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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주년 맞이하는 2022 화랑미술제, 역대 최다 143개 국내 갤러리가 참가
40주년 맞이하는 2022 화랑미술제, 역대 최다 143개 국내 갤러리가 참가
[서울문화인]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최초이자 국내 최장수 아트페어인 화랑미술제가 올해는 코엑스에서 학여울역 세텍(SETEC)으로 자릴 옮겨 오는 3월16일(수)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20일(일)까지 진행된다. 지난 3월에 개최된 2021화랑미술제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최대 방문객과 판매액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폐막하였는데 과거와 달리 젊은 컬렉터들의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고 알려졌다. 올해 40주년을 맞이한 만큼 역대 최다 143개의 한국화랑협회 회원화랑이 참가, 800여명의 작가들이 출품한 약 4,000여점의 회화, 판화, 조각,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트페어의 볼거리는 무엇보다 한국미술계의 대가부터 젊은 작가들까지 다양한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의 흐름을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도 김창열, 이우환, 박서보, 이건용, 이배, 이강소 등 한국 현대미술사에 빼놓을 수 없는 대가들의 작품은 물론 자신들만의 신선한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는 90년대 생의 젊은 작가들도 만나볼 수 있다. 화랑미술제는 매년 2월 혹은 3월 한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아트페어로 국내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판가름할 수 있는 시작이자 한 해의 시장 흐름을 내다볼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화랑미술제가 올해로 40주년을 맞이한 만큼 그동안 화랑미술제의 역사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아카이빙 전시도 마련된다. 화랑미술제 40년의 역사를 통해, 우리 미술시장이 그 당시의 사회와 어떻게 반응하여 확장되었는지를 되돌아보며, 또한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또한, 신인작가 발굴과 육성을 위해 한국화랑협회가 주최하는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에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446명의 재능 있는 신인작가들이 신청서를 제출하였고, 그 중 심사를 통해 최종 김선혁, 김시원, 김용원, 오지은, 이상미, 이혜진, 전영진 (ㄱㄴㄷ순) 등 7인이 선정되었다. <ZOOM-IN>에 선정된 7명의 신진작가는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아티스트 토크에 참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한편, 코로나와 오미크론 확산으로 전시장 내 취식이 전면 금지되어 올해 F&B는 세텍 야외 휴게공간에 다양한 식음료 푸드 트럭을 배치된다. [허중학 기자]
[전시] 시대를 초월한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는 아티스트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전시] 시대를 초월한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출하는 아티스트 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서울문화인] 20세기 중반 미국 도시인들의 삶의 한 현장을 마주하는 듯한 레트로(retro)적인 분위기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미장센 기법(Mise-en-Scène)이 동시에 공전하는 듯 시공간을 넘나드는 연출은 과거로 회귀한 듯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작품 전반에는 미국적인 감성과 일상적 이미지가 내재되어 있지만 과거 미국 영화를 많이 접하였던 사람들에게는 약간은 익숙하면서도 동양적 감성과는 다른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지난 2월 28일부터 잠실롯데월드타워 내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에서 함축된 순간의 경계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감정을 농밀하게 표현하는 알렉스 프레거의 첫 번째 대규모 기획전 《빅 웨스트 BIG WEST》를 선보이고 있다. 알렉스 프레거(b.1979)는 대중문화와 영화산업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그에 많은 영향을 받은 사진뿐 아니라 영화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면서 자신만 의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이다. 알렉스 프레거는 정식으로 사진과 영상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었으나, 2001년 장 폴 게티 미술관(J. Paul Getty Museum)에서 컬러 사진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이자 미국의 평범한 풍경을 작품에 담고, 삶과 일상 속의 낭만을 포착한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 1939-)의 전시를 보고 깊이 감동한 것이 사진 작업을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프레거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진에 대한 독학을 시작했다. 프레거의 첫 사진 작업은 할리우드 영화배우였던 할머니의 친구로부터 어린 시절에 선물 받은 50~60년대 촬영용 의상과 가발 등이 들어있었던 상자를 열어 보고 받은 영감이 활용되었다. 1950년대를 연상시키는 가발을 쓴 여자들이 등장하는 작품은 현실과 판타지가 혼재한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며, 이후 프레거의 작품의 대표적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프레거는 영화와 대중문화 등 다양한 매체에서 영감을 받아 영화 속 클라이맥스와 같은 화려하고 극단적으로 연출된 세계를 만들어내었다. 감시카메라와 같이 공중에서 아래로 사람들을 관찰하는 시점을 활용하여 비현실적인 시각적 내러티브를 선사한다. 또한, 문화적 공동 기억을 활용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을 포착, 작가가 직접 하나하나 계획하여 연출한 등장인물, 20세기 중반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의상, 헤어스타일과 포즈 그리고 도시 곳곳의 풍경들은 시간을 초월한 듯한 분위기를 나타내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화면 속 그 장소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등장인물들을 배치해 시간을 뛰어넘어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무는 세상을 표현해 내고 있다. 더불어 작품 속의 배우들은 우리 삶에서 특정한 순간을 연기하기 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자신의 페르소나 역시 작품 속 여성 캐릭터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프레거의 작품이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연출은 또 다른 직업으로 이끌었다. 프레거는 영화를 ‘움직이는 사진’이자 ‘완전한 감각을 가진 사진’으로 정의, 영화 작업에 매진하여 2010년 단편영화 <절망 Despair>을 발표하는 것과 동시에 2011년 뉴욕타임스 매거진을 위해 제작한 13부작 영화, <터치 오브 이블 Touch of Evil>(브래드 피트, 게리 올드먼 외 출연)이 2012년 미국 텔레비전 방송계의 최고상인 에미상(Emmy Award)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하게 영향력 있는 영화제작자로서도 자리매김하게 했다. 알렉스 프레거의 예술 세계 전반을 조망하는 이번 전시에는 초기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총 100여 점이 소개되고 있다. 또한, 작가가 제작한 대표적인 영화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6월 6일(월)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립나주박물관 ‘실감콘텐츠 체험관’ 개관
국립나주박물관 ‘실감콘텐츠 체험관’ 개관
[서울문화인] 국립나주박물관(관장 은화수)이 1,500여년 전 영산강유역 고대문화를 미디어아트로 만나볼 수 있는 ‘실감콘텐츠 체험관’을 3월 8일(화) 개관하였다. 국립나주박물관 1층에 마련된 ‘실감콘텐츠 체험관’은 기존 강당으로 사용되던 약 100평의 공간을 새롭게 개편한 것으로 국립나주박물관의 브랜드인 ‘영산강유역 독널과 장례문화’를 주제로 삼았다. 실감콘텐츠 체험관은 경험의 연속성을 부여하기 위해 입구, 복도, 실감영상실로 공간이 구성되었다. 입구에서는 대형 사이니지를 통해 무빙포스터, 시놉소스영상 등 실감콘텐츠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며, 복도에서는 3D 기법으로 다시 태어난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과 금동신발 문양을 모티브로 한 홀로그램을 만나볼 수 있다. 실감영상실에는 폭 35m, 높이 3m의 벽면과 바닥, 기둥을 스크린으로 하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기술과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체험형 인터렉션 기술이 적용되었다. 또한 시각적인 몰입감뿐만 아니라 청각적인 몰입감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국립박물관 최초로 19.2채널의 서라운드형 음향시스템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공간을 감싸는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마치 영상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공감각적인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실감영상실 영상은 오프닝 영상, 1부 <고분, 별이 되다>. 2부 <꿈의 문양, 빛으로 새기다>, 실감체험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프닝 영상은 고대 역사와 함께 흘러온 영산강의 아름다움과 강인함을 감각적인 사운드가 함께하는 미디어아트로 만나볼 수 있다. ▲1부 <고분, 별이 되다>는 고대 영산강유역의 독특한 고분문화를 보여주는 나주 신촌리 9호분의 축조과정과 매장의례를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하였다. 내레이션에는 배우이자 성우인 윤주상이 참여하여 영상의 몰입감을 높였다. ▲2부 <꿈의 문양, 빛으로 새기다>는 나주에서 출토된 신촌리 9호분 금동신발, 복암리 3호분 금동신발, 정촌고분 금동신발을 3D 모델링으로 재탄생시켰다. 고대인들의 꿈과 염원이 담긴 금동신발의 문양을 금빛 향연으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실감체험에서는 금동신발 속 다양한 문양을 인터렉션 체험으로 경험할 수 있다. 영산강유역 고대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꿈과 염원이 담긴 국립나주박물관 실감콘텐츠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에 관람 가능하며, 회차별 관람 인원은 20명이다. 자세한 사항은 국립나주박물관 누리집(https://naju.museum.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권오상 작가와 크리에티브 그룹 아워레이보의 협업 전 《아워세트》
권오상 작가와 크리에티브 그룹 아워레이보의 협업 전 《아워세트》
[서울문화인] 경기도 수원시립미술관(관장 김진엽), 수원시립아트스페이스광교 개관 3주년 기념전으로 사진과 조각의 개념을 실험적으로 전복시키는 작가 권오상(b.1974~)과 미술을 기반으로 공간의 구조와 연출 방식을 고민하는 크리에이티브 그룹 아워레이보의 협업 전시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을 선보이고 있다. 권오상 작가의 대표하는 연작 35점이 아워레이보의 연출이 더해진 총 9개의 세트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평면의 사진으로 조각의 개념으로 완성시킨 권오상 작가의 대표연작 <데오도란트 타입 Deodrant Type>을 비롯하여 미국의 조각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의 모빌을 권오상의 방식으로 오마주한 <붉은 셔츠와 휘슬, 칼더의 서커스 Red Shirt and Whistle, Calder's Circus>(2018), 2020년 겨울 한 백화점 쇼윈도에 설치되었던 <또 다른 즐거운 곳으로 여행 A Trip To Another Joyful Place>(2020), 자작나무위에 이미지가 담긴 나무판을 쌓아 올리는 콜라주 같은 형태로 완성되는 <릴리프 Relief> 연작 등 권오상 작가의 대표하는 연작들이 아워레이보의 화려하고 독특한 조명 연출 방식과 만나 마치 촬영 세트장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되었다. 모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촬영하여 제작한 <데오도란트 타입(Deodorant Type)>은 실제 사람 크기의 작품으로 권오상의 대표적인 사진 조각 연작으로 사진의 2차원의 특징과 조각의 3차원의 특징을 동시에 담고 있다. 전통적인 조각상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작품들은 아워레이보의 화려하고 독특한 조명 연출 방식을 만나 마치 패션쇼의 한 장면처럼 보인다. 또한, 아워레이보가 제작한 아이소핑크(압축 스티로폼) 좌대 위에 놓인 <데오도란트 타입>의 작품들은 촬영장에서 카메라 셔터에 맞춰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처럼 보인다. 서커스 모빌 작업은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1898-1976)의 모빌을 권오상의 방식으로 오마주한 작품으로, 전통적인 조각의 양감이 아닌 얇은 판형이 천정에 매달린 형태의 작품이다. 천정에 매달렸지만 바닥에 닿을 듯 크게 확대된 모빌은 관람객이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조각이 공간을 점유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2020년 겨울, 백화점 쇼윈도에 설치되었던 작품이 2022년 아워레이보를 만나 작품의 전면만 볼 수 있는 쇼윈도 안에서는 미쳐 볼 수 없었던 작품을 좀 더 입체적으로 만나볼 수 있도록 연출되었다. 이 외에도 패션 잡지에 등장하는 보석, 시계 등 광고사진, 디자인, 인테리어 잡지의 이미지 등을 차용 조각에 대한 개념을 담은 연작 <더 플랫 The Plat>, 평면으로 제작된 콜라주를 입체로 제작한 <뉴 스트럭쳐 17 New Structure 17>(2017), 세계 3대 레이스 중 하나인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등장하는 차를 약 1/43 정도의 비율로 축소하여 제작한 <스몰 스트럭쳐 Small Structure>(2017-2021) 등 권오상 작가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고 있다. <더 플랫(The Plat)>는 ‘작은 종잇장이라도 공간을 차지하며 혼자 설 수 있다면 조각’이라는 권오상의 조각에 대한 개념을 담은 연작으로 패션 잡지에 등장하는 보석, 시계 등 광고사진, 디자인, 인테리어 잡지의 이미지 등을 차용하여 제작한 시리즈로, 확장된 대상과 소재의 활용을 통하여 현대미술의 영역에서 조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다. 손에 쥐고 감상할 수 있는 조각을 만들고자 제작된 연작 <스몰 스트럭쳐(Small Sculpture)>는 세계 3대 레이스 중 하나인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등장하는 차를 약 1/43 정도의 비율로 축소한 것으로 타워형 구조물 안에 자리한 미니카 99대는 마치 자동차 회사의 출고 타워에 놓인 모습을 연상시킨다. <릴리프(Relief)> 연작은 자작나무 판 위에 이미지가 담긴 나무판을 쌓아 올리는 콜라주 같은 형태로 완성된 작품이다. 서로 연결성이 없는 이미지를 중첩시켜 평면으로 완성된 이 작품들이 아워레이보의 연출과 만나 또 다른 판형에 올려진 콜라주와 같은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사진, 조각, 공간이라는 각기 다른 요소를 결합시킨 모인 전시장은 하나의 촬영 세트장 같은 장면을 완성하며 동시대 미술의 독특한 시각 어법을 통해 일반적인 전시 관람의 형태를 확장한다. 《아워세트 : 아워레이보×권오상》는 5월 22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미술관]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의 시대, ‘이동’을 주제로 변화된 일상 고찰
[미술관] 팬데믹으로 인한 이동 제한의 시대, ‘이동’을 주제로 변화된 일상 고찰
[서울문화인]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우리 일상에 미치는 가장 큰 것 중에 하나는 이동의 제한이 아닐까싶다. 최근 아르코미술관(관장 임근혜)은 팬데믹으로 이동이 제한되면서 그에 따른 변화가 사회 구조를 어떻게 바꾸었고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살펴보는 전시 《투 유: 당신의 방향》을 선보이고 있다. ‘이동’을 키워드로 팬데믹 이후 변화된 이동의 의미를 고찰하는 전시로 8명(팀)의 작가들은 물리적 이동은 물론 알고리즘, 데이터 등 정보의 이동을 포함, 각자의 인지한 이동의 다양한 단면과 질문을 제시하고 있다. 팬데믹 이전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진 자유인 줄 알았던 이동이 사실 권력과 배제의 수단이 될 수도 있는 시대임을 지각과 함께 팬데믹 이후 일상으로의 복귀가 이뤄질 때 그동안 변화된 이동의 의미와 방식이 어떻게 또 지속되고 변화 될 것인지를 들여다본다. 김익현 작가가 2018년 11월 24일부터 2021년 10월 25일의 시간 동안 촬영한 사진들로 구성한 〈그늘과 그림자〉는 택배로 주문한 물건을 직접 확인하기도 전에 도착을 공지하거나, 몇 년 전의 추억을 알리고, 알고리즘과 타임라인을 통해 당신의 눈을 실어 나른다. 인간의 눈과 기계의 눈이 공존하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세계에서 사진 데이터는 정확한 기록도 현실도 아닌 채 감각과 인식을 혼동시키며 데이터 사이를 유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돼지똥과 아파트〉는 과거 용산과 나주에 있던 공장 및 농장의 이동 과정을 좇는다. 이들이 계속해서 자리를 옮겨야 하는 이유는 바로 ‘냄새’이다. 이러한 현실은 영화 「기생충」(2019)의 주요 인물인 오근세와 국문광을 주인공으로 한 〈냄새의 경계선3-기생충 순례길〉(2022)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극 중 부천과 광명 출신인 이들이 어떻게 서울의 상류층에 입성하고 한편으로 실패했는지를 현재의 집에서 과거 살던 동네까지 순례길로 상정해 상상의 기념품들과 아카이브를 비치하였다. 팬데믹으로 인해 쉬이 해외로 이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항공사들과 면세업계는 땅에 멈춘 비행기의 연료와 주차비를 절약하기 위해 ‘무착륙비행’을 개발했다. 〈돌고 돌고 돌아〉는 면세품 구매를 촉진하고 이벤트로서의 비행을 자처하는 무착륙 비행의 움직임은 정착 없이 돌아오는 롤러코스터를 닮아 있음을 표현하였다. 찰나의 즐거움을 위해 고점과 저점을 반복하는 둘의 모습은 이동을 위한 이동으로, 소비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시스템과 맞닿아 있다. 팬데믹 이후 가상세계에서의 정보 공유는 더욱 각광받으며 새로운 세계를 여는 포털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래픽 디자이너인 송예환은 이러한 환상에 제동을 걸고 우리가 사용하는 웹 플랫폼들이 과연 ‘모두’에게 공평하게 혹은 충분히 접근 가능한 공간인지를 질문한다.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는 2020년 팬데믹으로 인해 퀴어 퍼레이드를 개최할 수 없는 상황에 대응하여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를 기획했다. 자신만의 캐릭터와 메시지를 만들어 SNS 등에 공유, 확산되었던 이 행사는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라는 문구를 통해 이동이 어려운 혹은 불가능한 시대를 사는 이들이 편견 없이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발화, 협력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기대이자 가능성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노동의 양상에 주목하는 작가는 노동을 수행하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관계를 전시장에 구현했다. 입구에서 받은 진동벨이 울리면 관객은 전시장을 돌아다니는 서빙 로봇에게 이를 반납할 수 있다. 작가는 반납이라는 이동 행위를 전제로 제공되는 서비스에 불필요한 접촉 및 정보를 끼워 넣음으로써 서비스 노동, 플랫폼 노동 등 노동의 주체는 삭제되고 용이하게 결과만을 소비하는 작금의 구조를 가시화하였다. 〈구름의 영역〉은 최근 각광받는 항공 모빌리티(UAM, Urban Air Mobility) 등 새로운 이동 기술이 초래할 딜레마를 고찰하고 상상하였다. 세 개의 아케이드 게임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미래의 어느 시대, 뜨거워진 대기로 인해 상공 도시에 살아야 하는 기후 위기 난민과 인간에게 하늘을 빼앗겨 날지 못하는 새의 생존 관계를 다룬다. 플레이어의 선택으로 달라지는 엔딩에는 미래 이동 기술이 내재한 생명윤리 및 환경문제를 반영한다. 〈마후라〉는 아시아 최대 중고차 시장이었지만 재개발을 앞둔 장안평 일부와 자동차의 풍경을 담았다.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지는 기술의 변화 속도와 코로나19로 인해 사장된 시장 상황 등으로 금세 구형이 된 자동차 기체들은 중고차 시장에서 해체를 기다린다. 작가는 이들을 퍼포머의 신체와 결합해 생명력을 부여하여 유령처럼 지역을 맴돌게 만든다. 한편, 전시는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전시의 의의를 공유하고 확장한다. 먼저 건국대 모빌리티인문학 연구원과의 공동 기획으로 4월 15일 국내 봄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장애인 환승 지도를 기획한 협동조합 무의와 이동 장애인의 미술관 이용 설명서를 제작하고 휠체어 체험 워크숍을 진행한다. 이 외 전시 연계 프로그램 상세일정 및 내용은 추후 아르코미술관 웹사이트 및 SN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월 24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네이버 사전 예약 시스템을 통해서도 관람이 가능하며 입장료는 무료이다. [허중학 기자]
[미술관] 20세기 후반, 우리는 어떤 해외작품을 수집했을까.
[미술관] 20세기 후반, 우리는 어떤 해외작품을 수집했을까.
[서울문화인] 지금은 정보화로 인해 전 세계가 네트웍으로 연결된 사회이지만 2000년대 이전은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과 달리 당시 세계에 자국의 문화정체성을 알리는데 올림픽만한 행사도 드물었다. 1988년 우리나라에 처음 개최되었던 제 24회 서울올림픽은 우리나라가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는 기억보다는 우리가 세계로 나아가려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서울올림픽의 전과 후로 나눌 정도로 국제화라는 변화의 변곡점이었다. 특히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답게 그 기간에는 스포츠 행사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공연 등 다채로운 국제 예술행사가 펼쳐지면서 산업화에 매진하던 정책 일변도에서 사회 전반에 걸친 ‘국제화’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 이는 미술계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한국미술의 해외진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한편, 해외미술의 국내 유입도 다양한 경로와 방식으로 확장되기 시작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국제미술 소장품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 국내 최초 수장형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술품수장센터가 1970년대부터 2000년에 이르기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의 수집활동과 전개를 살펴보는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에서는 1978년부터 수집해온 다양한 국적의 해외작가 96명의 조각, 드로잉, 회화 등 104점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1980-90년대를 관통했던 ‘세계화’라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국제미술 소장품의 수집배경과 의의를 찾아가는 데 주력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초창기 수집 작품 등 절반 이상의 작품이 수집 이후 처음 관람객에 공개됨은 물론 마지막으로 전시된 지 30년여 만에 처음으로 수장고를 벗어나 전시에 출품되는 것도 상당수 소개되고 있다.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사마란치(Juan Antonio Samaranch) IOC(국제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개회선언으로 외쳤던 구호이다. 이는 당시 우리국민들의 열망을 잘 나타내는 구호이기도 하다. 이러한 열망은 미술계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전시 또한 이 구호처럼 한국미술의 국제교류 양상과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 수집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한국 방문 해외미술’, ‘미술교유, 미술교류’, ‘그림으로 보는 세계’, ‘서울은 세계로, 세계는 서울로’, ‘미술, 세상을 보는 창’ 등 5부로 구성하여 선보이고 있다. 한국미술의 국제화는 ‘한국미술의 해외진출’과 ‘해외미술의 국내 유입’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1960년대 이후 한국미술의 해외진출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기 위한 공통의 목표였다. 그러나 1980년대 초까지 해외미술의 국내 유입은 해외공보관이나 재외작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개별적인 움직임에 가까웠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초기 국제미술 소장품의 주된 특징은 ‘한국적인 것’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1981년까지 수집된 8점의 작품 가운데 4점은 미국 국적의 재외작가의 작품이고, 나머지 4점은 모두 ‘한국의 인상’을 주제로 삼은 작품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외국 작가에게 한국은 여전히 이국적인 풍물과 문화를 지닌 동북아시아의 한 국가로서 호기심의 영역에 머물렀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백남준은 1980-90년대 한국미술의 세계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이슈와 연결고리를 낳은 장본인이다. 그의 작품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서울올림픽은 국민들에게 백남준을 인식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후, 1980년대 중반까지는 국립현대미술관에는 많은 양의 판화 작품이 기증되었다. 하지만 서울올림픽 당시 부대행사로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주최했던 ‘세계현대미술제’는 90억원의 예산과 국제적인 규모, 단기간의 추진일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졸속운영과 편파성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대대적인 반발을 초래했고, 조율 과정에서도 끊임없는 논란과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한편, 당시 행사 홍보물에는 전시 참여 작가들에게 1점은 전시하고 1점은 기증하는 것을 독려하는 조항이 있어 눈에 띈다. 더불어 ‘세계현대미술제’에서 《국제현대회화전》을 개최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은 회화 전시와 올림픽공원 야외조각 심포지엄 참여 작가들로부터 조각 39점과 대형회화 62점을 기증받으면서 국립현대미술관 국제미술 소장품 수집에도 획기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당시 기증작품 중 지방순회전시(1990)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회화 16점과 조각을 공개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전시에서는 서울올림픽 이후 미술국제교류가 확장됨에 따라 1990년대 국제미술품 수집(구입)과 양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서양 현대미술사의 다채로운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유럽과 미국 등 서구 중심 미술사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대두되었다고 하나 전 세계의 동시대미술에서 작가의 국적이나 민족, 문화적 특성을 배제하고 작업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다원주의적 관점이 도입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비서구권 작가들에 대한 제한된 인식은 해외 작가가 80년대 한국을 바라보는 인식처럼 우리도 여전히 비서구권의 작품은 제한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은 세계화의 반쪽짜리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는 80-90년대 미술의 세계화라는 측면에서 우리의 미술사를 바라볼 수 있는 가치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전시는 오는 6월 12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5층에서 만나볼 수 있다. [허중학 기자]
대구미술관, 동서양 초월한 예술 여정에 코로나에도 관람객 줄이어
대구미술관, 동서양 초월한 예술 여정에 코로나에도 관람객 줄이어
[서울문화인] 대구미술관(관장 최은주)이 개관 10주년을 기념하여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기관인 매그 재단(대표 아드리앙 매그)과 해외교류전으로 진행하고 있는 모던 라이프(Modern Life)가 3월 27일(일) 전시 종료를 앞둔 가운데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내 전시 호평이 이어지면서 두 기관이 소장한 세계적인 작가들의 작품을 직관하기 위해 지난 10월 19일부터 3월 9일까지 5만 5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이는 코로나 이후 단일 전시로는 최대 관람객이방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그 재단(Marguerite et Aimé Fondation)은 프랑스 코트 다쥐르의 아름다운 지역인 생-폴 드 방스에 위치한 기관으로, 조르주 브라크, 알렉산더 칼더, 마르크 샤갈,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20세기 미술사에서 중요한 족적을 남긴 유명 미술가들의 작품 약 13,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모던 라이프展은 대구미술관이 매그 재단(대표 아드리앙 매그)과 모더니즘을 주제어로 양 기관의 소장품을 공동 연구하는 프로젝트로 전시는 모더니즘을 주제로 ‘탈-형상화’, ‘풍경-기억’, ‘추상’, ‘글’, ‘초현대적 고독’, ‘평면으로의 귀환’, ‘재신비화 된 세상’, ‘기원’ 등 총 8개의 소주제로 샤갈, 자코메티, 칼더, 서병오, 서세옥, 윤형근, 이배, 이우환 등 작가 78명의 대표작 144점을 통해 서로 다른 회화의 전통을 지닌 두 미술계의 만남을 선보이고 있다. 모던 라이프라는 전시명에서도 알 수 있듯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출품작에서는 ‘모더니티(Modernity)’의 전이와 변용적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모더니티의 범주에 속해 있는 모더니즘(Modernism) 미술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치열한 예술적 실험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미술의 전개를 필연적인 진보의 역사로 정립할 수 있도록 기능했다. 동시에 미학적 혹은 역사적 근거를 끊임없이 제시하며 당대의 현상적 역사를 미술의 발전 논리에까지 확장시켰고, 1960년대 후반, ‘현실’을 반영하는 변화들이 예술에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는 출품작을 투과하여 볼 수 있는 이러한 ‘현실성’에 주목하였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미술사적으로 모두 의미 있지만, 특히 샤갈의 1964년 작품인 ‘인생(La Vie)’은 국외 반출이 엄격해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보기 힘들다. 이 작품은 러시아혁명, 세계대전, 나치 탄압 등을 겪어야 했던 작가의 삶과 정체성, 아내 벨라와의 사랑을 화면에 녹여낸 걸작으로,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오늘날, 관람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번 전시의 공동기획자 마동은 전시기획팀장은 “이번 전시의 핵심은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모더니즘의 독자적인 성질이 드러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다. 144점의 작품을 관람하는 찰나의 순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동기획자인 올리비에 들라발라드 객원 큐레이터(케르게넥 미술관 前 디렉터)는 “양 기관의 소장품을 한 자리에 선보이며 하나의 개념을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것은 결코 어떠한 이론이나 담론 속에 갇혀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작품을 함께 감상하며 행복을 나누고, 작품으로부터 받은 영감과 감정에 대해 대화하기 원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대구미술관 최은주 관장은 “코로나 상황에 따라 관람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꾸준하게 이어진 관람객들의 방문에 위기 속 미술관 역할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번 전시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희망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전시는 성인 10,000원, 청소년·대학생은 7,000원이며 ‘도록 읽어드립니다’, ‘큐레이터 전시투어’, ‘디자이너 전시투어’ 등 전시를 설명하는 다양한 영상을 대구미술관 유튜브 채널에서 만날 수 있다. 모던 라이프展과 함께 미술관에서는 소장품 기획전 ‘나를 만나는 계절’도 전시 기간 중 함께 관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빛”의 장엄한 역사를 볼 수 있는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 명작展
“빛”의 장엄한 역사를 볼 수 있는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 명작展
[서울문화인] 해외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는 대부분 서울의 중심가나 강남에 위치한 전시장을 통해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나 노원구에 위치한 북서울미술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해외소장품걸작전 ‘빛: 영국 테이트미술관 특별전’은 정말 강북사람들에게는 문화의 ‘빛’과 같은 전시가 아닌가 싶다. 영국 테이트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공동기획한 이번 전시는 타이틀에서 보듯 ‘빛’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빛’은 생명의 가장 기초적인 모태가 되는 물질이다. 빛이 없으면 생명이 잉태될 수 없고, 빛이 사라지면 우린 예술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빛은 과학자뿐만 아니라 철학자와 예술가 그리고 시인의 탐구 대상이 되어 모두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재 우리가 빛의 효과를 이해하고 포착하며 모사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쳐왔다. 영국 테이트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루어진 이 전시에는 빛을 종교적 믿음과 연결했던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 등의 화가가 활동한 18세기 작품을 비롯하여, 빛을 자연현상으로 인식하고 빛이 가진 색을 분석하여 그렸던 윌리엄 터너(1775-1851)와 사진기술의 발명으로 빛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화폭에 옮기고자 했던 클로드 모네(1840-1926) 등이 활동했던 19세기, 인공적인 빛을 재료로 활용한 댄 플래빈(1933-96)을 비롯해 설치작품이나 건축적 공간에서 인공 빛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하도록 촉구하는 제임스 터렐(1943-)과 올라퍼 엘리아슨(1967-) 등 20세기 및 동시대 작품까지 200년 역사의 테이트미술관이 소장한 대표 작품들과 백남준아트센터의 소장품 1점을 포함한 43명의 예술가 작품 110점이 소개되고 있다. 전시 구성은 <빛, 신의 창조물>을 시작으로 16개 섹션을 통해 빛을 매개로 다양한 표현방식의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빛, 신의 창조물>에는 윌리엄 블레이크, 아니쉬 카푸어 등 종교적 의미의 빛을 탐구한 예술가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면, <빛, 연구의 대상>, <릴리안 린, 빛의 물리학을 구현하다>에는 근현대 물리학의 빛에 몰두한 작품이 보여주고 있다. 또한, <빛의 인상>에는 클로드 모네와 인상주의, <빛의 흔적>에는 라슬로 모호이너지와 바우하우스처럼 빛의 속성을 파헤치기 위해 모여든 예술가들의 작품이, <빛과 우주>, <제임스 터렐, 빛으로 숭고함을 경험하다>에서는 올라퍼 엘리아슨과 제임스 터렐 등 빛 자체를 재료로 활용한 현대 예술가들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 주목할 대표 작가는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을 손꼽을 수 있다. 엘리아슨은 유사자연(Pseudo nature)을 중심 주제로 태양, 빙하(얼음), 폭포, 이끼, 빛과 그림자, 안개, 천제의 궤도 등 자연을 모티브로 환경과 연관된 작업을 지속해왔다.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에 <날씨 프로젝트(2003)>라는 제목으로 대형 인공 태양을 설치했던 엘리아슨은 이번 전시에서는 거대한 유리 구조물에 빛이 산란하는 설치 작품 <우주 먼지입자(2014)>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는 대체로 전통적인 미술사 흐름을 중시하며 작품을 배치하지만, 이번 전시는 빛이라는 주제를 조금 더 입체적으로 경험하도록 시대를 넘어 18-19세기 평면 작품과 동시대 설치 작품을 함께 구성하여 작업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감상의 폭이 확장될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빛의 인상’이라는 섹션에는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 회화작품들을 벽면에 걸어두는 동시에 전시실 한가운데에 야요이 쿠사마(1929-)의 설치작품을 함께 세워 두었다. 두 작품의 병치를 통해 모네가 눈으로 바라본 빛을 붓으로 그려낸 풍경의 인상(impression)이 담긴 회화 작품을 통해 느끼는 경험과 쿠사마의 설치 작품 앞에 선 관객이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과 조명 환경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빛의 인상을 몸으로 체감하는 경험이 더해져 궁극적으로는 빛의 인상을 총체적이고 다각적이며 입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다. 공공미술관에서 전관을 사용하여 장기전시를 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비판도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전시를 주최한 것은 그동안 지역 주민들의 바램이 컷었다. 이를 반증하듯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그 어느 전시보다 관람객의 연령층이 초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했다. 그리고 관람객의 만족도가 눈에 보였다. 전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5월 8일(일)까지 진행되며, 관람료는 성인 15,000원이다. [허중학 기자]
조선 천문학의 보고(寶庫), 해시계 ‘앙부일구’ 3점 보물로 지정
조선 천문학의 보고(寶庫), 해시계 ‘앙부일구’ 3점 보물로 지정
[서울문화인] 조선 시대 천문학 기구인 해시계 ‘앙부일구’ 3점이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되었다. 이번에 지정된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총 3점으로 각각 국립고궁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성신여대박물관이 소장 중이며, 이 중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본은 2020년 미국에서 돌아온 환수문화재다. 또한, 이번 3점의 앙부일구가 부물로 지정됨에 따라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또 다른 앙부일구(1985년 지정)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휴대용 앙부일구(1986년 지정)에 이어 총 5점이 보물로 지정되게 되었다. *앙부일구 지정현황(‘22.2월 현재) 연번 지정종목 지정명칭 소재지 지정일자 표기법 1 보 물 앙부일구 국립고궁박물관 1985. 08. 09. 앙부일구(1985) 2 보 물 휴대용 앙부일구 국립중앙박물관 1986. 03. 14. 변동없음 3 보 물 앙부일구 국립고궁박물관 2022. 02. 22. 앙부일구(2022-1) 4 보 물 앙부일구 국립중앙박물관 2022. 02. 22. 앙부일구(2022-2) 5 보 물 앙부일구 성신여자대학교박물관 2022. 02. 22. 앙부일구(2022-3) * 동일명칭 문화재 표기에 따라 ‘앙부일구’ 지정연도·지정순서 별도표기 ‘앙부일구(仰釜日晷)’는 ‘앙부일영(仰釜日影)’으로도 쓰며, 솥이 하늘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을 한 해시계라는 의미이다. 1434년(세종 16) 장영실(蔣英實), 이천(李蕆), 이순지(李純之) 등이 왕명에 따라 처음 만들었으며, 같은 해 10월 종묘 앞과 혜정교(惠政橋, 현 서울 종로에 설치되었던 다리)에 각 1대씩 설치하였고, 조선 말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어 궁궐과 관공서에 널리 보급되었다. 조선 초기에 제작된 앙부일구는 현재까지 알려진 사례가 없으며, 지금 남아있는 앙부일구의 경우, 겉면에 ‘북극고 37도 39분 15초(北極高 三十七度 三十九分 一十五秒)’라고 새겨진 명문의 위도 값이 1713년(숙종 39) 이후 처음 사용된 사실이 <국조역상고(國朝曆象考)>를 통해 확인되므로 제작시기 역시 1713년 이후로 추정된다. * 국조역상고는 1796년(정조 20) 천문관측을 담당하는 관청인 관상감(觀象監)에서 편찬한 조선의 천문역법에 관한 책으로 역법(曆法)의 이론과 실제 사용에 필요한 자료들이 망라되어 있다. 세 점의 앙부일구는 모두 황동금속제로서, 오목한 몸체를 네 개의 다리가 받친 모습을 하고 있다. 시반(時盤, 앙부일구의 오목한 바닥 안쪽)에는 남북[午子] 방향에 북극으로 향한 영침(影針, 그림자 침)이 달려 있고,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세로 눈금인 시각선이 15분 간격으로 있고, 가로 눈금인 24절기는 계절을 알려주는 13개의 절기선으로 표현하였다. 받침대는 네 개의 다리와 열십자[十]의 다리받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네 개의 다리에는 각기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의 모습을 새겼으며 용 좌우에 구름 문양을 표현하였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본을 포함해 세 점의 보물 ‘앙부일구’는 ▲ 제작기법에서 시반의 시각선과 절기선, 지평면의 절기글자와 24방향 글자에 적용된 은상감 기법과 정교하게 제작된 영침, 받침대에 새겨진 용무늬, 구름장식, 거북머리 장식 등이 우수한 조형미를 보여 숙련된 기술자가 제작한 최상급 앙부일구로 판단되는 점, ▲ 태양의 그림자로 시간과 날짜(절기)를 함께 파악할 수 있도록 하여 편리성과 독창성이 뛰어나다는 점, ▲조선 시대 천문과학기술의 발전과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과학문화재라는 점에서 보물로서 지정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하였다. [허중학 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실, 3월 17일부터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진행
국립중앙박물관 이집트실, 3월 17일부터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진행
[서울문화인]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민병찬)이 2019년 12월 신설한 세계문화관 이집트실의 ‘삶, 죽음, 부활의 이야기’가 3월 1일을 끝으로 막을 내리고 3월 17일부터 국립전주박물관으로 옮겨 다시 진행된다. 이집트의 장구한 역사와 독특한 세계관을 소개한 이집트실은 공개 직후부터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최근 고객만족도 조사에서도 이집트실이 있는 세계문화관의 방문 비율이 2019년 대비 지속적으로 상승해 2021년에는 1층 전시관 다음으로 많이 방문하는 곳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집트실은 국내 최초의 이집트 상설전시실로, 미국 브루클린박물관이 소장한 미라를 비롯해 파라오의 상, 상형문자, 부적 등 이집트 문화재 94건을 26개월간 선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9-20년 기존의 ‘아시아관’을 ‘세계문화관’으로 개편, 중앙아시아실, 인도.동남아시아실, 중국실, 일본실에서 이집트실과 세계도자실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상설전시실에서도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관람할 수 있게 선보였다. 한편, 이집트실의 개편으로 오는 7월에는 메소포타미아실을 신설하여 1년 6개월 동안 운영될 예정이며,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진행되는 이집트 전시 ‘삶, 죽음, 부활의 이야기’는 3월 17일부터 8월 17일까지 5개월간 개최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