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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새해로 이어지는 2021년 마지막을 알리는 전시들이 속속 개막하는 가운데 올 하반기 마지막 전시들은 어느 때보다 해외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많이 포함되었다. 그 가운데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초현실주의 거장들: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최근 개막을 했다.
먼저 한가람미술관에 진행되고 있는 “초현실주의 거장들: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은 유럽 전역에서 가장 많은 초현실주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주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 우리에게 익숙한 초현실주의 작가들도 대거 만날 수 있지만 그만큼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은 물론 관련 아카이브들도 포함되어 초현실주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살펴볼 수 있는 전시라 하겠다. 이에 반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디자인전시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 회고전”은 ‘회고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초현실주의 작가하면 가장 먼저 떠올려지는 스페인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세계를 연대기별로 소개하는 전시라 할 수 있다.
두 전시 가운데 먼저 “초현실주의 거장들”전을 소개해 본다. 전시 소개에 앞서 초현실주의란 무엇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쉽게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나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를 떠올리면 좀 더 쉽게 다가올 것이다. 초현실주의는 1920년대 초 파리의 실험문학에서 시작되었다. 시기적으로 유럽이 몰락하는 1차 세계대전을 연원으로 한다. 실제로 초현실주의라는 단어를 만든 사람은 시인 기욤 어폴리나르(Guiliaune Apollinaire)였다. 그는 1917년 연극 공연에서 받은 경탄스러운 경험을 표현하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었다. 그 이후 젊은 시인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이 곧 그 단어를 받아들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럽 전역에서 온 예술가들과 작가들을 모아, 브르통은 1924년 「초현실주의 선언」을 발표하며 초현실주의 사상을 정식으로 창안했다. 그는 초현실주의'라는 용어를 정의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초현실주의는 사고의 실제 작용을 말이나 글, 혹은 그 밖의 모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순수한 상태의 정신적 오토마티즘을 일컫는다. 이성에 의해 행해지는 모든 통제를 벗어나 미학적이고 도덕적인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운 사고의 흐름과도 같다.”
이 때 앙드레 브르통은 그 ‘다른 무엇’이 꿈과 무의식이고 상상력이라고 설파한다. 이미 20세기 초입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인간의 정신에 무의식이 깃들어 있으며, 심지어 무의식이 의식(이성)을 압도할 수 있다며 합리성에 도전한 바 있었다. 더불어 1차 세계대전은 프로이트 이론이 성장할 수 있는 있는 토양이 되었고 초현실주의는 그 결실이었다. 따라서 초현실주의는 의식이나 재현보다는 꿈, 무의식, 상상화, 우연, 자동기술법(automatism) 등에 더 관심을 갖는다.
초현실주의가 1차 세계대전을 연원으로 하는 이유는 19세기 전 세계를 식민지로 삼았던 서구 열강은 그 식민지 확장 과정에서 1차 세계대전을 일어나고 이는 제국주의적으로 팽창하던 유럽이 몰락하는 단초가 되었다. 유럽은 자신의 우월성이 합리성에 있다고 보았으므로, 유럽의 몰락은 합리성의 몰락이기도 하다. 1차 세계대전 말부터 예술사조로 다다이즘(dadaism)이 유럽과 미국에서 성행하기 시작한다. 다다이즘, 이는 전통의 부정이다.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유럽의 전통은 더 이상 본받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합리성이 아닌 ‘다른 무엇’으로부터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초현실주의 사조의 시발점이 된 앙드레 브르통의 「초현실주의 선언」을 비롯해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 ‘그려진 젊음’, 살바도르 달리의 ‘머리 속에 구름 가득한 커플’, ‘아프리카의 인상’, 마르셀 뒤샹의 ‘여행 가방 속 상자’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회화와 입체 작품은 물론 초현실주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까지 약 180여점이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등 총 6개의 주제를 통해 초현실주의가 어떻게 시작되고 어떻게 발전하고 확산하였는지를 함께 조명하는 전시라 할 수 있다.
초현실주의가 20세기 어느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장르가 아니라 현대에도 회화, 사진 등 다양한 장르에서 여전히 이어져 발전되고 있는 장르이다. 이번 전시가 그 역사를 되짚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국내에선 쉽게 만나기 어려울 수 있는 전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익숙한 초현실주의 거장들의 많은 작품을 기대했다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더불어 사전 준비가 없이 전시장을 찾는다면 그 역사적 의미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물건일 뿐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초현실주의 거장이란 타이틀 보다는 초현실주의 선구자가 어쩌면 더 어울리는 전시가 아닐까 싶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내년 3월 6일(일)까지 개최된다. (티켓 : 성인(만19-64세) 20,000원, 청소년(만13-18세) 16,000원, 어린이(36개월 이상-만12세) 12,000원)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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