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10년 만에 서울로 돌아왔다. 오랜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서울에 다시 오기 돼 정말 기쁘다. 집에 온 것 같은 마음이다.”고 소감을 밝힌 팀 버튼이 10여 년 만에 전시를 위해 서울을 찾았다.
창백한 얼굴에 빨간 곱슬머리의 사내, 쪽 진 머리에 컬러풀한 의상을 한 난쟁이들, 풍선껌을 먹고 보라색 공처럼 변한 소녀, 뼈만 남은 앙상한 몸매에 과장된 속눈썹과 큰 눈을 가진 신부, 온몸에 핀이 잔뜩 꽂힌 아기까지 팀 버튼이 영화 속에 녹여낸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기괴하고 몽환적인 인물들이지만 그 캐릭터에는 팀 버튼 자신의 어린 시절 삶과 감정을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그는 물아일체(物我一體)적 자아를 새로운 캐릭터에 녹여낸 대표적인 감독이 아닌가 싶다.
그에게 이번 전시는 지난 2012년 당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현대카드가 주최했던 <팀 버튼 전>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당시 전시는 2009년 MoMA(뉴욕현대미술관)이 프로덕션하여 가진 월드 투어이었다면, 이번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 진행 중인 <팀 버튼 특별전 THE WORLD OF TIM BURTON> 서울전은 팀 버튼 프로덕션이 직접 기획한 두 번째 월드 투어 프로젝트의 첫 전시로 이번 전시에는 팀 버튼 감독의 약 50여 년간의 발자취를 엿볼 수 있는 전시로 국내외 처음 선보이는 작품 150여점도 포함돼 총 520여점의 스케치와 드로잉, 조각, 영화 및 사진, 설치작품 등 입체적인 볼거리로 가득하다.
또한, 월드 투어 전시의 첫 시작을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그런 만큼 전시에는 팀 버튼을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린 영화들의 제작을 위해 만든 캐릭터 모델은 물론 그가 어린 시절 그린 스케치부터 회화, 데생, 사진까지 방대한 양의 작품들을 통해 그의 내면까지 읽어볼 수 있다.
팀 버튼의 예술 세계를 10개 주제로 구분된 이번 전시에는 그의 어린 시절 필기했던 노트와 드로잉 원본부터 팀 버튼 영화에 출연했던 아이코닉한 캐릭터들, 팀 버튼이 스쳐 지나간 생각들이 어떻게 작품으로 탄생시켰는지 과정은 물론 공개되지 못한 작업물까지 팀 버튼이 예술가로서 추구한 다채로운 분야 그리고 예술적 주제와 모티프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탐구력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전시장 입구에는 팀 버튼 감독의 시그니처인 대형 ‘벌룬 보이’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디자인한 8.5미터 대형 조형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하며, 마지막 섹션인 팀 버튼의 현재 작업실인 스튜디오를 그대로 옮겨놓아 현재 진행하고 있는 비밀 프로젝트를 미리 엿볼 특별한 기회를 만날 수 있다.
한 도시에서 한 번 이상 전시를 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서울을 다시 찾게 된 데에는 우연히 찾은 광장시장에서 먹은 부침개 맛과 시장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 등 서울에 대한 좋은 기억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한다. 또 팀 버튼은 “존경하는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에서 꼭 한번 전시를 열고 싶었다.”면서 “자하 하디드의 유작인 DDP에서 전시를 열게 되어 무한한 영광이다”고 전시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그는 “아이들을 비롯하여 모든 사람들이 저의 전시를 보고 드로잉, 전시, 영화, 음악 등 어떤 형태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영감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들에게 창작물을 만드는 원천에 제 전시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팀 버튼 프로덕션(Tim Burton Productions)과 ㈜지엔씨미디어가 주최, 주관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9월 12일까지 DDP 배움터 지하 2층 디자인전시관에서 개최되며, 티켓은 성인(만 19-64세)기준 20,000원이다. [권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