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체코 마리오네트’ 인형 극장

서울역사박물관에서 展
기사입력 2021.08.03 15:09 조회수 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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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진열장.jpg

 

 

관절마다 매달린 끈을 이용한 인간의 조종으로 생명을 얻는 인형, 마리오네트는 기원전 이집트나 그리스의 아이 무덤에 끈이 연결된 인형이 함께 묻혔다는 기록이 있으며, 고대 로마 시절의 기록에도 비슷한 형태의 인형에 대한 언급이 나타난다. 또한 고대 그리스에서는 진흙을 구워 만든 네브로스파스톤(Nevrospaston, 그리스어로 끈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라는 종류의 인형이 있었다. 이것은 지금의 마리오네트와 매우 비슷한 구조로 만들어진 인형으로 고대 그리스에서는 디오니소스교의 입문 의식 등 올림포스의 신들을 숭배하는 의식에 인형 공연이 많이 포함됐다고 전해진다.

 

 

[서울문화인] 서울역사박물관이 체코 흐루딤인형극박물관과 협력하여 <나무 인형의 비밀체코 마리오네트>(Secrets of Wooden PuppetsCzech Marionette) 국제교류전시를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지금의 마리오네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르네상스 때 이탈리아의 교회에서는 어린이 교육을 위한 공연에서 출발한다. ‘마리오네트라는 이름도 성서 속 동정녀 마리아(Mary)’에서 나온 것이다. 하지만 교육을 목적으로 한 교회의 공연은 마리오네트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마리오네트 공연은 교회 밖에서 활발해졌다.

 

 세속에 나온 마리오네트 공연은 재미있었다. 가르침과 윤리는 벗어던졌다. 공연은 당시 유행하던 기사 문학이나 시, 민담 등을 소재로 이어졌다. 선정적인 내용도 끼어들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다. 이처럼 교회의 문턱을 넘은 마리오네트는 유럽 전역으로 빠르게 번졌다. 17세기 중반 영국을 거쳐 체코까지 전파되었다. 마리오네트 공연은 당시 유럽에 퍼져 있던 바로크 양식의 영향으로 마리오네트는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갔다.

 

 프랑스에서는 기뇰(Guignol)’이라는 이름의, 손으로 움직이는 인형이 유명하다. 원래 기뇰은 마리오네트 인형극 주인공의 이름이었으나 명성이 높아지면서 끈 없이 손으로 움직이는 마리오네트를 가리키는 용어가 됐다. 오스트리아에서는 특히 마리오네트 오페라가 발달, 모차르트의 마술피리를 비롯해 글루크나 하이든, 레스피기의 곡들이 마리오네트 오페라 곡으로 만들어졌다. 음악가들은 마리오네트 오페라를 위해 따로 곡을 만들 정도였다.

 

시칠리아의 오페라 데이 푸피인형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는 19세기 초 민중 계급 사이에 마리오네트를 이용한 공연 오페라 데이 푸피(L’Opera deî Pupi)’가 생겨났다. 이 인형극 속의 대화는 대부분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술사(Puppeteer)가 만들어낸 것으로 기사 문학, 이탈리아의 시, 그리고 성인이나 악명 높은 도둑에 관한 이야기 등을 소재로 하면서 공연장은 서로 다른 계급의 사람들이 스스럼없이 모여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그러면서 오페라 데이 푸피는 지역 사람들의 소속감과 정체성을 높였다.

 

 시칠리아에서는 이 인형극의 전통과 기예를 세대를 통해 전수하고 발전시키면서 유네스코는 시칠리아의 오페라 데이 푸피를 2001년에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이어 2008년 세계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지금도 시칠리아의 팔레르모(Palermo) 인형극장이 오페라 데이 푸피 공연으로 유명하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마리오네트 전용 극장을 마련하고 꾸준히 인형극 공연을 하고 있다. 마리오네트를 처음 선보였고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높은 수준의 공연을 보이고 있는 곳은 이탈리아다. 하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마리오네트의 본고장으로 체코(Czech)를 꼽는다. 체코에 간 여행자가 염두에 두는 대표적인 기념품이 마리오네트라고 하더라도 그리 과장은 아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많은 장인들이 마리오네트를 만들고 있는 곳이 체코이기도 하다.

 

 

체코 인형극의 역사

체코에서 1770년대부터 마리오네트 인형으로 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처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1779년 얀 코페츠키(Jan Kopecký)의 공연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1780년대에는 유명한 인형 제작자와 인형술사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18세기 중후반, 체코의 마리오네트 극장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당시 체코에는 200명이 넘는 마리오네트 인형술사들이 있었다. 마리오네트에 각별한 애정을 가진 인형술사들은 자식들에게 그들의 기예를 전해주었다.

 

 19세기 말 낭만주의가 쇠락하고 산업화의 거센 물결이 일면서 체코의 마리오네트는 한때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20세기 들어 아마추어들을 중심으로 마리오네트 운동이 부활했다. 도시 곳곳에서 마리오네트 공연이 펼쳐졌다. 마리오네트는 아이들을 위한 예술 교육으로도 활용되었다. 어느새 체코에서 마리오네트는 체코 문화의 상징이 되었다.

 

 체코의 정체성과 언어, 문화를 지켜낸 체코의 마리오네트는 다른 나라의 인형극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열정적인 공연문화를 탄생시켰다.민중적 정서에 단단히 뿌리를 내린 체코의 마리오네트 문화는 20세기 요세프 스쿠파(Josef Skupa, 1892~1957)와 이지 트릉카(Jiri Trnka, 1912~1969)라는 뛰어난 두 아티스트의 활약과 함께 또 다시 꽃을 피운다.

 

 스쿠파는 배우와 감독, 작가로 활동하면서 체코 마리오네트 공연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특히 1920년대에 스쿠파가 만든 스페이블과 후르비네크(Spable &Hurvinek)라는 인형극 시리즈는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후 TV 시리즈로 제작되었고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현재 체코 프라하(Prague)에는 스페이블과 후르비네크 극장이, 스쿠파가 활동하던 필젠(Pilsen) 지역에는 스페이블과 후르비네크 기념상이 있다.

 

이후, 스쿠파의 제자 이지 트릉카는 스승에 뒤이어 체코 마리오네트의 위상을 한층 높였다. 특히 인형이 움직이는 동작 하나씩을 프레임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퍼핏 애니메이션(Puppet Animation)’이라는 장르를 단단히 구축했다. ‘퍼핏 애니메이션1930년대에 체코에서 만들어진 기법으로 트릉카가 이를 예술적 경지에 이르게 하면서 퍼핏 애니메이션계의 거장이란 영예로운 이름을 얻었다.

 

민족주의와 더불어 한층 발전했던 체코의 마리오네트는 1526년부터 합스부르크 가문의 지배를 받아오던 체코는 30년 전쟁 이후에는 오스트리아의 한 지방으로 전락하면서 체코인들에게 독일어 사용을 강요하던 시기에는 체코어를 지키는 파수꾼 노릇을, 2차 대전 때 독일의 나치 점령하에서 예술가적 감수성과 장인 정신으로 무장한 채 시대마다 저항하며, 민중과 함께 울고 웃었다. 그리고 세계로부터 명성을 얻었다.

 

20세기 중반에도 체코에서는 3,000여 개의 인형극 극단이 활동했고 수많은 감독, 무대 디자이너 등이 탄생했을 정도로 인형극이 성행하였다. 더불어 중산층 이상의 대부분의 가정에서도 인형극장을 직접 구비해둘 정도로 가정 내에서도 인형극을 즐겼다. 체코에서 민주화 혁명이 일어났던 20세기 후반 이후 극단 운영에 대한 법적 제재가 완화되면서 체코 내 다양한 인형극장이 설립되면서 드라크 극장의 금발공주’, 리베레츠 나이브 극장의 게으른 라르스등 새로운 공연들도 탄생하였고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금발공주 진열장.jpg
금발의 공주, 1981

 

 

게으른 라르스와 개구리 마술사, 1998.jpg
게으른 라르스와 개구리 마술사, 1998

 

 

 

 현재 체코에는 10곳의 전문 인형극장이 있으며, 체코 각 도시에서 인형극 축제가 매년 열리는 등 체코인들의 큰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게 200여 년을 지켜 온 체코의 마리오네트 문화는 2016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참고 마리오네트(Marionette)-민중의 열정으로 활짝 꽃핀 문화 (갖고 싶은 세계의 인형, 유만찬, 김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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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인형의 비밀–체코 마리오네트

 

 

 

<나무 인형의 비밀체코 마리오네트>

전시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체코의 인형극을 주제로 하여 무려 156점의 인형 및 인형극 무대 배경, 인형극 실황 영상 등을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1. 체코 인형극의 시작과 발전 2. 20세기 초·중반 체코 인형극의 부흥 3. 현대의 체코 인형극으로 나뉘어진다. 전시에서는 체코 인형극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형극의 한 장면을 정지해 놓은 듯한 생동감 넘치게 구성했으며 전시실 곳곳에 손가락 인형, 마리오네트 인형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공간과 인형극에 쓰이는 음향 기구 등을 배치하여 직접 만져보고 체험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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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파레크(Kašpárek, 다른 유럽 지역의 인형극에서도 등장하는 인형으로 방울이 달린 광대 모자, 빨간 옷을 입은 것이 특징이다. 19세기의 전설적인 체코 인형 조종사 마테이 코페츠키(Matěj Kopecký)가 만들어낸 모습이 그대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가장 전형적인 체코 인형극의 대표 주인공으로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카슈파레크 진열장.jpg
카슈파레크 진열장

 

 

 

전시의 마리오네트들은 18세기 유랑 인형극단들이 마차에 인형을 가득 싣고 도시마다 이동하며 다니면서 공연하던 당시의 마차를 재현하였다. 또한, 당시의 유랑 극단들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 직접 마차 안으로 들어가서 가까이 감상할 수 있다.

 

 

유랑 인형 조종사들의 마차 재현 모습(내부).jpg
유랑 인형 조종사들의 마차 재현 모습(내부)

 

 

 

또한, 로비 전시실에서는 체코에서 직접 공수해 온 마리오네트 및 손가락 인형으로 어린이를 위한 5편의 인형극 영상이 상영되어 어린이들이 인형극을 경험해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829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며,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 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운영 방침에 따라 별도 공지 시까지 사전예약관람제로 운영되며, 전시기간 가족이 함께 직접 인형극장을 만들어 즐길 수 있는 어린이 워크북이 전시실을 방문한 가족을 대상으로 평일 선착순 20, 주말 40명에게 배포할 예정이며, 전시기간 동안 유아 단체를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되니 확인 후 방문하는 것이 좋을듯하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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