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98세 그림자 회화의 거장이 밝혀주는 환상의 세계,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후지시로 세이지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기사입력 2021.06.14 15:36 조회수 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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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시로 세이지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展>

 

 

 

[서울문화인] 물질을 생산해 내는 산업은 순간의 판단 실수로 흥망이 좌우되기도 하지만 문화라는 산업은 한순간 그 흥망이 사라지거나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는 물질이 아니다. 이는 현재 한류라는 문화가 전 세계에서 어떻게 퍼져나가고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실감하고 살아가는 당사자가 아니어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이런 국제적인 문화를 가장 먼저 접하는 장르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바로 떠오르는 것은 애니메이션 산업이 아닐까 싶다. 바로 가장 어린 나이에 접하는 문화가 만화 즉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린 시절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다.

 

요즘은 국내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도 세계의 많은 어린이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미국이나 일본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랄 수밖에 없었다. 애니메이션이라는 산업이 창의력이라는 기틀아래 많은 인력과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다. 이러한 요소를 충족하려면 경제력이 어느 정도 갖춰진 국가에서 만이 경쟁력 있는 애니메이션을 생산해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나서도 이 두 국가는 여전히 전 세계에서 애니메이션의 최강국으로 자리하고 있다.

 

과거 이런 일본의 저력을 최근 전시장에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일본 카게에(그림자 회화) 거장 후지시로 세이지(藤城淸治 b. 1924~)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이다.

 

그림자 회화로 일컫는 카게에는 밑그림을 그리고 잘라 셀로판지를 붙이고, 조명을 스크린에 비추어 색감과 그림자로 표현하는 장르를 말한다.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의 밸런스, 오려 붙인 재료, 질감의 투과율까지 치밀하게 계산해서 완성하는 이 카게에는 라이팅 간판광고의 효시이기도 하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이러한 독특한 장르를 이끌어온 독보적 인물로 일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일본의 디즈니라고 찬사를 받으며, 현재 일본의 성인들의 거의 대부분이 어린 시절에 동화집에 실린 후지시로 세이지의 삽화를 보면서 꿈을 키우며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한다. 국내에서는 한일국교 정상화 40주년이 되는 2005, 이번 전시를 기획한 강혜숙(케이아트커뮤니케이션 대표)가 롯데쇼핑 에비뉴엘 개관 기념전으로 선보인 이후 두 번째 전시이며, 후지시로 세이지는 일본을 비롯해 해외에서의 순회 전을 100회 이상 진행하였다.

 

 

목단기, 청나라 포송령의(1640-1715)소설을 카게에로 제작, 1960년.jpg
목단기, 청나라 포송령의(1640-1715)소설을 카게에로 제작, 196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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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시로 세이지의 카케에의 시작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도쿄의 들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골판지와 전구를 사용해 만들기 시작했다.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불에 타버린 일본은 여전히 정전이 잦았고, 그런 속에서 후지시로 세이지는 카게에를 만나 한 줄기 빛을 찾고 아름다움을 찾고, 평화를 찾았다고 한다. 십대의 그는 수채, 유화, 에칭 교육을 받고 2차 세계대전 중임에도 19세의 나이에 첫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인형극의 대가 오자와 요시쿠니(1887-1978)에게서 중국, 터키,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그림자 연극을 접하게 되고 실제로 교회 주말학교에서 그림자극을 상영하게 된다. 이런 당시의 영향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며 이번 전시의 작품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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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시로 세이지의 유화 작품

 

 

 

후지시로 세이지의 예술적 삶을 관통하는 카케에 160점의 작품을 만나다.

이번 전시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전>에서는 그런 작가의 혼이 깃든 초기의 흑백작품 서유기 시리즈부터, 미야자와 겐지의 <은하철도의 밤>을 소재로 한 작품을 비롯해 일본 상업연극 역사에 큰 업적을 남긴 극단 모쿠바자 시절의 오리지널 캐릭터 캐로용 인형까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 가운데 <은하철도의 밤><울어버린 빨강 도깨비>1959년 초연 이후 각 1000회 이상 상연하며 교과서에도 실린 작품으로, 후지시로 카게에극의 최고봉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또한, 기독교인으로 구약과 예수를 주제로 한 시리즈 작품부터, 198545명의 빅스타들이 아프리카의 유래 없던 대 기근으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살리기 위한 구제활동을 호소하기 위해 모여 만든 명곡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테마로 한 작품을 통해 그가 한 평생 추구해온 카게에 세계와 인류에게 전할 사랑과 공생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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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은하철도의 밤, 중앙) 목마의 꿈

 

1966년 TV프로그램 인형극
1966년 TV프로그램 인형극 '캐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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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아 더 월드

 

예루살렘 입성(1980), 최후의 만찬(1980),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1995).jpg
성서화_예루살렘 입성(1980), 최후의 만찬(1980), 십자가에 못박히신 예수(1995)

 

 

후지시로는 젊은 시절에는 움직이는 카게에 극에 열중 했지만 지금은 멈춰진 한순간의 움직이지 않은 빛과 그림자에 자신의 기원을 담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히려 한 컷의 카게에 작품에 다양한 색체와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십 년간 작가의 열정이 만들어낸 카게에가 시대와 주제별로 전시장을 밝히지만 전시장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이곳에는 2020년 작품은 물론 가장 최근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100세를 앞둔 고령임에도 여전히 어린 소녀 같은 감성과 젊은 시절의 열정 이상의 디테일은 그가 왜 거장이고 일본인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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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미야자키 공항 개항 55주년 기념 스테인드글라스 원화, 신들의 빛과 나라의 시작,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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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동하는 춤사위,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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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와라카제노본, 2016

 

 

작가 후지시로는 이번 한국전시를 준비하면서 내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 여기며 혼신을 다해 작업하고 있다. 수많은 작품 가운데 <잠자는 숲>은 한국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나는 한국을 잘 알고 싶고, 한국을 더 가까이 하고 싶다.”라고 전하며,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해 고령임에도 하루 7시간 이상 작품 제작에 열정을 쏟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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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진 작가와 그의 후지시로 세이지의 초상

 

 

전시장을 나서면 죄측 벽면에는 철심을 이용해 제작한 후지시로 세이지의 초상이 눈에 들어온다. 이 작품은 철심을 이용하여 스티브 잡스’, ‘김구’, ‘마하트마 간디등의 초상을 제작한 한국 김용진 작가가 이번 전시를 위해 작업하였다. 또한, 전시의 오디오 가이드 내레이션은 배우 최무성의 담백한 목소리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01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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