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지난 6월 인사동 발굴, 조선 전기 과학기술을 면모를 볼 수 있는 유물 일체 공개

국립고궁박물관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
기사입력 2021.11.04 16:40 조회수 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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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1.jpg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서울문화인] 지난 6월 서울 인사동에서는 조선 전기 우리나라 과학 기술의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출토유물은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 해와 별을 관측하여 시간을 측정하는 ‘일성정시의’, 자동 물시계 부속품, 총통이다. 이 유물 중에는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되어 사용되던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금속활자가 실물로 확인된 점, 한글 금속활자를 구성하던 다양한 크기의 활자가 모두 출토된 점 등은 최초의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동국정운은 세종의 명으로 신숙주, 박팽년 등이 조선한자음을 바로잡기 위해 간행한 우리나라 최초의 표준음에 관한 운서(韻書)로 중국의 한자음을 표기하기 위하여 사용된 ㅭ, ㆆ, ㅸ 등 기록되어 있다.

 

 

일성정시의 및 동종 출토 모습 -1.jpg
일성정시의 및 동종 출토 모습

 

 

그러나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국가 주도로 발전한 과학 기술의 실체를 보여 주는 유물들이지만 왜 인사동에서 출토되었는지, 온전한 모습은 어떠했는지는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인사동 발굴 유물들이 출토 5개월 만에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그 일체(1,755점)가 3일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전시는 1부 ‘인사동 발굴로 드러난 조선 전기 금속활자’, 2부 ‘일성정시의와 조선 전기 천문학’ 등 총 2부로 구성되었으며, 전시에는 발굴 유물은 물론 관련 자료들도 함께 전시되어 이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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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1부에서는 한 점의 깨진 도기항아리가 등장하는데, 발굴 당시에 금속활자들이 담겨져 있던 그릇이다. 그릇을 지나면 제작 시기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1,300여 점의 활자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맞은편에는 주조 시기가 밝혀진 304점의 갑인자와 을해자, 을유자 활자가 전시되어 있다.

 

 

금속활자들이 담겨져 있던 항아리 -1.jpg
금속활자들이 담겨져 있던 항아리

 


 

* 갑인자: 1434년(세종 16) 경연에 있던『효순사실(孝順事實)』등 서책의 글자를 자본(字本)으로 삼고, 부족한 글자는 수양대군(훗날, 세조)이 모사한 글자로 보충하여 만든 20여 만자 금속활자

* 을해자: 1455년(세조 1) 강희안(姜希顔, 1418-1465)의 글씨를 자본으로 주조함

* 을유자: 1465년(세조 11) 정난종(鄭蘭宗, 1433-1489)의 글씨를 자본으로 주조함

 

 

이 중 주조시기를 알 수 있는 활자는 갑인자(1434, 세종 16년) 48점, 을해자(1455, 세조 1년) 42점, 을유자(1465, 세조 11년) 214점이다. 활자 중 ‘火’(화)·‘陰’(음) 두 글자는 갑인자로 찍은『근사록(近思錄)』(1435, 보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에서 확인되었으며, 을해자는 『능엄경』(1461, 보물,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을유자는 『원각경』(1465, 보물, 호림박물관 소장)에 찍힌 글자를 통해 확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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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각경』(1465, 보물, 호림박물관 소장)에 찍힌 을유자 -1.jpg
『원각경』(1465, 보물, 호림박물관 소장)에 찍힌 을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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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정운과 동국정운식 한자음 한글 활자

 

 

 

더불어 전시된 금속활자를 관람객들이 더 잘 볼 수 있도록 전시장 여러 곳에 확대경과 사진을 담은 휴대용컴퓨터를 비치되었으며, 주조를 담당했던 ‘주자소 현판’과 조선 시대 활자 주조의 연혁이 적혀 있는 ‘주자사실 현판’도 이번 전시를 통하여 볼 수 있다.

 

조선 전기 과학기술을 알려주는 유물들을 소개하는 2부에서 특히, 주목되는 유물은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다. 1437년(세종 19)에 국왕의 명으로 처음 제작된 주야겸용 시계로 중국에서 전래된 혼천의와 간의의 기능을 향상시키고 크기를 소형화한 시계다. 낮에는 해 그림자로, 밤에는 별을 관측하여 시간을 측정하던 기구로, 그동안 기록으로만 확인되다가 처음으로 실물이 출토되었다. 비록 3개의 고리 중 한 개는 일부만 출토되었지만, 다행히도 전체 모습은 알 수 있다.

 

 

일성정시의의 사용 방법을 알 수 있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 ‘소일영’(小日影) -1.jpg
일성정시의의 사용 방법을 알 수 있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품 ‘소일영’(小日影)

 

 

또한, 일성정시의의 사용 방법을 알 수 있도록 박물관 소장품인 ‘소일영’(小日影)을 전시하였다. 해시계인 소일영은 눈금표가 새겨진 둥근 고리와 받침대, 석제 받침대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체를 한꺼번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받침대 일영대에는 영조의 어제 시가 새겨져 있어 제작시기를 추론할 수 있다.

 

 

일영대 영조 어제시.jpg

 

 

또한, 직사각형에 일정한 간격으로 구멍이 뚫려 있는 자동 물시계 부속품인 ‘일전(一箭)’은 시간을 알리는 인형을 작동하게 하는 구슬을 방출하는 부분이다. 『조선왕조실록』 등 관련 사료에는 물시계의 구슬 방출 기구와 동판을 ‘주전箭’이라 기록하였는데, 출토된 유물에 ‘일전’이 음각되어 있어 물시계 부품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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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물시계 부속품 ‘일전(一箭)’

 

 

 

조선 전기 자동 물시계로는 경복궁 보루각 자격루와 경복궁 흠경각 옥루가 있는데 이 중 어느 물시계의 부품인지는 알 수 없다. 『세종실록』에 수록된 김돈金敏(1385~1440년)의 ‘보루각기’에는 자동 물시계의 원리와 부품 설명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자동 물시계는 일정하게 흐르는 물이 원통형항아리(수수호)로 모이면서 작동한다. 항아리 내부에는 긴 막대기가 연결된 부표가 있어 물이 차면 긴 막대기가 함께 떠오른다. 항아리 위쪽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구슬을 꽂아 넣을 수 있는 틀이 있어, 내부의 긴 막대기가 떠오르면서 구슬을 차례로 방출한다. 방출된 구슬은 종, 북, 징을 쳐 시간을 알리는 인형을 작동하게 한다.

 

 

흠경각 옥루 복원품 사진(국립중앙과학관 윤용현 제공) -1.jpg
흠경각 옥루 복원품 사진(국립중앙과학관 윤용현 제공)

 

 

국립고궁박물관에 복원된 자격류 -1.jpg
국립고궁박물관에 복원된 자격류

 

 

 

‘일전’은 바로 그 인형을 작동시키는 구슬을 방출하는 부품이다. 이 일전이 자동물시계의 어느 부분에 해당하는지, 작동 원리는 무엇인지를 담은 영상도 만나 볼 수다. 그러나 이 외에 발견된 부품은 연구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이는 현재 박물관에 복원된 ‘자격루’에서는 이 부속이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개유물 가운데 제작 연대가 확실한 유물은 승자총통(1583년, 선조 16년) 1점과 소승자총통(1588년, 선조 21년) 7점과 동종銅鐘(1535년, 중종 30년) 파편이다. 일반적으로 총통의 손잡이 부분에는 음각으로 제작연도, 총통의 이름, 무게, 제작한 장인의 이름, 화약량, 탄환 수량이 적혀 있다. 이번에 발굴된 승자총통에도 ‘癸未□冬匠□金계미동삽장금이라 쓰여 있어 1583년에 제작된 것을 알 수 있다. 발굴된 7점의 소승자총통에는 ‘萬曆戊子만력무자’의 명문이 공통적으로 적혀 있어 1588년에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으며, 장인의 이름으로 김헌金獻과 말똥末此同, 희손希孫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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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총통은 탄환을 넣고 심지에 불을 붙여 발사하는 무기로 조선 전기 여진, 일본과의 전쟁에서 널리 사용되었다. 승자총통은 선조(재위 1567~1608년) 때 전라좌수사와 경상병사를 역임한 김지(생몰년 미상)가 개발하였다. 기존의 무기에 비해 화력과 사정거리가 증대되었고 장전 시간을 단축시켰을 뿐만 아니라 탄환을 넣어 휴대하기에도 효율적이었다.

 

소승자총통은 승자총통을 개량하여 만든 총통으로 승자총통에 비해 화약량과 철환 수를 줄여 화력은 떨어졌지만 안정적으로 몸에 붙일 수 있는 개머리판과 정확한 조준을 위한 가늠자와 가늠쇠가 있어 사거리와 명중률을 높였다. 출토된 소승자총통은 개머리판 없이 총통만 발굴되었다.

 

동종에는 1535년(중종 30년) 4월에 제작되었다는 명문이 확인되었다. 비록 파편으로 발견되었지만 16세기 범종은 전해지는 유물이 많지 않아 가치가 크다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정륭원보, 조선통보 등 금속화폐도 볼 수 있다.

 

 

16세기 동종 -1.jpg
16세기 동종

 

 

이 외에도 인사동 발굴 현장의 하루와 발굴 참여자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영상과 음악가 박다울이 이번 전시를 위해 출토 유물과 유적의 의미를 담은 곡을 직접 작곡하여 공개하고 있다.

 

또한, 전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도록은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에서 내려 받을 수 있으며, 11월 둘째 주부터는 인사동 발굴 이야기를 담은 영상, 전시해설 영상, 박다울이 전시실에서 직접 연주한 영상이 문화재청과 박물관 유튜브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전시실 전경, 유물설명, 사진을 제공하는 가상현실(VR) 콘텐츠도 제작하여 공개할 예정이라 밝혔다.

 

인사동에서 발굴한 유물 1,755점을 모두 선보이는 <인사동 출토유물 공개전>은 12월 31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Ⅱ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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