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한반도을 넘어 동·서양 문화교류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는 고대 문화재들

국립경주박물관,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 특별전
기사입력 2021.12.11 15:36 조회수 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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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02.jpg

 

 

 

[서울문화인] 경주 계림로에서 발견된 일명 황금보검, 터번을 쓰고 매부리코에 곱슬 수염을 한 원성왕릉(괘릉) 무인석, 창원 현동에서 발굴된 낙타모양 토기, 경주 용강동에서 발굴된 서역인 흙인형(土俑)은 분명 고대 한반도의 유물과는 다른 형태와 제작기법을 가진 유물들로 이를 통해 고대에도 동·서양 문화교류의 한 단면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이처럼 고대 한국 사회에도 다양한 이질적 문화 요소들이 어우러지고, 혼재되어 나타난다. 이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외래계 문물이다. ‘외래계란 토착, 재지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예전부터 있어 온 것이 아니라 밖에서 들어와 당시 사람들에게는 비보편적이고 불안정적이며 낯선 것들을 말한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최선주)은 신라가 아닌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사람들이 왕래하면서 빚어낸 교류의 산물인 외래계 문물을 소개하는 고대 한국의 외래계 문물-다름이 만든 다양성특별전 진행하고 있다.

 

전시는 경주 계림로 14호 무덤 출토 황금보검을 비롯하여 경주 월성에서 출토된 서역인을 닮은 토우(흙인형), 창원 현동에서 발굴된 낙타 모양 토기, 평양 석암리에서 나온 대모(바다거북 등껍데기) 장신구, 김해 양동리의 목걸이, 사천 늑도에서 나온 일본 야요이(彌生)계 토기, 천안 용원리에서 나온 중국제 계수호(鷄首壺·닭머리 모양 주둥이 항아리), 고조선시대 중국 화폐와 삼한시대 요령식 동검 등 가깝게는 중국과 일본, 멀게는 동부 지중해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된 외래계 문물 172253(국보 2(황남대총 금목걸이, 구미 봉안동 금동보살입상), 보물 6)의 유물을 통해 고대 한국 사회에서 다른 사람’, ‘다른 문화가 만들어낸 우리 역사 속 다양성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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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보검(黃金寶劍), 삼국, 경주 계림로 14호 무덤 / 경주 황남동에 있는 미추왕릉 지구에서 발견된 길이 36㎝의 칼로 1973년 계림로 공사 때 노출된 유물의 하나이다. 철제 칼집과 칼은 썩어 없어져 버리고 금으로 된 장식만이 남아 있다. 시신의 허리 부분에서 발견되었는데, 자루의 끝부분이 골무형으로 되어 있고 가운데 붉은 마노를 박았다. 칼집에 해당되는 부분 위쪽에 납작한 판에는 태극무늬 같은 둥근무늬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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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역인 흙인형(土俑), 삼국, 경주 용강동 / 인형의 복장은 당나라 때 호복이라 불린 소그드인의 카프탄과 비슷하다. 당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터번 토우의 복식은 당나라 때 호복(胡服)이라고 불린 소그드인의 카프탄(셔츠 모양의 긴 옷)과 비슷해 페르시아 복식의 영향을 받은 소그드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한반도를 비롯하여 과거 지역간 교류의 형태는 선사시대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이주가 중심이 되었다면, 이후 국()이라는 형태로 각자의 경계가 형성되면서 교류의 모습도 변화하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었다.

 

전시실로 들어서면 입구에 터번을 쓰고 매부리코에 곱슬 수염을 한 높이 2.5m가 넘는 대형 석상 두 점이 입구를 지키고 서 있다. 이는 서역인의 모습을 한 원성왕릉(괘릉) 무인석으로 석상을 옮겨 올 수 없어 복제품을 전시장 앞에 들여다 놓았다. 1낯선 만남은 외래계 문물을 이해하는 배경을 설명하는 인트로 부분으로 이국적 외모를 지닌 사람들의 이미지를 담은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고대 한반도에 사는 이들이 경험했을 낯선 만남의 느낌을 재현했다. 더불어 외래계 문물이 나타나는 배경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하여 교류의 다양한 모습들을 모델화하여 함께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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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스며들다에서는 국가들의 정치사회적 요인에 의하여 교류가 구체화, 다양화되어 우리 역사에 스며드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요령식동검을 특징으로 하는 고조선 사회에 철기문화를 가진 수많은 중국계 유민들이 이주하고, 한군현이 설치되는 등 서서히 시작되는 전쟁과 갈등, 망명과 신기술의 전파로 나타나는 다양화된 교류 내용을 각종 금속기와 토기자료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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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파형동기(劍把刑銅器), 삼한, 예산 동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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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외연을 넓히다에서는 삼한시기 초원과 바닷길을 넘어 본격적으로 외연을 넓혀가는 문물교류의 양상을 북방 유목민족의 동물장식, 중국과의 교역품, 동남아시아의 유리구슬, 한반도 남부 해안지역의 일본계 유물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로써 정치, 외교, 각종 민간 무역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펼쳐지는 한반도와 유라시아 세계의 국제적 교류활동이 본격적인 문화 다양성의 서막을 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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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고흥군 길두리 안동 고분에서 출토된 갑옷과 투구. 국립경주박물관은 이 유물도 백제 것인지, 일본 것인지 단정하지 않은 채 ‘일본과의 교류의 흔적’으로 밝혔다.

 

 

4다양성을 말하다에서는 삼국시대 이후 한반도 내부의 긴장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각국의 정치, 외교 활동과 한층 복잡해진 교류의 양상을 각종 외래계 문물을 통해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다양한 문화와 공존하는 통일신라의 양상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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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동신발(金銅飾履), 삼국, 경주 식리총 / 이 금동신발은 신라의 제작기법이 아닌 백제지역의 제작방법이나 무늬 배치와 유사하다.

 

 

 

전시 내용을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한 연출적 요소 또한 다양성이라는 전시 컨셉에 맞추어 원웨이(One-way) 강제동선이 아닌 자유동선을 채택했다.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휴식 공간을 마련하여 단순한 역사정보의 전달이 아닌 휴식의 공간,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야외 LED 전광판에는 다양한 이주민들을 철학적으로 표현한 이한희 애니메이션 감독의 영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화 다양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전달, 전시에 대한 흥미를 더한다.

 

전시를 기획한 이동관 학예연구사는 영산강 지역에서 기원전 1세기경 제조된 일본식 원통 토기인 '야요이 토기'80%이상 나온 것은 단순히 토기만 유입된 것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넘어와 함께 정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고조선시대 중국 화폐와 삼한시대 요령식 동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뒤로 화살쏘는 모습 등 외래 문화 영향의 증거를 한자리에 모였다. 경주 계림로 14호 무덤에서 출토된 황금보검이나 낙타 조각, 서역인 인형 등이 멀리 중앙아시아 문화가 엿보이며, 금동 신발은 백제에서 자주 출토되는 유물로 백제에서 만들어 신라에 선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중국과 일본, 멀게는 동부 지중해 문화가 깃든 유물을 통해 이미 고대 시대에 한반도에 전해졌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전시는 2022320()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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