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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서울공예박물관(관장 김수정)이 개관 이후 첫 번째 기증특별전으로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故유리지(1945-2013)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품 327점의 기증작을 선보이는 기증특별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유리지는 한국 현대공예를 대표하는 1세대 작가로서 1970년대 미국 유학 이후 국내 현대 금속공예의 성립과 발전 과정에 크게 기여한 공예가이자 교육자, 미술관인으로 한국 추상미술 1세대인 유영국(1916-2002)의 장녀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연과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서정적 풍경을 표현한 금속공예 작품을 비롯하여 장신구, 환경조형물, 장례용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작품세계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작품 활동과 함께 1981년부터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공예전공 교수로 재직하였고, 2004년 우리나라 최초 금속공예 전문 미술관인 ‘치우금속공예관’을 설립해 2010년부터는 관장을 역임하며 한국 현대금속공예를 연구·전시하고 차세대 공예가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힘쓰다. 2013년 2월 백혈병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서울공예박물관은 개관 준비 단계부터 현대 금속공예 대표작가인 유리지의 위상과 그가 남긴 작품과 자료의 가치에 주목해왔다고 한다. 유리지가 세상을 떠난 후, 유족은 그를 기리고자 미술관의 명칭을 ‘유리지공예관’으로 바꾸어 현재까지 운영하며 유지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2022년 여름, 유리지의 작품과 자료를 관리해 온 유족이 숙고 끝에 유리지의 전 생애 주요작품 총 126건 327점(37억 28백만원 상당)에 이르는 작품을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번 기증작품에는 유리지의 시대별 대표작품과 더불어 유리지와의 협업으로 유자야(여동생, 섬유공예가, 前 고은보석 대표, 現 유리지공예관 관장)가 제작·판매하였던 귀금속 장신구와 칠보은기, 황금찻잔 등의 고급 금속공예 제품 컬렉션도 함께 기증되었다.
전시는 ‘사유思惟하는 공예가 유리지’를 타이틀로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 총 4부로 구성되어 유리지의 전 생애 작품과 우리의 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예가의 역할을 살펴보고 있다.
기증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에 이어 유족들은 한국 공예발전에 깊은 뜻을 가졌던 故유리지의 유지를 이어 ‘서울시 공예상’ 제정과 운영에 후원 의사를 밝혀 향후 ‘서울시 공예상’에 귀추가 주목된다.
기증자(유족)은 서울시 공예상 제정을 위한 총 6억 규모의 상금을 기부하여, 이에 서울시는 한국 공예작가의 활동을 지원하고자 노력한 유리지의 뜻을 기려 향후 20년간 우수한 한국공예가를 선정·시상하는 ‘공예분야 작가상’ 제정, 공예 재료분야별 1인 격년 시상(’23년 하반기 제정 목표)을 계획하고 있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시실을 돋보이게 만들고 있는 것은 기중자의 컬렉션이 아닌가 싶다. 현재 박물관에는 옛 한국자수박물관의 허동화(1926~2018)∙박영숙의 기증컬렉션관을 상설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가 서울시에 무상 기증한 공예품은 무려 4,241건(5,129점)에 이른다. 기증품에는 집중적으로 수집했던 자수병풍, 보자기 등 1천여 점 비롯해 자수공예 및 복식 등 각종 직물공예품, 장신구, 함, 바늘과 같은 침선구를 망라하고 있으며, 이 중에는 국가지정 보물 제653호인 4폭 병풍 <자수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 41호 <운봉수 향낭>, 국가 민속문화재 42호 <일월수다라니 주머니>, 국가 민속문화재 43호 <오조룡 왕비보> 3건도 포함돼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이번 기증특별전시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한국 현대공예를 대표하는 유리지의 주요 작품을 감상하며 일상을 보다 특별하게 만드는 공예의 매력을 새롭게 느끼시길 바라고, 동시에 박물관의 현대금속공예 컬렉션을 국내외에 적극 홍보하여 우리 공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교류의 기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유리지의 기증 작품을 비롯하여 개관 전후 서울공예박물관에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기증한 이봉주(국가 무형문화재 유기장 명예보유자) 등 금속공예가 9인(김승희(1947-), 김여옥(1945-), 서도식(1956-), 신혜림(1971-), 이봉주(1926-), 정영관(1958-2020), 정용진(1965-), 조성혜(1953-), 최현칠(1939-))의 작품도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한국 현대 금속공예 발전에 헌신한 故유리지 작가의 전 생애 대표작품 만나볼 수 있는 이번 기증특별전은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3층 기획전시실에서 오는 11월 27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허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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