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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태안 청포대 해수욕장(남면 원청리) 갯벌에서 조선 시대(전기) 왕실 관련 건축물의 지붕을 장식하는 용머리 모양의 기와 용마루의 양쪽 끝부분에 올리는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 취두(鷲頭)와 갑옷을 입은 사람 모양의 잡상(雜像, 궁궐이나 누각 등 지붕 위 네 귀에 덧얹는 여러 짐승모양의 기와)의 장수상이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되었다. 이번 발굴이 특별한 것은 조선 전기의 취두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다.
유물의 첫 발굴은 지난 2019년 9월, 조개를 캐던 지역주민이 취두 아랫부분을 발견해 신고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한 달 후인 2019년 10월,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김연수)가 신고지점에서 추가로 수습한 장수상 1점을 발굴하였고, 지난 6월 청포대 해수욕장 일대에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발굴조사 중에 찾아낸 취두 1개체(2점)를 발견하면서 총 4점이 발견되었다.
이번에 발견된 취두, 잡상은 조선 시대에는 궁궐 등 권위 있는 건축물의 지붕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던 것인데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이것이 태안 앞바다에서 나온 이유는 서울 지역에서 제작된 장식기와를 삼남(충청도, 전라도, 경상도의 세 지방) 지역의 왕실 관련 건물에 사용하기 위해 운반하던 중 태안 해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국대전(經國大典)』에 의하면 와서(瓦署, 조선 시대에 왕실에서 쓰는 기와나 벽돌을 만들어 바치던 관아)는 와장(瓦匠, 지붕에 기와를 이는 일을 하는 사람) 40명과 잡상장(雜像匠, 와서에 속해 궁궐의 전각과 문루에 쓰는 장식 기와용 토우를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 4명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와서의 소재지인 서울에서 만든 기와들을 배로 싣고 운반하던 도중 태안 지역에서 침몰했을 것으로 보인다.
용머리 모양의 장식기와인 취두는 주로 위·아래로 나뉜 두 부분 또는 세 부분으로 분리해 만든 다음, 지붕에 얹을 때는 쇠못으로 상하를 고정하여 연결하였다. 잡상은 추녀마루 위를 장식하는 여러 가지 모양의 기와로 장수상을 맨 앞에 배치한다.
발견된 취두(높이 103cm, 최대너비 83cm)는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커다란 용의 머리 위에, 작은 용 한 마리와 나선형의 음각선(오목새김한 선)이 표현되어 있다. 용의 얼굴은 입체적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위엄이 있으며, 움직임에 생동감이 넘치고 비늘이나 갈기, 주름의 표현 역시 정교하다.
이 취두는 중국 명나라(1368~1644년) 북경에 있는 사찰 지화사(智化寺)의 정문(正吻, 중국 명·청대의 장식기와, 사자머리를 한 짐승이 눈을 부릅뜬 채 입을 벌리고 용마루를 물고 있는 형상)과 유사하고, 2008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 숭례문에 놓인 취두의 형태와 문양이 같은 모습이다.
장수상(높이 30cm, 최대너비 22cm)은 몸에 갑옷을 두르고 좌대(座臺)에 앉아서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린 모습으로, 인물의 움직임에 생동감이 있으며 갑옷 비늘 역시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경복궁이나 회암사지에서 출토된 조선 전기의 장수상과 형태, 문양 표현 방식 등이 같은 모습이다.
이번 청포대 해수욕장 갯벌에서 발굴된 취두와 장수상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 국민에게 8월 31일부터 9월 5일까지 공개할 예정이며, 관련 영상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유튜브(http://youtube.com/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권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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