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도윤희 작가, 내면에 쌓였던 삶의 풍경을 추상의 지두화로 표현하다.

갤러리현대, 도윤희 작가 개인전 《BERLIN》
기사입력 2022.01.24 11:07 조회수 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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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희 작가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서울문화인] 갤러리현대에서 도윤희 작가의 개인전 BERLIN을 선보이고 있다. 도윤희 (1961년 서울 생)작가는 40여 년 동안 시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화가로 지난 2007년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Galerie Beyeler: 20세기 최고 화상/아트 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눈에 띄지 않고 숨겨져 있거나, 낯선 삶의 파편과 구석, 가려진 뒷면, 즉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섬세한 회화 언어로 표현해 내고 있다.

 

BERLIN전에 선보이는 40여 점의 작품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도윤희의 과감한 도전과 파격적 변신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먼저 1층 전시장에 소개되는 7점의 작품은 작가가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으로 이 작품들은 2015Night Blossom전시로 변신을 꾀한 작가가 한 단계 전진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서정성을 간직한 초기 모델들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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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전시장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이어 지하 전시장에는 베를린과 서울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들로 화면의 촉각적 질감과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으로 2층 전시장은 팬데믹 이후 대다수 서울에서 작업한, 높이 3m 이상의 대형 작품과 최근작으로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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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전시장 [사진제공=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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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장 [사진제공=갤러리현대]

 

 

 

2011년 갤러리현대와의 첫 개인전 Unknown Signal에서 작가는 세포나 화석의 단면, 뿌리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이미지를 흑연으로 그리고 위에 바니쉬를 반복적으로 칠해 올리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읽을 수 없는 문장’,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으로 연두색 모래알들이 반짝인다’, ‘살아있는 얼음’, ‘어떤 시간은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등 한 편의 시구와 같은 문학적 제목을 더해, 쓴다와 그린다는 행위 사이에 놓인 회화를 고민하며, 생명의 본질과 근원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2012년 도윤희는 회화의 특정 방법론에 고착되길 거부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며 베를린 동쪽에 스튜디오를 마련하면서 그는 이러한 물리적인 이동을 통해 베를린만의 데카당스함(지성보다는 관능에 치중, 죄악과 퇴폐적인 것에 더 매력을 느껴 암흑과 문란 속에서 미를 찾으려 함)과 기괴한 무거움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Night Blossom에서 그 첫 결과물을 공개했다. 당시 작가는 작품 제목을 모두 무제로 정한 것은 이전 작업에 영감이 되었던 문학적 요소와 결별을 암시하는 것이자 2000년대 중반부터 사용을 억제했던 색을 받아들이기 시작을 알렸다.

 

더불어 이미지를 캔버스로 구체화해 옮기는 과정에서 연필이나 붓이라는 전통적 미술 도구를 벗어나 보다 원시적 수단인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손의 감각에 의지하며, 손의 적극적인 사용은 캔버스와 작가 내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실재하지 않지만, 작가의 내면에는 이미 존재했던 세계가 캔버스에 모습을 드러낸다. 화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피어나오는 형형색색의 환상적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색채’, 나아가 밤이 되어서야 드러나는 세계의 이면을 제시했다.

 

Night Blossom이후 7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 BERLIN에서 도윤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회화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는 회화의 기본적 언어이자 재료인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의 물성을 더욱 되살렸다.

 

이전 전시에서 작가는 뭉게구름처럼 퍼져 가던 얕은 층위의 물감은, 색 덩어리로 강렬한 물질성을 획득하고 생명체처럼 육감적인 질감을 지니고 있다. 거침없는 선과 색 덩어리가 쌓이고 뒤섞여 형성한 다층적인 레이어들 사이에 구멍을 뚫어 빈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익숙한 회화의 모습과 다른 매혹적인 미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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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윤희 작가

 

 

추상은 환상이 아니에요. 환상, 몽상, 상상 같은 게 아니고 인식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실체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은유적으로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번 전시의 작품은 개개인의 감정이나 기억속의 이미지들이 다르듯 작품은 형형색색의 꽃다발이나, 해 질 녘 강변의 쓸쓸한 잔상처럼 다양하게 다가온다. 작가에 따르면, 이 화면들은 그가 평생 경험한 다양한 시공간이 내면에 쌓였다가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추상적 풍경이라 말한다.

 

 

작가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찬란한 빛과 소용돌이치는 색들, 부유하는 형태가 증발해버리기 전에 재빠르게 붙잡기 위해, 캔버스 앞에서 마치 육탄전을 벌이듯 손, , 부러진 붓의 모서리, 유리병, 망치 등 도구를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전통적 행위를 넘어 물감 덩어리을 만지고, 주무르고, 찍고, 쌓고, 선을 긋는 등 역동적 제스처를 통해 새로운 추상의 세계를 제시하는 이번 도윤희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227()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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