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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야수파(포비슴) 운동을 주도한 앙리 마티스(Henri Émile-Benoit Matisse, 1869-1954)를 떠올리면 빨강, 파랑, 초록과 같은 강렬한 색감이다. 그는 보색관계를 교묘히 살린 청결한 색면효과 속에 색의 순도를 높여 자심만의 확고한 예술을 구축하였다.
“사람은 색에서 마법에서 비롯된 것 같은 에너지를 얻는다.”
“음표 하나는 곧 색채 하나이다. 음표 두 개는 화음을 이루고 삶을 이룬다.”
마티스는 색채에 앞서 대담하면서도 단순하고 아름다운 선과 형태를 만들어내어 그를 ‘선의 연금술사’라 칭하기도 한다. 이런 그의 특징은 회화는 물론 장르의 경계를 넘어 아트 북 디자인, 일러스트 등을 통해서도 드러내며 그를 20세기 그래픽 아트에 가장 많은 영향을 전파한 그래픽 아티스트로 불리게 한다. 특히 시대를 앞서 간 그의 이런 작품들은 현대의 모더니즘 디자인과 그래픽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미술사학자 윌리엄 리버만은 일러스트 분야에서 당대에 그를 넘어설 수 있는 예술가는 아무도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배경으로 데이비드 호크니와 재스퍼 존스, 제프 쿤스를 비롯해 현재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많은 작가들이 그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으며, 판화와 일러스트, 북 디자인, 섬유 디자인 등 광범위한 그의 예술세계로 인해 21세기에 들어서며 가장 중요한 예술 장르로 떠오른 일러스트와 그래픽 아트에 영향력을 발휘하며 오늘날에도 지속되고 있다.
현대 그래픽 디자인에 큰 영향을 미친 드로잉, 판화, 일러스트, 아트북 등 원화 작품 소개
“내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정물도 풍경도 아닌, 인체이다. 나로서는 인체를 그리는 것이 삶에 대한 나 자신의 특이한 종교적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표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앙리 마티스: 라이프 앤 조이’전은 면(面)과 색(色)의 예술적 확장을 통해 오늘날의 현대 그래픽 디자인에 있어서도 큰 영향을 미친 앙리 마티스의 작품 세계를 새롭게 조망해 보는 전시로 특히 방대한 드로잉과 판화 원작을 집중 조명, 200여 점의 마티스 원작을 통해 그가 꽃피운 모더니즘의 태동을 느낄 수 있는 전시이다.
“나는 본질적인 선을 긋는 것으로써 우리의 육체가 가진 의미를 응축하려고 노력한다.”
1941년 십이지장 암 수술 이후 두 차례의 폐색전증을 이기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마티스는 병상에서도 예술에 대한 집념을 불태웠다. 수술의 부작용으로 위하수증을 앓게 된 마티스는 오래 서있는 것이 불가능해져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어야 했다. 그런 그에게 북 일러스트 작업은 자신의 예술혼을 불태울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어주었다. 일러스트 작업은 육체적으로 덜 힘들 뿐만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는데 큰 도움이 됐다.
1943년부터 1947년까지 마티스는 ‘Visage’, ‘리플리(Repli)’, ‘포르투갈에서의 편지(Lettres Portugises)’, 보들레르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과 피에르 드 롱사르와 챨스 드 오를레앙의 시집과 루이 아라공 시집의 일러스트를 제작했다. 18년에 걸쳐서 이루어진 그래픽 아티스트로서의 활동은 그의 예술 타임라인에 있어 중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의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작품 활동은 20세기 시각 예술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아트북 작품이자 앙리 마티스의 대표작인 ‘재즈’(JAZZ)의 원본이 국내 최초로 만나볼 수 있다. ‘재즈’는 마티스가 암과 투병하면서 발견하게 된 종이 오리기 기법(Découpage·데쿠파주)의 정수가 담긴 한정판 아트북 형태의 작품으로 1947년 첫 선을 보인 ‘재즈’에는 마티스가 직접 제작한 스텐실 판화 20점이 수록되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각 스텐실 판화가 수록된 페이지 전체를 공개해 원작의 느낌과 감동을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영상, 미디어아트, 사진 등 다채로운 구성의 복합 전시
전시에는 방대한 앙리 마티스의 원작과 함께 영상, 미디어아트, 사진, 다양한 프로그램이 곁들여졌다. 먼저 전시의 인트로에서는 프랑스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영화상을 수상해 주목 받고 있는 재불 영화감독 장유록은 자신의 그림을 통해 사람들에게 치유를 선사하고자 했던 앙리 마티스의 숨결을 프랑스 니스 바닷가의 파도 소리, 앙리 마티스의 고향 평원의 바람 소리 등으로 담아내었으며, 미디어 아티스트 그룹 스튜디오 아텍의 미디어아트는 앙리 마티스의 방대한 작품들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학습하여 재해석 한 미디어아트는 마티스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색채의 미학을 느끼게 한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도예작가로 영국 대영박물관을 비롯한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한국 전통 도예의 정수를 알려온 지산 이종능 작가와 나전 칠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진행해 온 옻칠작가 이용선은 마티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선보인다.
뮤지션 정재형이 전시를 위해 작곡한 신곡 선보여
더불어 뮤지션 정재형은 이번 전시의 음악감독을 맡아 전시를 위해 새롭게 작곡한 곡을 통해 마티스가 있던 시절로 여행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에 더해 오디오 도슨트도 맡아 낭만적인 목소리를 전한다.
‘색채의 황홀-마리 로랑생’ ‘매그넘 인 파리’전에 이어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가 세 번째 프렌치 아티스트 시리즈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022년 4월 10일까지 선보인다. (입장료: 일반 20,000원 / 청소년 15,000원 / 어린이 13,000원)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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