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 명품들 이제 실물로 만나보자.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명품 일부 첫 공개
기사입력 2021.07.21 16:47 조회수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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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_십장생도 10폭 병풍(19세기).jpg
십장생도 10폭 병풍(19세기) / 오래 살거나 변치 않는 자연물을 함께 그리는 십장생도는 만수무강을 비는 그림이다. 대표적인 십장생은 해, 산, 물, 돌, 소나무, 구름,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인데, 그림마다 모두 다 그려지는 것이 아니다. 이 병풍에는 십장생에 대나무와 복숭아를 더하여 화면이 더욱 풍성해졌다. 격조 높은 십장생도 병풍으로 완성도가 높다.

 

 

 

 

[서울문화인] 올 4월 고(故) 이건희 회장의 유족들이 ‘이건희컬렉션’으로 불리는 11,023건 약 2만3천여 점을 기증하겠다는 발표에 수많은 국민들의 관심이 모아졌었다. 이 기증품의 대부분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고 일부 근대 미술 작품은 작가의 연고지 등을 고려해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자체 미술관과 이중섭미술관 등 작가 미술관에 기증되었다. 당시 공개된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은 감정가로 2조∼3조원에 이르며, 시가로는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중요한 기증품 리스트는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지만 7월 20일, 가장 많은 기증품을 수여받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은 ‘이건희컬렉션’의 일부를 첫 공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은 한국 고고·미술사를 망라하는 9,797건(2만 1천 6백여 점, 국가지정문화재 60건(국보 14건, 보물 46건))을 기증받아 기증기관 중 가장 많은 기증품을 받았다. 공개된 기증품은 시대와 분야를 대표하는 문화재로 겸재(謙齋) 정선(鄭歚, 1676~1759)의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국보 제216호),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국보 제134호), 글씨와 그림이 빼어난 고려 사경(寫經) <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국보 제235호), 현존하는 유일의 <천수관음보살도(千手觀音菩薩圖)>(보물 제2015호), 단원(檀園) 김홍도(金弘道, 1757~1806?)가 말년에 그린 <추성부도(秋聲賦圖)>(보물 제1393호) 등 명품 45건 77점(국보·보물 28건 포함)으로 구성되었다.

 

추성부도.jpg
추성부도, 김홍도(1745-1806 이후), 조선 1805년, 종이에 엷은 색, 보물 제1393호 / 어둑한 깊은 밤,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앙상한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그 소리에 놀란 선비가 동자에게 물으니, 나무 사이에서 나는 소리라 대답한다. 중국 북송의 문인 구양수(1007-1072)가 쓴 「추성부」의 쓸쓸한 정서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성큼 다가온 죽음과 마주했던 예순 하나의 김홍도는 「추성부」에 자신의 마음을 비추어 본 듯하다. 김홍도의 그림 중 연도가 확인되는 마지막 작품이다.

 


이 중 <인왕제색도>는 76세의 노대가(老大家) 정선이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던 인왕산 구석구석을 자신감 있는 필치로 담아낸 최고의 역작이라 하겠다. 박물관 측은 이 작품의 가치에 맞춰 <인왕제색도>에 그려진 치마바위, 범바위, 수성동계곡 등 인왕산 명소와 평소 보기 힘든 비가 개는 인왕산 풍경을 담은 영상 ‘인왕산을 거닐다’를 98인치 대형 화면으로 제공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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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제색도, 정선(1676-1759), 조선 1751년, 종이에 먹, 국보 제216호 / 긴 장맛비가 갠 후 인왕산은 사뭇 다르다. 장맛비로 바위들은 물기를 머금어 묵직해 보이고 수성동과 청풍계에 폭포가 생겨났다.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난 겸재 정선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인왕산을 늘 보고 자랐다. 76세의 노대가 정선은 자신의 눈길과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인왕산 구석구석을 자신감 있는 필치로 담아내 최고의 역작을 남겼다. / 인왕산의 비 갠 경치, 겸재. 신미년 윤5월 하순(윤5월 25일경, 양력 7월 말에 해당)

 

 

이번에 공개된 아니 기증품 중에 새로운 것은 없다. 이는 새롭게 발굴되거나 해외에서 유입되지 않은 한 고고학 유물은 이미 여러 차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롯이 개인의 컬렉션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물론 그동안 대규모로 공개되지 않고 일부 몇 점씩 따로 공개되어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품이 새롭게 ‘이건희컬렉션’이었다는 인지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이제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좀 더 세심한 연구와 공개가 쉬워졌다는 점과 기증문화를 알렸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 공개된 고려불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 2점이 그 좋은 예라 하겠다. 고려불화는 특유의 섬세함이 가진 작품성과 희소성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회화작품이지만 국내보다는 해외기관에서 많이 소장하고 있어 쉽게 만나기 어려운 귀한 문화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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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수월관음도(고려 14세기, 비단에 색) / 수월관음은 관음보살의 또 다른 이름으로, 하늘의 달이 여러 곳의 맑은 물에 비치듯 많은 사람을 구제한다는 뜻이다. 수월관음도에는 지혜를 찾아 스승을 찾아다니던 선재동자가 등장하는데, 이 불화에서는 아쉽게도 아래쪽이 손상되어 선재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려불화 특유의 섬세한 아름다움은 700년이 지나도 변치 않았다. (우)천수관음보살도(고려 14세기, 비단에 색, 보물 제2015호) / 천수관음보살은 무수히 많은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원한다. 우리나라에서 천수관음보살 신앙은 『삼국유사』에 확인될 정도로 역사가 깊지만 그림으로 전하는 천수관음보살도는 이 작품이 유일하다. 이 천수관음보살은 11면의 얼굴과 44개의 손을 지닌 모습이다. 각각의 손에 좋은 의미를 지닌 물건이 들려 있다. 광배에 수많은 눈을 그려 ‘천안’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었다.

 

 

공개된 고려불화 2점은 기증 받은 이후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고려불화 세부를 잘 볼 수 있도록 적외선과 X선 촬영으로 연구, 우리나라 전통회화의 채색기법 중 하나인 뒷면에서 칠하는 배채법(背彩法)을 사용했음을 확인 하였으며, 녹색의 석록, 푸른색의 석청, 백색의 연백(鉛白)과 붉은색의 진사 등 광물성 안료를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이러한 배채법과 안료는 고려불화에서 일반적으로 확인되는 특징이라 한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는 원본과 함께 밑그림까지 확인할 수 있는 사진은 물론 터치스크린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관객들은 <천수관음보살도>에서는 천수관음보살의 여러 손의 모양, 손바닥과 광배에 그려진 눈, 손에 들고 있는 다양한 물건을 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X선 사진으로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의 채색 방식 및 안료를 확인할 수 있다.

 

 

수월관음도 적외선과 X선.jpg
수월관음도 적외선과 X선

 

수월관음도 중 광물성 안료 사용 부분-엑스선 촬영.jpg
수월관음도 중 광물성 안료 사용 부분-엑스선 촬영
천수관음도 밑그림-광배에 그려진 눈-적외선 촬영.jpg
천수관음도 밑그림-광배에 그려진 눈-적외선 촬영

 

 

삼국시대 뛰어난 금세공 기술 수준을 알 수 있는 <쌍용무늬 칼 손잡이 장식>(보물 제776호) 또한 눈여겨 볼 유물이라 하겠다. 이번에 공개된 ‘칼 손잡이’에 장식된 용무늬가 쌍용이라는 점 때문인데 대부분 봉황이나 용문양이 새겨져 있으나 기존에 발굴된 것에는 한 마리의 용인데 비해 이것에는 두 마리 용이 장식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별된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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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무늬 둥근 고리 칼 손잡이 장식(삼국시대 5-6세기, 금, 구리, 유리, 보물 제776호) / 금은 녹이 슬지 않고 광택이 변치 않으므로 최상의 가치를 지닌 금속이었다. 또한 가공도 쉬워서 아름다운 금세공품이 많이 전해진다. 순금판으로 만든 이 손잡이 장식에는 서로 엉켜 있는 두 마리 용 문양이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고리 안쪽의 용은 구리에 도금한 것이다. 도금이 벗겨져 녹이 슬었지만 용의 눈에 박은 청색 유리구슬이 생동감을 더한다.

 

 

이 외에도 청동기시대 토기로 산화철을 발라서 붉은 광택이 아름다운 <붉은 간토기>, 초기철기시대 청동기로 당시 권력을 상징하는 <청동 방울>(국보 제255호), 삼국시대 배 모양을 추측할 수 있는 <배 모양 토기>, 삼국시대 조각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보살상>(보물 제780호), 조선 백자로 넉넉한 기형과 문양이 조화로운 <백자 청화 산수무늬 병>(보물 제1390호)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들과 세종대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을 보여주는 <석보상절(釋譜詳節) 권11>(보물 제523-3호)과 <월인석보(月印釋譜) 권11·12>(보물 제935호), <월인석보(月印釋譜) 권17·18> 등 15세기 우리말과 훈민정음 표기법, 한글과 한자 서체 편집 디자인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한글 전적이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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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대방광불화엄경 보현행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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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관련 금동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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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시대 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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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문화와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고려 대장경과 세종대 한글 창제의 노력과 결실 보여주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이건희컬렉션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은 9월 26일까지 진행되며, 전시는 ‘생활 속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30분 단위로 관람 인원을 20명으로 제한되며, 누리집에서 상설전시 예약과는 별도로 예약 후 입장할 수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총 1,488점이 기증되었다.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한국 근현대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369점과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으로 분류된다. 장르별로는 회화 412점, 판화 371점, 한국화 296점, 드로잉 161점, 공예 136점, 조각 104점 순으로 비교적 모든 장르를 고르게 포함하고 있다. 제작연대별로는 195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이 320여점으로 전체 기증품의 약 22%를 차지한다. 그러나 작가의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할 때 1930년 이전에 출생한 이른바 ‘근대작가’의 범주에 들어가는 작가 작품 수는 약 860점에 이르러, 전체 기증품의 약 58%를 차지한다. 작가별 작품 수를 보면, 유영국 187점(회화 20점, 판화 167점)으로 가장 많고, 이중섭의 작품이 104점(회화 19점, 엽서화 43점, 은지화 27점 포함), 유강열 68점, 장욱진 60점, 이응노 56점, 박수근 33점, 변관식 25점, 권진규 24점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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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관식(1899-1976)의 무창춘색(1955)을 설명하는 국립현대미술관 박미화 큐레이터(과장)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공개한 이건희컬렉션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를 선정 34명의 주요작품 58점을 선정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주축으로 크게 세 개의 주제로 나눠 공개하였다.

 

두 기관의 설명하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문화재와 달리 미술품은 얼마든지 경매를 통해서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는 작품인 만큼 그 기대치가 확연히 달라보였다. 이번 전시를 준비한 국립현대미술관 박미화 과장은 이들 작품 중에는 미술관이 소장하고 싶었던 작가의 작품이 많았는데 예산의 부족으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번에 미술관이 기증을 통해 소장하게 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선진국의 국립미술관에 비해 소장품의 가치는 물론 규모에서도 열악한 것은 일부 어쩔 수 없지만 그나마 근‧현대미술사를 아우르며 20세기 초 희귀하고 주요한 국내 작품에서부터 해외 작품까지 포함된 이건희컬렉션의 기증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의 질과 양을 비약적으로 보강시켰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공간은 수용과 변화다. 백남순의 <낙원>(1936년경), 이상범의 <무릉도원>(1922)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공개되었다. 이 작품들은 일제 강점기에 새로운 문물이 유입과 함께 미술계도 서구 유화가 등장하면서 인물화, 정물화, 풍경화 등 생경한 용어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즈음하여 조선의 전통 서화도 변화를 모색하게 되었다. 특히 백남순의 <낙원>은 서양의 유화를 동양의 병풍 형식의 판넬로 제작하였으며, 그 내용도 동서양이 혼존하고 있어 동서양 회화의 특징이 융합과 수용을 통해 변모하는 과정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백남순,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jpg
백남순, 낙원, 1936년경, 캔버스에 유채; 8폭 병풍, 173x372cm. / 백남순이 오산 시절, 전라남도 완도에 살고 있던 친구 민영순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한 선물로 보냈던 작품이다. 마치 서양의 아르카디아 전통과 동양의 무릉도원 혹은 무이구곡도의 전통을 결합한 것처럼, 동서양의 도상이 혼합된 독특한 느낌의 풍경화이다. 캔버스 천을 바탕으로 하되, 전통의 병풍 형식으로 장황을 한 것도 이색적이다. 현실 세계에 존재할 것 같지 않은 높은 산들이 화면 저 멀리까지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바다와 강, 계곡이 화면 곳곳에 넘실댄다. 풍요로운 자연을 배경으로 여러 형태의 집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었으며, 인간은 각자의 소임에 충실한 듯 평화로이 노동에 열중하고 있다. ‘낙원’ 즉 ‘이상향’에 대한 동경은 동서양을 막론한 인간의 오랜 주제이다. 서양화를 공부한 1세대 한국 화가가 어떻게 소재나 기법면에서 동서양의 전통을 융합하고 변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1981년 백남순의 친구 민영순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미술평론가 이구열과 당시 뉴욕에 살고 있던 백남순의 협의를 거쳐 ‘낙원’이라는 제목이 붙여졌다. 해방 이전 제작된 백남순의 작품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는 그림이다.

 

 

이상범, 무릉도원, 1922, 비단에 채색; 10폭 병풍, 이미지 159x39x(2), 159x41x(8)cm, 병풍 202x413cm..jpg
이상범, 무릉도원, 1922, 비단에 채색; 10폭 병풍, 이미지 159x39x(2), 159x41x(8)cm, 병풍 202x413cm / 화면 상단에 직접 쓴 이상범의 관지(款識)에 의하면 1922년 벽정(碧庭)이라는 인물을 위해 제작된 것이다. 1923년 11월 4일자 『매일신보』는 노수현과 이상범 2인전의 성공을 전하며 또 다른 이상범의 ‹무릉도원›을 사진으로 수록하였다. 기사에 의하면 사진 속 작품은 1년 전 모씨의 요청을 받고 반년 이상의 제작기간이 걸린 연작이며, 전시된 작품들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아 소개한다는 내용이다. 두 작품을 비교하면 구도는 물론 경물 배치까지 거의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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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개성의 발현이라는 주제로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수없이 들어봤을 근대 우리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고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는 격동의 시기에도 김환기, 유영국, 박수근, 이중섭 등 많은 작가들은 작업을 멈추지 않고 전시를 열고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며 예술 활동을 이어가며 한국미술의 근간을 만들었으며 한국인에게도 작품에 대한 인지도나 작가들 또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 아닌가 싶다. 이 공간에서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1950년대), 이중섭의 <황소>(1950년대),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등이 공개되었다. 특히 이건희컬렉션도이 시기의 작품이 집약되어 있다고 한다.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jpg
김환기, 여인들과 항아리, 1950년대, 캔버스에 유채, 281.5x567cm / 1950년대에 조선방직을 인수하여 국내 최대의 방직재벌 기업가가 된 삼호그룹의 정재호 회장이 퇴계로에 자택을 신축하면서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파스텔톤의 색면 배경 위에 양식화된 인물과 사물, 동물 등이 정면 또는 정측면으로 배열되어 고답적인 장식성을 띈다. 단순화된 나무,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반나의 여인들, 백자 항아리와 학, 사슴, 쪼그리고 앉은 노점상과 꽃장수의 수레, 새장 등은 모두 1948년 제1회 «신사실파» 시기부터 50년대까지 김환기가 즐겨 사용했던 모티브들이다. 그러나 전쟁과 피난의 현실을 은유했던 노점상이나 인물들이 판자집, 천막촌 대신 조선 궁궐 건축물과 함께 배열되고, 물을 긷고 고기를 잡아오는 노동현장의 여성들은 고운 천의 옷을 걸친 여성들로 변모하여 전체적으로 장식적인 풍요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비대칭의 자연스러운 선과 투박한 색면 처리는 조선 백자의 형식미를 흠모했던 이 시기 김환기 작품의 조형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60년대 말 삼호그룹이 쇠락하면서 이 작품은 미술시장에 나와 이후 이건희컬렉션으로 소장된 듯하다.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jpg
이중섭, 황소, 1950년대, 종이에 유채, 26.5x36.7cm / 이중섭이 가장 애호했던 작품 소재 중 하나이다. 그는 일본 유학 시절부터 소를 즐겨 그렸는데, 통상적으로 ‘소’는 인내와 끈기를 상징하는 한국의 상징물이었다. 해방과 전쟁을 거치면서, 이중섭은 더욱 적극적으로 소를 그리기 시작했다. 특히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출발해야 하는 시점에 강렬한 붉은 황소가 본격적으로 제작되었다. 대부분 1953~54년 통영과 진주에서 다수의 ‹황소› 및 ‹흰 소› 연작이 그려졌는데, 이 시기는 당시 일본에 있던 부인에게 보낸 편지를 미루어 볼 때, 대단한 의욕과 자신감에 차서 맹렬하게 작품 제작에 몰두할 때이다. 그의 소는 작가 자신의 ‘자화상’과 같은 것이기도 해서, 화가의 심리 상태와 처지가 매우 진솔하게 표현되곤 한다. 이 ‹황소›의 경우, 강렬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세파를 견딘 주름 가득한 황소의 진중하고 묵직한 모습을 담았다. 힘차면서도 어딘지 애잔한 느낌을 자아내는 것은 이중섭 황소의 공통된 특징이다. 붉은 황소 머리를 그린 작품으로 현존하는 것은 총 4점인데, 그중 이 황소는 1976년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 발간된 금성출판사 이중섭 화집에 수록된 바 있으나, 거의 전시된 적이 없었다가 이번에 이건희컬렉션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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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정착과 모색으로 이성자, 남관, 이응노, 권옥연, 김흥수, 문신, 박생광, 천경자 등의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전후 복구 시기에 작가들은 국내‧외에서 차츰 정착하며 꾸준히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모색한 시기로 이들은 고유한 조형세계를 구축하며 한국미술을 보다 다채롭게 만들었다. 이성자의 <천 년의 고가>(1961),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1959) 등 이 시기의 대표작이 공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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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1959)

 

 

이번 기증 작품들은 작품검수, 상태조사, 사진촬영, 저작권협의 및 조사연구 등의 과정을 거쳐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으로 등록 중이며, 순차적으로 미술관 누리집에 공개될 예정이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미술애호가 배우 유해진이 이번 전시 오디오가이드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유해진의 전시해설 오디오가이드는 국립현대미술관 모바일 앱(App)을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으며, 전시실 입구에서 오디오가이드 기기 대여도 가능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은 2022년 3월 13일(일)까지 서울관에서 개최된다.

 

더불어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에서는 앞서 지난 6월 29일(화)부터 대구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컬렉션’ 소개하는 특별전 ‘웰컴 홈: 향연饗宴’이 진행 중이다. 대구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에는 김종영(1점), 문학진(2점), 변종하(2점), 서동진(1점), 서진달(2점), 유영국(5점), 이인성(7점), 이쾌대(1점) 작품 총 21점이다. ‘웰컴 홈: 향연’은 한국 근대미술의 별과 같은 작가 이인성, 이쾌대를 비롯해, 대구의 초기 서양 화단을 형성했던 서동진, 서진달의 수작을 만날 수 있으며, 추상 조각의 거장 김종영, 한국적 추상화의 유영국, 1세대 추상 작가 문학진, 신형상주의의 변종하의 작품 등을 통해 한국미술 전반을 두루 섭렵할 수 있다. 특히 기증 작가 8명을 심도 있게 조명하기 위해 이건희 컬렉션 21점과 함께 대여 작품 및 소장 작품을 추가하여 총 40점을 전시하고 있다. 전시는 8월 29일(일)까지 전격 공개되며, 사전예약을 통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동진, 자화상, 1924, 33×24cm, Mixed media on paper 01.jpg
서동진, <자화상>, 1924, 종이에 혼합재료, 33×24㎝ / 서동진은 근대기 대구 서양화단을 주도한 중요한 인물이며, 1927년 인쇄·출판 및 미술연구·교육을 위해 대구미술사(大邱美術社)를 설립하였다. 그는 서양화 단체 향토회(1930-1935)를 이끌고, 이인성을 교육, 후원하는 등 지역미술계 리더로 역할하였다. 이 작품은 1924년 휘문고보를 졸업한 후의 젊고 패기 있는 모습의 자화상이다. 휘문고보에서 고희동으로부터 받았을 미술교육의 영향을 볼 수 있는 중요한 초기 작품이다.

 

 

이인성 노란옷을 입은 여인상 1934 75x60cm, 종이에 수채 01.jpg
이인성, <노란 옷을 입은 여인>, 1934, 종이에 수채, 75×60cm /이인성의 1930년대 중반은 조선미술전람회에서 <가을 어느 날>(1934), <경주의 산곡에서> (1935)로 각광받던 시기이다. 비슷한 시기의 이 작품은 당시 일본 유학중 미술 제자로 만난, 패션을 공부하던 아내 김옥순(1916-1942)을 그렸다. 노란 옷을 입은 세련된 신여성이 대각선의 구도로 배치되어 있고, 유화처럼 덧칠한 수채화 기법으로 주조색인 노랑과 이와 대비되는 초록과 빨강을 적절히 배치한 뛰어난 색채감각을 보여주는 한국 근대미술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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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이건희컬렉션’ 소개하는 특별전 ‘웰컴 홈: 향연饗宴’ 전시전경

 

 

한편, 이번 공개 전시가 국민들의 관심이 커 조금 급하게 공개되어 현재 진행 중인 전시로 인한 공간 확보 등의 문제로 많은 기증품을 공개할 수 없었지만 좀 더 많은 조사를 진행하여 양 기관은 2022년 4월에 대규모로 공개할 것이라 밝혔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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