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1,183건 ]
[사진전] 사진으로 만나는 멕시코의 국보화가, 프리다 칼로
[사진전] 사진으로 만나는 멕시코의 국보화가, 프리다 칼로
[서울문화인] 불그스름한 뺨과 화려한 꽃, 형형색색의 핀으로 장식된 검은 머리, 가운데가 연결된 빈틈없이 빽빽한 눈썹, 그리고 그 밑에 자리한 붉은 입술하며 떠오르는 인물... 바로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 프리다 칼로가 떠올려진다. ‘사람들은 내가 초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나는 꿈을 그리지 않았다, 내 현실을 그렸다.’ -FRIDA KAHLO, TIME, Quoted in Time Magazine, "Mexican Autobiography" (27 April 1953)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는 멕시코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불려지고 있지만 그녀는 정식적인 미술교육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러한 것이 이유일 수도 있지만 프리다는 자신을 가장 중요한 주제로 삼아 많은 걸작을 남겼고 그 그림에는 자신의 삶의 고통과 의지가 그대로 녹여져 있다. 여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고, 국립예비학교에 다니던 18세의 어느 날, 타고 있던 버스와 전차 충돌 사고로 간신히 목숨을 건진 후 죽는 날까지 계속된 육신의 고통, 멕시코 혁명가이자 벽화운동의 주역인 남편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의 문란한 사생활로 인한 정신적 고통까지 겪었으면서 자신의 고통을 그림으로 표현을 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림으로서 자신의 고뇌를 통제 극복하고 삶에 대한 강한 의지를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이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프리다는 생전에 남긴 총 200여점의 작품을 남겼는데, 143점의 회화 중 55점이 자화상일 정도로 그림으로 삶을 기록했다. 그림뿐만 아니라 사진을 통해서도 자신의 삶을 기록했다. 프리다 칼로의 국내 첫 번째 사진전 《프리다 칼로 사진전 : 삶의 초상》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5개 도시 순회를 마치고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프리다 칼로의 오리지널 사진전이다. 앞서 얘기했듯 그녀는 유독 자화상을 많이 그린 작가지만 그녀는 사진으로도 자신을 기록했다. 이는 그녀의 아버지인 기예르모 칼로가 독일계 사진작가였기 때문일 수 있다. 그런 아버지가 붙여준 ‘프리다’라는 이름도 독일어로 평화를 뜻하는 말이다. 프리다를 대표하는 사진작품으로는 프리다의 아버지인 기예르모 칼로가 1911년에 찍은 《4살의 프리다 칼로》와 니콜라스 머레이가 1939년에 찍은 붉은 레보조를 걸친 《프리다 칼로》, 레오 마티즈가 1941년에 찍은 《태양 아래 프리다》 시리즈가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 최초로 개최되는 ‘프리다 칼로 사진전’은 작품으로만 보았던 그녀의 고통과 슬픔 그리고 기쁨과 환희와 같은 그녀의 삶 자체를 작품이 아닌 그녀의 모습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전시로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담은 20여명의 사진작가들의 오리지널 사진 및 디지털 프린트 147여점의 작품과 함께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3월 26일까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10층 문화홀에서 진행되며, 입장료는 성인기준 15,000원이다. [허중학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여성성과 신체를 다룬 구상 조각으로 주목을 받아 온 키키 스미스 개인전
서울시립미술관, 여성성과 신체를 다룬 구상 조각으로 주목을 받아 온 키키 스미스 개인전
초기 여성주의 서사를 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감성을 설화, 신화, 역사, 서사와 함께 엮어낸 조각, 판화, 사진,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2022년 신작을 포함한 작품 140여 점 선보여 [서울문화인] 1980년대 미국의 시대상은 에이즈나 임신중절 등을 둘러싼 문제를 필두로 인권, 평등, 정체성, 젠더 담론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물결 속 당시미술 현장에서는 남성 우월적 표현의 상징이던 미니멀리즘이나 추상미술에 맞서 신체를 예술의 소재이자 재료로 사용하는 움직임이 대두되었다. 특히 에바 헤세 (Eva Hesse), 루이즈 부르주아(Louise Bourgeois), 주디 시카고(Judy Chicago)와 같은 여성주의 작가들은 여성 신체를 심미적 대상으로 간주하던 기존관념을 전복시키고 이를 주체적 표현의 장으로 옮겨 왔다. 이 시기 신체에 대한 해체적 표현으로 미국 현대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키키 스미스(1954년생, 미국 뉴욕)는 아버지의 죽음, 에이즈에 의한 여동생의 죽음을 차례로 겪으면서 생명의 취약함과 불완전함에 대해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또한, 당시 해부학에 대한 개인적 관심사와 맞물리면서 스미스는 신체 탐구에 더욱 집요하게 파고드는 계기가 된다. 그러다 1990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프로젝트 24 : 키키 스미스(Projects 24: Kiki Smith)>를 통해 미술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 현재까지도 안주하지 않고 다매체 실험을 이어 오고 있다. 특히 삶과 죽음, 실제와 이상, 물질과 비물질, 남성과 여성 등 이분법적으로 나뉘는 경계선 사이에서 뚜렷한 해답보다는 비선형적 서사를 택해 왔다. 느리고 긴 호흡으로 주변의 ‘크고 작은 모든 생명’에 귀 기울이며 상생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아시아 첫 미술관 개인전 《키키 스미스 - 자유낙하》 이번 전시는 키키 스미스의 작품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국내 첫 전시로 조각, 판화, 사진, 태피스트리, 아티스트북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는 작품 총 14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 제목 ‘자유낙하’는 키키 스미스가 1994년 판화이자 아티스트북 형식으로 제작한 작품의 제목으로 평면 매체에 입체적으로 접근한 스미스의 조각가적 면모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대표작 중 하나이자 작가의 지난 40여 년에 걸친 방대한 매체와 작품 활동을 한데 묶는 연결점의 기능을 하고 있다. 키키 스미스는 “1994년에 제가 뉴욕에 있는 페이스 갤러리에 소속 작가로 합류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 이제 갤러리에 소속된 다른 작가분들을 둘러보니 모든 작가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았고, 제가 아마 가장 어리거나 두 번째로 어린 작가였다. 이들을 보고 제가 했던 생각이 이 작가분들은 20년도 넘게 나보다 자유낙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도 견디고 있었다라고 생각했다. 말하자면 이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 자기 작업에 대한 믿음으로 그것이 어디로 자신을 데려가는지 두려움이 없는 상태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제목을 붙이게 되었다”고 밝혔다. 전시의 세부 구성은 연대순 나열이나 ‘여성’, ‘신체’와 같이 작가를 수식해 온 기존의 규정적 접근에 기반하기보다는 키키 스미스 작품세계에서 핵심적으로 발견되는 ‘서사구조’, ‘반복적 요소’, ‘에너지’ 같은 몇몇 구조적 특성에 기초하여 소개하고 있다. 먼저 ‘이야기의 조건: 너머의 내러티브’에서는 설화, 동화, 신화, 종교, 역사, 민화 등 다양한 배경에서 비롯한 작품의 모티프가 같은 화면에서 만나 새로운 서사구조를 이루고, 직조와 해체를 통해 비선형적 내러티브를 구축해 나가는 작가 특유의 조형 문법과 구성 방식을 살펴본다면 이어진 ‘배회하는 자아’에서는 작품세계 확장에 큰 계기가 된 판화와 사진 매체가 지니는 반복적인 특성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가 그간 강조해 온 배회의 움직임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자신을 본격적으로 작품 안에 등장시키기도 하고, 주변의 ‘크고 작은 생명’에 귀 기울여 온 작가의 특징적 행보라 할 수 있다. 마지막 ‘자유낙하: 생동하는 에너지’에서는 신체에 기반한 1980~1990년대 작품에서 근작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지난 수십 년간 다뤄 온 방대한 매체와 복잡다단한 장르를 관통하는 핵심 요소로서 생동하는 에너지에 주목하여 구성하였다. 또한, 독일의 영상 제작자 클라우디아 뮐러(Claudia Müller)가 키키 스미스의 일상과 작업 현장을 담은 약 52분 길이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비롯해 여성 주인공 중심의 판화 14점으로 구성된 블루 프린트 시리즈 그리고 작가의 2022년 신작까지 함께 만나볼 수 있다. 키키 스미스는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진행하면서 가진 화상통화에서 “뉴욕 대학교에서 25년 넘게 강단에 서 있으면서 한국 학생들을 상당히 많이 만났다. 그래서 그때 제자들도 이 전시회 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왜냐하면 무척 독특하고 자유로운 학생들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한국이라는 곳이 저의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실용적이면서도 영적인 것이 같이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미국 사람들은 잘 드러내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회에 직접 오지 못해서 무척 아쉽지만 저의 작업을 보여주게 되어서 기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또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은 저에게 정말로 큰 영향을 미쳤다. 제가 어릴 적에 알게 된 한 가지 사실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한옥에서 바닥에 종이인 한지를 깔고 밑에서 따뜻한 열이 나오는 구조가 있다고 들었다. 이것을 알게 되어서 저의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종이라는 것이 조각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고 심지어 이불과 같이 덮고 겹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알게 된 이후에 제 드로잉과 프린트 작업을 겹치기 시작했고, 종이를 조각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한국에 직접 방문을 해서 이런 한지와 온도를 보는 것이 저의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12일(일)까지 진행되며, 예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도슨팅 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에서 ‘서울시립미술관’을 검색하여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네이버 오디오클립을 통해서도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허중학 기자] 키키 스미스(1954년생, 미국)는 조각, 설치, 판화, 드로잉,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구상미술의 영역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독일 출생의 미국 작가이다. 1970년대 후반에는 제니 홀저, 톰 오터니스, 카라 펄만 등과 함께 뉴욕의 행동주의 미술가 그룹인 콜랩(Colab, Collaborative Projects, Inc.)에 참여했으며, 1980년대에는 인체 내 장기를 묘사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당시 그의 작품은 가정폭력, 임신중절, 에이즈 등 신체를 둘러싼 80년대 미국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다뤘다. 1990년대에 이르러 스미스는 인물의 전신상을 제작하기 시작하는데, 배설, 생리 등 파격적인 모습의 이들 작품은 인물의 이상화된 표현이 특징적인 기존의 조각 전통과는 거리를 두며 흔히 '애브젝트(abject)' 미학으로 설명된다. 2000년대에 들어서 스미스의 작품은 과격하고 도발적이던 이전 시기의 작품과는 달리 서정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띄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다양한 배경의 종교, 신화, 문학에서 도상을 취하여 새로운 내러티브를 직조하는가 하면, 인간을 넘어 동물과 자연, 우주 등 우리 주변의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소재로 삼으면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조각을 새롭게 조각한 작가 에르빈 부름 개인전
수원시립미술관, 조각을 새롭게 조각한 작가 에르빈 부름 개인전
[서울문화인] 현대미술의 두드러진 특징 중의 하나는 장르 경계의 모호성이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부름(Erwin Wurm, b. 1954-)에게 조각은 전통적인 조형물의 개념을 넘어 신체를 통한 행위, 그리고 물리적인 형상 없이 존재하는 개념도 조각의 범주로 정의하며 예술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있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수원시립미술관, 오스트리아 조각가 에르빈 부름 개인전인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 에르빈 부름은 오스트리아의 빈과 림부르흐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동시대 조각가로 1980년대 후반부터 약 40년간 이어져 온 그의 작업은 모두 조각의 본질과 형식에 관한 탐구하며, 소비 지상주의, 비만, 이민과 같은 현대 사회의 문제들을 유쾌하게 풀어내고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모순과 불합리를 날카롭게 꼬집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는 1980년대 말 일상적인 옷을 조각의 재료로 사용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형태가 변화하거나 부피가 증감하는 모든 ‘현상’ 자체를 조각으로 보았다. 1990년대에는 자신의 신체를 소재로 하는 조각에서 시작하여 90년대 중반 이후 조각의 대상을 ‘행위’로까지 확장하였다. 작가는 이런 작업 과정에 대해 “어떤 작품들은 일상의 합리적인 생각을 넘어 혼란으로 나아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번 전시 《에르빈 부름: 나만 없어 조각》은 에르빈 부름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의 전방위적 활동을 조망하는 전시이자 작가가 제시하는 ‘조각’의 다층적인 의미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사회에 대한 고찰, 참여에 대한 고찰, 상식에 대한 고찰)으로 에르빈 부름의 작품 가운데 엄선한 61점의 조각들을 통해 그의 예술적 상상력을 추적한다. 1부(사회에 대한 고찰)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13 풀오버 13 Pullovers Series>(1991)와 <8일 만에 L 사이즈에서 XXL 사이즈 되는 법 From L to XXL in 8 Days>(1993) 같은 작품을 통해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현상들을 유쾌하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담아낸 조각들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부드러운 재질의 조각, 속이 빈 조각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기존 조각이 지닌 무게와 양을 덜어내고, 녹아내리거나 부푼 형태로 현대 사회의 현상들을 재치 있게 은유한다. 그는 사람의 신체도 조각 일부로 바라보며 조각의 본질에 대한 변화를 모색했다. 에르빈 부름은 “음식 섭취를 통해 살이 찌고 빠지는 과정은 우리가 살면서 가장 먼저 겪을 수 있는 조각적 경험”이라고 말한다. 작품의 주된 내용은 거의 움직이지 말고 아침, 점심, 저녁으로 고열량의 음식을 섭취하라는 것이다. 이처럼 그에게는 사람의 몸도 하나의 조각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자동차와 집을 뚱뚱한 모습으로 의인화한 ‘팻 조각’ 시리즈(Fat Car Series)로 조각의 형식을 실험하는 동시에 소비 지상주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처럼 에르빈 부름에게 조각은 모든 ‘현상’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이자 사회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이다. 2부(참여에 대한 고찰)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조각에 대한 의미를 재정의 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먼저 간략한 지시 드로잉, 일상의 사물, 그리고 좌대로만 구성된 ‘1분 조각 One Minute Sculpture’은 작가가 국제적인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시리즈로 조각과 행위의 상호 관계성을 묻기 시작한 작품으로 조각에서 형태를 이루는 덩어리를 완전히 없애고 그 공간에 1분이라는 시간성을 담아 ‘행위’가 조각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제목에 나오는 “1분”은 ‘짧은 순간’을 표현하는 상징적인 숫자일 뿐이고 실제로 작품을 수행하는 시간은 10초가 될 수도, 2분이 될 수도 있다. 또한 ‘퍼포먼스 조각 Performative Sculpture’ 시리즈에서는 작가가 방문하는 지역의 건축물을 선택하여 미니어처로 제작하고 그 위에서 작가가 직접 퍼포먼스를 행한다. 이는 모든 것을 쉽게 버리고 바꾸는 오늘날을 꼬집어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관람객의 참여로 만들어진 조각들은 전통적인 조각의 개념을 뒤집고 조각 개념의 확장을 가져왔다. 최근 작가는 추상 형태로 옮기는 과정에 집중하여 새로운 조각의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다. 3부(상식에 대한 고찰)에서는 조각의 형식과 경계를 뛰어넘는 작가의 다양한 시도들을 보여준다. 앞서 얘기했듯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는 평면도 ‘조각’의 범주에 속한다. 이렇듯 그는 사진도 ‘조각’이라고 정의한다. 우리의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담은 <게으름을 위한 지시문 Instructions for Idleness>(2001)은 바로 ‘사진 조각 Photographic Sculpture’으로 분류된다. 이 연작은 작가가 직접 모델이 되어 게을러지는 법을 다각도로 풀어낸 사진 작업이다. 사진과 텍스트는 작가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잘 보여준다. 또한 작가는 SNS 속 현대인들의 완벽한 모습이 사실은 전부 허구이며, 우리가 ‘거짓된 시간’ 속에 있다고 말한다. 이어 실제 모델의 신체 중 옷을 포함한 표면 일부분을 틀로 만들어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 한 ‘스킨 조각 Skins Sculpture’(2021) 시리즈는 조각이지만 마치 사람의 피부와도 같은 이러한 작업은 일반적인 조각의 개념에서 탈피하여 조각을 재정의 하고 있다. 에르빈 부름은 무형의 생각만으로도 조각을 만들 수 있다는 일반적인 조각과는 다른 작업 방식을 보여준다. 그의 발상은 일반인에게 상당히 생소하게 다가오지만 여러 예술가에게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규정된 조각에 대한 해석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관점으로 현대미술을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전시는 3월 19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으로 새롭게  단장
국립고궁박물관,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으로 새롭게 단장
[서울문화인] 그동안 복원된 <자격루>가 전시되어 있던 국립고궁박물관의 지하 1층 공간에 지난 12월 27일부터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을 보여주는 상설실 <과학문화>실이 새롭게 들어섰다. 새롭게 단장한 <과학문화>실은 ‘관상과 수시’라는 주제 아래 어려운 과학문화유산의 의미와 작동원리 등을 쉽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춰 ▲ 1부 ‘조선 국왕의 통치 이념과 천문’ ▲ 2부 ‘조선왕실의 천문 사업’ ▲ 3부 ‘조선의 천문의기’ 총 3부로 구성되었으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석각 천문도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국보)을 비롯해 조선시대 과학문화유산 총 45건(국보 3건, 보물 6건 포함)을 전시하고 있다. 1부 ‘조선 국왕의 통치 이념과 천문’에서는 국왕의 임무 가운데 으뜸인 ‘관상수시’(觀象授時,천체의 움직임을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절기와 날짜, 시간 등을 정하며 널리 알리는 일)가 국가 통치 이념이자 수단이었음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강우량 측정 기구인 <창덕궁 이문원 측우대>(국보), 고대부터 왕권의 상징물이던 천체관측기구 <혼천의>, 통치자를 상징하는 북두칠성과 28수 별자리를 새긴 <인검> 등을 소개하고 있다. 2부 ‘조선왕실의 천문사업’에서는 천문사업을 담당하기 위해 설치했던 관서인 관상감 관련 유물과, 천문학서인 <천문류초(天文類抄)>, 역서인 <칠정산 내편>, <칠정산외편>, <내용삼서(內用三書)>, <대통력>, 조선 후기에 사용된 역서로 오늘날의 달력에 해당하는 <시헌서> 등 조선 왕실에서 추진한 천문 관련 사업과 그 결과물로 편찬된 여러 역서를 소개하고 있다. 이 역서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이 중요한 일정 등을 적어 놓은 흔적도 찾을 수 있다. 3부 ‘조선의 천문의기’에서는 관상수시에 사용했던 천문기기를 종합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공간으로 천체관측기구인 <일성정시의>, <소일영>, <혼천의>, 각종 시계인 <앙부일구>, <지평일구>,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보물) 등이 배치되어 있다. 특히 현재까지 완형이 남아 있지 않은 <자격루>의 부속품인 항아리, 부표, 주전(물시계의 동력 전달 및 시각 조절을 하는 장치) 등 지난 2021년 인사동에서 출토 유물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참여형 영상을 통해 경복궁과 창덕궁·창경궁에 설치된 여러 기구의 위치와 내용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 보물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과 <복각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은 별도 공간에서 마주하게 된다. 이곳은 관람객이 숫자를 눌러보며 각석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또한, 전시실 입구에 ‘숫자로 만나는 천상열차분야지도 각석’ 참여형 정보영상을 비롯하여 전시실 내부에서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각석의 내용과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실감영상과 각석 투사영상을 상영을 통해 관람객의 이해를 돕고 있다. 영상은 15분 단위(매 시 정각, 15분, 30분, 45분 시작)로 운영된다. 이번 개편에서는 어려운 유물의 이해를 도울 다양한 정보영상과 혼천의, 측우대, 앙부일구, 자격루의 수수호 등 4개의 유물 촉지 모형을 만져볼 수 있는 ‘손끝으로 만나는 조선의 과학문화’, ‘큰 글씨 안내물’ 등을 전시장 곳곳에 배치해 관람객의 편의를 높였다. 또한 측우대에서는 빗소리를, 자격루에서는 시각을 알리는 북·종소리를 들으며 전시 유물을 오감으로 만끽할 수도 있다. [허중학 기자]
서울미술관, 지난 10년 간 전시에서 소개되었던 48명의 작가 신작으로 재조명
서울미술관, 지난 10년 간 전시에서 소개되었던 48명의 작가 신작으로 재조명
[서울문화인] 지난 2022년 서울미술관의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4월부터 서울미술관의 대표 소장품을 소개한 전시 《두려움일까 사랑일까》가 한국의 주요 근현대미술가들의 걸작을 총망라하여 보여줌으로써 관람객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으며, 총 관람객수 10만 명을 기록한데 이어 두 번째 기념 전시로 《3650 Storage – 인터뷰》가 지난 12월 29일(목)부터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서울미술관은 지난 10년 간 약 50여 개의 현대미술 기획전시를 선보였다. 또한, 그 전시를 통해 약 300명에 달하는 국내외 젊은 현대 미술가들의 개성 넘치는 작품을 소개했다. 이번 전시는 과거 서울미술관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전시로 참여했던 참여 작가 가운데 총 48명의 국내외 현대미술가의 회화, 사진, 조각, 설치, 영상, 일러스트 등 현대미술 전 장르를 아우르는 약 20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서울미술관을 자주 찾았던 관람객에게는 익숙한 작가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품은 과거에 선보였던 작품을 다시 선보이는 것이 아닌 많은 작품이 코로나 19 기간 동안 작업물을 소개하는 전시라 할 수 있다. 특히 팬데믹 이후 선보이는 초대형 현대미술기획전인 만큼 동시대 예술가들이 겪었던 고뇌와 좌절, 그리고 예술을 통해 회복한 과정과 예술가의 길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선보인다는 점이다. 48명의 작가에는 국내 예술가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다원예술가 하비에르 마틴(Javier Martin), 호주의 극사실주의 조각가 샘 징크(Sam Jinks)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해외 아티스트를 비롯하여 미국, 호주, 스페인, 스위스, 영국, 이탈리아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개성 있는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더불어 작가들이 직접 작성한 인터뷰지를 통해 작가들과 작품에 대해 소통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시장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 영감을 가져다주는 존재로 알려진 아홉 명의 학문과 예술의 여신 ‘뮤즈(muse)’를 차용하여 구성됐다. 미술관의 영문 표기인 ‘museum’의 어원에는 ‘뮤즈가 모이는 곳’이라는 뜻에 착안하여 관람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가져다 줄 아홉 개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한편,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을 위해 매일 14시 정규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사전 예약이나 비용 없이 현장에서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20인 이상 단체 방문은 별도 예약을 통해 원하는 시간에 전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아울러 개인 이어폰과 핸드폰 지참 시 들을 수 있는 오디오 가이드가 무료로 제공된다. 또한, 전시 연계 교육 프로그램으로 1월 매주 금요일마다 한정된 소규모 인원만을 모집하여 전시 감상 및 작가 워크숍 등 다채로운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샘키즈 리포터가 간다!>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CJ ONE 회원을 대상으로 한 관람료 할인 이벤트, 제휴 대학교 한정 대학생 할인 이벤트 등 다양한 할인 이벤트가 진행되며, 서울미술관 통합권 구입 시 흥선대원군 별서 ‘석파정(石坡亭)’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할인 이벤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서울미술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확인하면 된다. [허중학 기자]
[갤러리]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캐릭터를 캔버스에 담아낸 작가 박민준
[갤러리] 자신이 만들어낸 소설 속 캐릭터를 캔버스에 담아낸 작가 박민준
[서울문화인] 박민준 작가의 작품에는 고전적 아름다움과 초현실 미술이 중첩되어 최근 미술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그의 그림 속에는 작가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서사를 고스란히 녹여내어 마치 고전 미술을 현대 미술로 재해석한 느낌을 동시에 감상하는 듯하다. 박민준 작가는 서구 신화 속 인물을 동양인의 모습으로 옮기고, 미술사의 고전이 된 르네상스와 고전주의 걸작을 재해석, 전통적인 고전 회화가 전하는 보편적 서사와 재현의 마술적 효과를 동시대 회화 언어로 연구 및 계승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가 4년 만에 신작으로 갤러리현대에서 개인전 《X》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의 《X》를 이해하려면 작가가 2010년대 중반에 집필한 소설 『라포르 서커스』와 『두 개의 깃발』을 이해하여야 한다. 첫 장편소설 『라포르 서커스』는 곡예사 라푸가 쌍둥이 형인 라포를 선망하며 수많은 좌절과 시행착오를 거쳐 결국 최고의 쇼를 선보이는 감동적인 성장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사람과 대화하는 파란색 원숭이 제프, 복화술 하는 꺽다리 단장, 머리에서 나무가 자란 동물 조련사 엘레나, 단검의 달인인 아이카, 훈련사 바텀 등 매혹적인 캐릭터가 등장한다. ‘서커스’는 소설의 메인 시공간이자 “삶이며 각자의 시선에서 축제이자 인생”이라는 은유적 장치이며, 곧 캔버스로 가시화되는 회화적 무대로 설정되었다. 두 번째 소설 『두 개의 깃발』은 600여 년 전 활동한 화가 사피에르의 베일에 싸인 최후의 완성작 <신념의 탑>과 <영원의 탑>의 행방을 추적해 나가는 이야기로 미술의 재현의 의미와 예술 창작의 본질을 성찰하는 감동적인 서사를 직조해내었다. 작가는 두 소설을 집필한 이후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등을 드로잉, 회화, 조각 등의 다양한 매체로 ‘재현’하는 실험을 지속 중이다. 2018년 갤러리현대에서 개최한 동명의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에서 소설의 서커스 단원을 회화와 조각 작품으로 생동감 넘치게 재현하였다면 이번 《X》는 두 작품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전시라 할 수 있다. 2층 전시장에는 작가가 발표한 두 소설과 연계된 연작 <라포르 서커스>와 <두 개의 깃발>의 세계가 중첩된다. 라포르 서커스단에서는 탈을 쓴 광대를 주인공으로 한 <곰탈의 귀를 잡고 있는 광대>, <이면공을 들고 있는 광대>, <화났거나 혹은 아니거나>을 통해 인간 삶의 희로애락과 양면성을 초상화 장르로 포착하였다면, <두 개의 깃발>에서 빈 캔버스로만 남아 실체를 확인할 수 없던 <신념의 탑>과 <영원의 탑>은 대형 작품으로 ‘현실화’되어 등장한다. 보라색으로 칠해진 전시장에 매달린 거대한 두 회화 작품과 그 앞의 계단식 좌대에 놓인 두 조각 작품 <소년(아인)상>은 전시장을 성스러운 제단의 일부처럼 느껴지게 만들며 관람객을 압도한다. 1층 전시장에는 2021년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완성된 12점의 신작 <X> 시리즈를 선보이는 공간으로 초현실적 분위기로 가득한 이 연작은 환상적인 픽션을 기반으로 완성된 여타 시리즈와 달리, 구체적인 서사에 제한되지 않고 즉흥적으로 완성된 작품이다. 작가는 소설 속 떠오른 장면이나 그려보고 싶은 대상을 주제나 작품의 크기, 표현 기법을 규정하지 않고 ‘드로잉’처럼 자유롭게 캔버스에 옮겨 놓았다. 이곳 전시장 중앙에 놓인 조각 <엘카드몬>은 두 소설에 등장하는 목각인형이자 두 세계를 잇는 캐릭터로 개인전 <라포르 서커스>에서 미켈란젤로의 드로잉 <피에타>의 구도에 예수 그리스도의 자리에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미간을 찌푸린 모습으로 배치된 ‘엘카드몬’을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실현시켰다. 1, 2층과 달리 조명이 어둡게 조성된 지하 전시장에는 <콤메디아 델라르테>라는 타이틀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관람객은 전시장 입구의 선반에 놓인 리플렛을 손에 쥐고, 펜스가 쳐진 안쪽 공간으로 들어가면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전시장 중앙에는 개, 올빼미, 토끼, 고양이, 당나귀, 곰, 원숭이, 다람쥐, 여우 등 9마리 동물(페페나파, 판탈로네, 카피타노, 브리겔라, 풀치넬라, 도토레, 스카라무슈, 콜롬비나, 알레치노)의 털 가면을 쓴 듯한 인물 초상화가 반원을 그리며 공중에 매달려 있다. 작품 속 동물 캐릭터는 16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18세기까지 전 유럽에 걸쳐 유행한 즉흥 가면극 ‘콤메디아 델라르테’의 캐릭터(인물)의 포즈와 복식을 참조, 작가는 인간의 모습이 아닌 동물로 생경하게 변주, 새로운 연작 ‘콤메디아 델라르테’의 캐릭터로 만들어 내었다. 작가는 이 캐릭터를 통해 거짓말, 수와 돈, 돈을 향한 욕망, 정의와 살인, 작품과 작가의 영혼, 돈과 우정, 영생과 죽음, 기억과 행복 혹은 불행, 사랑, 감각과 마음의 소리 등 과거뿐 아니라 동시대 삶에서 유의미한 가치와 덕목에 관한 주제를 강조한다. 특히 지하 전시장에 마치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받고 무대에 첫인사를 올리러 온 배우처럼 작품을 배치해 놓아 마치 가상의 연극 무대를 연상케 한다.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것은 전시 타이틀 ‘X’가 그의 작품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이것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X는 로마자로 숫자 10을 의미하기도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을 기념하기도 하지만 작가의 과거 연작과 새로운 연작이 ‘컬래버레이션’ 하듯 연결되어 다층적인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작가의 상징 코드라 할 수 있다. 박민준 작가의 회화 및 조각, 드로잉 40여 점을 대거 선보이는 그의 개인전 《X》는 2023년 2월 5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메이저 퀸’ 전인지 선수, 작가로 변신 스승 박선미 작가와 콜라보 전시 가져
‘메이저 퀸’ 전인지 선수, 작가로 변신 스승 박선미 작가와 콜라보 전시 가져
[서울문화인] 그린 위가 아닌 갤러리라는 공간 그것도 대중들이 생각지 못한 그림 앞에서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이 분명 누구에게나 익숙한 모습은 아니지만 담담하게 설명하는 모습에 이미 프로골퍼로서 많은 매체 앞에 서본 그녀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작품을 떨림 없이 소개하고 있었다. 지난 12월 16일 종로구 자하문로에 위치한 본화랑에서 아주 이색적인 콜라보전이 개최되고 있어 전시장을 찾았다. 이 전시는 무거운 주제를 이해하기 쉬운 시각적 언어와 색으로 표현하며 책을 그리는 화가, 또는 앵무새작가로 알려져 있는 박선미 작가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들도 알 수 있는 프로골퍼 전인지(28) 선수와 작가와 작가로 만나 콜라보로 선보이는 ‘앵무새, 덤보를 만나다.’이다. 이번 전시를 이색적인 전시라고 소개한 것은 미술과 스포츠 서로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두 사람이 함께 미술이라는 장르로 전시회를 갖게 된 것 때문이다. 두 사람이 함께 콜라보 전시를 가지게 된 것은 지난해 12월, 전인지 선수가 박선미 작가의 개인전에서 영감을 받은 후 전인지 선수가 박선미 작가에게 그림을 가르쳐 달라는 요구를 박 작가가 흔쾌히 수락하면서 스승과 제자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1년 만에 이렇게 작가와 작가이자 스승과 제자로 첫 콜라보 전시를 갖게 되었다. 새롭게 작가로 변신한 전인지는 “지난해 12월 처음 작가님을 만난 후 저도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인연이 되어 선생님으로부터 수업을 받게 되었다. 본격적인 그림 수업은 지난 5월부터 시작되었다.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잠든 적도 많았다. 이번 전시회를 앞두고는 작업실에서 26~7시간 작업실에서 나오지 않고 세끼를 모두 서서먹을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시켜 먹으면서 작업에 매진했었다”고 밝히면서 “전시를 앞두고 설렘도 있었지만 작업을 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두려움도 컸다. 그래서 더 작업할 때 진정성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다. 또한, “선생님(박선미 작가)과 첫 인연은 당시 오랜 슬럼프로 자신감을 잃고 힘들어할 때, 박선미 작가님이 ‘전인지 선수는 9번째 지능을 가졌다’며 용기를 불어넣어준 게 그림에 도전하는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회 제목, ‘앵무새, 덤보를 만나다.’는 앵무새를 자신의 작품에 많이 녹여낸 박선미 작가가 전인지 선수의 별명 ‘플라잉 덤보’에서 가져온 타이틀로 전인지 선수의 팬들이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항상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에게 큰 귀를 펄럭이며 하늘을 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인 아기코끼리 ‘플라잉 덤보’라는 별명을 지어줬었고, 전인지 선수의 팬카페 이름이 되기도 했다. 이번 콜라보 전시회에서 박선미 작가는 베토벤의 합창에 모티브를 받은 ‘합창’을 비롯하여 ‘9번째 지능’, ‘Bam!’, ‘자기성찰’ 등 앵무새를 매개체로 그려낸 작품을 전인지 작가는 15번의 우승이 담긴 모자를 쓴 덤보를 표현한 ‘되찾은 나’, 골프선수 여정을 표현한 ‘루트’, 지난 7월 브리티시 여자오픈 당시 간발의 차로 홀 안에 떨어진 장면을 그린 ‘한 끗 차이’, 108개의 물음표를 통해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던지는 ‘108’, 선생님께 그림을 가르쳐 달라고 애교부리는 덤보, 선생님이 제자로 받아주셔서 신나서 방방 뛰는 덤보 등 선생님과 인연이 된 당시의 마음을 담은 코끼리 덤보를 그려낸 작품과 함께 앵무새와 코끼리 덤보가 함께 등장하는 콜라보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가 일반에게 공개 되기전 100호 크기의 이 작품은 2000만원에 이미 판매된 가운데 전인지는 이번 전시회의 수익금 전액을 그가 후원하는 랜카스터 교육재단에 기부할 계획이라 밝혔다. 전시는 내년 1월 7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어람용 의궤 297권, 11년 만에 모두 공개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어람용 의궤 297권, 11년 만에 모두 공개
[서울문화인] 2011년 프랑스에서 임대 형식으로 국내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297권이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이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 10년을 기념하여 진행하는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특별전을 통해 모두 공개하였다. 2011년 환수당시 일부를 공개 한 적은 있지만 전체를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의궤란, 의궤는 ‘의식(儀式)의 궤범(軌範)’을 줄여서 한 단어로 조선 왕실의 중요한 행사와 건축 등을 글과 그림으로 상세하게 기록한 우리 민족 고유의 문화유산으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조선왕조 내내 의궤는 꾸준히 제작되어 예(禮)를 중시하는 유교문화권의 특징을 잘 보여줄 뿐 아니라 조선시대의 통치 철학 및 운영체계를 알게 하는 대단히 의미 있는 기록물물로 왕의 결혼, 세자 책봉, 장례 등의 오례(五禮, 나라에서 지내는 다섯 가지 의례. 길례(吉禮), 흉례(凶禮), 군례(軍禮), 빈례(賓禮), 가례(嘉禮)) 행사가 사진처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명목상으로는 조선 왕조 519년 동안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조선 초기의 의궤들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타서 없어지고 현재는 조선 중기부터 말기까지 제작된 의궤만이 남아있다. 의궤는 왕의 열람을 위해 제작한 어람용과 여러 곳에 나누어 보관하기 위한 분산용으로 구분되어 모두 5∼9부가 제작되었다. 어람용 의궤는 규장각에 보관하고, 분산용은 의정부, 춘추관, 예조 등 관련 부서와 봉화 태백산, 무주 적상산, 평창 오대산, 강화도 정족산 등의 사고로 보내졌다. 특히 어람용 의궤는 구름무늬, 화려한 연꽃넝쿨무늬가 표현된 초록의 비단에 국화 모양의 장식 등 일반 서책에서 볼 수 없는 고급스러운 장황으로 특별하게 제작되어 고급스러움이 묻어난다. 또한, 어람용은 글씨를 잘 쓰는 전문 관원(사자관)을 선발하여 반듯한 글씨체(해서체)로 정성껏 쓴 반면에 분상용은 각종 글씨 쓰기를 담당하는 관원(서사관)이 일반 글씨체로 쓰여졌다. 그림도 분산용은 나무에 새겨 도장처럼 찍은 후 채색하였지만, 어람용은 화원이 손으로 일일이 그린 후 채색을 한 것에 차이가 있다. 이 외에도 어람용은 두껍고 매끈한 고급 종이를 사용하였다. 하지만 프랑스 측에서 일부 비단 표지를 문양이 없는 비단으로 교체해 놓았다. 이 어람용 의궤는 1782년 2월 정조가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설치한 외규장각에는 보관되어 있었으나 병인양요(1866년) 당시, 강화도에 상륙한 프랑스 군대의 방화로 전각이 소실되면서 의궤를 비롯하여 5,000여 권 이상의 책이 함께 소실되었다고 판단하였으나, 1979년 파리국립도서관에 근무하고 있던 故(고) 박병선 박사가 거의 1세기가 다 되어가는 기간 동안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베르사유 분관 폐지 창고에 버려지다시피 방치되어 있던 외규장각의궤의 행적을 밝혀내어 이 사실을 한국에 알리면서 그 존재가 들어났다. 그러나 우리에게 귀중한 이 외규장각 의궤가 국내에 들어오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있었다. 1993년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TGV의 대한민국 고속철도 수주를 위해 방한하면서, 『휘경원원소도감의궤』 상 1권을 반환하며,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의 전체 반환을 약속했지만, 양국이 합의점을 찾지 못했었다. 대한민국 정부와 민간단체 에서는 서로 다른 방법으로 프랑스 정부에 계속해서 외규장각 도서의 환수를 요구하며, 대한민국의 시민단체인 문화연대 주도로,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였지만 패소하기도 하였다. 이후 2010년 11월,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열린 서울 G20 정상회담에서 프랑스와의 정상 회담 이후 외규장각을 5년마다 갱신 대여하는 것으로 합의하였다. 이후 2011년 4월 14일, 1차분 75권 환수를 시작으로 2011년 5월에야 환수가 완료되어, 7월부터 그 중 일부를 국립중앙박물관을 통해 공개하였다. 그러나 환수는 5년마다 갱신해야 하는 대여 방식으로 돌아왔다는 점에서 여전히 미완의 환수라는 점이 분명하다. 의궤는 국립박물관의 수장고에 보관되지만, 그 소유권은 여전히 프랑스가 갖고 있다.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조선의 상징적 문화재인 의궤를 우리의 문화재로 등록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전시나 연구 등을 위해 의궤를 다른 기관에 대여하는 것 등도 프랑스 측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외규장각 의궤의 귀환 10년을 기념하여 진행하는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 특별전은 지난 10년 간 축적된 외규장각 의궤 연구 성과를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어낸 전시로 외규장각 의궤 297책은 물론 궁중 연회 복식 복원품 등 총 46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3부로 1부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에서는 왕이 보던 어람용 의궤가 가진 고품격의 가치의 조명과 함께 의궤 속 자세하고 정확한 기록과 생생한 그림에서 읽어낸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정수를 소개하며, 2부 ‘예禮로서 구현하는 바른 정치‘에서는 의궤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의례儀禮로 구현한 조선의 ‘예치禮治‘가 담고 있는 품격의 통치철학을 살펴보고 있다. 3부 ‘질서 속의 조화’에서는 각자가 역할에 맞는 예를 갖춤으로써 전체가 조화를 이루는, 조선이 추구한 이상적인 사회에 대한 이야기로 그 이상이 잘 구현된 기사년(1809)의 왕실잔치 의례를 3D 영상으로 구현해 놓았다. 무엇보다 외규장각 의궤가 전량 전시된 서가 형태의 전시장은 마치 외규장각 안으로 들어온 듯한 감동을 안겨주며, 외규장각 의궤 중 영국국립도서관이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는 '기사진표리진찬의궤'를 실제와 똑같이 복제하여 관람객이 직접 넘겨보며 어람용 의궤의 품격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외에도 의궤의 생생한 기록을 토대로 의궤의 한 장면을 실제로 전시장에 펼쳐 놓았을 뿐만 아니라 진연의 준화樽花와 의상도 새롭게 복원해 놓았다. 전시는 내년 3월 19일까지 진행되며, 고故 박병선 박사를 기억하고자 11주기가 되는 11월 21일(월)~27일(일)에는 무료관람이 실시된다. 한편, 외규장각 의궤 이외에 833종 3430책이 현재 서울대학교 규장각과 한국학 중앙 연구원 장서각에 보관되어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외규장각 의궤 297책의 해제와 원문, 반차도, 도설 등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외규장각의궤 DB를 구축했고 외규장각 의궤 학술총서 총 6권을 발간하였으며,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연구 성과를 확인 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매혹의 명화를 수집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걸작들 한국을 찾다.
매혹의 명화를 수집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걸작들 한국을 찾다.
[서울문화인] 최근 들어 전시의 경향은 고전 회화나 유물중심의 전시보다는 근현대 작품이나 혹의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이미지 위주의 전시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특별전은 유럽 명화에 목말라 있던 관람객에겐 담비와 같은 전시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첫 날부터 관람객의 줄이 이어졌다. 이번 전시는 1892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과 조선의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한지 130주년을 기념,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된 전시로 15세기부터 20세기까지 600년 가까이 중앙 유럽 대부분과 스페인, 벨기에, 이탈리아 일부를 통치했던 합스부르크 왕조의 여러 세대에 걸친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유럽 최고의 가문, 합스부르크 600년 가까이 유럽사에 굉장한 영향력을 준 합스부르크 가문은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 프랑스의 부르봉 가문과 함께 유럽을 대표하는 세 가문 중에서도 가히 최고의 가문이라 할 수 있는 가문으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스페인의 왕으로 모두 즉위하며, 합스부르크 가문의 전성기를 알린 카를 5세,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트아네트, 그리고 대중들에게는 뮤지컬로 익숙한 ‘엘리자베스’, ‘황태자 루돌프’도 합스부르크 가문을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의 빌미가 된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한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까지 근대사에도 굉장한 영향을 끼친 가문이다. 참고로, 뮤지컬 속 엘리자베스(암살)는 빈미술사박물관의 설립자 프란츠 요제프 1세의 황후이며, 루돌프 황태자(자살)는 그의 외아들이다. 또한, 사라예보에서 암살당한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는 프란츠 요제프 1세의 막냇동생 카를 루트비히의 장남이며, 멕시코 황제로 1867년 멕시코 저항군에 의해 처형된 막시밀리안 1세도 요제프 1세의의 동생이다. 프란츠 요제프 1세는 1848년부터 1916년까지 무려 68년간 오스트리아 제국을 다스렸다. 이는 합스부르크 왕가를 통틀어 최장 재위하였으나, 불행한 가족사를 그대로 목도할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다. 합스부르크 왕조는 10세기 무렵 스위스의 작은 백작 가문으로 시작하였으나 막시밀리안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는 1477년 부르고뉴 공국의 상속녀 마리 드 부르고뉴와의 결혼을 통해 부르고뉴 공국의 영토와 공국의 지배하에 있던 네덜란드 지방까지 합스부르크 가문에 편입시켰다. 1495년에는 그의 아들 필리프와 스페인 아라곤 왕국과 카스티야 왕국의 왕위계승자 후아나의 결혼을 통해 스페인과 이탈리아 남부, 새롭게 발견된 아메리카 영토까지 합스부르크의 영향 하에 놓이게 하였다. 1515년에 자신의 손녀와 손자를 보헤미아와 헝가리의 왕위 계승자들과 결혼시키면서 3세대 만에 합스부르크 가문은 로마 제국 이후 가장 거대한 유럽 제국을 확장하고 통합했다. 막시밀리안 1세의 손자 카를 5세(1500-1558)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스페인의 왕으로 모두 즉위하면서 당시 합스부르크 제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게 되었다. “Let others wage wars, but you, happy Austria shall marry."(다른 이들은 전쟁하게 하라,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그대는 결혼하라) 합스부르크 왕조가 어떻게 유럽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게 되었을까 이는 결혼동맹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가문을 계속 이어지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가족 간의 근친혼이었다. 조카와 삼촌, 엄마 동생과 고모의 아들, 여동생 딸, 이들은 모두 가까운 친척이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의 결혼 상대자였다. 초기에는 결혼이라는 것을 통해 유럽에서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그러나 수백년 간 이어진 이런 근친혼은 결국 합스부르크 왕가의 몰락의 하나로 작용했다. 근친혼의 부작용으로 흔히 합스부르크립이라는 유전병을 가지게 되었다. 합스부르크립 유전병의 특징은 거대한 턱과 낮은 지능, 그리고 면역력 감소라는 부작용으로 후대에 갈수록 대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유전병으로 유아사망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높았을 뿐만 아니라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그렇게 스페인의 합스부르크 왕조는 대를 잇지 못하면서 프랑스 부르봉 왕가에 물려주게 되면서 오스트리아계 합스부르크 왕조(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만이 왕가를 이었으나,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황태자 페르디난트가 암살당한 사라예보 사건으로 시발이 된 제1차 세계대전으로 긴 역사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후대에는 더 이상 근친혼이 사라지면서 합스부르크립은 점차 사리지게 되었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유럽의 광활한 영토를 다스리기도 했던 합스부르크 왕가는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 황제로 등극한 1273년부터 왕정이 몰락한 카를 1세의 1918년까지 약 600년 간 유럽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30년 전쟁, 스페인과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제1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와 그들이 수집한 예술품 빈미술사박물관은 유럽의 3대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박물관으로 1858년, 프란츠 요제프 1세(1830-1916)가 황실예술품 컬렉션을 수장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현재 이곳에는 이집트, 그리스, 로마시대 등 고대유물부터 19세기 회화까지 방대한 예술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회화 방면에서는 피터르 브뤼헐 1세의 ‘바벨탑’, 램브란트의 ‘자화상’, 라파엘로의 ‘초원의 성모’ 등 유럽의 미술관 중에서도 회화 방면에서는 굉장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서양미술사를 배우며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루벤스, 벨라스케스, 반 다이크와 같은 걸출한 화가들의 후원자이기도 하면서 놀라운 안목을 바탕으로 한 수집가라는 점이다. 이는 박물관의 수집품을 통해 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 스페인의 왕이었던 펠리페 4세(1605-1665)는 예술의 적극적인 후원자로서 문화적으로는 부흥기를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가 수집한 작품들은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테레사의 남편인 레오폴트 1세와 아들 카를 6세에 의해 상당수 빈으로 이전되어 빈미술사박물관에 소장되었다. 이때 펠리페 4세의 궁정 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주옥같은 명화가 빈으로 오게 되었다. 빈미술사박물관 회화 작품 수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중 또 다른 인물은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이다. 대공은 1619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페르디난트 2세의 막내아들로 성정이 용맹하고 전략이 뛰어나 30년 전쟁을 비롯한 오랜 기간 기사단장으로 전쟁터를 누볐다. 그는 예술에 조예가 깊고 안목이 뛰어나 일생 동안 1,400여 점이 넘는 회화를 수집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1647년부터 1656년까지 9년간 스페인령 네덜란드 총독으로 부임하면서 브뤼셀에서 활발한 수집 활동을 벌였다.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화파에 관심이 많아 플랑드르 지역에 머물던 시기 장르별로 최고의 17세기 명화를 수집했다. 또한, 영국 버킹엄 공작의 소장품 경매 등에 참여하여 수준 높은 회화를 모을 수 있는 기회도 적극 활용했다. 레오폴트 빌헬름 대공은 스페인령 네덜란드 총독 근무를 끝내고 빈으로 귀환할 때 자신의 수집품을 빈으로 이전했다. 그 결과 그가 수집한 명화들이 대부분 빈미술사박물관의 소장품으로 남겨질 수 있었다. 단지 수량만 많았던 것이 아니라 당대 이탈리아와 플랑드르 지역의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명화가 다수 포함되어 빈미술사박물관 회화관의 명성을 높일 수 있었다. 욕심에서는 박물관의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들이 이번 전시 목록에 빠져 아쉬움이 남지만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흰 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 피터르 파울 루벤스의 ‘주피터와 머큐리를 대접하는 필레몬과 바우키스’, 얀 스테인의 ‘바람난 신부를 둔 신랑’ 등 잘 익히 잘 알려진 작품은 물론 ‘페르디난트 2세’, ‘펠리페 4세’, ‘테레사 공주’, ‘마리아 테레지아’, ‘요제프 2세’, ‘마리 앙투아네트’ 등 합스부르크 왕가의 초상화, 왕실 장식품, 중세 갑옷 등 이번 에 소개되는 96점의 작품은 합스부르크 왕가가 유럽의 패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던 15세기의 막시밀리안 1세를 시작으로, 20세기 초까지 황제나 대공이 유럽 각지에서 수집한 예술품으로 어느 하나 허투루 감상할 작품이 아니다. 특히 전시의 마지막에는 고종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조선의 갑옷과 투구가 130년 만에 고국을 찾았다. 빈미술사박물관은 이 갑옷과 투구를 1894년에 소장품으로 등록하고 지금까지 소중히 보관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은 자하네 하크 빈미술사박물관장은 “우리 박물관은 서구 예술계에서 가장 명성 있는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으며, 소장 유물들 중 많은 수는 그 이름도 유명한 쿤스트캄머에 보관되어 있다. 이번 전시와 무구와 갑옷, 투구, 태피스트리, 옛 거장들의 회화, 정교한 장식예술품, 호화로운 의복과 궁중 예복들이 포함된 소장품들은 장엄함과 화려함, 왕권의 상징과 의례들, 합스부르크 통치자들과 관련된 영예와 장관을 드러내 보여준다. 약 100여 점에 이르는 유물 중 많은 수는 막시밀리안 1세, 티롤의 페르디난트 2세 대공, 루돌프 2세, 마리아 테레지아의 귀중한 컬렉션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보물들 중 대부분은 한국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것이다. 또한, 전시 도록은 합스부르크 왕가 소장품에 대한 특별하고 광범위한 조사 결과를 소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23년 3월 1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립한글박물관,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예술로 다시 피어나다’
국립한글박물관, 제4회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예술로 다시 피어나다’
[서울문화인]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영수)이 2016년부터 박물관 소장 자료를 예술 창작의 소재로 활용, 예술 및 산업 콘텐츠로서의 한글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진행하고 있는 한글실험프로젝트의 4번째 한글실험프로젝트 <근대 한글 연구소> 특별전을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2016년 첫 전시 <훈민정음과 한글디자인>에 이어 2017년 <소리×글자: 한글디자인>, 2019년 <한글디자인: 형태의 전환>에 이어, 올해는 근대 시기 한글 자료를 예술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근대는 한글이 쓰이는 방법과 한글 문헌의 형태에 큰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며,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어문 규정의 토대가 다져진 시기이다. 1894년 고종이 한글을 공식 문자로 선포한 ‘국문선포’로 인해 한글은 창제 이후 약 450년 만에 나라의 공식 문자로 인정받게 되었다. 이 같은 변화는 한글이 공식 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제도적 정리와 한글 교육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불러일으키며 한글 연구를 빠르게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글 연구자들에 의해 가로 쓰기, 띄어쓰기, 한글 전용 글쓰기 등 한글 사용에 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었고, 출판물을 인쇄에 사용하는 한글 납활자도 활발히 생산되었으며 각종 서적에 특색 있는 한글디자인이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 작품의 제작 바탕이 된 박물관의 소장 자료는 주시경 선생이 남긴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 『말모이』와 국어 문법서 『말의 소리』, 지석영이 편찬한 외국어 교재 『아학편』, 프랑스인 선교사가 편찬한 한국어 문법서 『한어문전』, 한글 띄어쓰기를 선구적으로 적용한 「독립신문」 등을 바탕으로 하였다. 이번 한글실험프로젝트는 시각 분야 7명과 1팀, 제품·공예 분야 7명, 패션 분야 4명, 리서치프로젝트 2팀, 음악 분야 1명과 1팀, 영상 분야 1명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협업을 통해 한글문화의 외연을 더욱 확장했다. 특히 올해 음악 분야와 첫 협업을 시도했다. 국악 아카펠라그룹 토리스는 판소리 <흥부가> 중 ‘제비노정기’(판소리 <흥부가> 중 흥부에게 은혜를 입은 제비가 강남에 갔다가 이듬해 봄, 박씨를 물고 흥부네 집으로 날아오는 여정을 주제로 한 소리 대목)를 불렀으며, 작곡가 김백찬은 근대 한글 연구자 주시경을 기리는 노래를 작사·작곡하여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근대 한글 연구소’라는 공간을 설정하여 4개의 연구실로 구성되었다. 1부 ‘동서말글연구실’에는 근대 시기 한글과 서양 언어의 소통이 반영된 『한어문전』 등의 자료를 재해석한 작품을, 2부 ‘한글맵시연구실’에는 가로쓰기, 풀어쓰기 등 근대 한글 사용 방법의 변화를 작가의 시각에서 새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3부 ‘우리소리실험실’에서는 근대 시기 대중에 큰 인기를 끌었던 판소리계 납활자본 고소설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4부 ‘한글출판연구실’에서는 근대 한글 출판물을 창작의 원천으로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 한글실험프로젝트는 2023년 1월 29일(일)까지 진행 이후, 국내외를 순회하며 한글의 문자적·미적 가치를 쉽고 직관적으로 알릴 예정이라 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