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보기]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기사입력 2022.01.05 18:52 조회수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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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형] 포스터 ver 2 (2).jpg

 

 

 

 

[서울문화인] 꿈의 세계를 가장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 화가이자 20세기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의 대가라 지칭되는 ‘살바도르 달리 Salvador Dali’전은 ‘세계 3대 달리 미술관’으로 일컷는 스페인 피게레스에 위치한 달리 미술관(Fundació Gala-Salvador Dalí)을 중심으로, 미국 플로리다의 살바도르 달리 미술관(Salvador Dali Museum),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Museo Nacional Centro de Arte Reina Sofia) 소장품을 통해 달리의 예술세계를 회고하는 전시이다.

 

회고전인 만큼 이 전시는 ‘살바도르 달리’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시기별 작품을 총 10개의 주제에 따라 구성, 140 여 점의 유화와 삽화, 설치미술, 영화와 다큐멘터리, 사진, 멀티미디어 영상물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의 예술적 삶을 들여다보고 있다.

 

 

천재의 탄생 (1904-1926)

 

“여섯살 적 나의 꿈은 요리사였다. 일곱 살에는 나폴레옹이 되고 싶었고, 그 후에도 나의 야심은 과대망상적 광기처럼 멈출 줄 모르고 커져만 갔다.”

       

살바도르 달리의 독특한 성격과 세계관에 강한 영향을 끼친 성장 배경과 고향, 가족 관계 등을 살펴본다. 당시 유행하던 미술사조인 인상주의와 입체주의 등을 탐구하며, 다양한 실험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특히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1919) 작품은 달리가 만 15세에 얻은 첫 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으로, 세 개의 거울을 곁에 두고 반사된 각도를 계산하며 정확하게 그렸다. 일찍부터 달리는 과학적인 접근법을 시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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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 그린 자화상 Self-Portrait in the Studio>, c.1919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초현실주의: 손으로 그린 꿈 속의 사진들 (1927-1939)

 

“나는 갈라를 아끼며 그녀를 빛나게 만들어 줄 것이고, 가장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며, 나 자신보다 위할 것이다. 그녀가 없다면 모든 것은 끝일뿐이니.”

 

살바도르 달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 ‘갈라’. 달리와의 운명적인 만남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마치 영화 같았던 러브스토리가 펼쳐진다. 달리의 작품에 갈라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초기작 <슈거 스핑크스 The Sugar Sphinx> (1933)는 등을 돌린 채 넓은 광야를 바라보는 갈라의 뒷모습이 등장한다. 한편, 갈라의 정면에 놓인 사이프러스 나무 사이로 두 인물과 수레가 보이는데 이는 장 프랑수아 밀레의 <만종> 작품 속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밀레의 그림을 본 순간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여 다양한 해석과 주장을 남긴 달리의 일화는 유명하다.

 

 

 


슈거 스핑거스, 1933.jpg
슈거 스핑거스,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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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거 스핑거스(부분) / 스핑크스 실루엣이 연상되는 모래 바람 아래, 멀리 등지고 앉아있는 갈라, 그 앞에는 달리에게 “극도의 불안감”을 주고 편집광적 상상을 떠올리게 한 밀레 <만종>의 기도하는 부부가 서있다.

 

 

 

  
7.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c.1974.jpg
갈라의 발 입체적 작품 Galas Foot Stereoscopic Work, 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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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는 바로 나 자체다.”

    

달리는 현실과 현실을 초월한 새로운 차원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연구한 잠재의식에 강한 충격을 받은 달리는 기이하고 몽환적인 꿈의 세계를 가장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내는 화가로 거듭났다. 현실을 변형시키고 전복하고, 재해석하는 초현실주의의 대표적인 ‘편집광적 비판(Paranoian Critical Method)’기법을 제시하고 새로운 화풍의 작품들을 탄생시키며 초현실주의의 가장 열렬한 전파자가 됐다.

 

이 공간에서는 초현실파 주요 일원이었던 루이스 부뉴엘(Luis Bunuel)과 함께 제작한 초현실주의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 Un Chien Andalou> (1929)를 스크리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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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새로운 기회와 자유 (1940s)

 

“나는 영화에서 그동안 꿈을 다루던 전통, 곧 흐릿하거나 혼란스럽거나, 아니면 화면을 흔들어 꿈을 처리하던 방식을 반드시 깨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섹션에서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시기의 대표작들이 소개하고 있다. 달리의 자유분방함과 도발적인 행보, 그리고 예술적 천재성은 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시기에 달리의 활동 범위는 장르와 매체 구분 없이 확대하였였으며, 보는 각도에 따라 이미지를 다르게 인식할 수 있는 ‘이중 이미지’ 기법을 다양한 작품에 적용했다. 이러한 기법이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작품으로는 <볼테르의 흉상 Bust of Voltaire> (1941)과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s,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 등이 있다.

 

 

 


3. 볼테르의 흉상 Bust of Voltaire, 1941.jpg
<볼테르의 흉상 Bust of Voltaire>, 1941

 

 

  
4.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Napoleons Nose, Transformed into a Pregnant Woman, Strolling His Shadow with Melancholia amongst Original Ruins, 1945.jpg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 1945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반복적으로 그려진 얼굴은 권력을 상징하는 ‘나폴레옹’이다. 어린 시절 달리의 꿈이었던 ‘나폴레옹’에 대한 강한 집착이 드러난다. 부드러운 곡선형 구조물은 스페인의 위대한 건축가 ‘가우디’에 대한 달리의 존경심을 나타낸다. 화려한 도상들로 장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 특유의 적막함과 우울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대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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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네로 코 주위의 탈물질화 Dematerialization Near the Nose of Nero 1947.jpg
<네로의 코 주위의 탈물질화 Dematerialization Near the Nose of Nero>, 1947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또한 1945년,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은 달리에게 깊은 영향을 끼쳤다. 이후 많은 작품들이 핵과 연관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졌다. 스페인 신비주의적 전통이 가미된 ‘핵-신비주의(Nuclear Mysticism)’의 단계로 접어들면서 달리는 과학의 진보와 고전의 신비함을 자신만의 예술언어로 녹여냈다.

 

대표적인 작품 <네로의 코 주위의 탈물질화 Dematerialization Near the Nose of Nero> (1947)에서 중력이 소멸된 듯한 풍경 속에 모든 물질의 분열이 일어났음을 볼 수 있다. 달리가 회화 소재로 즐겨 삼았던 도상들인 사이프러스 나무와 신고전주의 건물, 잉크병, 유기적인 형체의 인물 등을 통해 자신의 고유한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새로운 사상과 사건을 접목시키면서 끊임없이 시도하고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음을 알 수 있다.

      

 

그래픽 아티스트, 이상한 나라에서 온 돈키호테처럼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돈키호테 석판화는 세기의 석판화 작품이 될 것이다.”

 

책이나 잡지 커버 디자인에도 관심이 많았던 달리는 1920년 초부터 다양한 삽화 작품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4가지 문학 작품인 <돈키호테 데 라만차 Don Quixote of La Mancha> (1957), <삼각모자 Le Tricorne> (1959), <셰익스피어에 대한 소동 Much Ado About Shakespeare> (196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1969) 삽화 시리즈를 소개한다. 각 삽화는 주어진 주제에 맞게 달리의 상징적인 요소들과 기법, 예술관이 적절히 녹아 있다. 그래픽 아티스트로서 달리의 작업물은 그가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서 독창적인 행보와 자유로운 표현 방법을 시도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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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데 라만차 Don Quixote of La Mancha> (1957)

1957년, 살바도르 달리는 프랑스에서 소설 <돈키호테 데 라만차>의 삽화를 의뢰 받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중 12개의 삽화를 소개한다. 이 시기에 달리는 처음으로 석판화를 시도한다. 오래된 석회암에 그림을 그려 작업했던 달리는 연필과 물감이 아닌 획기적인 재료와 방식을 찾고자 했다. 잉크 탄을 채운 공기총을 쏘는가 하면, 물감을 묻힌 달팽이를 활용하는 등 우연적인 요소가 어떻게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창조하는지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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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원한 왕국, 포트이가트 (1950s)

      

“르네상스의 고요한 완성미에 견줄 수 있는 이미지로 진정한 삶의 경지에 도달한 유일한 존재가 있다. 바로 내가 기적같은 행운으로 선택한 나의 아내 갈라이다.”

 

8년간의 미국 생활을 뒤로하고 달리의 고향인 스페인 포트이가트로 돌아간 시기이다. 달리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보아왔던 포트이가트 풍경을 미국에서 탐구한 핵과 신비주의 주제와 접목시켜 새로운 화풍을 제시한다. 달리는 종교적 주제와 핵융합, 핵분열 같은 과학적 개념을 담아냈다. 이를 위해 전통적인 르네상스 회화 기법과 새롭게 발견한 세계관을 융합하여 이색적인 회화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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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걸치고, 전속력으로 빛을 앞지르는 내 아내의 데콜데의 삶, 1954

 

 

 

시각적 환상에 대한 탐구 (1960-1970s)

 

“체계적으로 혼란을 창조해야 더욱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해진다. 모순적인 모든 것들이 삶을 창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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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하여 About the “Speech on the Cubic Form” of Juan de Herrera>, c.1960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달리는 수학과 과학을 탐구하면서 기존의 착시 기법을 넘어서는 실험에 몰두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편집광적-비판 기법, 이중 형상, 스테레오스코피, 홀로그래피, 4차원의 탐구와 같은 다양한 기법을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스페인 피게레스의 달리 미술관에 설치된 스테레오스코피 체험 공간의 설계를 똑같이 재현하여, 착시효과를 이용해 평면의 입체화를 직접 겪어볼 수 있다. 이 시기의 가장 특징적인 표현방법은 현대 과학과 고전주의 미술의 융합이다. 그러한 시도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작으로 <후안 데 에레라의 “입방체 연구”에 대하여 About the “Speech on the Cubic Form” of Juan de Herrera> (1960)를 꼽을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달리가 깊이 존경했던 벨라스케즈부터 미켈란젤로까지 대가들의 영향을 받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미켈란젤로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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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의 꿈속으로 떠나는 여정

 

미국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에서 특별 제작한 <달리의 꿈 Dreams of Dali> (2016) 예술과 기술의 놀라운 결합으로 펼쳐지는 멀티미디어 영상 작품이다. 달리의 작품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1935) 을 중심으로 재해석 된 다양한 상징물 사이를 떠다니듯이 유영하는 초현실적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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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웨스트룸

 

 

 

달리는 건축가 오스카 투스케츠와 협업하여 정확한 설계에 따른 설치작품으로 발전시켰다. 초현실적인 대형 설치작품 메이 웨스트(Mae West)는 1920년대~30년대 당시 극장과 할리우드에서 관능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던 배우이다. 달리는 그녀의 매력을 높이 칭송, 신문에 실린 메이 웨스트의 얼굴을 콜라주를 활용해 입체적인 방처럼 탈바꿈시켰다. 보는 이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서 인테리어 소품과 가구들은 온전한 메이 웨스트의 얼굴로 모여지기도 하고,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흩어지기도 한다.



전설과 함께, 살바도르 달리 Dali, the Legend

 

“평균 이상의 내가 되기 위해,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 남기 위해, 나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예술에서도 삶에서도 모든 것에 있어서 말이다.”

 

예술이 인생을 지배해야 한다는 달리의 신념은 그의 삶 전반에서 강하게 느낄 수 있다. 달리는 자기 자신에게 한계점을 두지 않고 새로운 매체와 장르에 끊임없이 도전했다. 달리의 폭발적인 창조성과 상상력은 캔버스 밖에서도 무한대로 펼쳐졌다. 수많은 패션 디자이너와 영화 감독, 배우, 가구 디자이너 등 다양한 업종의 사람들과 협업을 이어나갔다. 상업적인 예술가라는 비판적인 견해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늘 획기적인 이슈를 만들며 틀을 깨는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실험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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