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과거 시험 답안지, 창덕궁 인정전의 일월오봉도에도 재활용

기사입력 2022.01.21 13:26 조회수 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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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인정전

 

 

 

[서울문화인]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해와 달, 그 아래 다섯 봉우리와 소나무 그리고 파도치는 물결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음양오행설에 기초해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조선 왕실에서는 영원불멸한 왕의 존재와 권위를 나타내고자 일월오봉도로 장식한 병풍을 왕의 공간에 설치하였다.

 

그런데,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가 창덕궁 인정전의 일월오봉도의 보존처리를 위한 해체 과정에서 이 병풍에서는 다른 오봉병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바로 병풍의 틀에 조선 시대 과거 시험 답안지인 시권(試券)이 여러 장 배접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병풍을 제작할 때는 오래도록 본래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병풍의 속틀에 3겹 이상의 종이를 덧대었다.

 

그런데 오봉병은 왕실에 주로 배설되었기 때문에, 어떠한 기물보다 그 보관과 관리가 중요시되었을 것이다. 종이가 귀했던 당시, 물자를 아끼기 위해 족자나 병풍 뒷면에 고문서 및 서책 등을 뜯어 배접했던 경우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20166월 독일 오틸리엔 수도원에서는 보관하고 있던 <곤여전도 병풍(坤輿全圖屛風)>병풍 배접지를 환수하여 문화재청에 기증하였는데, 이 배접지는 17세기 전북 익산 지역의 호적대장으로 추정되는 문서로 밝혀졌다. 또한, 국립고궁박물관이 2016년 왕실 여성이 예식을 위해 입었던 예복의 일종으로 추정되는 <활옷>의 보존처리 과정에서 활옷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넣은 종이심을 살펴본 결과, 이는 부() 과목에서 選天下端士, 以衛翼之라는 시제로 치러진 시험의 낙폭지였음이 드러났다.

 

창덕궁 인정전의 일월오봉도는 인정전이 일반 관람객들에게 개방되면서 바깥 공기가 들어오는 환경에 노출되면서 일월오봉도의 화면이 터지거나 안료(顔料)가 들뜨고, 구조를 지탱하는 병풍틀이 틀어지는 등의 손상을 입으면서 2015년 말,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와 2016년부터 전면 해체 보존처리를 시작해 지난 2021년 말 작업을 마쳤다.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는 과거 총 5번에 걸쳐 보수가 진행되었다. 1차는 19648(동신표구사 박동신), 2차는 19837(고려화랑 김표영), 3차는 199711(지류문화재보존연구원 김표영), 4차는 200411(강정식회화보존수복연구소 강정식), 5차는 2012년 문화재보존과학센터에서 진행한 응급보존처리이다. 이후 문화재청의 단청기록화 사업 진행 도중 일월오봉도의 열악한 보존상태가 제기되어 다시 보전처리에 들어갔다.

 

 

보존처리 전.jpg
보존처리 전

 

 

보존처리후.jpg
보존처리 후

 

 


해체 과정에서 화면-배접지-1960년대 신문지-시권-병풍틀의 순서로 겹쳐진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1960년대 일월오봉도를 처리할 때는 조선 시대 일월오봉도의 제작 시 사용하였던 기존의 병풍틀을 재사용하여 지금까지 이어져왔음을 확인하였다.

 

문화재보존과학센터는 전면 해체 후 각 재질을 분석해 병풍틀의 수종과 사용된 안료, 배접지, 바탕 화면의 재질 등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보존처리에 적용하였다. 또한, 보존처리에서는 기존 병풍틀이 충해(蟲害)와 틀어짐 등의 구조적인 손상으로 인해 재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종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새로 제작했다.

 

특히, 고문서 전문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병풍틀의 첫 번째 배접지로 사용된 여러 장의 시권 중 총 27장이 과거 시험 답안과 관련 있는 시권이라는 것을 밝혀내고, 이중 25장의 시권이 동일한 시험에서의 답안으로 1840년에 시행된 식년감시초시의 낙폭지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리고 조선왕실에서 제작한 일월오봉도는 낙폭지(과거에 떨어진 사람의 답안지)를 재활용하여 제작한다는 사실과 제작 연대가 1840년대 이후로 특정할 수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 식년감시초시(式年監試初試, 조선 시대 3년마다 정기적으로 치러진 과거시험이 식년시이며, 감시초시는 생원시와 진사시를 합하여 부르는 말이다.)

 

 

화면해체_병풍틀 배접 시권.jpg
화면해체_병풍틀 배접 시권

 

 

화면 건식 세척.jpg
화면 건식 세척

 


한편,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센터장 정소영)는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의 보존처리를 완료하고, 보존처리 과정과 관련 연구 결과를 담은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처리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번에 발간한 보고서에는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에 대한 그동안의 보존처리 과정과 재료 분석 내용, 일월오봉도 병풍의 변형에 관한 미술사적 연구와 장황의 고증, 병풍틀에 배접된 시권의 내용과 의미 등을 상세히 실었다. 보고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http://www.nrich.go.kr,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도 공개하여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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