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전염병)으로 보는 우리의 과거와 현재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기사입력 2021.11.24 11:32 조회수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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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jpg

 

 

 

 

[서울문화인] 지난해부터 전 세계적 화두는 역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이다. 중세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은 흑사병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또한, 20세기 초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홍콩 독감도 그러하며, 역사에는 대규모 전염병 사례는 수없이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전염병은 인류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 등급을 1~6등급으로 나누는데, 이 가운데 최고 경보 단계인 6등급을 의미 하는 말이다. 대량 살상 전염병이 생겨날 때 이를 팬데믹이라고 표현한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이나 20세기 초 수백만 명의 생명을 앗아간 홍콩 독감은 물론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는 기원전 430년경에 아테네에 발생한 역병으로 인구의 4분의 1이 숨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는 과거 우리의 선조들도 전염병으로 수난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죽었으니 비참하고 슬픈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조선 시대의 한 아비는 역병으로 아이를 잃은 참담함을 이렇게 기록했다. 여역(癘疫), 두창(痘瘡) 등의 단어로 자료를 검색하면, 300여 개가 넘는 옛 기사가 나온다. 정사(正史)와 일기를 넘나드는 역병의 기록은 그로 인해 고단했던 인간 생활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조선 시대 수많은 초상화를 통해서도 두창(痘瘡) 즉 천연두를 앓은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등준시의 무과 합격자 18인의 초상화, 「등준시무과도상첩」15.jpg
등준시의 무과 합격자 18인의 초상화, 「등준시무과도상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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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준시의 무과 합격자 18인의 초상화, 「등준시무과도상첩」

 

 

 

 

국립민속박물관(관장 김종대)20세기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는 시기에 조선시대 역병(疫病)과 그 속에서 일상을 지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 <역병, 일상> 특별전을 열었다.

 

조선 시대는 두창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흔했다. 두창에 대한 인간의 공포심은 손님, 마마(媽媽)로 모시는 행위로 표출되었다. 이것이 바로 마마배송굿이다. 마마배송굿은 마마신(媽媽神)을 달래어 짚말[上馬]에 태워 보내는 과정[상마거리]이 포함되어 있어 여타 다른 굿과 특이점을 갖는다. 또한, 조선 시대에도 역병이 발생하면 지인의 집으로 피접(避接)을 가고, 집 안의 외딴곳에 자신 스스로 격리하는 일 등이 빈번했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 생활의 원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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짚말, 2021 마마배송굿 중 마부거리에 사용하는 짚으로 만든 말로, 두창신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말 등에 음식을 담은 광주리를 실어놓고 축원을 한다. 굿을 모두 마치면 무구와 함께 불태운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삶에 들어온 역병과 이를 보내려는 노력이 담긴 자료들을 소개하고 있다. 먼저 전시장을 들어서면 벽면가득 조선시대 발생한 전염병의 기록들이 빽빽이 신문스크랩처럼 펼쳐놓았다. 그 만큼 전염병은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전시장 높이 솟은 벽 넘어 이적의 노래 당연한 것들이 들려진다. 2020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현재는 누릴 수 없는 평범한 일상을 그리고 있는 노래로 새로운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우리에게 당연했던과거의 일상이 되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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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서두에는 조선 시대 우리 선조들이 우리 삶에 들어온 역병과 이를 보내려는 노력이 담긴 자료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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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역병에 대한 인식과 치료법 등이 기록되어 의학사적으로 매우 귀중한 <묵재일기默齋日記>(이문건李文楗(1494~1567), 1535년부터 1567년까지 17년간 기록한 일기)<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노상추盧尙樞(1746~1829), 1763년부터 1829년까지 67년간 기록한 일기)를 관람객에게 최초 공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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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재일기默齋日記

 

 

윤개의 아들 연송의 두역痘疫이 거의 아물어서 무당을 불러서 감사드리며 신을 보냈다.

-<묵재일기>, 156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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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추일기盧尙樞日記

 

 

두창痘瘡을 앓는 아이가 어젯밤에 증세가 매우 심해져서 가래 끓는 소리가 밖까지 들렸으니

목숨을 구하지 못할까 염려되고 매우 걱정스럽다. -중략-

유시酉時, 오후 5~7시에 이르러 두창을 앓던 아이가 결국 죽었으니 비참하고 슬픈 마음을 어찌하겠는가. -<노상추일기>, 17781227

 

 

또한, 대문에 고양이 그림을 붙이고 물러가기 염원했던 옛사람의 이색 처방이 수록된 19세기 프랑스 인류학자 샤를 바라(Charles Varat, 1842~1893)<조선기행Voyage en Corée>(1892)도 소개하고 있다. 1821년 조선 땅을 흔들었던 콜레라는 처음에 괴질(怪疾)’로 불렸다. 당시 민간에서는 이를 두고 쥐에게 물린 통증과 비슷하다고 하여 쥐통이라 부르기도 하고, 몸 안에 쥐신[鼠神]이 들어왔다고도 여겼기 때문이다.

 

콜레라의 마귀에게는 다도 이색적이고 적대적인 방법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단순히 집 대문에 고양이 그림만 붙여 놓는 것이다. 그 이유인 즉, 콜레라와 경련이 쥐가 물어서 그렇게 된다는 것이었는데, 그러니 쥐가 무서워할 게 고양이 밖에 더 있겠냐는 것이다.

-<조선기행>, 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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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창 예방 선전가, 20세기 초, 두창痘瘡 예방을 위한 종두種痘를 강조하는 노래이다. 종두하지 않으면 얼굴이 벌집처럼 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리고 전시 후반부에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과 함께하는 현재, ‘다시’, ‘함께하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대면 조사가 어려운 상황에도 시민 100여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자료를 제공받아 전시에 추렸다. 그들의 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다시’, ‘함께’, ‘같이였다고 한다. “내가 살려면 내 가족이 살아야 하고, 내 가족이 살려면, 또 그 옆,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살아야 하고, 결국 다 같이 살아야 하겠더라고요.” 제보자의 한마디에 전시장을 다시 함께의 가치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꾸려놓았다고 한다.

 

 

3부 일상±역병(2)-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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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자의 그림일기, 2020, 송기성, 코로나19 확진자와 밀접 접촉하여 집에서 격리 생활을 했던 사람이 자신의 생활을 그림과 글로 표현한 것이다. 격리 생활 동안의 경험과 감정이 드러나 있다.

 

 

 

역병은 인류의 역사에서 반가운 존재는 분명 아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때마다 우리는 항상 일상을 되찾기 위해 지혜를 생각하고, ‘함께발휘해야 한다. 그런 의미로 이번 전시장의 동선은 을 띈다는 점이 새롭다. 또한, 전시장 구조를 건축 자재로 구현했다. 이는 부식된 철판 느낌의 구조물과 썩은 목판은 역병으로 인해 무너진 사회와 일상이다. 그리고 유물 앞뒤에 여러 형태로 교차한 비계는 치료와 치유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을 잇는 의미로 표현했다고 한다. 전시는 내년 228()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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