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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우리는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풍경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2019, 2020년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은 에릭 요한슨 사진전을 보기 위해 찾은 여의도 63빌딩의 60층에 위치한 63ART 미술관에 올라 전시장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잠시 전시장 방문을 잊고 이곳이 가져다주는 풍경에 넋을 놓았다.
“명작은 영원하다”라고 말하지만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리고 그 의미도 과거와 다르게 변화했고 어느 순간 내 자신의 관점이 어느 시점에 있는지 모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것은 있다. 과거 예술가의 판단 기준은 테크닉이 우선시 되었지만 현대의 예술은 테크닉보다는 창의력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비단 예술분야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창의력을 가진 사람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 소개하는 에릭 요한슨도 미술도 사진도 아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내가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은 화가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캔버스 위에 색을 퍼뜨리고, 나는 내 사진을 배치한다.”
“My way of creating images is not so different from that of a painter. They spread colours over a canvas, and I layout the photograph on mine.”
스웨덴 출신의 에릭 요한슨(1985~ )은 흔히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 불리운다. 보통의 사진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을 순간 포착하거나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렵거나 다른 관점의 시, 공간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왜 꿈 속 같은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 불리게 되었을까.
우리는 공상과학 영화가 만들어 낸 상상의 세계를 보면서 이 드넓은 우주 어느 곳에는 이런 세계가 있겠지...라는 무한한 상상을 한다. 에릭의 작품 그런 그래픽이 만들어 낸 공간이 아니다.
무의식의 세계를 작품화한 실바도르 달리(1904~1989), 익숙한 대상을 전혀 엉뚱한 환경에 배치하거나 이질적 것들과 결합하여 그려내었던 르네 마그리트(1898~1967), 원급법과 투시법등 사실입체적인 형식을 완전 타파하고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세상을 그려낸 블라디미르 쿠쉬(Vladimir Kush, 1965년, 러시아)가 초현실주의 작가를 대표하는 이들은 회화라는 장르를 통해 꿈과 상상력을 보여주었다면 에릭 요한슨은 캔버스와 붓을 대신하여 현대적인 도구, 카메라와 컴퓨터라는 20세기 최고의 선물로 표현해 내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에릭의 작품은 단순 그래픽이 만들어 낸 공간이 아니라 현실의 공간을 촬영, 그만의 상상력으로 현실에 없는 매트릭스 같은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에릭의 작품은 단순히 상상의 공간을 유영하는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전달하는 사진은 아니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의 도전, 기후변화, 환경오염 그리고 자원고갈 등 우리가 평소에 생각만 하고 있던 문제들 혹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은연중에, 그러나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에릭의 작품은 명확히 현실주의 작가의 미술 작품처럼 이 세상 어디에서도 관찰할 수 없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라,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하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한 장의 사진 속에 상상의 세계로 구현해 내고 있다. 그래서 그를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라 칭한다.
‘나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에릭은 “나의 작품은 단지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 뒤에 수많은 계획과 설계가 있다. 사진과 계획은 포스트 프로덕션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최종적 그의 목표는 “모든 것에 설명이 필요한 세상에 영감과 상상 그리고 환상을 주고 싶다. 마법 같은 것들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사진은 비록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의해 탄생되었지만 단순 포토샾의 조작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그는 먼저 그의 상상력에 의한 스케치를 한 이후 필요한 사진 작업이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세스 작업(포토샾)의 조작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진 촬영은 대부분 짧은 시간에 마무리되지만 오히려 아이디어와 이미지 프로세스 작업에 긴 시간(몇 주에서 몇 달)이 소요되어 1년에 6~8점 밖에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에릭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자신의 삶과 생각이 반영되기 때문에 자화상이라 말한다.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사진展 Vol.2:Beyond Imagination
이번 전시는 5가지의 섹션으로 섹션1. 혼자만의 여행, 섹션2. 내가 보는 세상, 섹션3. 추억을 꺼내 본다, 섹션4. 나만의 공간, 섹션5. 미래의 일상으로 구성되었으며, 무엇보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국내에서 가지는 만큼 지난 전시회에서 접하지 못했던 신작이 10점 넘게 추가되었다.
또한, 더욱 디테일해진 비하인드더씬(bts)은 관객에게 더 많은 흥미를 유발함은 물론 다양한 소품과 스케치들이 전시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이 외에도 밋밋할 수 있는 사진전에 인터렉티브 미디어 및 프로젝션 맵핑으로 새로운 미디어 전시장 느낌으로 꾸며, 사진전에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여기에 전시장 곳곳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 공개 및 새로운 컨셉과 미디어의 결합으로 변화를 주며, 내년 10월 30일까지 Episode1과 Episode2로 나누어 진행된다. 현재 진행 중인 Episode1은 내년 3월 6일까지 진행된다.(입장권:15,000원/관람시간:오전 10시~오후 7시)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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