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관의 상징의 한 곳인 서울극장마저 이제 추억 속으로

서울극장, “고맙습니다.” 무료 상영회로 마지막 감사의 인사
기사입력 2021.08.05 09:33 조회수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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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지금은 영화관하면 전국적으로 분포해 있는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떠오르지만 2000년대 이전만 해도 영화관하면 많은 분들은 을지로의 대한극장, 명보극장, 스카라극장, 국도극장 그리고 종로의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 허리우드 등을 떠올린다. 이들 극장은 바로 우리나라 영화관 전성기를 이끌며 한국영화계의 메카 역할을 하던 유서 깊은 영화관이기도 하다.

 

 

1990년 겨울 약속 때문에 종로3가 지하철을 나오니 지하철 출구부터 수많은 관객들이 운집해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사람들을 헤치고 상황을 확인하니 영화 ‘장군의 아들’이 단성사에서 6개월간 상영하면서 서울에서만 관객 60만 명을 동원(개봉 당시 관객동원 최고기록)하며 그것을 기념하던 행사였다. 90년대만 해도 흥행작을 보려면 그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을 찾아가야만 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시 암표도 등장했다. 이런 시스템으로 80년대 지방의 영화관은 대부분 개봉관에서 상영 이후 시간차를 두고 상영되어 많은 극장이 동시상영관으로 운영되어 두 편을 함께 볼 수 있었다. 이는 서울도 종로, 을지로 유서 깊은 영화관을 제외한 대부분 영화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처럼 90년대 영화관의 풍경은 지금과 사뭇 달랐다.

 

이런 영화의 시스템은 80년대 홍콩 느와르와 허리우드의 액션영화들이 국내에서 큰 히트를 치면서 국내 영화보다는 이들 해외 영화를 수입하기 위한 국내 극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다른 국가에 비해 엄청 높은 가격으로 수입하는 기현상이 발생하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영화잡지도 이 당시 큰 인기였다. 이처럼 해외 영화가 국내에서 큰 인기인데 비해 국내 영화는 스크린쿼터 제도로 그나마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물밑으로 스크린쿼터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이에 90년대 중반 우리 배우들은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대중들도 찬반양론이 팽배했다. 대중예술은 대중이 판단할 장르이기 때문이다. 당시 대중들이 그만큼 홍콩이나 미국영화를 좋아한 것에는 한국 영화가 그 빌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이제는 당시 스크린쿼터제가 현재의 한국영화를 살려낸 만병통치약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대중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한국영화계가 자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까지 영화관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들 영화관들은 2000년대 들어 지금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와 같은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등장하면서 단관이던 이들 극장도 각자의 생존을 모색하며 변화를 꾀하기도 했지만 국도극장(1913년 개관)이 1999년 호텔로 변모를 시작으로, 스카라극장(1935년 개관)이 2005년에 폐관, 대한민국 최초의 본격적인 상설 영화관인 단성사(1907년 개관)는 2010년 리모델링 공사로 임시 휴관 이후 이제는 더 이상 극장 영업을 하지 않고 있으며, 허리우드(1969년 개관)은 2005년에 폐관, 지금은 노인 전용 극장으로 새로이 탈바꿈하였으며, 명보극장(1957년 개관) 또한 2008년 폐관, 현재는 (재)신영균 예술문화재단에서 ‘명보아트홀’이란 이름으로 다양한 예술 공연과 ‘실버극장’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피카디리극장은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를 거쳐 지금은 CGV직영(CGV 피카디리1958)점이 되었다.

 

 

 

2000년대 초 충무로에서 근무하던 때 스카라극장에서는 그해 청룡영화상 후보작을 심사위원은 물론 일반인들도 참여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05년 11월 11일 문화재청이 스카라극장을 근대문화유산으로 문화재 등록하겠다는 예고를 했지만 한 달 뒤인 12월 6일 건물주가 갑작스레 건물을 철거하였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건물주가 스카라극장의 문화재 등록을 피하기 위해 건물을 철거한 것이라 밝혔는데, 지금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 외에도 지역의 영화관도 하나둘 사라지고 50대인 나에게도 이젠 그 기억도 가물가물 추억인 된 가운데 그나마 충무로의 대한극장(1958년 개관)이 2000년, 멀티플렉스 설치를 위해 잠시 폐관하였다가, 2001년 12월 15일에 재개관하여 명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종로의 서울극장(세기극장(1964년 개관))을 1978년에 합동영화주식회사가 인수하고 1979년 지금의 이름으로 개관, 2013년에는 ‘미래 문화유산’으로 선정)는 1989년부터 단관에서 국내 최초로 복합 멀티상영관을 도입하며 점차 총 11개의 상영관을 갖추며 한국 최초의 멀티플렉스로 자리매김하고 최근에는 고전 영화 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를 비롯하여 상설공연장까지 운영하고 있었으나 지난 7월 2일(금),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8월 31일(화)를 마지막으로 서울극장의 모든 영업을 종료를 공식적으로 발표하며 과거 영화 메카의 또 한 곳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서울극장.jpg     
종로 3가에 위치한 서울극장

 

 

 

서울극장은 영화제작자이자 감독으로 활동했던 ‘합동영화사’의 故곽정환 회장이 1978년, 종로 세기극장을 인수하고 이름을 바꾸어 탄생시킨 극장으로 ‘합동영화사’는 1964년 영화 <주유천하>를 시작으로 247편의 한국영화를 제작한 한국의 역사 깊은 대표 영화제작사이기도 하다.

 

서울극장은 최근까지도 최신 개봉작뿐만 아니라 여러 독립•예술 영화들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상영하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영화계는 코로나19로 인한 관객수 급감과 이로 인해 발생된 비대면 문화와 더불어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플랫폼의 약진 등의 생태 변화 속에 영화관의 경영악화가 서울극장의 영업 종료 원인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거기에 지금의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자리하고 있는 전체적 환경과 과거 영화관의 현재 환경도 무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합동영화사는 “다시 뵙겠습니다!”라는 말로 비록 서울극장의 영업을 종료하지만 영화에 국한되지 않은 콘텐츠 투자 및 제작과 새로운 형태의 극장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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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서울극장이 드리는 마지막 감사의 인사

8월 11일(수) ~ 8월31일(화) 3주간의 무료 상영회 개최!

 

40년 이상 종로의 문화중심지로 관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던 서울극장이 오는 8월 31일 극장 영업 종료를 앞두고 감사의 마음을 담은 마지막 인사로, ‘고맙습니다 상영회’를 진행한다.

 

8월 11일(수)부터 8월 31일(화)까지 3주간 진행 예정인 이 상영회는 하루 제한된 인원에게 선착순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라인업은 일반 개봉 영화와 하반기 개봉 예정인 프리미어 상영작, 그리고 그간 서울극장의 다양한 기획전에 상영 검토되다가 아쉽게 누락되었던 명작 영화를 포함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라인업에는 올 여름 텐트폴 영화들이 상영회 영화로 개봉일에 맞춰 예매 오픈 될 예정으로 최고의 기대작이자 류승완 감독의 1991년 소말리아 내전 생존기 <모가디슈>와 대한민국 탑배우 황정민이 납치되는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 <인질> 등 8월 극장가 화제작들이 무료 상영회로 진행된다.

 

두 번째 라인업은 주로 2021년 하반기 개봉 예정인 4편의 상영작을 프리미어로 만나볼 수 있다. 남편의 죽음 후 맞이하게 되는 두 여자의 감정선을 유려하게 담아낸 수작 <사랑 후의 두 여자>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연출작이자 틸다 스윈튼의 열연이 돋보이는 <휴먼 보이스>가 상영 예정이다. 그리고 <아멜리에>를 이을 동화 같은 유럽발 로맨틱 코미디 <아웃 오브 마이 리그>와 2020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이자 까이에 뒤 시네마 TOP5에 이름을 올린 <러브 어페어: 우리가 말하는 것, 우리가 하는 것>이 상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다양성 영화들은 시네필들을 위해 준비되었다.

 

세 번째 라인업은 시간이 지나도 가치가 퇴색되지 않을 명작 영화들이 상영될 예정이다. 그간 서울극장의 다양한 기획전에 상영 검토되다가 아쉽게 누락된 영화들로 제 67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인간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 실화 바탕의 스릴러 영화 <폭스캐처>, <결혼 이야기> 감독의 노아 바움백이 연출하고 <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 감독이 주연으로 나선 매력적인 흑백 청춘영화 <프란시스 하>가 상영회의 문을 연다. ‘가족영화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힐링 가족 영화 <걸어도 걸어도>, ‘여름’ 하면 떠오르는 아름다운 잔혹 동화 <플로리다 프로젝트>,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았던 가수 ‘로드리게즈’의 정체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 아름다운 자연과 삶에 관한 성찰을 담아낸 수작 <흐르는 강물처럼> 외에도 많은 이들의 인생영화로 꼽히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라인업에 올랐다.

 

또한 프랑소와 오종 감독의 용서와 사랑에 관한 흑백영화인 <프란츠>, 퐁네프 다리 위에서 서로를 치유해가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퐁네프의 연인들>, 아름다운 색감과 감각적인 연출로 수많은 영화 팬들을 보유하고 있는 <몽상가들>, 영상, 스토리, 음악, 연기 모든 것이 완벽한 천재적 작품이라 불리우는 <미스터 노바디: 감독판>, 이탈리아 거장 레오 까락스 감독 작품으로 2013년 ‘올해의 영화 TOP1’으로 선정되었던 <홀리 모터스>,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의 숨은 명작 스릴러 <서스피션> 외에도 ‘컬트 영화의 제왕’ 데이빗 린치 감독의 인간의 탐욕과 욕망에 관한 탐구를 그린 <로스트 하이웨이>도 상영된다.

 

스페셜 라인업으로 서울극장의 역사를 함께 마무리하는 의미를 담아 합동영화사 작품 <쥐띠부인>이 특별상영된다. 1972년 제작된 <쥐띠부인>은 합동영화사와 서울극장의 설립자인 故곽정환 회장이 연출하고 現고은아 회장이 주연한 작품으로 대종상 건전작품상, 각본상, 여우조연상(도금봉), 조명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고맙습니다 상영회’는 상영회 기간 내 서울극장 현장 발권 티켓 분에 한하여 평일 100명 주말 200명에게 선착순 무료 티켓을 제공한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극장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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