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훈민정음》의 역사를 따라 ‘한글’ 600년의 변천사를 살펴보다.

국립한글박물관, 개관 8주년 맞아 첫 상설전시실 개편
기사입력 2022.01.24 15:14 조회수 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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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훈민정음 33장 02.jpg

 

 

 

 

[서울문화인] 국립한글박물관(관장 황준석)이 개관 8년 차를 맞아,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했다. 2014109일 한글날에 개관한 이후, 상설전시실이 부분적인 개편은 있었지만 전면 개편은 처음이다.

  

이번 새롭게 개편된 상설전시실은 한글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의 서문을 바탕으로 한글의 600년 역사를 풀어낸 전시로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문자 자료부터 현대의 한글 자료까지 1911,104점의 한글문화 관련 유물과 함께 벽면과 바닥면을 동시에 활용한 실감 영상, 인터렉티브북, 투명디스플레이 영상 등 다양한 ICT 미디어를 사용해 전시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노후화된 전시장 내 시설 및 로비 공간 전체를 개선하였다는 점이다.

  

한글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유물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훈민정음>(해례본)(19621220일 국보 제70호로 지정, 1997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이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간송미술문화재단에 소장돼 있어 그 실물을 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

  

비록 실물은 만나기 어렵지만 가장 먼저 전시장 도입부에 <훈민정음>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하면서 <훈민정음>은 총 33(66)으로 이루어져 있다. 33장 원형의 이미지를 아크릴 모형으로 만들어 선형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길과 같이 보이는 <훈민정음> 조형물은 우리 글자가 없었던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빛인 한글을 상징하는 동시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을 600년 전 한글창제의 서막을 알리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학창시절 한번쯤은 외웠던 나랏말싸미 중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새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것을 <훈민정음>의 첫 구절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세종이 꿈꾼 세상을 담은 <훈민정음>(언해본)으로 이것은 독립된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월인석보>라는 불교서적 권1의 맨 앞에 실려 있는 글귀로 세종이 쓴 서문과 새 글자의 모양 및 발음을 설명한 예의(例意)’ 부분을 우리말로 풀이한 글이 실린 책이다. 참고로 월인석보는 수양대군, 훗날 세조가 어머니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고자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쓴 석보상절과 이를 본 세종이 석가모니의 업적과 덕을 칭송하여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합한 불교서적이다.

  

앞서 밝힌 국보 <훈민정음해례본>(간송미술문화재단)은 한글이 만들어진 배경과 원리를 설명하고, 한글의 실제 사용 예시를 기록한 책으로 전권 331책으로 구성된 목판본이으로 본문에 해당하는 <예의(例義)> 부분은 세종이 직접 만들었으며 해설에 해당하는 <해례(解例)>는 집현전 학자(인지, 신숙주, 성삼문, 박팽년, 최향, 강희안, 이개, 이선로)들이 만들었으며, 한글이 아닌 한문으로 이뤄졌다.

  

 

 

훈민정음 언해본과 훈민정음 해례본.jpg
훈민정음 언해본과 훈민정음 해례본

 

 

 

세종이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상설전시

이번 새롭게 개편된 상설전시관은 <훈민정음> 서문을 시작으로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1)’, ‘내 이를 딱하게 여겨(2)’,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3)’, ‘쉽게 익혀(4)’, ‘사람마다(5)’, ‘날로 씀에(6)’,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7)’ 등 총 7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는데 한글박물관은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이자 한글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한글의 역사를 풀어내고자 기획했다고 한다.

  

 

 

1 전시장 입구 01.jpg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중요 한글 자료로는 유가사지론(1314세기, 보물 제1886), 선종영가집언해(1495, 보물 제1163), 간이벽온방언해(1578, 보물 제2079), 곤전어필(1794, 보물 제2087), 말모이 원고(1910년대, 보물 제2085) 등의 보물 자료를 비롯해 무예제보언해(1714,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훈맹정음(1926, 국가등록문화재), 송기주타자기(1934, 국가등록문화재) 등 한글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한 문화재급 소장 자료와 함께 지난 20216월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15세기 한글금속활자 중 330여 점도 다시 전시되고 있다.

  

 

 

3 한글 실험(3존) 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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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글은 우리가 매일 쓰고, 듣고, 말하는 언어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상 조선시대 쓰여진 한글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단순 책을 소개하는 방식을 넘어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한문과 당시 한글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쉽게 현재의 한글로 이해할 수 있게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조선의 22대 왕 정조가 쓴 한글 편지를 모아 놓은 정조한글편지첩과 양반 송규렴이 노비 기축이에게 쓴 한글 편지, 빌린 쌀을 갚지 못해 딸을 넘기겠다는 안타까운 한글 문서, 과부 정씨가 어사또에게 올린 한글 청원문, 궁서체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가의 한글 자료, 일제 강점기 발명가 최윤선이 한글 교육을 위해 만든 조선어 철자기,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원고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유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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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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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덕온공주가의 한글 자료

 

 

과거와 달리 현대인에게 글을 단순히 본다는 것은 식상하게 느껴진다. 전시장 내에는 <훈민정음>의 전체 내용을 쉬운 현대말로 풀이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영상과 한글의 창제 원리와 세종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북(글자와 그림이 움직이는 책)이 설치되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 외에도 조선 시대 여성들의 아름다운 한글 서체를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정보 영상, 제사상 차리는 법을 익히는 놀이판 습례국놀이와 한글 점책 <평생생일길흉법>으로 평생의 운수를 점쳐 볼 수 있는 체험 영상은 전시 관람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원고와 투명디스플레이로 연출한 영상은 유물을 보다 새롭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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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란 그 민족의 영혼이자 그 민족의 삶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글 한글은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창제자가 알려진 유일한 문자라는 점에서 우리는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특히 세종이 만들었던 스물여덟 개의 글자는 오늘날 스물네 개가 되었지만 그 스물네 개는 무한의 말을 생성해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 보다도 한글이 급속히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착 우리는 교실 밖을 벗어나면서 무관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어느 언어보다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한글이 다음 세대에는 또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글을 사용하는 주체인 우리의 두 손에 한글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함께해 온 살아 있는 존재인 한글을 조명한 이번 전시를 통해 <훈민정음>에 담긴 세종의 위대한 문자 계획이 현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고 또 한편으로 우리가 어떻게 아름답게 가꿔 나가야 하는 문자인지 생각게 하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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