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 한국 근현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展

기사입력 2022.04.06 12:19 조회수 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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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 서소문본관에서 한국 근현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하여 그의 예술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 근대 조각사의 핵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권진규(1922-1973) 작가는 1922년 함경남도에서 태어났으며 1949년부터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 조각과에서 수학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1950년대 일본 이과전에서 여러 차례 입선하고 특대(特待)의 상을 수상하였으며 살아생전 한국과 일본에서 총 세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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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규

 

 


일반적으로 그의 작품은 <지원의 얼굴>(1967)로 대표되는 여성흉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동물상, 여성두상, 여성상, 자소상, 부조를 비롯해서 불상, , 가면, 기물, 잡상, 유화, 드로잉 등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하며, 구상과 추상,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 여성과 남성, 현세와 내세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그는 당시 어떤 사조나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채, 다양한 레퍼런스를 반영하면서 작품에 몰입하여 자신만의 모더니티를 구현했다.

 

 

지원의 얼굴, 1967, 50×32×23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01.jpg
지원의 얼굴, 1967, 50×32×23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특히 그는 자신을 예술가이기 전에 장인으로 칭했고, 그 옛날 이름 없는 장인들이 남긴 문화유산에 큰 가치를 두었기 때문에 작품의 대상이나 크기에 따른 특별한 위계를 두지 않았다. 다만 그는 일관되게 눈에 보이는 사물 너머 존재하는 본질을 추구하였고, 이를 위해 동양과 서양의 고대 유산을 참조, 자신만의 강건하고 응축된 형태를 통해 영원성을 구현했다. 이는 테라코타와 방부·방습·방충에 강한 건칠 작품으로 발전했다.

 

무엇보다 그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형상을 추구하였지만 특유의 정신성을 작품에 녹여내며 한국 근대 조각사의 핵심적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권진규(1922-1973) 작가의 작품 140여 점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

이번 전시에 앞서 지난 20217월 서울시립미술관은 ()권진규기념사업회(대표 허경회) 및 유족을 통해 한국 근현대조각의 선구자 권진규(1922-1973) 작가의 작품 140여 점을 기증받았다.

 

서울시립미술관 권진규 컬렉션으로 명명된 기증 작품의 규모는 조각 96, 회화 10, 드로잉 작품집 29, 드로잉 6점 등 총 141점에 달하였다. 여기에는 권진규 작가의 작품 136점을 비롯하여 그의 부인이었던 가사이 도모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기증 작품은 1950년대부터 1970년대에 이르는 조각, 소조, 부조, 드로잉, 유화 등으로 다양한데, 특히 1950년대 주요 작품이 대거 포함되어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당시 ()권진규기념사업회 명예회장이자 권진규 작가의 누이동생 권경숙(94) 유족 대표는 오빠는 살아생전 자신의 작품을 내 자식들이라고 불렀다. 오빠가 떠난 지 올해로 48년이 된다.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오빠의 자식들이 있을 거처가 마련되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시고 도움을 주셨다. 앞으로는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이 조각가 권진규와 함께한다. 비로소 인생 숙제를 마친 셈이다.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을까. 머리 숙여 두루 깊이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라고 밝혔다.

 

 

자소상, 1968, 테라코타, 20×14×19cm,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이정훈. ⓒ (사)권진규기념사업회, 이정훈..jpg
자소상, 1968, 테라코타, 20×14×19cm, (사)권진규기념사업회 기증,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사진 이정훈. ⓒ (사)권진규기념사업회, 이정훈.

 


141점에 이르는 기증 컬렉션은 2001년 가나아트 컬렉션(200)2019년 최민 컬렉션(161)에 이은 세 번째 해당하는 대량 기증이며, 이 외에도 2020년 김인순 컬렉션(106), 1998년 천경자 컬렉션(98)이 뒤를 잇고 있다.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노실의 천사

이번 전시 제목 노실의 천사197233조선일보연재 기사 화가의 수상에 실린 권진규의 시, 예술적藝術的 산보_노실爐室의 천사天使를 작업作業하며 읊는 봄, 에서 인용했다. 그의 삶과 예술을 담은 이 시에서 노실의 천사는 가마 또는 가마가 있는 방으로 아틀리에의 천사, 즉 그가 작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순수한 정신적 실체로 볼 수 있다.

 

진흙을 씌워서 나의 노실에 화장火葬하면 그 어느 것은 회개승화悔改昇華하여 천사天使처럼 나타나는 실존實存을 나는 어루만진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 한희진 학예연구사는 권진규의 이 시를 바탕으로, 작가의 불교적 세계관을 반영하여 시기별로 입산(入山, 1947-1958), 수행(修行, 1959-1968), 피안(彼岸, 1969-1973)으로 전개되며,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기증작은 물론 다양한 소장처의 작품까지 총 망라되어 선보인다.

 

먼저 입산(1947-1958)1947년 성북회화연구소 시절부터 일본 무사시노미술학교에서 수학, 연구생활을 하던 시기로, 일본 최고의 재야단체 공모전인 니카전에서 특대를 수상하면서 미술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돼서 결실을 이뤄낸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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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수행(1959-1968)의 시기는 스승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국해 손수 아틀리에를 짓고 하루를 아침, 오전, 오후, 밤으로 나누어 아침과 밤에는 구상과 드로잉, 오전과 오후에는 작품을 제작하는 등 수행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반구상의 부조작품과 독자적인 여성 흉상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전개하였던 시기를 조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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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입상, 1955, 배나무,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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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피안(1969-1973)은 전통 재료인 건칠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이용하여 건칠작품에 매진하며 1971년 불상, 비구니 등으로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나 반응이 좋지 않아 좌절하면서 작업보다는 불교에 침잠하다가 원하는 일들이 무산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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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1971년 3월, 나무, 45×24.2×17.5cm,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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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1970, 건칠, 130×120×31cm, 개인 소장

 

 

이처럼 전시는 세속적 삶을 떠나 1947년 그가 본격적으로 미술에 입문한 성북회화연구소(1946-1950)시절을 시작으로 19735월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의 그에게 천사인 말을 포함한 동물상, 여성 두상과 흉상, 자소상, 부처와 예수상, 승려상, 기물 등 주요 작품을 총 망라되어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관은 권진규의 소장책 중 면밀히 살핀 흔적이 있는 도서와 여러 언어로 쓴 드로잉 북을 번역해 전시장에 비치하였다. 뿐만 아니라 창작의 순간에 남긴 메모와 기록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작가의 드로잉 북을 영인본으로 제작해 관람객이 자유롭게 살펴볼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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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코타, 건칠 작품 제작 과정 기획, 모형 제작: 김겸 박사(김겸미술품보존연구소)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의 올해 전시의제인 제작과 연계해 권진규의 주요 작품 제작 기법인 테라코타와 건칠 작품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두 개의 전시실을 마련하여 권진규의 작품세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특별 공연 <콰르텟 S 특별 연주회 권진규가 사랑한 클래식>(4.7.)과 권진규 탄생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4.9.)가 서소문본관에서 개최되며, 전시 기간 중 시민문화유산 권진규 아틀리에’(성북구 동선동 소재)가 매주 토요일 특별 개방(3.26.~5.28.)되며 유족이 진행하는 특별 토슨트 <나의 외삼촌, 권진규>가 매주 목, 토 오후 2시에 있다. 매주 토요일 1, 2시 서소문본관에서 권진규 아틀리에까지 셔틀버스(편도)를 운행한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고독한 미술의 세계로 입문하여 평생을 수행하듯 작업에 임했지만 살아생전 한국화단의 몰이해로 좌절할 수밖에 없었고, 불교에 더욱 침잠하다가 결국은 스스로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권진규의 삶과 작업을 그대로 담아낸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1층에서 오는 522()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고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허중학 기자 ost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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