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동화 같은 작품, 국립발레단의
[서울문화인]국립발레단의 2019년 라인업에서 눈에 띄는 한 가지는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이 전부 포진시키며, 정통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 첫 시작이 4월 24일(수)부터 4월28일(일)까지 5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올려지는 마르시아 하이데(현 칠레 산티아고 발레단 예술감독) 안무의 <잠자는 숲속의 미녀>이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클래식 발레의 대표작답게 정통 클래식 발레의 형식을 철저히 따르고 있다.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와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화려한 의상과 무대 등 고전발레의 원칙을 여실히 보여주며 클래식 발레의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다양한 안무 버전을 가지고 있다.
국립발레단이 선택한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1987년 당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마르시아 하이데 버전으로, 다른 버전의 작품에 비하여 마녀 카라보스의 역할에 중점을 두어 극에 입체감을 불어넣고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다. 특히 사악한 마녀 카라보스역을 남성 무용수가 맡아 더욱 역동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며 극을 이끌어 간다.
극 중에서 카라보스는 <백조의 호수>의 흑조의 등장보다 더 등장하는 내내 무대를 압도하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오로라 공주의 세례식에 초대받지 못한 카라보스가 나타나 분노감에 휩싸여 선보이는 춤은 무용수의 연기력과 테크닉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최고의 장면 중 하나이며, 2막 라일락 요정과 대립Scene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으로 꼽힌다.
작품 마지막에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을 장면 중, 카라보스가 나타나 그들의 행복을 멀리서 지켜보는 장면은 안무가가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악은 늘 우리 곁에 존재할 것이며, 우리를 공격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마녀 카라보스를 그저 하나의 극중 인물이 아닌 ‘악’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함으로써 ‘늘 우리의 삶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악한 기운과 세력을 조심하고 경계해야한다.’라는 메시지를 안무가는 전하고자 하였다.
이처럼 마르시아 하이데 버전에서는 작품의 타이틀 롤이라 할 수 있는 오로라 공주 못 지 않게 카라보스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극을 이끌어가는 데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또한, 동화 속 캐릭터들이 작품 속에서 부활한다. 빨간 모자와 늑대, 파랑새와 플로린 공주, 장화신은 고양이와 레이디 캣, 알리바바와 4보석들, 그리고 라일락 요정을 비롯한 여섯 요정들이 그 주인공이다. 캐릭터들의 춤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극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넣으며, 마치 동화책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특히, 마녀 카라보스로부터 오로라 공주를 지켜주는 라일락 요정은 부드럽고 아름다운 이미지 안에 강인한 카리스마를 가진 역할로 극 중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캐릭터이다. 이처럼 다양한 동화 속 캐릭터를 무대 위에서 찾아보고 즐기는 것 또한 이번 작품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이다. 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샤를 페로의 동명 동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라 가능한 점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동화 속 환상의 이야기를 발레로 그려낸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발레”가 막연히 어렵다고 느끼거나 지겨운 공연이라고 편견을 가진 관객이라면 이번 작품을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 관객들을 환상의 동화나라로 이끌 오로라 공주 역에는 김지영, 박슬기, 신승원, 박예은이, 데지레 왕자역에는 박종석, 하지석, 허서명이, 마녀 카라보스 역에는 남자 수석무용수 이영철, 이재우, 김기완이 모두 출동한다. 라일락 요정역은 한나래와 정은영이 맡았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국립발레단의 여러 작품에서 주역급 역할을 맡아 관객들에게 인상깊은 연기들을 선보였던 박예은이 새롭게 오로라 공주 역에 처음 캐스팅되어 데뷔하는 것과 더불어 오로라 공주 역할을 맡은 또 다른 발레리나 김지영은 2019년 상반기 공연을 마지막으로 국립발레단을 퇴단한다. [이선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