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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림박물관, 삼국시대 신라와 가야에서 사용하였던 토기 특별전
호림박물관, 삼국시대 신라와 가야에서 사용하였던 토기 특별전
[서울문화인] 신라와 가야가 고대국가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매장법과 체계적인 제사법이 등장, 확산하면서 새로운 토기가 나타난다. 새롭게 등장하는 토기는 항아리[壺], 그릇받침[器臺]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은 삼국시대 새롭게 등장한 토기들과 매장과 관련된 여러 유물을 통해서 죽은 이를 보내고 추모하던 의례의 중심에 섰던 항아리와 그릇받침들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는 특별전 <공경과 장엄을 담은 토기>를 호림박물관 신사분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신사분관 3개의 전시실에서 소개되고 있다. 먼저 4층 제1전시실 ‘공경(恭敬)을 담은 토기_항아리’을 시작으로 제2전시실은 ‘장엄(莊嚴)을 더한 토기_원통모양 그릇받침’, 제3전시실은 ‘위엄(威嚴)을 받든 토기_화로모양, 바리모양 그릇받침’로 구성되었다. 더불어 제3전시실 마지막 공간에는 가상의 무덤을 조성하여 당시의 매장문화와 부장품으로 같이 매납된 토기의 모습을 통해 이해를 돕고 있다. 제1전시실 : 공경은 담은 토기_항아리 역사기록과 발굴성과를 보면 삼국시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을 위해 장례를 후하게 지냈다. 죽은 사람이 저승에서 생활할 물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무덤에 껴묻거리[副葬品, 죽은 자를 매장할 때 함께 묻는 물건]로 토기와 철기, 금은옥(金銀玉)으로 만든 장신구 등을 풍부하게 묻었다. 이를 보면 무덤이 사후세계의 거주지로 생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무덤을 만들어 묻고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련의 과정에서 일정한 격식을 갖추어 상장의례(喪葬儀禮)를 행하였다. 신라와 가야 등이 고대국가로 발전하면서 덧널무덤[石槨墓·木槨墓, 지하에 구덩이를 파거나 지상에 덧널을 짜 놓고 그 위에 돌무지와 봉토를 덮어 봉분을 만든 무덤양식]과 같은 새로운 매장법과 체계적인 제사법이 등장하고 확산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제사용 토기가 나타난다. 제사에 사용된 토기는 굽다리접시[高杯], 항아리[壺], 그릇받침[器臺] 등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굽다리접시와 항아리는 그 안에 동물 뼈, 생선 뼈, 조개껍데기, 곡식, 과일 씨 등의 음식물의 흔적과 쇠방울, 작은 칼 등 금속제품이 담겨 있는 경우가 많아 죽은 사람을 위한 공헌물(供獻物)을 담는 그릇이나 제기(祭器)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닥이 편평한 항아리를 주로 사용하였던 고구려와 달리 백제와 가야, 신라는 바닥이 둥근 항아리[圓底壺]를 많이 만들어 사용하였다. 5세기를 전후한 시기 이후에 가야의 항아리는 목이 길고 둥근 바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바닥이 둥글기 때문에 그릇받침과 짝을 이루어 출토된다. 신라의 항아리는 굽다리가 붙은 것이 많다. 항아리에 장식과 상징을 부여하는 톱니무늬[鋸齒文], 고리무늬[圓文], 줄무늬[集線文]와 같은 다양한 무늬를 새기고, 토우(土偶)를 붙여 장식하기도 하였다. [신라와 가야의 원저호,대부장경호 등 토기 항아리 30여점, 신라와 가야의 금관, 금동관, 금제귀걸이 등 장신구 40여점] 제2전시실 장엄을 더한 토기_원통모양 그릇받침 원통모양 그릇받침은 바닥이 둥근 항아리를 받치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주로 지역의 우두머리[首長] 무덤에서 출토되며 화려한 무늬와 장식으로 꾸민 것이 많다. 원통모양 그릇받침은 으뜸덧널[主槨, 하나의 무덤 안에 있는 여러 곽(槨) 중에서 주인공의 주검을 넣은 곽]과 딸린덧널[副槨, 으뜸 덧널에 딸려 있어 대개 껴묻을 거리를 넣어 두는 곳]이 같이 있으면 주인공이 묻힌 으뜸덧널에, 딸린덧널이 없으면 주인공의 머리맡에 놓였다. 대부분 1점이 출토된 경우가 많지만 황남대총 남분, 부산 복천동 고분군과 같은 대형의 무덤에서는 여러 점이 나온 예도 있다. 그리고 무덤 근처 제사와 관련된 유구(遺構)에서도 출토된다. 이것으로 볼 때 원통모양 그릇받침은 대형 무덤의 껴묻거리이었을 뿐만 아니라 무덤 주위에서 제사를 지낼 때 제기(祭器)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대형의 크기와 엄정하고 화려한 장식은 제례 의식에서 장엄함을 더하는 요소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원통모양 그릇받침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양식이 다르다. 가야 양식은 각종 문양과 세로띠, 투창으로 화려하게 장식하고, 그릇을 받치는 부분이 접시나 항아리모양이며, 굽다리가 바리[鉢] 또는 장고모양이다. 특히 대가야 양식의 원통형 그릇받침은 뱀 모양의 세로띠 장식을 붙인 것이 특징이다. 금관가야의 원통모양 그릇받침은 몸통의 중앙이 공처럼 불룩하며, 아라가야의 원통그릇받침은 다른 지역에 비해 돋을띠가 강하게 둘러지며 5세기말 이후 백제의 영향을 받아 장고모양을 하여 백제의 원통형 그릇받침과 비슷한 모양이 된다. 소가야의 원통모양 그릇받침은 신라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접시모양의 그릇받침부와 나팔처럼 벌어진 굽다리가 신라의 것과 비슷하다. 원통모양 그릇받침의 변화만을 보아도 백제와 신라가 이 지역에서 치열하게 경쟁하였던 상황을 추정할 수 있다. 신라 양식의 원통모양 그릇받침은 그릇받침부가 곧게 밖으로 벌어지고 굽다리는 직선적인 사다리꼴이며 가야 양식의 원통모양 그릇받침에 비해 장식이 간략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각종 토우와 무늬로 장식한 것들도 보인다. [신라와 가야의 원통모양 그릇받침 40여점] 제3전시실 위엄을 받든 토기_화로모양, 바리모양 그릇받침 화로모양 그릇받침과 바리모양 그릇받침은 원통모양 그릇받침과 같이 바닥이 둥근 항아리를 받치는 용도로 만들어진 것이나 그 자체로도 그릇의 기능을 할 수 있다. 놓이는 곳은 딸린덧널이나 묻힌 사람의 발치이며, 여러 점이 하나의 무덤에 부장된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대형 무덤뿐만 아니라 일부 중·소형 무덤에서도 출토되어 원통모양 그릇받침보다는 그 중요도에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로모양 그릇받침과 바리모양 그릇받침은 무덤의 껴묻거리로 사용되었으며, 무덤에 제사를 지낼 때의 제기나 제사를 지낸 후 무덤 주위에 공물을 바치는 등의 공헌품으로도 사용되었다. 듬직한 크기와 화려한 무늬 등으로 의례의 위엄을 더 해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화로모양 그릇받침은 앞 시기인 원삼국시대의 와질(瓦質)토기에서 기원한 것으로 비교적 이른 시기인 3세기 후반부터 김해의 금관가야, 함안의 아라가야, 경주의 신라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 대가야 양식의 바리모양 그릇받침은 그릇받침부가 얕고 곡선적이며 굽다리는 팔자모양으로, 물결무늬와 솔잎무늬가 주로 새겨졌다면 신라 양식의 바리모양 그릇받침은 그릇받침부분이 깊고 직선적이다. 굽다리는 사다리꼴로 폭이 비교적 넓고 몸통과 굽다리에 물결무늬·문살무늬·줄무늬·톱니무늬·고리점무늬 등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야와 신라 모두 크고 높은 무덤을 만들고 그 안에 풍부한 껴묻거리를 같이 묻었다. 무덤의 규모가 커지고, 무덤을 만드는데 많은 인원과 물품을 동원하는 것은 그러한 장례 행위를 통해 권력을 과시하고 사회적 통합과 지배를 이루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2층 전시실의 마지막 공간은 가상의 무덤을 조성하여 당시의 매장문화의 이해를 높이고 있다. [신라와 가야의 화로모양,바리모양 그릇받침 등 110여점] 전시는 5월 31일(금)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성인기준 10,000(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무료)이다. [허중학 기자]
[전시] 한국의 장례문화와 발효문화에 영감을 받아 삶과 죽음의 사이클을 관찰
[전시] 한국의 장례문화와 발효문화에 영감을 받아 삶과 죽음의 사이클을 관찰
[서울문화인] 노란색으로 염색한 직물들이 둘러싸고 있는 직물 사이로 들어서면 익숙한 옹기와 옹기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는 새끼줄, 천장에는 국화가 달려있고 내부의 바닥에는 짚들과 그리고 그 사이사이 새싹들이 자라나고 있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전시장에서는 흔히 보기 어려운 이색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에 새롭게 설치된 이 작품은 인도네시아계 브라질인이자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 댄 리(Dan Lie, b. 1988 / 과거 작가명: 다니엘 리 (Daniel Lie))의 <상실의 서른 여섯 달>이라는 작품이다. 댄 리는 박테리아, 곰팡이, 식물, 동물, 광물, 영혼 및 선조와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장소와 시간 특정적인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로 그는 인류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재료들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물성의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충격을 받기도 하지만 이것이 인간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이런 경험을 통해서 관객과 소통을 한다. 그래서 그는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관람객에게 어떻게 느꼈는지를 여쭤본다고 한다. 한국 첫 개인전을 위해 방문한 그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한국에 대한 리서치를 하였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여 만난 짚풀공예 장인, 사찰음식으로 유명한 정관 스님, 전 국립민속박물관 이관호 과장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들었다고 밝히면서 그는 그 가운데 특히 삼년상 이야기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가 한국의 삼년상에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마침 작가의 아버지가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지 3년째(1,000일) 되는 날이라는 개인적인 경험이 더해지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댄 리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은 부패와 발효, 즉 삶과 죽음의 사이클 안에 놓이는 것이다. 댄 리는 이러한 자신의 작업을 “살아있는 것과 죽어 있는 것의 조합”이라고 설명한다. 삼베, 면포, 국화와 같은 한국 전통 장례문화에서 온 모티브들을 비롯하여 댄 리가 조성한 생태시스템에는 벌써 파릇하게 자라난 새싹 이외에도 버섯종자가 뿌려져 있다. 그리고 쌀과 누룩이 발효되고 있는 옹기들로 구성된 설치 작품은 전시가 계속되는 동안 계속해서 형태가 바뀌며 삶과 죽음의 사이클 안에 놓이게 된다. 또한 부패와 발효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곰팡이, 박테리아와 같은 비인간 행위자들은 이 순환과정을 촉진시키는 협업자로 활약을 하게 된다. 중정에 위치한 한옥 안에서도 댄 리의 또 다른 생태시스템이 펼쳐지고 있다. 부정을 막기 위하여 걸어 놓는 금줄에서 영향을 받은 작가는 새끼줄, 국화 그리고 옹기를 사용하여 대들보에서 내려오는 설치작업이다. 이 작품 또한 점점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 작가의 작품은 열린 해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다시 만들어질 수 없는 유일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전시가 끝나는 5월 도시의 건축물 안이라는 환경에 어떤 생명이 태어나고 또 어떻게 소멸하는지 그 모습이 어떨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댄 리의 변화하는 작품들은 5월 12일까지 진행되며, 3월 7일까지는 무료로 만나볼 수 있고 이후는 유료 관람으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보스턴미술관 소장 14세기 고려시대 사리와 사리구, 100년 만에 우리 땅을 다시 밟게 된다.
[문화재] 보스턴미술관 소장 14세기 고려시대 사리와 사리구, 100년 만에 우리 땅을 다시 밟게 된다.
[서울문화인] 보스턴미술관 소장 14세기 고려시대 사리와 사리구가 기증과 임시 대여 형식으로 100년 만에 우리 땅을 다시 밟게 되었다. 해당 사리구의 정식 명칭은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銀製鍍金喇嘛塔形 舍利具)>로,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였던 14세기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불교공예로 평가받고 있다. 사리구 내부에는 <은제도금팔각당형 사리구(銀製鍍金八角堂形 舍利具)> 5기가 안치되어 있다. 사리구에 적혀있는 명문에 따르면 각각 석가모니불 5과, 가섭불 2과, 정광불 5과, 지공선사 5과, 나옹선사 5과의 사리가 담겨있었지만, 지금은 석가모니불 1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등 총 4과의 사리만이 현존하고 있다.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 이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스턴미술관에서는 양주 회암사를 원 소장처로 추정하고 있다. * 가섭불(迦葉佛)은 석가모니 이전에 출현한 과거칠불(過去七佛) 중 6번째의 부처이며, 정광불(錠光佛)은 석가모니에게 미래에 성불하리라고 예언하였다는 부처이다. * 지공선사(指空禪師, ?-1363)는 고려시대 양주 회암사를 창건하는 등 활동한 인도 출신의 승려이며, 나옹선사(懶翁禪師, 1320-1376)는 고려시대 지공선사로부터 불법을 배우고, 공민왕의 왕사(王師)로 활동한 명승이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 및 사리구 관련 논의는 지난 2009년부터 약 15년간 지속돼온 현안이었다. 2월 5일(현지시간)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하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 스님이 미국 보스턴미술관(관장 테이틀바움, 이하 미술관)을 방문하여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리 및 사리구의 국내 반입을 위해 미술관 관장 등 주요 관계자와 협상을 추진하였다. 이번 협상에서는 사리는 사리구와 별개로 불교의 성물로서 2024년 부처님오신날(음력 4.8./양력 5.15.)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되고, 사리구는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처리 등을 위해,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일정 기간 동안 임시 대여하는 것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 이번에 기증되는 사리는 한국 불교사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고려시대 지공선사와 나옹선사의 사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또한, 사리구의 임시 대여 추진은 국외로 반출된 지 약 한 세기만에 첫 국내 반입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님과 동시에, 전시를 통해 우리 국민이 그 우수함을 최초로 향유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문화재청은 사리구가 국내 임시 대여가 되는 동안 보존처리를 추진할 예정이여서 고려시대 공예품에 대한 국내 학술연구 진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사리 기증 및 사리구 임시 대여 추진이라는 협상 성과를 통해, 사리는 불교의 성물(聖物)로서 원래 있어야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사리구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으로서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조계종, 보스턴미술관과 긴밀한 업무협력 하에 남은 과제의 일정들을 착실히 추진해나감과 동시에, 이번 계기로 보스턴미술관과의 상호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불교의 성물이자 존귀한 예경의 대상으로, 환지본처의 의미를 새기며 사리를 최대한 존중하여 여법하게 모실 것”이고, “보스턴미술관 측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리고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 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고 밝혔다. [허중학 기자]
[전시] ‘정상’과 ‘비정상’ 고착화된 개념으로부터의 자유, 국제갤러리, 김홍석 개인전
[전시] ‘정상’과 ‘비정상’ 고착화된 개념으로부터의 자유, 국제갤러리, 김홍석 개인전
[서울문화인] “서구의 미술은 정상적인 미술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서구적 시각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 사실주의, 인상주의.., 서구의 미술은 모두 형식이다. 서구의 것을 비서구인이 모방을 하려는 과정에서 비서구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서구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늘 주변인이라 생각했다. 대부분 서양에서 말하는 물질 그 주변에서 얘기했다.” 지난 20여 년간 다양한 형식과 매체의 범주를 넘나들며 사회, 문화, 정치, 예술에서 나타나는 서구의 근대성, 그리고 이에 대항하는 비서구권의 독립적 저항 간에 발생하는 애매모호한 인식의 질서를 비판해온 김홍석(b.1964) 작가가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실패를 목적으로 한 정상적 질서>를 타이틀로 서울점(K2, K3)에서 진행하고 있다.(3월 3일까지) 특히 이번에 소개되는 33점 가운데 5점을 제외하고 모두 2024년 신작이다. 앞서 말한 작가의 말을 짧은 시간 무엇을 얘기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작가가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하고 하는 것은 ‘뒤엉킴(entanglement)’이라 한다. 그러나 ‘뒤엉킴’은 오히려 작가가 아니라 어쩌면 이를 이해하려는 관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내려놓고 보아도 작가의 세계관을 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예술은 각자의 생각으로 읽는 것이 아닌가... 작가의 생각대로 보려면 K2 1층, 2층 그리고 K3로 여정을 따라가 보자. “뒤엉킨 세계는 이원론적 사유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실천의 시작이다. 아마도 현대성은 곧 모든 것의 ‘뒤엉킴’일 것이다.” – 김홍석 ‘뒤엉킴’ 그 속에 보편적 개념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 작가가 말하고 하는 ‘뒤엉킴’은 K2 1층에서 잘 드러나는 듯하다. 눈앞에 펼쳐진 작품에 시선이 빼앗겨 서너 걸음 걷다보면 발 끝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느껴져 언능 발을 빼면 그 존재가 흔히 건물 내부에 놓여있는 양탄자다. 무언가 실수한 것이 아닌가.. 느껴지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내 발 밑의 무게〉라는 이 작품은 의도적인 것이니 놀라지 않아도 된다. 바닥에 놓인 카펫 조각, 돌멩이를 든 손, 하이힐 높이로 제작된 슬리퍼, 조커의 얼굴에 고양이 몸을 한 조각, 픽토그램처럼 단순화된 형태로 표현된 불꽃 조각, 다섯 손가락을 표현했다는 <다섯 손가락>, 찌그러진 별... 단순 시각적으로도 정형, 비정형이 뒤엉겨 친숙하면서도 낯선 광경을 선사한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조커의 얼굴에 고양이 몸을 한 조각은 조커가 고양이 털옷을 입은 것인지, 고양이가 조커의 탈을 쓴 것인지 분간할 수 없으며, 돌, 손, 카펫 등은 극사실적으로 묘사되었음에도 불구, 그 모습과는 모순되는 성질의 재료로 구성되었다. 실제 무거워야 하는 돌멩이는 레진을 사용해 매우 가볍게, 가벼워야 하는 카펫은 브론즈를 활용해 아주 무겁게 제작되었다. 작가는 실재-허구, 정상-비정상, 옳고-그름의 대립항들이 뒤엉킨 상태, 즉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진정한 현대성, 즉 보편적 개념에 얽매이지 않은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완전한 자유로움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고착화된 개념으로부터의 자유', 동서양의 ‘뒤엉킴’ K2 2층에는 1층에서와 달리 한국인에게는 낯설지 않지만 1층의 작품과 비교하면 왠지 낯설다. “나는 곧 60세가 되지만,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동양 미술을 실습할 기회가 없었다. 미술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서구의 산업, 사유의 혁명이 일어난 후 서구는 모든 종류의 산업과 사유체계를 정립했다. 독일 유학 시절, 내 눈을 뜨게 한 교수의 질문이 없었다면 나는 아직도 서구 미술에 더 깊숙이 빠져 있었을 것이다. 그가 내게 한 조언은 “너는 한국적 현대미술을 보여주어야 한다.”였다. (…) 그러나 나는 한국적 정체성보다는 사회적 문제와 미술의 효용과 역할에 관심을 쏟고 싶었다.” 이 공간의 작품은 작가의 최근작 가운데 올해 제작한 ‘사군자’라 명명한 작품이다. 작가는 “내 인생의 첫 번째 사군자 회화이다.”고 말하는 이 작품은 총 4개의 캔버스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시 배열을 동양적으로 하지 않았다. 또한, 사군자 페인팅을 필두로 연꽃, 대나무, 잡목 등을 그린 회화 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는 사군자의 묵향 대신 돋보이는 두터운 마티에르(matièe)는 동양의 군자(君子) 정신과 태도를 서구 모더니즘의 개념으로 지워버리고, 현대 동양인의 정신분열적 물질성을 보여준다. 동양화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탈피하기 위해 그에 대항하는 개념인 서양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아크릴과 캔버스를 재료로 한지가 아닌 캔버스에 사군자를 그려내었다. 미술관 지붕을 뚫고 떨어진 거대한 운석 국제갤러리 K3에서는 가끔 관람객이 상상할 수 없는 연출로 놀라움과 동시에 즐거움을 준다. 이번 K3에는 그동안 보아온 작품들에 비해 유쾌한 광경을 마주한다. 전시장 중앙에는 천장을 뚫고 떨어진 거대한 운석을 마주하게 된다. 중력 가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깨진 모습의 이 운석 사이로는 지구인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불문율적으로 합의한 ‘별’이라는 기호를 띤 두 개의 물체가 관찰된다. 작가는 한때는 별이었으나 현재는 하나의 돌에 지나지 않는 본체와, 그 내부에 보이는 별의 표상의 조화를 통해 ‘실재적 존재’와 ‘해석적 존재’의 개념을 뒤엉키게 만든 것이라 한다. 그리고 운석 앞에는 책상과 의자가 놓여있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인지 아님 이 모습을 그리려고 한 것인지 책상 위에는 ‘A STAR IS BORN’ 글씨와 별이 떨어진 모습을 바라보는 남여의 그림이 놓여 있다. 한편, 전시장 내부에는 공공장소에서 흔히 들리는 음악에서 착안한 배경음악이 흘러나온다. 작가는 어릴 적 백화점에서 들었던 조용하면서도 세련된 음악의 존재를 인식한 후로 줄곧 기차역, 공항, 쇼핑몰과 같은 공적 공간의 음악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대중적인 배경음악은 관람객의 무의식에 도달해 갤러리가 고급스럽고 특수한 곳이 아닌 공공적 공간임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 한다. [허중학 기자]
[전시] 파리지앵 작가 미셸 들라크루아가 그려낸 1930년대 아름다운 파리로 여행
[전시] 파리지앵 작가 미셸 들라크루아가 그려낸 1930년대 아름다운 파리로 여행
[서울문화인]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는 파리를 문화 예술의 도시 이미지로 크게 확산시켰다. 1851년 런던에서 세계 최초의 만국박람회가 개최되었지만 이후 파리에서는 1867년부터 1900년까지 매 11년마다, 즉 1867년, 1878년, 1889년, 1900년에 만국박람회가 개최되면서 산업뿐만 아니라 새롭게 들어서 건축물은 도시의 풍경을 바뀌게 하면서 많은 예술가들도 몰려들었다. 이렇게 수많은 예술가들이 그려낸 파리의 모습이 현재까지 파리를 문화예술의 도시의 이미지로 각인시켰다. 높이 솟은 건물, 흩날리는 눈송이, 그 아래 올망졸망 들떠 있는 사람들... 그들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지만 모두들 행복해 보인다. 파리지앵(Parisien) 화가, 미셸 들라크루아가 그려낸 파리의 풍경은 마치 어린 시절 접하던 아름다웠던 풍경으로 가득한 연말카드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1930년대 후반은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시대였으니까요. 물론, 저에게도 역시 아름다운 시기였습니다. 저는 행복한 어린아이였으니까요. 제가 행복한 어린 시절을 살았다는 것은 제 인생에서 최고의 시작과도 같았습니다.” 미셸 들라크루아 제2차 세계대전 전 193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파리의 풍경과 생활상을 그리다. 미셸 들라크루아(b. 1933년 파리)는 열 살부터 그림을 그렸다. 마흔 살이 된 1970년대부터 어느 날 불현듯 파리의 옛 풍경을 그려내며 지금의 화풍을 완성했다. 그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20세기 인류 최대의 상처를 남긴 전쟁을 겪었지만 오히려 그는 가족에게 전해들은 얘기와 또 자신이 겪은 전쟁 이전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섞어 자신만의 옛 파리의 ‘아름다운 시절’을 그려오고 있다. 미셸은 교육공무원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부족하지도 풍족하지도 않은 농민 부르주아적인 삶을 살 수 있었다. 어머니와 나비를 채집하거나 나무 아래서 노을을 바라보는 등 많은 추억들이 가득한 행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학생 시절, 고등학교가 있던 파리의 거리를 수 킬로미터씩 걸어 다녔고, 이 당시 걸어 다니며 본 풍경은 그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었다. 그가 살았던 몽파르나스에서 학교가 있던 노트르담 성당 주변까지의 거리를 매일 걸으며 보고 축적된 풍경들이 30년 후, 그가 40대가 되어서야 캔버스 속에 살아날 수 있었다. 미셸의 아내 바니 들라크루아(Vany Delacroix)는 “미셸의 그림의 모든 것은 그의 정신적인 유산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그가 그려낸 풍경은 1930년대에 대한 사진이나 기록이 아니라 자신의 유년 시절에 대한 파리에 대한 인상에 가까우며, 그런 인상들의 모음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오리지널 페인팅 200점 미셸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통해 1930년대 파리로 여행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 특별전에는 미셸 들라크루아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파리를 기억하듯 반대편의 우리들에게도 그 이미지가 각인되어 있는 듯 많은 관람객들이 아름다운 파리의 풍경에 빠진 듯하다. 전시는 그가 사랑한 도시 ‘파리’와 그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파리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을 그려낸 오리지널 페인팅(200점 이상)은 그가 75세부터 90세(2008~2023년)까지 그린 작품들을 통해 1930년대 파리로 안내한다. 특히 작가는 대작보다는 작은 작품들 속에 이야기를 가득 담아내었다. 하지만 작은 그림 속에서도 소소하고 재치 있는 삶의 순간들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그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는 흰색얼룩무늬의 강아지는 그가 어린 시절에 기르던 강아지 ‘퀸(Queen)’이다. 작품마다 등장하는 퀸의 존재 그 곁에 있는 대상, 때로는 소년 시절 작가의 모습 혹은 어른의 모습을 발견하는 묘미가 있다. 들라크루아는 작품을 완성했다 생각하면, 퀸을 그리고 서명을 한 후 작품을 마무리를 한다고 한다. 전시는 마차를 타고 1930년대로의 시간여행 하는 콘셉트로, 각 섹션을 정거장으로 구성되었다. 파리의 명소를 지나 파리지앵들의 소박한 삶의 모습, 파리를 수놓은 낭만적인 연인의 모습, 겨울을 맞이한 파리에서 벌어지는 각각의 이야기,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고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순간들을 각각의 정거장으로 표현하였다. “저는 긴 삶의 끝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저의 소박한 그림들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저도 많은 사람들처럼 큰 만족, 몇몇 기쁨 그리고 많은 잊을 수 없는 슬픔, 때론 짊어지기엔 무거운 슬픔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그림만큼은 언제나 저를 놓지 않았어요, 저에겐 최고의 친구였습니다. 신에게 경의를 표하며” M.D 마지막 에필로그로 90세를 맞이한 작가가 그린 최신작들을 만나며, 죽는 날까지 그림을 그릴 것이라는 작가의 마지막 다짐을 만나게 된다. 아울러 전시장 오른쪽 공간에서는 작가의 판화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과 2448 Artspace가 주최하고 주한 프랑스대사관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3월 31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뮤지컬] 일제강점기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와 항일 독립 운동이라는 두 이야기를 매칭...
[뮤지컬] 일제강점기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와 항일 독립 운동이라는 두 이야기를 매칭...
[서울문화인] ‘일 테노레(IL TENORE)’는 이탈리아어로 ‘테너’를 뜻하는 말로 뮤지컬 <일 테노레>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의사가 되는 것밖에 몰랐던 내성적인 의대생에서 우연히 ‘오페라’를 알게 되어 조선 최초의 오페라 테너를 꿈꾸는 ‘윤이선’과 항일 독립 운동을 위해 맞서는 ‘문학회’의 일원으로서 애국심 고취를 위해 오페라 공연에 뛰어드는 두 독립운동가 ‘서진연’, ‘이수한’을 통해 어둡고 비극적인 시대 속 꿈과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청춘들의 가슴 뜨거운 이야기를 그려 내었다. 오디컴퍼니㈜의 신춘수 프로듀서와 박천휴 작가, 윌 애런슨(Will Aronson) 작곡가을 비롯하여 <데스노트>의 김동연 연출, <비틀쥬스>의 코너 갤러거(Connor Gallagher) 안무 감독, 뮤지컬계에서 매 작품마다 시각적 놀라움을 선사하고 있는 오필영 무대디자이너 등 뮤지컬계 최정상 창작진이 대거 참여로 기대감을 갖게 한 작품이다. 신춘수 프로듀서는 “이인선이라는 실존 인물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플롯과 서사를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아픔 속에서 매력 있게 변주하여 완성도 높은 프로덕션을 만들기 위해 집중도 있는 디벨롭 과정을 거쳤다. 박천휴 작가, 윌 애런슨 작곡가가 2018년 우란문화재단에서 리딩을 가졌던 작품의 대본을 새롭게 썼고 재능 있는 크리에이티브 팀과 함께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워크샵을 가진 후 리허설 과정에 돌입하였다. 새로운 창작 뮤지컬이 탄생하기까지는 난이도 높은 프로덕션 준비 과정이 필요하기에, 모든 크리에이티브 팀이 집중력 있는 작업 과정을 거쳐 선보이게 되었다“며 탄탄한 준비 과정을 밝혔다. 일제강점기, 시대의 아픔 속에 젊은 청춘의 엇갈린 운명의 선택, ‘자신의 꿈을 위한 개척자’와 ‘조국을 위한 희생‘ 창작초연 뮤지컬 <일 테노레>는 한국 오페라의 선구자 ‘이인선’의 삶을 모티브로 하는 픽션이지만 ‘이인선’이라는 인물의 개인의 성공과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적 상황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젊음을 바치려 두 젊은 독립운동가 ‘서진연’, ‘이수한’을 한 공간에 씨줄날줄로 대비를 시켰지만 서로 다른 이상에서 오는 갈등보다는 시대적 아픔 속에 저마다 꿈과 염원을 마주한 청춘들의 가슴 저린 운명의 선택이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해져 오는 듯하다. 박천휴 작가는 ‘극도로 화려한 예술인 ‘오페라’와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사인 ‘일제강점기’의 대비를 통해 인생의 고통조차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려 애쓰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뮤지컬 배우들의 정통 클래식 음악과 뮤지컬 음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발성은 공연을 보는 내내 호기심을 넘어 배우들의 그간의 보이지 않은 노력이 오롯이 전달되는 듯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음악적 요소들을 합쳐진 뮤지컬 넘버들은 18인조 중 12인조가 현악기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며, 경성 시대의 다양한 공간으로 구현된 무대는 스토리의 큰 줄기인 ‘독립 운동’과 ‘오페라 무대’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만큼 클라이맥스 이 외에는 큰 무대의 변화가 없이도 극에 몰입할 수 있다. 내성적인 세브란스 의전 의대생에서 낯선 ‘오페라’에 빠져드는 ‘윤이선’ 역에는 홍광호, 박은태, 서경수가 맡았는데 지난 26일 서경수의 연기를 보았는데 내가 아는 배우가 맞나 싶을 정도로 눈과 귀를 의심할 정도의 변신에 놀라움을 한동안 가졌다. 주변에서 다른 배역으로 관람한 분들의 의견도 나와 비슷하여 많은 평을 물어왔다. 이 외에 ‘문학회’의 리더이자 독립운동을 위한 오페라 공연의 연출인 ‘서진연’ 역에는 김지현, 박지연, 홍지희가 독립운동에 진심으로 임하는 건축학도이자 오페라 공연의 무대 디자인을 맡은 ‘이수한’ 역에는 전재홍, 조선 최고의 음반사인 골드레코드 사장이자 영향력 있는 프로듀서 ‘최철’ 역에는 최호중, 미국인 선교사이자 윤이선의 오페라 선생님인 ‘베커 여사’ 역에는 실제 외국인 아드리아나 토메우(Adriana Tomeu) 브룩 프린스(Brooke Prince)이 출연한다. 대중예술은 대중이 판단한다.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에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 ‘눈물을 흘릴 뻔했다” 창작 뮤지컬 <일 테노레 (IL TENORE)>는 오는 2월 25일(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허중학 기자]
오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7인의 작품으로 현대 미디어아트 흐름을 보다.
오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7인의 작품으로 현대 미디어아트 흐름을 보다.
[서울문화인] 미디어아트는 1970년대 입체 설치미술을 기반으로 1980년대 비데오아트와 1990년대 테크노아트를 거치면서 현재 미디어아트로 불리며 반세기 가까이 달려왔다. 제1세대 박현기 화백(1942-2000)과 거장 백남준 작가(1932-2006)의 위상만큼이나 미디어아트의 영역이 확장되고 전시장을 넘어 공공미술로의 역할과 캔버스와 모니터를 넘어 글로벌 창의도시영역에 까지 그 가능성이 인정되어 기대속에 성장하고 있다. 관객 참여형 인터랙티브 작품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미디어아트의 세계 선보여 오산문화재단(대표이사 이수영)이 지난 반세기동안 성장을 거듭한 미디어아트의 다양성에 나타난 표현 양상을 토대로 정적인 언어와 동적인 이미지의 교감이라는 화두로 ‘변화(change)와 변환(convert) 展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김홍년, 노진아, 송창애, 이이남, 이재형, 최종운, 한호(가나다 순) 등 표현양상을 달리하는 7명의 작가를 통해 변환(convert)에 방점을 두고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는 국내외 정상급 미디어 작가들의 대형 작품을 동시에 한 공간에 모아 선보인다는 점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변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주제로 전시된 점에서 특별하다. 가장 먼저 미술관 로비에 자리한 노진아 작가의 <히페리온의 속도(The Velocity of Hyperion)> 작품은 인공지능 기계를 상징하는 대형 머리로 구성된 작품으로 머리는 관람객과 눈을 맞추고, 입을 벌려 인간화되어가고 있는 기계들의 입장을 대변하여 관객과 대화를 할 수 있는 AI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1층 로비에 <히페리온의 속도>과 더불어 4층의 제3전시실에는 노진아 작가의 또 다른 작품 <나의 양철 남편 (2014)>을 만나볼 수 있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나무꾼의 눈동자가 움직이는 인터랙티브 조각 작품으로 원래 인간이었던 사연 많은 양철 나무꾼의 이야기를 다룬 <오즈의 양철 나무꾼>이라는 책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작품이다. 나무꾼은 그가 사랑하던 여인과 결혼하기 위해 열심히 나무를 하다 마녀의 마법에 걸려 버린다. 반짝이는 은색 양철의 편리함과 아름다움에 몸을 내주게 되고 결국 사랑하는 마음과 기억을 잃어버린 채 스스로 기계가 되어가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의 도구로 존재하는 남편과 아내, 서로의 무게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어 2층에 위치한 제1전시실에는 광화문광장 미디어아트 공모(서울시, KT)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송창애 작가 작품과 독일 프랑크푸르트 문화부 스튜디오 교환작가(2011) 그리고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미술창작스튜디오 활동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재형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송창애 작가의 <WATER ODYSSEY>는 물의 파동을 시각화하는 예술 체험을 통해 관객들에게 자기 접속의 기회와 존재의 원형과 관계의 미학에 대한 시적 사유의 장을 나누는 관객 참여형 작품이다. 인터랙티브 미디어 아트 <물꽃 그리기>는 적외선 센서와 실시간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그리고 프로젝션 맵핑기술을 기반으로 한 관객 참여형 협업 프로젝트로 관객이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그린 선 드로잉으로부터 컴퓨터에 저장된 작가의 손 드로잉 작업인 잎사귀가 램덤하게 접목되며, 이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 고유한 '물꽃'이 생성된다. 이재형 작가는 제주도 제주공항내에 설치된 대형 고래작품과 서울 강남역에 설치된 고양이 작품 등의 설치로 미디어아트를 공공미술로 확장하고 있는 작가로 대기업의 공공성 아트프로젝트와 콜라보하는 등 차세대 젊은 미디어작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번 선보이는 <Face of osan city_Osan> 작품은 도시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시를 대표하는 감성의 근거를 해당 지역들의 수많은 SNS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실시간으로 변화되는 얼굴의 모호한 표정으로 드러내는 정보 시각화(datavisualization) 프로젝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같은 키워드로 추출된 SNS 단어들에 의해 오산의 얼굴표정을 보여준다. < 시간여행, 시간에 전화를 걸다> 작품은 오산시립미술관 맞춤형 전시 작품으로 1953년부터 2023년까지 매해 대한민국과 오산에 있었던 큰 뉴스들을 공중전화기를 통해서 관객들이 볼 수 있게 하는 아카이브 프로젝트로 70개의 뉴스 영상 편집본은 개조한 공중전화기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관객이 해당 연도를 누르면 소리는 수화기로 들을 수 있으며 화면은 공중전화기 부스 너머의 프로젝션 영상에서 볼 수 있다. 옛날 뉴스일수록 수화기에서 연결되는 수신음이 길게 들리며 연결된다. 3층의 제2전시실에 들어서면 2011 세계인권 예술가 캘리포니아 주지사상과 프랑스 국립몽후즈 특별상, 2023년 ‘아트대상’ 수상자인 한호 작가의 <최후의 만찬(Last supper)>을 만날 수 있다. 한지를 붙혀 제작한 높이 3m와 폭1.5m의 판넬 9개가 병풍처럼 세워진 길이 13.5m에 높이 3m의 대형구조물에 LED조명이 들어간 형태로 설치된 이 작품은 현대적으로 해석된 ‘최후의 만찬’을 한지에 그리고 한지에 무수히 많은 구멍들이 뚫려 있는데, 작가에게 타공이란 고통, 그리고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라 한다. 한호 작가의 이 작품은 위기일발의 우리 민족을 그려내고 작업에서 묘사된 각각의 인물들은 한국 사회의 각계각층을 보여준다. 특히 현대적인 한국의 관점에서 해석한 이번 LED 작품이 무지개 빛으로 반복하며 변하면서 관람객의 감흥을 더한다. 맞은편에는 이이남 작가의 <만화-병풍 l>과 <설계어부-해피니스(2012)>를 만나볼 수 있다.<만화-병풍 l>은 한국만화박물관 주최로 열린 전시에서 한국의 대표 만화가의 작품 <이두호의 머털이>, <신문수의 로봇찌빠>, <박수동의 고인돌>, <윤승운의 맹꽁이 서당>과 아시아의 고전회화를 콜라보레이션하여 제작한 5폭 디지털 병풍 작품이다. <설계어부-해피니스(2012)>는 중국 북송시대 산수화가 허도녕의 ‘설계어부도’를 모티브로 제작한 작품이다. 허도녕이 받았을 감흥을 상상하며 작가가 받은 감흥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에 갇혀있던 고전회화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어 다시 빛을 보게 하였다. 허도녕이 보았을 산수에 계절의 변화로 회화적인 분위기를 극대화시켰으며 기상이변 등의 상황을 만들어 더욱 드라마틱하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어 일명 ‘나비’ 작가로 알려진 김홍년 작가의 <Lovefly in Osan- ‘화접(花蝶)-공감과 소통’>을 만나볼 수 있다. 김홍년 작가는 1980년초 입체 설치작품 활동을 한 ‘난지도’ 창립 등을 주요 한국미술그룹으로 기록하며 90년대 설치와 테크노아트 활동 등을 ‘전환기 한국미술사’로 기록(2021)하고 있는 작가로 2021년 삼성전자 갤럭시 Flip Z 출시에 맞춰 ‘Beauty in Art’기획에 나비작품을 콜라보했으며, 2023년 5월 뉴욕 타임스퀘어 대형전광판에 김 작가의 나비작품이 소개돼 K-아트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Lovefly in Osan- ‘화접(花蝶)-공감과 소통’>은 기후재난과 전쟁 등 사회가 안고 있는 이슈를 지역의 오산천(川) 특성과 결합하여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 신작이다. 인간이 자연에 가하는 파괴적 행위와 자연의 자생(파괴와 생성)을 어린이가 그린 그림처럼 영상으로 자유롭게 그려 기술적 기교와 작가의 노력을 느끼게 한다. 또한, 300호 크기의 대형 나비 원화와 30개의 나비 판화작품을 날개의 형상으로 설치, 꽃과 나비를 통해 공존의 사회적 가치(공감과 소통)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4층의 제3전시실에는 노진아 작가의 <나의 양철 남편 (2014)>과 함께 지난해 ‘문화 여행기’ 전주 재즈페스티벌 아트 특별전에서 주목받은 최종운 작가의 ’Beyond the Space in Hoehyeon’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재해석한 이 작품은 범 우주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나‘라는 존재는 너무나도 연약하고 하찮은 미물이지만, 동시에 그 나름의 존재의 이유”가 있다는 의도로 제작된 작품이다. “지구와 그 안에서 기생하는 우리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기를 제안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집한 일상의 유리 오브제들이 지닌 다양한 형태와 빛깔에 관심을 두고, 이들이 담고 있는 존재의 가치를 발견하고 설치한 작품으로 가로 13m 세로 13m 높이 3.5m 공간에 일상의 유리오브제들이 가득 채워져 전시되었다. 오산문화재단 이수영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일방적으로 보고 듣는 것이 아니라 관객 참여형 인터렉티브 작품이 주를 이룬다. 아티스트와 함께 쌍방향으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기계에 감정을 넣어 지나온 추억을 예술로 승화하는 것에 전시의 포인트가 있다”며 “2024년을 여는 첫 특별 기획전시이기에 관람객들의 기대도 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전시는 오는 3월 24일까지 오산시립미술관 제1전시실부터 제3전시실에 걸쳐 무료로 운영된다. [허중학 기자]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에 일일해설사로 나선 배우 김영민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에 일일해설사로 나선 배우 김영민
[서울문화인] <사랑의 불시착>(tvN, 2020), <나의 아저씨>(tvN, 2018) 등 드라마를 비롯하여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출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김영민 배우가 창덕궁 후원 부용지에서 일일해설사가 되어 관람객 20여 명에게 창덕궁 후원의 부용지와 주합루 권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특별한 시간을 가졌다. 이번 행사는 김영민 배우가 궁능유적본부의 홍보대사의 임명 후 가지는 첫 행보로 일일해설사에 앞서 25일 오전 10시 20분 창덕궁 가정당에서 배우 김영민를 ‘궁능유적본부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위촉식을 가졌다. 종묘제례를 보고 감동을 받아 홍보대사를 결심했다. 김영민 배우는 “평소에 궁에 대한 관심이 있어 달빛기행, 별빛야행 등 문화행사가 있으면 가서 즐겼다. 지난해 종묘제례를 갔었다. 종묘제례를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진짜진짜 좋았다.”며 현장 사람들에게도 시간되시면 꼭 가보시길 바란다며 강조를 했다. 그러면서 “종묘제례를 보기 직전에 제의를 받았는데 그때까지 혹시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종묘제례를 보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이어 “최근에 낙서사건(경복궁)을 보고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어이가 없고 안타까웠다. 우리 집 담벼락이나 차에 흠집이 난 것과는 다른 깊고 뜨거운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홍보대사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임감도 갖게 되었다. 정말 미약하게나마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궁과 능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가치와 제가 느낀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보호하는데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에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김영민 배우는 평소 우리 국가유산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 경복궁 별빛야행, 종묘대제와 같은 주요 궁능유적 행사도 직접 관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화재청이 내년에 ‘국가유산’체제로의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우리 국가유산이 간직한 높은 역사성과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지고 오랫동안 계승될 수 있도록, 문화재청은 적극적인 행보를 펼쳐나가고자 하는데 김영민 배우가 새롭게 맞이할 국가유산 시대에 ‘궁중문화축전’, ‘조선왕릉문화제’와 같은 궁능활용프로그램을 전 세계에 알릴뿐 아니라 궁능유적의 보존, 활용은 물론 관광 활성화에 이르는 전 부분에 걸쳐 소중한 기여를 해주실 것이다.”며 기대감을 밝혔다. [허중학 기자]
나눔의 가치 그 숭고함을 되새기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재개관
나눔의 가치 그 숭고함을 되새기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 재개관
[서울문화인]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윤성용)이 2022년부터 2년에 걸쳐 이루어진 기증관(상설실 2층)을 새롭게 개편하고 1월 12일(금) 전면 공개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기증관은 과거 경복궁 내 국립중앙박물관 시절 인 1981년 ‘동원실’로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으로 기증관이 선보인 것은 2005년 용산 이전 이후이다. 이후 유물은 새롭게 교체하여 선보였지만 전면적으로 개편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성용 관장은 “그동안 기증관을 운영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대두됐다. 개편의 필요성을 느꼈으나 여러 이유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2016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해 논의를 했으나 중단이 됐다. 그러다 2021년 기증관 개편을 확정하고 2022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오늘 이 자리에 있게 됐다.”며 3년 전부터 기증자와 기증자 유족분들과 논의를 하였다고 한다. 개편된 기증관에는 ‘이건희 컬렉션’을 제외한 3만 여점 가운데 1,082건 1,671점으로 주요 전시품으로는 이홍근 기증 <분청사기 상감 연꽃 넝쿨무늬 병>(보물)과 이근형 기증 <이항복필 천자문>(보물), 국립중앙박물관회 기증 <나전경함>(보물), 송성문 기증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제15>(국보) 등 국가지정문화유산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이와 함께, 재개관을 기념하여 손창근 기증 <세한도>(국보)와 윤동한 기증 <수월관음도>가 5월 5일까지 특별 공개된다. ㈜한국콜마홀딩스 윤동한 회장으로부터 기증받은 고려불화 <수월관음도>는 선재동자善財童子가 관음보살觀音菩薩이 머무는 보타락가산補陀洛迦山을 방문하여 지혜를 구하는 장면을 담은 그림으로, 고려불화의 백미로 손꼽히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160여 점이 전하는 고려불화 가운데 수월관음도는 46점 가량 알려져 있다.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 개편은 모든 세대의 관람객이 문화유산 나눔의 소중한 가치를 발견하면서 기증된 문화유산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공간 조성을 목표로 했다고 밝혔다. 개편된 기증관은 기증의 의미와 가치를 헤아려 볼 수 있는 ‘기증 오리엔테이션 공간’과 박물관의 소장품이 된 기증품을 다양한 주제로 펼쳐 보이는 ‘기증 주제 전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2년 12월에 먼저 문을 연 ‘기증 오리엔테이션 공간’(기증Ⅰ실)은 ‘나눔’이라는 핵심어를 중심으로 기증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 기증의 의미를 담은 영상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이는 ‘기증 주제 전시 공간’(기증Ⅱ‧Ⅲ‧Ⅳ실)에는 기증자의 사연이 담긴 토기와 도자기에서 금속공예품, 목가구, 서화, 근현대 판화에 이르는 다종다양한 기증 문화유산을 세 가지 주제로 구분하여 전시실을 조성하였다. ‘기증Ⅱ실’은 ‘문화유산 지키기와 기증’이라는 주제로 20세기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 속에서도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지킨 분들의 노력과 함께 국외로 반출되거나 훼손될 위험에 처한 뻔한 문화유산, 후손들이 정성껏 지킨 문중 문화유산, 국립중앙박물관회 등 단체의 노력이 기증으로 이어진 사례를 통해 기증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하였다. ‘기증Ⅲ실’은 ‘기증 문화유산의 다채로운 세계’라는 주제로 서로 다른 조형성과 미감을 지닌 문화유산을 전시실을 가로지르는 ‘나눔의 길’ 좌우에 전시하여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우리 옛 생활문화를 담고 있는 문방과 규방 공예품, 흙과 금속으로 만든 문화유산, 그리고 다른 나라의 문화유산 등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한데 어우러져 조화와 공존의 의미를 보여 준다. ‘기증Ⅳ실’은 ‘전통미술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공간이다. 예술가의 안목으로 옛 물건들에 숨어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고, 전통미술품에서 받은 영감을 예술 창작활동의 원천으로 삼은 현대 작가들의 기증품을 소개한다. 전시의 마지막에는 기증 테마 공간을 마련하여 기증 문화유산과 관련된 작은 주제 전시를 선보일 예정으로 이번에는 기증관 재개관을 기념하여 2020년 손창근 선생의 기증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를 5월 5일까지 전시한다. 개편된 기증관에서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볼거리는 LG디스플레이의 투명 OLED 패널을 활용해 전시품을 배경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게 마련하였으며, 전시실을 가로지르는 ‘나눔의 길’에서는 전시품을 초고화질로 다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을 통해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외에도 시범운전을 거쳐 2월 중에는 인공지능 전시안내 로봇 큐아이가 전시실에서 전시 구성과 주요 전시품을 소개하면서 관람객을 안내할 예정이다. 또한 문화취약계층의 접근성 향상을 도모, 전시실 입구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안내 패널과 음성 안내를 받을 수 있는 QR코드를 설치하였고, 영상 공간에는 수어 영상과 음성 자막을 함께 제공한다. 휴게 공간 곳곳에는 설명 책자, 전시 공간에서 기증 문화유산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촉각체험물 등으로 발달장애인과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관람객이 더욱 편안하게 전시를 접할 수 있게 꾸며졌다. 우리나라 박물관의 전시 공간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꾸며졌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번 전시 개편의 디스플레이에 아쉬움도 있다. 먼저 이번 전시 공간의 디스플레이는 과거 ‘이건희 컬렉션’전을 연상케 한다. 당시 선반식 디스플레이는 신선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에는 당시 관람객의 시선보다 더 높아져서 위쪽의 유물은 관람이 힘들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부 유물은 유물의 특성에 맞지 않게 벽면 깊이 디스플레이 되어 한 부분 이 외는 살펴볼 수 없다는 점은 유물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단지 디자인적 미학만을 추구한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을 방문하면 늘 기증자의 결단에 대한 놀라움을 넘어 존경과 나눔의 가치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이는 분명 나만이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가치뿐만 아니라 유물로써도 그 가치도 되돌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허중학 기자]
국립춘천박물관 브랜드존 ‘이상향으로의 초대, 금강산과 관동팔경’ 개편
국립춘천박물관 브랜드존 ‘이상향으로의 초대, 금강산과 관동팔경’ 개편
[서울문화인] 국립춘천박물관(관장 이재열)이 2024년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개최를 맞이하여 본관 상설전시실 2층에 위치한 브랜드존을 ‘이상향으로의 초대, 금강산과 관동팔경’으로 새롭게 개편하였다. 금강산과 관동팔경에 담긴 선조들의 숨결과 기증의 가치 전시에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낸 고故 이건희(1942~2020) 회장이 기증한 금강산과 관동팔경 관련 수집품 9건 9점을 포함하여 67건 116점을 감상할 수 있다. 강원의 자연에 대한 고 이건희 회장의 관심과 수집의 범위는 조선 18, 19세기의 서화에서부터 20세기 민화 병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이방운李昉運(1761-1815년 이후)의 <금강산도金剛山圖>와 정선鄭敾(1676-1759) <단발령망금강산斷髮嶺望金剛山>, 그리고 허필許佖(1709-1761)의〈총석도叢石圖〉, 심사정沈師正(1707-1769) 〈삼일포三日浦〉등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그린 18세기의 뛰어난 작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상향理想鄕을 찾아 떠나는 길 금강산과 관동팔경 유람의 역사는 신라 화랑(花郞)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이 사선四仙이라 불리며 신선에 비유된 영랑(永郎), 술랑(述郎), 남랑(南郞), 안상(安詳)이 경주에서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 금강산에서 심신수련과 산천제사를 마치고 총석정, 삼일포, 경포대, 한송정, 월송정 등에서 노닐다 경주로 되돌아갔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전시는 2부로 구성되었다. 1부 ‘성스러운 곳, 금강산과 관동팔경’에서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깊고 신묘한 강원의 자연을 유람하며 산수의 도를 깨닫고 내 안의 이상향을 찾는 모습을 살펴본다. 자신이 거닐고 머문 시공간을 문학과 예술로 찬미하고 기록한 결과인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그린 그림을 보며, 방 안에 누워 글과 그림을 감상하면서 산수 사이를 노닐었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와유(臥遊)’를 전시실에서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이상향, 금강산과 관동팔경 2부 ‘새로운 시대의 이상향, 금강산과 관동팔경’에서는 우리 역사의 변혁기라고 할 수 있는 조선 후기 이후부터 근대까지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모습을 살펴본다. 사대부들의 전유물이었던 금강산 유람은 19세기경이 되면 점차 신분의 경계를 넘어 확산된다. 금강산 유람이 대중화되었지만 직접 가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민화 금강산도와 민화 관동팔경도가 다수 제작되어 많은 이들의 금강산에 대한 동경의 마음을 달래주었다. 19세기 말~20세기 초에 불어 닥친 국권상실로 인한 혼란과 격동의 시대는 이 땅에 뿌리 내렸던 사람들의 삶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으며, 이것은 금강산과 관동팔경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관광지가 된 금강산의 모습을 살펴보며, 언제나 변함없이 우뚝 서 있을 것 같았던 이상향의 공간인 금강산과 관동팔경도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서 비켜갈 수 없었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이은 전쟁과 분단으로 금강산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가까이에 있지만 갈 수 없어 오히려 저마다의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영상으로 만나는 이상향 이상향의 공간인 금강산과 관동팔경의 전시실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사방이 영상으로 가득 채워진 ‘금강, 닿다. 바다를 이루다’라는 영상 공간을 지나게 된다. 이 공간에 서면 고요한 달빛에 잠들어 있던 금강산을 만날 수 있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금강산에 손을 뻗으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며 깨어나고 곧 금강산의 수많은 폭포에서 힘차게 떨어진 폭포수가 큰 물줄기를 이루며 깊고 푸른 동해바다로 이어진다. 키를 훌쩍 뛰어넘어 역동적으로 치는 파도를 온 몸으로 느끼며 실제로 금강산과 관동팔경 속으로 들어와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