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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도 특색을 반영한 예술프로젝트 선보여
제주도립미술관, 제주도 특색을 반영한 예술프로젝트 선보여
[서울문화인] 코로나19로 2021년 제2회 제주비엔날레가 취소됨에 따라 제주도립미술관은 대체 행사로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기획전 ‘프로젝트 제주’《우리 시대에_At the Same Time》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기획전에 참여하는 13작가(팀)<강나루(설치), 강요배(영상), 강태환(설치), 고윤식(설치), 김현성(목공예), 반치옥(설치), 아트앤디자인(설치), 에코 오롯(설치, 영상), 임서형(퍼포먼스), 제람 강영훈(설치), 제인 진 카이젠(영상), 중정 콜렉티브(설치), 콜렉티브 웃(영상)>은 다변화하는 사회 관계망 안에서 예술이 우리의 삶, 환경, 체험 방식,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이야기 한다. 더불어 작가들 대부분 제주를 기반으로 하거나 연관성을 가진 작가들인 만큼 제주 특색을 반영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비주얼 아티스트 김가현, 사진작가 박상용, 영상 감독 심건(JAN)이 함께하는 미디어아트 그룹 콜렉티브 웃의 <Distance99>는 거리센서와 연동된 세 대의 모니터에 제주에서 촬영하고 기록한 영상과 소리를 담았다. 관람객이 모니터와의 일정 거리를 넘어 가까이 다가가면 영상과 소리가 비현실적으로 변형된다. 또한, 전시실 입구 계단에는 레인보우99의 <시작도 끝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사운드 작업이 재생된다. 긴 호흡으로 담은 제주의 소리는 이 섬의 끝없는 흐름을 짐작하게 한다. 뜨개 작업으로 꾸며진 에코 오롯의 <플라스틱 만다라>는 우리가 초래한 고통을 마주하고 바다에 사죄하는 작업이다. 작업의 구체적인 형태와 의식은 티베트 불교에서 전통적으로 만드는 만다라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들은 작업의 결과보다 작업 과정에 집중한다. 함께 만나 뜨개를 하고, 함께 뜨개 노동요를 만들어 부르며, ‘노동 파티’라고 부르는 천을 잘라 실을 만드는 작업을 함께 한다.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 생명의 연결성을 미적으로 경험하며 산호에 대해 알아가고 바다 생명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생태 예술’이자 ‘커뮤니티 아트’로 탄생시킨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뜨개실의 특성상, 전시가 끝나면 다시 해체하고 다시 반복하여 작업을 이어간다고 한다. 제주의 역사와 풍경을 회화로 다루 강요배 작가는 미디어 작업을 처음으로 시도하였다. 서정적인 제주의 풍경을 담은 <Sound scape>는 자신의 주변인, 작업실, 정원, 나른한 오후, 고양이, 나비, 나무, 햇살, 바람, 그 밖의 다양한 소리와 함께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자연과 캔버스 작업 과정이 병치되는 영상은 소리 풍경에 삶이 녹아들어 하나의 섬이 되는 과정을 담았다. 서귀포시에서 태어나 제주, 서울, 독일을 오가며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활동해오고 있는 고윤식 작가의 <귀로-유목민들>을 선보인다. 제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작가의 시선으로 재해석, 오브제가 가진 본래의 형태를 변형하거나 왜곡시키는 방식은 새로운 가치와 의미를 부여, 고향인 제주에 돌아왔을 때 느꼈던 낯선 환경과 새로운 감정을 복합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제주 출생의 덴마크 국적을 가진 제인 진 카이젠의 2채널 비디오로 구성된 <An Offering((제물 드림))>은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이 된 제주의 자연환경, 역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였다. 제주 해변과 바닷 속에서 촬영한 영상은 서사에 중심을 두기보다는 시각과 청각의 몰입을 주도한다. 연민의 정서와 관련된 관인, 관세음 영등과 같은 초문화적인 상징적 요소가 등장하며 신화나 여신들의 다양한 유산을 배경으로 삼았다. 시각 예술 활동가 제람 강영훈의 4폭 거울 병풍으로 구성된 <You come in We come out>은 개인의 증언이 사회적 변화에 기여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거울은 겉모습만을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우리 자신을 은유한다. 거울의 단면에는 작가가 군 복무 당시, ‘성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정신병원에 갇혀 생활했던 경험을 편지글로 재현했다. 더불어 비슷한 경험을 한 5인의 목소리도 더해진다. 우리가 편견을 버리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안으로 들어가면(You come in)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We come out)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제에 쓰인 ‘Asylum’은 ‘망명’과 ‘정신병원’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된다. 작가는 ‘구속’을 상징하는 정신병원에서의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용기와 위로를 제공하는 안식처가 되기를 바라면서 풀어내었다. 제주에서 ‘텃밭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강나루(설치) 작가는 작가가 직접 채종하거나 수집한 100여종의 토종 씨앗을 담은 <씨앗 감각>은 관람자가 목화솜을 감각하고 경험해 보는 작업을 선보인다. 광섬유를 소재로 ‘현실화된 유토피아’를 탐구하는 강태환 작가의 <Garden>은 자연과 문화의 경계를 허물어 리얼리티를 구축했다. 광섬유를 통해 공간을 구성하고 그 안에 빛을 들여 자연을 빼닮은 ‘유사 자연’과 대자연의 숭고를 지각하게 하는 ‘유사숭고’를 인위적으로 만들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을 추구하는 김현성 작가의 <Slug Bench #3>은 ‘순응’을 주제로 자연 생태적인 물푸레나무를 주된 재료로 사용하여 목재 본연의 물성과 인위적인 힘을 가한 형태인 ‘스팀 밴딩(Steam banding)’ 기법으로 쌓아올린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상하이에 거주하며 상업 사진가로 활동했던 반치옥 작가의 <코로나의 지층>은 코로나19가 끼친 영향을 묻고 기록 하였다. 작가는 80여 명의 사람과 대화를 나누면서 각자가 가진 특별한 이야기도 있지만 공통된 증언이 인상 깊다고 한다. 공룡 멸종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운석의 충돌은 지구의 모든 지층에 동일한 흔적을 남겼듯 코로나 역시 이에 비길 만한 전 지구적이고 동시적인 흔적을 남겼다고 판단, 작가는 이러한 지층을 동시대의 군상을 통해 드러내고자 숲의 형상으로 구현했다. 버려진 것들로 작품을 만드는 김기대, 식물을 위한 가구를 제작하는 박유진, 생태적 관점에서 동·식물의 세밀화를 그리는 임종길이 모인 중정 콜렉티브의 <중중무진(重重無盡)>은 화엄사상에서 말하는 “세상의 모든 존재는 촘촘하게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각각 하나의 보석으로 서로를 끝없이 반사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으로 전 지구가 동시에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유기적인 관계에 놓인 우리가 ‘중중무진’의 인과율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작품은 미술관 중앙에 정원에 인위적으로 이식된 제주 자생식물로 곶자왈의 모습으로 구성하였다. 인공 곶자왈 한 편에 놓인 오두막에는 관리자가 수집한 식물, 씨앗, 도구들이 정돈되어 있다. 아트앤디자인의 <느영나영 形形色色>은 너와 나의 관계, 나와 관계한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 각기 다른 형(形)과 색(色)을 가진 존재들이 한데 모여 조화를 이루고 그 조화 안에서 아름다움을 다채로운 크기와 색감을 통해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또한, 제주도에서 진행되는 세계유산축전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관계로 <세계유산축전-아트 프로젝트>로 진행하고 있는 양숙현 작가(미디어아트)의 작품을 포인트 클라우드 기법을 통해 3차원 세계로 재해석해 전시장 안으로 들여왔으며, 더불어 제주지역에 활동하는 청년작가·신진작가·유망작가들의 작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샛ᄇᆞ름미술시장"(제주어로 동풍 또는 큰 바람)도 진행하고 있다. 미디어, 설치, 공예, 영상 등 25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내년 1월 9일까 제주도립미술관 기획전시실2, 로비, 중앙정원 등에서 진행되며, 코로나19로 전시전 관람신청은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허중학 기자]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진 ‘조화와 공존’의 아상블라주 예술작품
아름다운 해변을 배경으로 펼쳐진 ‘조화와 공존’의 아상블라주 예술작품
[서울문화인] 바다를 배경으로 자연환경을 예술적 공간으로 재해석하여 진행하는 부산 바다미술제가 올해 처음으로 동해남부선 전철 개통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일광해수욕장에서 개최되었다. 부산광역시와 (사)부산비엔날레조직회가 공동주최하는 바다미술제는 1987년에 서울올림픽 프레행사로 처음 개최되어 34년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바다미술제는 총 18회 개최하였으며, 1995년까지 총 8회를 개최, 이후 부산비엔날레에 통합되어 5회를 개최한 후 2011년부터 독립브랜드로 부산비엔날레가 개최되지 않는 홀수년에 개최되고 있다. 2011년 독립 개최이후 대한민국 1호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에서 2회를 개최하였고 최근에는 바다의 원시적 형태가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다대포해수욕장에서 3회를 개최하였다. 그동안 해운대, 광안리, 송도, 다대포 등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좋고 규모가 큰 부산의 대표적 해수욕장에서 개최되었지만 올해 리티카 비스와스(Ritika Biswas, 1995년생, 인도) 전시감독은 감독 공모에서 제안하였던 전시기획(안)에서 부터 일광해수욕장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는 다중집합이 어려운 시기에 규모가 큰 장소보다는 아담하고 상업적이지 않은 해수욕장을 선호하였고,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을 비롯한 일대의 하천과 다리, 공원, 포구에 형성된 어촌마을까지 모든 요소들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작용과 조화와 공존 10월 16일부터 10월 14일까지 30일간 진행하는 2021바다미술제의 전시주제는 ‘인간과 비인간: 아상블라주’(잡동사니나 일상적 대상들을 한 화면에 입체적으로 조합하는 경향. 평면적인 형태가 아니라, 입체적인 콜라주 기법)이다. 이는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공통 형질인 ‘물’을 통해 교감하고 변화하는 흐름을 그려내고 바다를 연대의 장으로 포용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큰 해수욕장과 달리 주민들의 삶과 직접 맞닿은 일광해수욕장과 잘 어울린다. 리티카 비스와스 전시감독은 “인간과 비인간을 분리된 개체로 인지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물’이라는 공통된 형질을 공유하며 공존하는 존재로 바라볼 때, 비로소 하나의 ‘아상블라주’로서의 인간과 비인간을 받아들이게 된다.”라고 말한다. 13개국에서 참여한 22팀(36명)의 작가들은 ‘바다’라는 곳에서 각자의 시선이 담긴 작품을 해변은 물론 주민들의 일상의 공간, 백사장과 건물 외벽에 비춰지는 영상 작품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비인간과 인간의 상호작용과 공존에 대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동해선 일광역에서 일광해수욕장으로 진입하는 부근에 설치된 대형 지느러미와 비늘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 보인다. 미국의 최앤샤인 아키텍츠의 〈피막〉이라는 작품으로 일광천 끝자락에 위치한 다리 강송교에 설치되어 바다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흔들리고 있다. 거대한 뜨개질로 수놓아진 <피막>의 다양한 패턴은 다양한 몸들을 가로지르며 인간과 비인간 사이를 넘나든다. 실내전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 마을회관 옥상에도 최앤샤인의 다른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그 주변에 안재국 작가는 낚시줄, 구리선 등을 사용해 일광천과 교량을 절묘하게 연결하는 거대한 생명체 <세포유희>를 탄생시켰으며, 일광천 부근 해맞이 빌에 대형 프로젝트 맵핑을 실현한 김안나 작가는 작가와 인공지능이 협업하여 <오션 머신>이라는 발명품을 시각화하고 우리 전통설화 속 용신부인과 함께 해양 플라스틱을 제거한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는 인류가 맞이한 기후, 환경 문제에 대한 작가의 희망적 의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일부는 부산역 앞 LED 파사드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다. 대나무로 만든 대형작품인 대만 작가 리쿠에이치의 <태동>은 작품의 내부와 외부를 분리하기 보다는 대나무의 직조된 결들을 통해 공존해야 하는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성찰케 한다. 다색의 빛을 반사시키는 특수 필름 패널로 제작된 OBBA의 <Lightwave>는 보트 패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물결들 사이를 관객들이 거닐 수 있고 이를 통해 햇빛, 물, 바람, 모래와 같은 자연과 관객의 상호작용을 체감하도록 한다. 도시의 역사, 장소성과 지역공동체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경화 작가의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란 작품는 버려진 자개로 분해하여 재결합하여 거대한 알을 연출하였다. 표면의 다양한 자개의 문양들과 오색빛의 거대한 검은 알들을 통해 기이하고 신화적인 생명체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청년작가 류예준 작가는 산호초와 뒤엉킨의 인간의 몸을 형상화한 <주름진 몽상의 섬들>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구분 지으려는 인식의 틀을 깨고자 한다. 백사장 중앙부근에는 인도 출신 로히느 드배셔 작가의 영상작품 <심해 온실>을 만날 수 있다. 동해안과 일광 바다에서 채집한 규조류 표본을 작가의 작업을 통해 새로운 빛과 색으로 재탄생시킴으로서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바다 속의 모습을 보여준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5개의 카페와 음식점의 유리창들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다. 루 킴 작가의 <용해 전략>은 물이 주인공이 되고 해양과 기장 고리원전을 의인화하여 나눈 대화들을 텍스트로 구성되어 있고, 일광 바다를 따라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텍스트는 작가의 각본으로 연작중 하나이다. 실내 전시공간으로 사용된 구)마을회관 1층에는 셰자드 다우드의 대형 직조 작품인 <인류 판게아>라는 평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은 인류학과 국가간의 경계를 해체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고생대 말기부터 중생대 초기까지 초대륙을 의미하는 판게아와 그를 둘러싼 분열되지 않은 바다에 주목했다. 이밖에도 이천마을 할매신당을 모티브로 한 부스 라이노, 메들린 플린, 팀 험프리의 공동 저작 <파도의 문, 신당의 통로>라는 사운드가 결합된 설치 작품과 실제 주민들이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는 창고속의 케렘 오잔 바이락타르가 <얽힌 갈래들>도 장소특정적인 작품으로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바다미술제는 실내 전시와는 달리 밤에도 계속해서 작품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해가 비추는 낮 시간대에는 주변 풍광과 함께 어우러진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고, 해가 진 뒤부터 밤 9시까지는 햇빛 대신 조명이 작품에 빛을 더한다. 특히 조명과 함께하는 작품과 더불어 백사장과 아파트 외벽의 프로젝션 영상 작품은 시간에 따른 자연적인 변화에 순응하여 관객과 마주한다. 2021바다미술제는 무료로 휴일 없이 진행되며 전시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진행되며(일부 실내 작품은 오후 6시까지, 영상작품은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상영), 매주 일요일 오후 2시에 싱잉볼 힐러 지안이 진행하는 ‘싱잉볼 명상 테라피’가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에서 펼쳐진다. 또한, 온,오프라인으로 학술프로그램(강연, 미니세미나, 토크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을 가다] 허동화∙박영숙의 기증컬렉션, 박물관을 빛내다.
[서울공예박물관을 가다] 허동화∙박영숙의 기증컬렉션, 박물관을 빛내다.
[서울문화인] 서울공예박물관은 국가지정문화재 5점을 비롯하여 서울시시정문화재 및 지정추진 문화재 8점, 박물관 측에서 구입한 현대 공예작품으로 구성된 상설전과 기획전으로 꾸며졌다. 먼저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공간으로 꾸며진 상설전은 공예 역사 전반을 다루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형 전시 <공예마을>과 함께 한국자수박물관 허동화∙박영숙이 서울시에 기증한 컬렉션으로 구성한 직물공예 상설전 <자수, 꽃이 피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로 꾸며졌다. 무엇보다 서울공예박물관의 돋보이게 만든 것은 허동화∙박영숙의 기증컬렉션이다. 이들 부부가 서울시에 무상 기증한 공예품은 무려 4,241건(5,129점)에 이른다. 기증품에는 집중적으로 수집했던 자수병풍, 보자기 등 1천여 점 비롯해 자수공예 및 복식 등 각종 직물공예품, 장신구, 함, 바늘과 같은 침선구를 망라한다. 이 중에는 국가지정 보물 제653호인 4폭 병풍 <자수사계분경도>와 국가민속문화재 41호 <운봉수 향낭>, 국가 민속문화재 42호 <일월수다라니 주머니>, 국가 민속문화재 43호 <오조룡 왕비보> 3건도 포함돼 있다. 강남구 논현동 자리했던 옛 한국자수박물관은 허동화 관장(1926~2018)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으로 칭하며 열정을 다해 운영, 1970년대 이후 지난 반세기 동안 자수라는 한국전통문화를 알리며 국내외에 명성을 떨쳐왔다. 박물관 설립자이자 허 관장의 부인인 박영숙 원장(1932년생)은 치과를 운영하며 경제적인 뒷받침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자수박물관은 작은 사립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11개국(영국, 프랑스, 벨기에, 미국, 터키, 독일, 호주, 이태리, 뉴질랜드, 스페인, 일본)에 우리의 여성자수공예문화를 알려왔다. 1만여 명이 관람한 1979년 일본 도쿄 전시 이후 최근까지 해외전시만 55회가 열렸다. 국내 전시까지 포함 하면 총 전시는 총 100여 회가 넘는다. 해외 전시의 경우 대부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서의 자수문화에 주목, 공식 초청해 열린 전시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까지 개최한 단독 국외 전시가 31회인 것과 비교하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박물관’이 거대한 성과를 이룬 셈이다. 1978년 국립중앙박물관장에서 전통 자수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알리고자 개최되었던 <박영숙 수집 전통자수 오백년> 전은 개인 소장가로서는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수집한 청자에 이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두 번째 전시였으며, 당시 15만여 관람객이 다녀가 대성황을 이뤘고, 우리 전통 자수의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는 계기를 마련했다. 기획전으로 개관과 함께 과거에서 현재까지 귀걸이의 의미를 조명하는 기획전 <귀걸이, 과거와 현재를 꿰다>을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무형문화재 작품을 전시한 지역공예 기획전 <손끝으로 이어가는 서울의 공예>(11월 21일까지), 다양한 동시대 공예를 엿볼 수 있는 기획전 <공예, 시간과 경계를 넘다>(10월 24일까지), 故예용해가 쓰고 모은 자료로 보여주는 공예와 기록: <아임 프롬 코리아>(10월 29일까지), 크래프트 윈도우 #2. 공예, 만색晩色(11월 21일까지)가 진행 중에 있다. 현재는 코로나19 거리두기 격상으로 인해 제한된 인원으로 사전관람 예약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지만, 서울공예박물관은 향후 공예도서관, 보이는 수장고, 공예와 음악 콘서트 ‘공예:가’ 등을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는 대로 준비하여 선보일 예정이라 밝혔다. [허중학 기자]
[서울공예박물관을 가다] 주변의 풍경과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공예 작품으로 명소로 거듭나다.
[서울공예박물관을 가다] 주변의 풍경과 박물관 곳곳에 설치된 공예 작품으로 명소로 거듭나다.
[서울문화인] 코로나19로 인해 정식 개관식 행사는 잠정 연기되었지만, 7월 16일부터 사전예약제로 사전관람을 시작한 서울공예박물관은 이미 한 달간의 예약이 완료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이 뜨겁다. 북촌과 인사동, 경복궁 등을 잇는 자리에 옛 풍문여고를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은 역사가 오래된 터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이 지역은 세종이 아들 영응대군의 집을 지은 터이자, 세종이 승하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후로도 조선 왕실 가족의 제택 혹은 가례를 치르는 장소 구실을 하던 별궁의 터이며, 특히 고종이 순종의 가례 절차를 위해 건립한 ‘안동별궁(안국동별궁)’이 있던 터이다. 1940년대에는 풍문학원이 풍문여고로 설립인가를 받고 이후 약 70년간 이곳은 학생들의 배움터로 이용되었다. 그러다가 서울시가 공예 문화 부흥을 위해 서울공예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계획 하에 2014년 기본계획을 수립하였는데 2017년 풍문여고가 강남구 자곡동으로 이사하면서 서울시는 2017년 부지 매입을 완료하고 2018년 착공을 시작하였다. 2021년까지 두 차례의 문화재 발굴 조사를 통해 조선~근대의 배수로, 도자편 등이 발굴되기도 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서울공예박물관은 기존 5개동을 리모델링하였고, 박물관 안내동과 한옥을 새로 건축하여 총 일곱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으로 탄생했다. 특히 그동안 높은 담장으로 둘러져 있어 고립된 공간으로 답답했었는데 높은 담이 없애 지역 주민은 물론 인사동, 북촌을 찾은 사람들에게 도심 속 쉼터로 자라 잡았다. 안내데스크와 의자, 외벽까지 공예 작품으로 만든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은 내부는 물론 외부에도 많은 공예작품을 만나볼 수 있어 박물관을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곳곳에서 공예품들과 마주한다. 이는 개관을 앞두고 박물관 내외부 공간을 공예가와 함께 만드는 ‘공예작품 설치 프로젝트 Object9’를 통해서 제작된 설치물로 강석영(도자), 김익영(도자), 김헌철(유리), 박원민(레진), 이강효(도자), 이재순(돌), 이헌정(도자), 최병훈(돌·나무), 한창균(대나무)이다. (가나다순) 돌, 유리, 흙, 대나무, 레진 등의 재료를 다루는 다양한 분야의 9명의 작가들의 손길로 탄생되었다. 강석영 작가의 [무제]는 4천여 개의 도자편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주입 성형(slip casting)으로 만든 백자, 청자, 분청사기 편이 직조하듯 배치되어 박물관 외벽에 설치된다. 서울공예박물관이 위치한 안국동의 전통적인 분위기와 어우러지는 동시에 현대적인 느낌을 준다. 안국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건물 외벽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김익영 작가의 [오각의 합주]는 오각 형태의 의자 15점, 나무 형태의 조형물 3점으로 구성된 작품이며, 물레 성형(jiggering)으로 만든 백자에 오방색 유약을 입혀 제작되었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동 사이에 있는 뜰과 교육동 옥상에 놓여, 관람객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역할을 한다. (현재는 미개방 공간이다) 김헌철 작가의 [시간의 흐름]은 170여 개의 유리 오브제로 구성된 작품으로, 블로잉 기법(Glassblowing)으로 만든 모래시계 형태의 붉은색 그러데이션 유리 오브제로, 서울공예박물관 안내동 천장에 설치한 작품이다. 박원민 작가의 [희미한 연작]은 반투명 다홍색의 안내 데스크 작품으로, 레진을 주 소재로 하고 있다. 특히 교육동(어린이박물관)의 인포데스크로, 어린이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한쪽 면의 높이를 낮추어 제작되어, 편의성과 심미성을 모두 충족시킨다. 모던하면서도 어린이 친화적인 형태와 색감을 갖추고 있다. 이강효 작가의 [휴식, 사유, 소통의 분청의자 세트]는 전통 옹기 형태의 의자로, 직접 배합한 흙으로 빚어 만든 도자 위에 분청 기법인 상감, 덤벙, 귀얄로 장식한 작업이다. 30여 점의 분청 의자가 서울공예박물관 앞뜰에 놓여, 관람객들이 나무 아래에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이재순의 [화합Ⅰ, 화합Ⅱ]는 국가무형문화재 제120호 이재순 석장이 제작하였으며 석문 1점, 의자 9점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의자 9점은 우리나라 전국 각지와 제주도에서 채취한 자연석(고흥석, 영주석, 원주석, 보령석, 문경석, 경주석, 마천석, 황등석, 제주석)을 사용하였다. 돌에 길상무늬를 조각하여 제작하였다. 이헌정 작가의 [섬]은 안내 데스크와 보조 데스크로 구성된 작품으로, 판 성형(slab building)과 흙가래 성형(coiling)을 통해 제작된 청록빛의 대형 도자 기물이다. 관람객들을 맞이할 인포데스크 역할을 한다. 최병훈 작가의 [태초의 잔상 2020]은 안내데스크 1세트, 벤치 1점, 스툴 3점, 수납장 3점으로 구성되었으며, 속은 검은색이고 겉은 흙색인 거대한 자연석과, 나뭇결을 살려 검은색 칠을 한 원목 등으로 제작되어 자연 그 자체를 감상할 수 있는 아트퍼니처이다. 서울공예박물관 전시동 실내 입구에 설치되었다. 한창균 작가의 [Remains & Hive]은 원형스툴 3점, 벌집스툴 1점, 독립스툴 20점으로 구성되었으며, 대나무를 가공하여 10가지 이상의 다른 패턴으로 엮어 제작한 작품이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로 만들어진 견고한 대나무 의자들은 그 멋진 형태와 미감은 물론, 휴식을 위한 실용성 또한 지니고 있다. 공예작품 설치 프로젝트 Objects9은 ‘공간 발견’, ‘작가 발굴’, ‘작품 창조’라는 세 가지 목표에 따라, 다양한 공예 작가가 박물관 개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작품을 시민들이 직접 사용함으로써 공예 문화를 실질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기획되었다. 특히 실내에 오색의 아름다운 공예 작품을 감상하는 기쁨과 더불어 박물관 곳곳에 난 창으로 드러낸 풍경은 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포토 포인트로 사랑을 받고 있다. 한옥을 포함한 일곱 개의 건물과 공예마당을 갖춘 서울공예박물관은 높은 담이 없으며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도심 속 공간으로 개방되어 있다. 흥미로운 골목길을 탐험하듯이 각 동의 다양한 전시와 마당, 휴게 공간을 찾아다니다 보면, 공예가 각자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발굴 50년 만에 무령왕릉 출토유물 전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공개
발굴 50년 만에 무령왕릉 출토유물 전체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공개
[서울문화인] 1971년 7월 5일,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舊 송산리고분군)에서 배수로 공사를 하는 도중에 우연히 벽돌무덤 하나가 발견되었다. 무덤 입구에 놓인 지석을 통해 이 무덤의 주인공이 백제를 다시 강한 나라로 부흥시킨 제25대 무령왕(武寧王, 백제 제25대왕, 재위 501~523년) 부부임을 알려주었고, 무령왕릉의 출토된 유물을 통해 중국 남조와 관련된 것, 신라·왜와의 교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것이 발견으로 백제사와 동아시아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공주시 금성동에 위치한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백제왕들의 무덤으로 20여기 이상이 자리 잡고 있으며, 현재 7기가 복원되어 있다. 이 중 무령왕릉과 송산리 6호분은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은 벽돌무덤으로 아치형의 천장을 한 무덤방과 무덤길을 갖춘 구조이다. 전체 길이는 약 7.03m이다. 널길은 길이 2.83m, 너비 1.03m, 높이 1.52m인 좁은 통로로 되어 있고, 널길이 끝나면 바닥이 22cm 낮아져 널방이 나타난다. 1.05m를 지나면 다시 바닥면이 원래대로 높아져 관대(棺臺)로 이어진다. 널방은 길이 4.20m, 너비 2.72m, 바닥에서 천장까지 높이가 3,10m이다. 내부는 모두 연꽃무늬 계열의 벽돌로 채워졌다. 무령왕릉의 발굴은 백제사 전반, 나아가 한국 고대사 연구에 큰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백제는 기원전 18년 위례성慰禮城에 도읍한 후 660년 멸망하기까지 678년 동안 존속하였고, 도읍 위치에 따라 한성 웅진 사비시기로 나눈다. 백제 웅진시기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었으나 1971년 무령왕릉이 발견됨으로써 백제사 연구의 대전환이 이루어졌다. 삼국시대 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공이 밝혀진 이 무령왕릉에서는 무덤의 주인공을 알려주는 묘지석을 비롯하여 많은 유물이 출토되었다. 그 대표적인 유물 중에는 왕과 왕비의 금제 관 꾸미개 4점을 비롯하여 다양한 장신구, 금동신발, 청동거울, 중국제 도자기 등 5천 여점에 이르며, 이 중 12종목 17점이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역사적, 예술적 가치가 뛰어난 유물이 포함되었다. 무령왕릉(武寧王陵)의 지석(誌石)에는 무령왕을 “영동대장군백제사마왕(寧東大將軍百濟斯麻王)”이라고 나타내고 있으며, 그가 62세 때인 계묘년(癸卯年) 오월병술삭칠일(五月丙戌朔七日)에 죽었고, 2년 뒤인 을사년(乙巳年, 525년) 팔월계유삭십이일(八月癸酉朔十二日)에 대묘에 안장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즉 무령왕과 왕비는 사망 이후 27개월, 즉 3년간의 빈장을 치른 뒤에 대묘大墓에 모셔졌다. 삼년상은 중국의 유교적 전통에 기반을 둔 것으로, 당시 백제에 유교적 의례가 도입되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과 달리 빈장이나 가매장假埋葬 상태로 3년 상을 치른 뒤 시신을 안치하는 등 백제의 고유한 상장례 전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무령왕릉은 분명 우리 고고학 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발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위대한 발견임에도 불구하고, 당시 1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급하게 서둘러 발굴조사를 진행한 결과, 3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졸속 발굴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당시 발굴단장 이었던 고 김원룡 전 국립중앙박물관 단장은 이러한 무령왕릉의 발굴은 자신의 실수이자 평생의 아쉬움의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 기념 특별전 올해는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여 국립공주박물관(관장 한수)이 무령왕릉 출토유물 전부를 비롯하여 발굴조사 과정의 기록물을 포함하여 5,232점을 한자리에 모은 ‘무령왕릉 발굴 50년, 새로운 반세기를 준비하며’ 특별전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이번 특별전은 1971년 발견 이후 처음으로 무령왕릉 출토유물 모두를 한자리에서 공개하는 것이다. 무령왕릉의 묘지석에는 무령왕은 462년에 출생하였고 계묘년癸卯年(523년) 5월 7일에 돌아가신 것으로 기록되어 있고, 『삼국사기』 백제본기에도 무령왕이 501년 즉위하여 523년 5월에 돌아가신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는 무령왕이 동성왕의 둘째 아들로 나오지만, 일본서기日本書紀』에는 개로왕의 아들로, 주로 달린 『백제신찬百濟新撰」에는 개로왕의 동생인 곤지의 아들로서 동성왕의 어머니가 다른 형(異母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현재 학계에서는 무령왕을 곤지의 아들로 보는 견해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여전히 개로왕의 아들이라고 보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서기』에는 무령왕이 쓰쿠시 가쿠라시마(各羅島)에서 태어난 것으로 전하는데, 이곳은 현재 규슈(九州]의 작은 섬인 가카라시마(加唐島)로 여겨진다. 무령왕의 이름은 지석에는 ‘斯麻(사마)’로, 『삼국사기』에는 ‘斯摩(사마)’와 ‘餘隆(여융)’ 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신장이 8척이고, 눈매가 그림과 같았으며 인자하고 너그러워서 민심이 그를 따랐다”고 한다. 그는 501년(동성왕 23)에 동성왕이 사냥에 나갔다가 좌평(佐平) 백가(苩加)가 보낸 자객에게 칼에 찔려 죽자 왕위를 계승하였다. ‘武寧(무령)’은 돌아가신 뒤에 올린 시호(諡號)이다. 무령왕릉 출토유물 5,232점 전체를 최초로 한자리에 전시는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두 곳에서 전시되고 있다. 상설전시실에서는 무령왕릉 출토유물 중 왕과 왕비가 착용한 대표적인 국보들을 중심으로 전시하였으며, 기획전시실에서는 복원, 복제된 유물을 비롯하여 1971년 무령왕릉 발굴조사와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 앞으로의 연구 과제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되었다. 상설전시실 도입부에는 백제인들의 내세관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받침 있는 은잔을 전시하고 그 안에 새겨진 아름다운 문양들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되었고 이어 왕과 왕비의 관꾸미개, 금귀걸이, 청동거울, 진묘수 등 주요 유물은 새롭게 진열장 유리를 저반사유리로 교체하고 조명과 받침대를 개선하여 감상 효과를 높였다. 왕과 왕비의 목관은 3D 스캔하여 실제 크기로 새롭게 전시하였다. 왕과 왕비 목관재 표면과 바닥에서 철제 못 1,279점과 금동제 못 19점이 확인되었다. 이 가운데 왕과 왕비 목관에 사용한 널못은 123점이며, 다른 못들의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다. 목관재를 결구할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꺾쇠는 197점 확인되었다. 왕 널못은 7~9엽 꽃잎의 철제 못 머리에 금판을 씌우고 동제 받침에 은판을 씌워 결합한 것으로, 전체 65점 중 10점이 현재 목관에 박혀 있다. 왕비 널못은 8~9엽 꽃잎의 철제 못 머리에 은판을 씌운 것으로 전체 58점 중 3점이 목관에 박혀 있다. 일부 못 머리에 직물 흔적이 남아 있어 널방 내부나 목관을 직물로 장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목관 외에도 여러 목재편이 확인되었다. 진묘수 뒤쪽 널길 중간과 널방 입구 사이에서는 나무문과 제대, 금동 테 두른 목기가 확인되었고, 출토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주칠기 조각이 내부 잔류물 수습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성분 분석 결과 나무문은 삼나무, 제대는 목관과 같은 금송으로 만들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무령왕과 왕비의 베개, 발받침은 나무로 만들어 장기간 전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동안 상설전시실에서는 복제품을 전시해 왔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왕의 것과 왕비의 것을 교대로 선보인다. 무령왕과 왕비의 베개, 발받침은 형태와 크기가 비슷하지만 표면채색, 장식 방법 등에는 차이가 있다. 베개는 모두 나무 위쪽을 중앙에서반원으로 파내어 머리를 고정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발받침은 나무 위쪽을 중앙에서 W자 모양으로 깎아내어 시신의 두 발을 안치하도록 만들었다. 왕 베개와 발받침은 나무 표면에 전체적으로 옻칠을 한 뒤 장방형 금판을 이어서 육각형 문양을 만들고, 그 모서리와 중앙에 달개가 달린 금제 꽃모양 장식을 붙였다. 왕비 베개와 발받침은 나무 표면에 천연광물인 진사辰砂를 붉게 칠하고 그 위에 검은 먹과 흰색 안료로 무늬를 그려 넣었다. 베개는 폭이 좁은 금박으로 테두리를 돌리고 안쪽에 금박으로 육각형 문양을 만들었으며, 발받침은 테두리에만 금박을 붙여 장식했다. 수종樹種 분석 결과 왕 베개는 주목朱木이고 왕비 발받침은 향나무속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주목과 향나무속은 한반도에 자생하는 나무로, 목관을 일본산금송으로 만든 것과 비교된다. 왕 금동신발은 모양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로, 왕비 금동신발은 뒤꿈치가 부서져 없어진 채 발견되었다. 금동신발은 좌측판과 우측판, 바닥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양이 없는 은판(왕)과 금동판(왕비)에 문양을 맞새김한 금동판을 덧대어 결합하고 동제 실[銅絲]과 못(리벳)으로 고정하였다. 문양은 육각무늬 안에 새(봉황문鳳凰文)와 꽃을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좌·우측판은 원형의 달개를 동제 실로 고정하고, 바닥판은 원형의 달개를 꿴 동제 실과스파이크로 고정하여 실용성과 장식성을 모두 추구하였다. 성분 분석 결과 각 판의 바깥 부분과 일부 장식품은 수은 아말감법으로 도금하였지만 각판의 안쪽과 못의 몸통은 도금하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왕 금동신발 안쪽 면에 덧댄 은판은 순은(99%)으로 확인되었다. 기획전시실에서는 무령왕릉 발굴 이후 50년 동안 공주박물관이 무령왕릉 유물을 관리, 보존하며 정리한 성과들과 과학기술의 발달로 새롭게 밝혀낸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무령왕과 왕비 목관의 크기와 구조, 장식 부착 여부 등 정밀 조사 결과를 반영한 목관 재현품과 무령왕에 대하여 기록된 묘지석과 삼국유사, 백제의 대외교류를 보여주는 중국 청자와 오수전, 동제 그릇, 무령왕과 왕비 금동신발 내부에서 발견된 직물 등을 조사하여 백제의 뛰어난 제직(製織)기술을 보여주는 금(錦) 직물과 라(羅) 직물 재현품을 제작하여 선보이고 있다. 또한, 무령왕릉 발견 최초 보고 문서와 발굴조사 실측도면, 탁본을 비롯하여, 당시 언론 보도 내용과 분위기도 소개하고 있다. 전시실 입구에서는 무령왕릉 발견 이후 국립공주박물관이 발간한 다양한 서적을 관람객이 직접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박물관 실감 영상실에서는 무령왕이 돌아가신 523년부터 무령왕릉이 발굴된 1971년까지 무덤 안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무령왕릉 1,448년간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2022년 3월 6일(일)까지 진행되며, 현재는 사전예약을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박병근 작가, 물질로 만들어낸 빛에서 내면의 빛을 얻다.
박병근 작가, 물질로 만들어낸 빛에서 내면의 빛을 얻다.
[서울문화인] “작품의 화면 구성들을 보면 원초적으로 디자인적, 회화적 각각의 입장에서 서로를 취하는 모습을 화면에 동시에 끌어들여 긴장을 가져다주는 잠재적 기술이 엿보인다. 특히 기법 면에서도 반도체 위에 켜켜이 두텁게 쌓아 올린 겹을 통해 이룬 독창적인 질감의 색과 변화는 어쩌면 자신의 삶을 한 줌 한 줌 모아 작품으로 조형하고 피어나는 인간의 빛과 같은 마음을 전해 받는다.” 반도체와 홀로그램이란 오브제로 “빛”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는 박병근 작가에 대한 안재영 미술평론가의 평론이다. 최근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진행한 2021년 광화문 국제 아트 페스티벌(9월 29일-10월 5일)에서 선정한 광화문 아트 포럼 올해의 작가상 수상하며, 올해의 작가전을 진행하고 있는 박병근 작가를 만났다. 앞서 이야기 했듯 박 작가가 반도체라는 어쩌면 예술과는 대칭적인 이미지의 오브제와 홀로그램이라는 소재로 작업을 하는 이유는 과거 삼성전자 제품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내력 때문이다. 두 오브제는 과거 그에게 쉽게 접하던 오브제였으며, 무엇보다 그것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박 작가를 알게 된지 그렇게 오래전은 아니다. 그 또한 추상 작업을 한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디자이너가 어느 날 추상작업을 한다면 조금은 의구심어린 눈빛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추상작업을 한 것은 아니다. 잘나가던 디자이너의 타이틀로 버리고 꿈을 찾아 화가의 길로 박 작가가 디자이너란 타이틀로 버리고 화가라는 직업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8년 전이다. “삼성전자와 SK텔리콤의 디자이너로 있다가 디자인 개인 사업을 했다. 당시 사업은 잘되었지만 갑자기 위암이 찾아왔다. 그때 ‘내 어릴 적 꿈이 화가였는데’라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면서 꿈을 찾아 제 2의 길을 가게 되었다. 새로운 길을 가게된 것은 당시 와이프(부인)의 내조가 컸었다. 처음에는 ‘꽃’ 그림을 그렸다. 그때 의외로 많은 작품을 팔았다. 박 작가 “처음 꽃을 주제로 그림을 그릴 때 과거 디자이너 시절처럼 어떤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할까, 어떤 색을 선호할까? 사람들의 생각을 많이 연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오랜 디자이너 생활에서 오는 그의 습성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추상작업을 하고 있지만 그의 휴대폰에는 지난 삶의 이야기를 그려낸 과거의 구상.일러스트.스케치로 가득했다. 그는 이것은 지금을 위한 기초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은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이런 작업은 역시 탄탄한 구상력을 가지고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작품의 주제나 작업의 재료는 나의 깊은 내면의 고백이며 직장과 직업 경험에서 나온 창조적인 예술이다. 어느 날 갤러리 대표가 재능이 있지만 구상으로는 더 이상 작가로 성장하기 힘들다며 추상을 권유했다고 한다. 하지만 추상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그는 “비구상을 공부하면서 남의 것에서 찾지 말고 내속에서 찾자 싶어서 자신이 과거 경험했던 반도체와 홀로그램을 소재로 하고 자신의 집 주변의 한양도성의 성돌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는 ‘빛이 있으라’는 내가 아프기 전 탐욕과 힘들었던 시기를 넘어 빛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주제로 계속 작업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어 “나는 어둠의 세상을 살았다. 치열한 경쟁과 탐욕, 교만 등으로 위암 수술까지 동반한 어둠속에서 살았다. 어둠은 돈이나 힘으로 해결할 수 없고 오직 “빛”으로만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 한다. 내가 어둠에 살고 있다고 인정할 때 빛이 보이기 시작하고 빛이 나와 함께 함을 인식할 때나는 새로운 작품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렇게 그는 8년 이란 짧은 시간에 화가로서 많은 것을 이뤘다. 그동안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선생님도 자신의 작품을 몇 작품을 구매했으며, 미국 유명한 곳과도 현재 작업 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말을 아꼈다. 박병근 작가의 이번 개인전에는 기존의 “빛이 있으라”라는 주제를 확장하여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인 한양도성 성돌을 모티브로 한 “빛의 채널”이라는 주제를 오버랩한 작품을 선보였다. 어둠을 깨뜨리는 “빛이 있으라”와 새로운 빛을 세상에 전파하는 “빛의 채널”이라는 2가지 주제를 오버랩하는 최근의 작품 활동으로 작가의 영문이름 parking이 뜻하는 것처럼 빛이 있는 곳 어디든지 주차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밝혔다. 다행히도 그는 오랫동안 디자이너로서 성공의 욕망을 내려놓고 위암을 완치하게 되었다며,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어둠을 뚫고 저마다의 “빛”을 발견하기를 소망했다. [허중학 기자]
유교 덕목 ‘효제충신예의염치’, 8자가 만들어낸 ‘문자도’와 오늘날의 문자도
유교 덕목 ‘효제충신예의염치’, 8자가 만들어낸 ‘문자도’와 오늘날의 문자도
[서울문화인] 우리의 민화를 알리기 위해 지난 2018년 《민화, 현대를 만나다》전에서 ‘화조’를 재조명해, 민화계와 일반 애호가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는 현대화랑이 그 후속 전시로 《문자도, 현대를 만나다》를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한자문화권인 동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수壽> <복福>과 같이 한자와 사물을 합하여 그린 문자그림이 대부분 존재한다. 하지만 유교 이념의 덕목인 조선시대에는 ‘효제충신예의염치孝悌忠信禮義廉恥’ 8자를 독자적으로 발전시켰다. 이처럼 유교 윤리를 바탕으로 제작된 다양한 문자도는 18세기에 성행하며 서민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런 문자도는 19세기 후반에는 장식화의 경향을 보이며 점차 조선 시대 생활미술을 대표하는 장르로 자리 잡았다. 특히 각 지방의 문화와 결합되어 지방의 예술로 확산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유교의 덕목인 ‘효제충신예의염치’ 8자를 그린 독특한 문자도에 주목, 빼어난 조선 시대 문자도 11점과 함께 문자도를 새롭게 재해석한 현대미술가 박방영, 손동현, 신제현 3인의 작품 13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대부분 작자미상으로 알려진 민화 중에서도 ‘갑오춘서(1894년)’라는 제작시기와 ‘조선의주에 사는 장인선’이라는 제작자가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어 주목받는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로 시작한다. 복(福)자와 수(壽)자를 번갈아 100번을 반복해 구성한 이 작품은 오래 사시고 복을 누리시라는 수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2층 공간에는 제주도의 자연과 토속적인 문화가 적극 반영된 <제주문자도>를 모아 선보이고 있다. 제주도식으로 변용된 제주문자도는 조선시대 유교문자도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각 지역의 토속적인 문화와 결합하여 지방예술로 자리매김한 양상을 보여준다. 상단과 하단에 제주도의 자연환경이 담긴 건물 및 기물이, 중앙에는 새나 물고기의 형상을 띤 문자가 ‘바다+섬+하늘’을 연상시키는 3단 구성을 취하는 배치가 독특하다. 문자도의 지역별 유행에 대해 정병모 교수(한국민화학교 교장 / 경주대 특임교수)는 “문자도는 유교문화가 발달한 서울, 강원도(강릉을 중심으로 삼척, 동해), 경상도(안동을 중심으로 춘양, 영주, 봉화) 등에서 성행했는데, 무속신앙이 강한 제주에 유교문화가 뿌리내리면서 문자도 병풍이 유행했다.”고 한다. 또한, 문자도의 창의적인 해석을 모색한 3인 3색의 현대작품도 눈여겨 볼만하다. 박방영은 인간 삶의 이야기를 일필휘지의 필법과 상형그림으로 그려내었고, 손동현은 문자도라는 전통적인 소재와 그라피티와 같은 현대적인 주제를 결합시켜 동양화의 관습적인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또한, 신제현은 이번 전시의 대표작인 화조문자도를 오마주한 민화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은 민화의 소재에서 오는 해학성과 자유로움을 단순히 모방의 단계를 뛰어넘어, 형식(소재주의)이 아닌 ‘창작과정 그 자체의 미학적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문자도는 전형적 스토리텔링을 구사한 것(prototype)에서 대상을 생략하거나 과장한 것에 이르기까지 상상력의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표현이 풍부하다. 이번 전시는 문자도를 개념적으로 이해하던 방식을 탈피하여, 눈의 직관에 따라 근대미술의 독특한 미감을 보여주는 창의적 스타일을 강조한 형태와 재미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신비하고 독특한 ‘개성미’를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과거 민화, 문자도에 나타난 다양한 표현들이 시대양식으로 읽히기보다 ‘비주류 미술사’로 폄하되었다. 그러나 민화의 예술성을 먼저 알아본 사람은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일본 미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다. 그는 “조선민화는 현대미학이론으로 해석이 불가능한 불가사의한 미의 세계가 있다. 하늘에서 떨어진 그림같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독특한 미지의 미의 세계가 있다. 이 그림이 세계에 알려지는 날이 오면 세상은 큰 충격에 빠질 것이다.”라고 했다. 국내에서 인식은 1970년대부터 본격화된 초기 민화연구자들(조자용, 이우환 등)의 노력으로 80년대 민중미술 · 민족운동의 부흥과 함께 가시화되어 “민화야 말로 참된 우리 그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조선 시대 민화임에도 현대적인 화조화 패턴의 타이포그래피를 연상시키는 ‘문자도’를 통해 한국 미술사에서 소외되었던 민화의 시대성과 예술성은 물론 ‘한국 현대미술의 모태’로서의 민화를 재확인 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된다. (입장료 3천원) [허중학 기자]
[전시] ‘꿈’을 주제로 현대미술작가와 뮤지션이 공감각으로 구현
[전시] ‘꿈’을 주제로 현대미술작가와 뮤지션이 공감각으로 구현
[서울문화인] 개관 이후, 줄 곳 회화를 기반으로 한 전시를 선보여 온 롯데뮤지엄(잠실 롯데월드타워 7층)은 현대시각예술의 다양한 변주로 구성된 공감각적인 전시 ‘dreamer, 3:45 am’를 9월 30일 (목)부터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희망과 욕망’이 내재된 꿈, ‘무의식 속에 나타는’ 꿈, ‘꿈’은 다원적이면서도 판도라의 상자안의 ‘희망’처럼 우리는 매일 꿈속에서 깨어나지만 또 영원히 꿈꾸고 있다. 공간이 하나의 예술이 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 ‘꿈’을 주제로 5개의 공간으로 풀어낸 ‘dreamer, 3:45am’전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그룹 UVA와 현대미술을 이끌고 있는 국내 작가 패브리커, 사일로랩, 스튜디오 아텍, 국내 뮤지션 코드 쿤스트, 페기 구, 윤석철, 프랭킨센스, 임용주, 그리고 현대무용그룹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등 세계적인 현대미술작가와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 10팀이 참여, 현대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빛과 음악, 퍼포먼스가 주는 시각·청각적 자극을 통한 공간에 각자의 이야기를 투영해내며 공간이 하나의 예술이 되는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선보인다. Space 1. 꿈의 형태(The Shape of Dreams) 아티스트 ‘패브리커(Fabrikr)’와 뮤지션이자 프로듀서 ‘코드 쿤스트(CODE KUNST)’는 꿈의 상징적 형태를 표현하였다. 패브리커가 구현하는 꿈은 중첩된 곡선으로 만들어진 비정형의 원 구조를 이루고 있다. 중심축이 기울어진 좁은 통로를 지나 마주하는 꿈은 높고 낮음을 가늠하는 직선이 아닌 점차로 영역을 확장하는 곡선의 형상이다. 중첩된 비정형의 나선은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나가는 꿈의 여정을 말한다. 꿈의 형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손으로 빚어 만든 비정형의 원 구조의 작품은 걸어온 길, 그리고 걸어 나갈 길을 암시하는 코드 쿤스트의 음악이 더해져 관객으로 하여금 꿈을 성찰하게 한다. Space 2. Chaotic Times United Visual Artists(UVA)와 페기 구(Peggy Gou)는 우리 모두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자 장벽, 분열 없이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 멈춘 공간을 표현하였다. <배니싱 포인트 Vanishing Point>는 원근법을 이용해 공간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세계를 구현한다. UVA의 프로그래머블 건축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비롯된 이 작품은 레온 바티스타 알베르티(Leon Battista Alberti),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의 스케치에서 영감을 받아 빛의 환영을 실재하는 하나의 물질로 만들어 내었다. <배니싱 포인트>는 하나의 소실점에서 생겨난 공간 안에 빛이 분할되며 기하학적인 구조와 건축적 구성을 그려내었다. 허공에 고요했다가 다시 활발한 리듬감으로 움직이는 변칙적인 빛의 줄기는 보이지 않는 환영의 공간을 재현해, 어떠한 장벽도 없고 시간도 멈춘 영원한 사색 속 끝없이 펼쳐지는 꿈의 빛을 표현하였다. 여기에 페기 구는 일렉트로닉, 하우스댄스 기반의 곡으로, 몽환적이고 강렬한 리듬은 한계 없는 긍정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 Space 3. Inspirational Pauses 사일로랩(SILO Lab.)과 프랭킨센스(frankinsense)는 ‘윤슬’(빛이 물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나타내는 순우리말)을 미디어 아트로 풀어내, 관객의 여러 감정과 기억을 상기시킴과 동시에 짧지만 깊은 쉼과 위로를 전한다. 윤슬은 단순히 모방한 알고리즘 신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자연이 가지고 있는 풍경 그 자체를 구현하여 마치 꿈결 같은 아름다움을 표현해 관람객의 공감을 이끈다. 일렁이는 물과 그 위에 펼쳐진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은 바쁜 삶에 지쳐 마주하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또한, 프랭킨센스는 앰비언트 사운드 기반의 정적인 곡 <윤슬>과 알앤비 <Ripple(feat. Faver)>로 표현하고 있다. 물과 빛의 잔잔한 일렁임을 표현한 <윤슬>은 시각적 효과를 더욱 극대화하며 우리 내면의 감정을 이끈다. 곡의 도입부는 <윤슬>로 표현해 사색을 통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확장하여 솔직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게 한다. 두 번째 곡인 <Ripple(feat. Faver)>은 <윤슬>의 연장선임과 동시에, 물과 빛의 유기적인 관계를 꿈에 빗대어 표현한다. 몽환적인 선율은 단순히 보고 듣는다는 행위를 넘어 현실을 벗어나 쉼의 공간에 우리를 존재하게끔 한다. 또한 싱어송라이터 페이버(Faver)의 목소리는 부드러운 쉼과 위로의 무드, 그리고 모든 꿈꾸는 이들을 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Space 4. Eternal Journey 스튜디오 아텍(Studio AR+ECH)과 윤석철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선 몽환적인 분위기의 공간을 구성해 무한한 여정 의 시작이자, 영원한 망각의 여행인 꿈의 내러티브를 전개했다. 스튜디오 아텍은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그래픽을 생성하고 실시간 배치를 통해 꿈의 무한한 여정을 시시각각 전환되는 유체적 입자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해 직접 변화되는 꿈의 공간을 구현 할 수 있다. 관객의 손끝으로 시작되어 사람들의 모습이 수많은 입자로 표현되며, 형태가 일그러지고 사라지거나 나타나면서 관람객 스스로 꿈의 여정 속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윤석철은 가끔은 나의 의지대로 계획이 되지만, 대부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펼쳐지는 꿈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 피아노 선율의 <몽상가>로 표현해 내었다. 이 곡은 예전 그 장소, 그 사람과 다시 마주하게 하기도 하고, 알 수 없는 곳으로 모험을 떠나게도 하는, 카메라조차 허락하지 않는 영원한 망각의 여행인 꿈을 표현했다. Space 5. Nevertheless, Dreams Come True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Ambiguous Dance Company)의 움직임과 임용주의 사운드는 이번 전시의 처음과 끝을 함께한다. 첫 번째 공간, 영상에서 보여지는 클로즈업된 신체의 반복적인 움직임은 막 잠에서 깨어난 우리들의 머릿속 꿈의 파편들을 표현함으로써 여정의 시작을 그린다. 보다 확장된 신체와 움직임이 담긴 두 번째 공간의 영상은 흩어진 꿈의 파편이 모아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는 꿈을 향해 한발 나아감을 의미한다. 공간을 이동하며 점차 완성되어가는 앰비규어스의 역동적이고도 섬세한 퍼포먼스는 우리를 꿈의 공간으로 이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LG전자의 다양한 형태로 활용 가능한 디지털 사이니지와 프로빔 빔프로젝터와의 협업을 통해 아티스트의 작품을 첨단 기술로 구현하여 체험형 예술 공간을 선보인다. 다원적 의미를 지닌 ‘꿈’을 빛과 영상 등으로 이루어진 비주얼아트의 현대미술과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풀어낸 공감각적 롯데뮤지엄의 ‘dreamer, 3:45am’는 2022년 1월 2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사진전] 상상력을 찍는 초현실주의 예술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사진전] 상상력을 찍는 초현실주의 예술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서울문화인]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이지만 우리는 어디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풍경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2019, 2020년에 이어 다시 한국을 찾은 에릭 요한슨 사진전을 보기 위해 찾은 여의도 63빌딩의 60층에 위치한 63ART 미술관에 올라 전시장에 다다랐을 때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잠시 전시장 방문을 잊고 이곳이 가져다주는 풍경에 넋을 놓았다. “명작은 영원하다”라고 말하지만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도 그리고 그 의미도 과거와 다르게 변화했고 어느 순간 내 자신의 관점이 어느 시점에 있는지 모르게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것은 있다. 과거 예술가의 판단 기준은 테크닉이 우선시 되었지만 현대의 예술은 테크닉보다는 창의력이 우선시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비단 예술분야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창의력을 가진 사람은 미술을 전공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예술가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 소개하는 에릭 요한슨도 미술도 사진도 아닌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내가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은 화가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은 캔버스 위에 색을 퍼뜨리고, 나는 내 사진을 배치한다.” “My way of creating images is not so different from that of a painter. They spread colours over a canvas, and I layout the photograph on mine.” 스웨덴 출신의 에릭 요한슨(1985~ )은 흔히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 불리운다. 보통의 사진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모습을 순간 포착하거나 우리가 쉽게 접하기 어렵거나 다른 관점의 시, 공간의 모습을 우리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왜 꿈 속 같은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 불리게 되었을까. 우리는 공상과학 영화가 만들어 낸 상상의 세계를 보면서 이 드넓은 우주 어느 곳에는 이런 세계가 있겠지...라는 무한한 상상을 한다. 에릭의 작품 그런 그래픽이 만들어 낸 공간이 아니다. 무의식의 세계를 작품화한 실바도르 달리(1904~1989), 익숙한 대상을 전혀 엉뚱한 환경에 배치하거나 이질적 것들과 결합하여 그려내었던 르네 마그리트(1898~1967), 원급법과 투시법등 사실입체적인 형식을 완전 타파하고 꿈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세상을 그려낸 블라디미르 쿠쉬(Vladimir Kush, 1965년, 러시아)가 초현실주의 작가를 대표하는 이들은 회화라는 장르를 통해 꿈과 상상력을 보여주었다면 에릭 요한슨은 캔버스와 붓을 대신하여 현대적인 도구, 카메라와 컴퓨터라는 20세기 최고의 선물로 표현해 내고 있다.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 에릭의 작품은 단순 그래픽이 만들어 낸 공간이 아니라 현실의 공간을 촬영, 그만의 상상력으로 현실에 없는 매트릭스 같은 초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어 내었다. 그러나 에릭의 작품은 단순히 상상의 공간을 유영하는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전달하는 사진은 아니다. 그의 작품에는 인간의 도전, 기후변화, 환경오염 그리고 자원고갈 등 우리가 평소에 생각만 하고 있던 문제들 혹은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들을 은연중에, 그러나 명확하게 이야기한다. 에릭의 작품은 명확히 현실주의 작가의 미술 작품처럼 이 세상 어디에서도 관찰할 수 없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단순한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이 아니라,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하여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세계를 한 장의 사진 속에 상상의 세계로 구현해 내고 있다. 그래서 그를 초현실주의 사진작가라 칭한다. ‘나는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았던 에릭은 “나의 작품은 단지 컴퓨터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 프로젝트 뒤에 수많은 계획과 설계가 있다. 사진과 계획은 포스트 프로덕션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최종적 그의 목표는 “모든 것에 설명이 필요한 세상에 영감과 상상 그리고 환상을 주고 싶다. 마법 같은 것들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사진은 비록 포토샵을 이용한 이미지 조작에 의해 탄생되었지만 단순 포토샾의 조작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니다. 그는 먼저 그의 상상력에 의한 스케치를 한 이후 필요한 사진 작업이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 프로세스 작업(포토샾)의 조작의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사진 촬영은 대부분 짧은 시간에 마무리되지만 오히려 아이디어와 이미지 프로세스 작업에 긴 시간(몇 주에서 몇 달)이 소요되어 1년에 6~8점 밖에 진행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에릭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들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모든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자신의 삶과 생각이 반영되기 때문에 자화상이라 말한다.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 사진展 Vol.2:Beyond Imagination 이번 전시는 5가지의 섹션으로 섹션1. 혼자만의 여행, 섹션2. 내가 보는 세상, 섹션3. 추억을 꺼내 본다, 섹션4. 나만의 공간, 섹션5. 미래의 일상으로 구성되었으며, 무엇보다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국내에서 가지는 만큼 지난 전시회에서 접하지 못했던 신작이 10점 넘게 추가되었다. 또한, 더욱 디테일해진 비하인드더씬(bts)은 관객에게 더 많은 흥미를 유발함은 물론 다양한 소품과 스케치들이 전시의 재미를 한층 더한다. 이 외에도 밋밋할 수 있는 사진전에 인터렉티브 미디어 및 프로젝션 맵핑으로 새로운 미디어 전시장 느낌으로 꾸며, 사진전에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여기에 전시장 곳곳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아름다운 풍경은 덤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신작 공개 및 새로운 컨셉과 미디어의 결합으로 변화를 주며, 내년 10월 30일까지 Episode1과 Episode2로 나누어 진행된다. 현재 진행 중인 Episode1은 내년 3월 6일까지 진행된다.(입장권:15,000원/관람시간:오전 10시~오후 7시) [허중학 기자]
[박물관] 세대공감,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는 교과서 속 한글 동화 속 친구들 이야기
[박물관] 세대공감, 아이와 부모가 함께 즐기는 교과서 속 한글 동화 속 친구들 이야기
[서울문화인] 우리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단일민족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단일민족이라는 공동체를 각인시키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동시대 공통의 정서가 큰 역할을 한다. 단군신화를 비롯한 우리의 역사 속 신화, 그리고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는 어린이에겐 동화라는 이야기 속에 우리는 공통의 정서를 배워간다. ‘의좋은 형제’, ‘흥부와 놀부’, ‘금도끼 은도끼’, ‘혹부리 영감’ 등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이 알고 있는 동화이다. 이들 동화의 공통점은 개인이나 부모의 선택에 의해 알게 된 동화가 아니라 대부분 과거 교과서를 통해 알게 된 작품이자 현재의 어린 세대를 넘어 부모세대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같은 동화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효도와 우애, 그리고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로 우리의 삶을 이루는 가치관 형성이라는 교육을 목적으로 배운 작품이기도 하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심동섭)이 세대를 넘어 전해 내려오는 옛이야기를 통해 어린이가 공동체의 건실한 일원으로 자라나게 함과 바른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하는 길라잡이가 된 교과서의 동화를 전시로 풀어낸 <친구들아, 잘 있었니? –교과서 한글 동화(Hi There! How’s It Going? - Hangeul Children’s Stories in Textbooks)>가 지난 5월부터 3층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특히 전시는 교과서의 부모세대나 어린이 모두에게 익숙한 한글 동화를 마주한다는 점이다. 더불어 전시장 곳곳에는 이야기의 내용과 교훈의 이해를 돕는 영상과 음원 자료와 열어보거나 굴리고 돌리며 만지는 체험 요소가 있어, 옛이야기를 다양하게 보고 듣고 즐기는 경험을 제공한다. 효도와 우애 이야기의 유래를 찾아 전시의 1부에서는 옛이야기를 따라 역사적 기록들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가장 가깝고 평생을 함께하는 관계인 가족 안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쳐 주는 옛이야기들은 대부분 실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과거의 기록에서부터 유래되어 지금은 교과서에 동화로 실려 있다. 전시에서는 『국어 2-2』(1964)에 실린 <의좋은 형제> 이야기의 유래가 된 충남 예산 효제비(孝悌碑)에 관한 『세종실록』7권의 기록을 살펴보고, 『말하기·듣기 3-1』(2000)에 수록된 <금을 버린 형과 아우>의 배경이 된 한강 공암나루(지금의 가양동 일대)를 그린 겸재 정선의 그림(<공암층탑(孔岩層塔)>)도 소개되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에 백성들을 올바르게 이끌기 위해 나라에서 펴냈던 생활 교과서인 행실도(行實圖)도 소개된다. 숭고한 희생이 수반되는 『삼강행실도언해(三綱行實圖諺解)』(1581) 속의 효행담과, 『국어 3-2』(2006)에 실린, 일상에서 부모의 작은 부탁에 정성을 다하는 이야기 <짧아진 바지>를 비교해 보며 물질이 아닌 마음가짐에서 비롯되는 효도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1부의 마지막 공간에서는 아름드리나무를 배경으로 한 영상이 펼쳐지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배려를 다룬 동화를 소개한다. 마을 사람 모두의 것인 나무 그늘을 독차지하려 하는 욕심쟁이를 재치 있게 혼내 주거나(『읽기 5-2』(2013)의 <나무 그늘을 산 젊은이>), 이웃과 주고받는 말에서 삼가야 할 교훈을 주는(『읽기 3-1』(1995)의 <누렁 소와 검정 소>) 옛이야기를 마치 그림책 같은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시대를 비추는 거울, 교과서로 보는 세상 1부와 2부 사이 ‘심화학습’은 교과서를 통하여 시대와 역사를 바라보는 공간이다. 해방 직후 군정청에서 펴낸 최초의 국정 교과서 『바둑이와 철수』(1948)부터 제1~7차 교과과정별 국어 교과서와, 『한글 마춤법 통일안』(1933)을 중심으로 한글 정서법의 역사를 담고 있는 자료가 소개되어 달라진 생활상을 드러내는 교과서 삽화를 비교해 볼 수도 있으며, 한글을 바르게 적는 맞춤법의 변화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동화에서 튀어나온 다채로운 친구들 2부에서는 교과서의 한글 동화에 등장한 뱀과 까치, 호랑이와 토끼의 성격을 이들에 대한 옛사람들의 인식과 비교해 보고 있다. 호랑이는 전통적으로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맹수이자 신령스러운 수호신이라는 두 얼굴을 가졌다. 무서운 호랑이에 대한 기록은 『태종실록』3권(1402년)의 기사와 1909년 12월 프랑스 신문《르 프티 저널(Le Petit Journal)》의 삽화에서 찾아볼 수 있고, <호랑이 무늬 베갯모>와 <호랑이 무늬 가마 덮개>에는 호랑이의 기백이 나쁜 기운을 쫓아준다는 믿음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듯 호랑이는 현실에서는 가장 무섭고 강한 존재이지만, 옛이야기에서는 어리석은 존재로 뒤집어진다. 『읽기 3-1』(1995)에 실린 옛이야기 <토끼의 재판>에서는 영리한 토끼가 악독한 호랑이를 골탕 먹이는 반전을 발견할 수 있다. 1920년대에 펼쳐진 전래동화 모집 운동으로 수집된 <토끼의 재판>이 오늘날 교과서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통해 구전되던 옛이야기가 한글로 정착되고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 다듬어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묘지 둘레석의 십이지신상이나 민속극의 <뱀 신 가면>을 보면 뱀은 기괴하게 보여 피하고 싶은 동물인 동시에 신적인 존재임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인식은 뱀을 해친 사람이 화를 입는 교과서의 동화 <은혜 갚은 까치>(『쓰기 5-1』(1991) 수록)와 같은 이야기에서 드러남을 알 수 있다. 교과서 속 한글 동화는 슬기로운 관계 맺기로 이루는 성장과 삶에 대한 긍정을 담고 있다. 이전시는 시간을 달리하여 배웠던 교과서 속 동화를 통해 옛이야기가 전하는 웃음과 교훈은 물론 부모와 아이들 간 세대를 아우르는 어린 시절 정서적인 연대를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전시는 당초 10월 1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11월 30일(화)까지 연장되어 진행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고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위해 관람 인원을 1시간당 100명으로 제한되어, 관람을 위해서는 국립한글박물관 누리집(www.hangeul.go.kr)에서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하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잔여 인원에 한하여 현장 예약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