스코리아 진 오현주가 1959년 제8회 미스 유니버스 대회 참가 시 착용한 드레스), 고바우 영감 원화(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있는 최장수 시사만화로 50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들을 고바우 영감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다루고 있어 근현대 만화사와 사회상을 규명하는데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등의 문화유산을 실물로 직접 볼 수 있다. 또한, 실제 전시할 수 없는 부산 임시수도 정부청사(1925년 건축 현, 동아대학교 석당박물관), 개항 이후 인천항을 통해 들어온 중국인이 1905년 지은 중국 요릿집 인천 선린동 공화춘(현, 짜장면박물관) 등의 건축물은 입체 영상 다큐멘터리 형태로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50년 전 이라면 어느 누구에게는 자신의 삶과 함께 했던 아련한 추억이 깃든 장소, 물건일 수가 있다. 또한, 그 속에 우리 민족의 열정이 깃들어 있어 급속한 발전 속에도 우리가 지켜가고 보존해야 하는 것이 꼭 정교하고 고급스런 것만이 아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전시장은 근대문물을 수용하면서 도량형, 의학, 그림, 요리법 등 전통시대의 앎을 새롭게 전승한 흔적을 조명한 ▲ 1부 ‘앎의 체계, 생활을 바꾸다’, 일제강점기 한글을 새로운 나랏말로 삼고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려했던 노력과 사회적 약자였던 시각장애인을 위한 한글점자 창제 노력을 볼 수 있는 ▲ 2부‘말을 모아 뜻을 통하다’, 입체 영상다큐멘터리를 통해 등록된 건축물을 관람할 수 있는 ▲ 3부‘세우고 짓다’, 해방 이후 의복문화, 체육, 영화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문화를 펼치려한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 4부‘해방, 새로운 문화를 펼치다’까지 4부로 꾸며졌으며, 이 외에도 관람객이 국가등록문화재 제도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설명과 등록현황, 등록 신청절차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격동의 시기와 변화를 거쳐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던 우리 선조들의 열정과 그 결실인 근현대 문화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18일(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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