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1,183건 ]
[박물관] 꽃이 피고, 새가 노니는 아미타불의 극락, ‘영천 은해사 괘불’
[박물관] 꽃이 피고, 새가 노니는 아미타불의 극락, ‘영천 은해사 괘불’
[서울문화인] 2006년 5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선보여 온 한국의 괘불전 중 열다섯 번째로 보물 제1270호 <영천 은해사 괘불> 및 보물 제1857호 <은해사 염불왕생첩경도>를 선보이고 있다. 경상북도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영천 은해사는 809년 창건되어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특히 영천 은해사는 아미타불을 모신 미타도량으로 유명한데, 아미타불의 극락정토는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길 바랐던 청정한 이상향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영천 은해사 괘불’은 1750년 보총(普摠)과 처일(處一)이라는 두 명의 화승(畫僧)이 그린 것으로, 크기는 높이 11미터, 폭 5미터가 넘는다. ‘영천 은해사 괘불’은 크기를 제외하면 2018년 선보인 상주 용흥사 괘불(보물 제1374호), 2019년 공주 마곡사 괘불(보물 제1260호)에 비하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주변의 도상이 없이 화면 중심에는 만개한 연꽃을 밟고 홀로 선 부처만이 자리하고 있어 기존에 국립중앙박물관이 선보여 왔던 괘불과는 다른 간결한 느낌을 준다. 한눈에 담기 어려운 거대한 화면 중심에는 만개한 연꽃을 밟고 홀로 선 부처가 자리해 있다. 부처 주변에는 마치 부처를 공양하려는 듯 흐드러지게 핀 모란꽃과 연꽃이 꽃비와 같이 아름답게 흩날리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화면 주변의 화려한 꽃과 화면 윗부분의 새들의 표현은 즐거움만 가득한 곳, 즉 아미타불의 극락정토(極樂淨土)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에 따라 괘불 주변의 꽃은 석가모니불의 가르침에 찬탄하며 뿌려진 청정한 공양처럼 볼 수도 있고, 아미타불의 극락에서 내리는 꽃비처럼 충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부처의 존명은 단정할 수 없지만 괘불 주변에 흩날리는 꽃비는 홀로 서 있는 여래를 더욱 새롭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이번 괘불전에는 특별히 <은해사 괘불>과 같은 해인 1750년에 조성된 보물 제1857호 <은해사 염불왕생첩경도(念佛往生捷徑圖)>를 8월 23일까지만 함께 소개한다. ‘염불왕생첩경도’은 아미타불을 생각하며 그 이름을 부르는 것(염불念佛)이 극락에 태어나는(왕생往生) 가장 빠른 방법(첩경捷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불화이다. [허중학 기자]
[박물관] 조선 시대, 어떤 전염병이 선조들을 괴롭혔고, 조상들은 어떻게 맞섰을까
[박물관] 조선 시대, 어떤 전염병이 선조들을 괴롭혔고, 조상들은 어떻게 맞섰을까
주상(광해군)께서 매우 근심하며 이르기를, "일기가 고르지 않고 역기氣가 전염하여 재앙이 된 것은 실로 자신에게 허물이 있음이니 내가 어찌 힘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 하고 근신近臣을 보내 향촉香燭을 가지고 제사를 지내죽은 자의 명복을 빌도록 했다. 신하들은 분주히 지방에 내려가고 약재와 의원은 길에서 지나쳐 갔다. 백성들이 건강하고 천수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정치가 이 책(신찬벽온방)을 한 번 간행하는 사이에 놓여있으니 어찌 위대하지 않은가? - 이정구,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의서로 온역溫疫(티푸스성 질환)에 대비하는 지침서 ‘신찬벽온방新聯福利’ 「서문」 [서울문화인]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전 세계는 생명의 위협은 물론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현대의학으로도 전염병 막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중세 유럽을 휩쓸었던 흑사병은 수 세기 동안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엄청난 인명피해를 가져왔으며, 조선왕조실록에도 전염병에 대한 기록이 무려 1455건이 넘는다. 현대에도 전염병 막기는 쉬운 일이 아닌데, 의학 기술이 부족했던 과거에 역병은 더 큰 공포의 대상이었다. 한 번 역병이 유행하면 수많은 백성과 가축들이 무참히 목숨을 잃었다. 그러다보니 역병은 기근과 함께 왕이 백성을 위한 가장 중요한 임무가 아닐까 싶다. 코로나19로 휴관에 들어갔던 국립중앙박물관이 상설전시실 1층 중근세관 조선2실 한 켠에 <조선, 역병에 맞서다> 테마전으로 재개관을 알렸다. 이 전시는 코로나19 시대에 조선 시대 사람들은 전염병의 공포에 어떻게 대응해 나갔는지를 조명하여 코로나19로 혼란을 겪고 지금, 작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3부로 구성된 전시는 조선시대 유행했던 대표적인 전염병을 소개하고 역병에 희생된 사람들과 역병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1부 ‘조선을 습격한 역병’),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한 조정의 노력(2부 ‘역병 극복에 도전하다’), 전염병의 공포를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백성들의 마음(3부 ‘신앙으로 치유를 빌다’)을 살펴본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흔히 볼 수 있는 조선 시대 관리들의 초상화가 눈에 들어온다. 1774년(영조 50) 현직 관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시험 '등준시登俊試'의 무과 합격자 18인을 기념하여 제작한 18명의 초상화첩 《등준시무과도상첩》이다. 이 화첩의 18명 중에는 김상옥, 전광훈, 유진하 등 세 사람의 초상화에 두창(마마媽媽, 손님, 천연두)의 흉터가 확인되고 있을 정도로 조선시대에 만연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창은 전염성과 사망률(대두창의 경우 30%)이 매우 높아 한때 전 세계 인구 사망원인의 10%를 차지하기도 했다. 두창을 앓고 회복된 사람에게는 곪은 부분에 생긴 딱지가 떨어지면서 피부 표면이 움푹 파이는 흉터가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얽은 자국(곰보)이다. 정약용도 어릴 때 두창을 앓은 흔적이 한 쪽 눈썹에 남아 눈썹이 반으로 나뉜 듯 보여 삼미자(三子)라는 별칭이 있었다. 이 초상화를 통해 두창의 위력을 짐작케 하는 동시에 역병을 이겨낸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두창(痘瘡)으로 죽은 아이들의 묘지명, 조선 중기의 예학자 정경세(鄭經世, 1563~1633)가 춘추관에서 근무하다 두창에 감염되어 죽은 아들을 기리며 쓴 제문祭文이 전염병의 참상과 슬픔을 전하고 있으며, 영조 대 노론의 대표 학자인 이재(李縡, 1680~1747)는 두창에 걸린 두 손자를 치료해 준 의원의 의로움과 뛰어난 의술에 감사하는 시를 통해 조선시대 유행했던 대표적인 전염병에 희생된 사람들과 역병의 상처를 딛고 일어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 우선 문을 열어두고 큰 솥에 물 2말을 채워 집 한 가운데, 두고 소합향원 20환을 넣고 달인다. 향기가 역기疫氣를 흩어버릴 수 있다. 환자가 한 그릇을 마신 후 의원이 들어가 진찰한다. ▲ 환자를 상대하여 앉거나 설 때 반드시 등지도록 한다. ▲ 전염되지 않는 방법을 취하지 못한채 온역 환자를 맞이했다면 독기를 빨리 밖으로 뱉어내야 한다. ▲ 창졸간에 약이 없는 경우 참기름을 코끝에 바르고 종이심지로 콧구멍을 후벼 재채기를 한다. ▲ 웅황가루를 참기름에 개어 콧구멍 속에 바르면 환자와 침상을 함께해도 전염되지 않는다. ▲ 집안에 시역이 유행하면 처음 병이 걸린 사람의 옷을 깨끗하게 세탁한 후 밥 시루에 넣어 찐다. 허준은 '신찬벽온방‘에서 불가피하게 온역 환자를 접촉해야하는 이들을 위한 주의사항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2부에서는 17세기 초 온역(溫疫, 티푸스성 감염병), 18세기 홍역 등 새로운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한 조정의 노력을 조명한다. 1613년(광해군 5) 광해군의 명으로 허준이 편찬한 의서 『신찬벽온방』(보물 1087호, 허준박물관)은 1612년~1623년 조선 전역을 휩쓴 온역에 대응하는 지침서의 성격을 가진다. 허준은 이 책에서 전염병의 원인으로 자연의 운기의 변화와 함께 위로받지 못한 영혼(여귀 厲鬼), 청결하지 못한 환경, 청렴하지 않은 정치 등을 꼽았다. 결국 전염병의 종식에는 통치자의 반성과 함께 공동체가 고통을 분담하여 대처하는 인술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더불어 흉년과 전염병으로 버려진 아이들에 대한 긴급 구호 명령인 『자휼전칙』를 통해 조선시대 전염병의 공포를 약자에 대한 보호와 공동체 의식으로 극복하고자 역사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다. 괴질이 돌 때 역할을 한 <대신마누라도>(가회민화박물관), 전란과 역병 같은 국가적 재앙에서도 구원해 준다고 여긴 석조약사불(국립대구박물관) 등 과학적 접근이 어려웠던 과거에는 의술과 더불어 신앙으로 치유를 바랬다. 특히 서민층에는 그것이 더욱 심했을 것이다. 3부 ‘신앙으로 치유를 빌다’에서는 전염병의 공포를 신앙으로 극복하고자 했던 백성들의 마음을 살펴보고 있다. 조선시대 내내 위협적이었던 두창은 질병 자체가 고귀한 신으로 받들어져 호구마마, 호구별성 등 무속의 신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아마도 강한 두려움이 신앙심으로 바뀌어 전염병의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의학의 기술로 현대인은 분명 과거보다는 전염병의 공포를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에서 전염병이 완전히 정복된 적은 없다. 지금보다 더 참혹했을 역병 속에서도 삶을 살아 낸, 그리고 그 공포를 적극적으로 이겨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의지를 이번 전시에서 조금이라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허중학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재개관, 한국 근·현대미술 시기별 대표작 54점 선보여
국립현대미술관 재개관, 한국 근·현대미술 시기별 대표작 54점 선보여
[서울문화인]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이 재개관과 함께 서울관 1전시실에서 미술관 대표 소장품을 엄선하여 선보이는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전으로 코로나19 이후 닫혔던 미술관의 재개관을 알렸다. 그동안 국립현대미술관은 기획전 위주의 전시로 운영되어 소장품을 오롯이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는 않았다. 또한 소장품전이 기획되어도 전시 기간이 그리 길지 못하였던 아쉬움이 있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관의 소장품이라면 나름 국내외 대표할 수 있는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관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소장품 상설전인 만큼 20세기 한국미술을 대표할 수 있는 48명 작가의 대표작54점을 통해 한국의 미술사를 조망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전시는 ‘개항에서 해방까지’, ‘정체성의 모색’, ‘세계와 함께’, ‘다원화와 글로벌리즘’ 등 4부로 구성, 1950년대 이전 작품부터, 1950년대 이후 앵포르멜 회화, 조각 작품, 단색화, 실험미술, 민중미술 그리고 국제적으로 활동 중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특히 고희동의 <자화상>(1915), 오지호의 <남향집>(1939), 김환기의 <론도>(1938) 이 3점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중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작품으로, 고희동의 <자화상>과 오지호의 <남향집>은 미술사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고희동의 <자화상>은 국내에 남아있는 서양화 작품 중 가장 이른 시기의 작품으로 작가가 화실에서 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이다. 가슴을 풀어 헤친 자세라든가 일상적 모습의 사실적 묘사 등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것이었다. 오지호의 <남향집>은 화면 가운데 나무를 과감하게 배치하는 사진적인 구도와 그림자를 푸른색으로 처리하는 등 인상주의 화풍을 강하게 보여준다. 이 외에도 세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서도호, 이불 등의 작품도 설치된다. 서도호의 <바닥>(1997-2000)은 2001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관에 수십만 개의 인물상을 받치고 있는 약 40개의 정방형 유리판을 방 하나에 가득 메워 사람들이 그 위를 지나가도록 설치된 작품으로 황인, 백인, 흑인, 남성, 여성 여러 인종이 정형화된 모습으로 반복 배열되어 있는 이 작품은 개인과 집단, 정체성과 익명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불의 <사이보그 W5>(1999)는 인간과 기계를 결합하고, 남자의 시각에서 보는 여자의 관능성과 불완전한 형태 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미화 전시2과장은 “지난 12월 발간 후 미술 부문 베스트셀러에 오른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에 수록된 소장품과 올해 발간 예정인 ‘한국 근현대미술사 개론’(가제)을 중심으로 전시 주제와 작품을 선정했다.”며, 올해 서울관에서 첫 소장품 상설전인 만큼 한 두 해는 시기별로 대표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여 공개할 계획이며 이후에는 주제별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번 서울관 상설전은 올해 하반기 과천관에서 개최 예정인 소장품 상설전의 예고편이기도 하다. 서울관 상설전이 개별 작품 감상을 의도하여 기획되었다면, 과천관은 20세기 한국 미술사의 지평을 주제별로 조망하는 전시로 선보일 계획이다. 한편, 이번 《MMCA 소장품 하이라이트 2020+》전도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박미화 학예연구관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5월 7일(목)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전시 관람을 위해서는 온라인 사전 예약을 하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온라인 사전 예약관람 기간 동안에는 국립현대미술관 4관 전체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허중학 기자] 전시 작가 및 작품 1부(개항에서 해방까지)-고희동(자화상), 김종태(노란 저고리), 구본웅(친구의 초상), 오지호(남향집), 김기창(정청), 김중현(춘양, 무녀도), 장우성(귀목), 김환기(론도). 2부(정체성의 모색)-김세중(콜룸바와 아그네스), 이쾌대(여인 초상), 이중섭(투계, 부부, 세 사람), 류경채(폐림지 근방), 함대정(가족), 이세득(녹음), 장욱진(까치, 마을), 유영국(작품, 작품(산)), 이규상(구성), 정규(교회), 박수근(할아버지와 손자). 3부(세계와 함께)-천경자(청춘의 문), 권진규(지원의 얼굴), 오종욱(미망인 No. 2), 최만린(이브-작품), 박석원(초토), 윤명로(문신 64-I), 하종현(무제 B), 이건용(신체 드로잉 76-1(뒤에서)), 곽인식(작품(패널에 유리)), 백남준(TV를 위한 선), 박현기(무제(단채널 비디오)), 김창열(물방울), 이우환(선으로부터), 박서보(묘법 N0.43-78-79-81), 윤형근(청다색 82-86-32), 이응노(군상), 서세옥(사람들). 4부(다원화와 글로벌리즘)-황재형(황지 330), 신학철(한국근대사-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임옥상(들불), 민정기(영화를 보고 만족하는 K씨), 김정헌(서울찬가), 노원희(한길), 강요배(황파 Ⅱ), 윤석남(어머니 2-딸과 아들), 배영환(청춘), 주재환(알파별 외계인이 내 그림 뒤에 남긴 방명록), 이불(사이보그 W5), 서도호(바닥), 유현미(그림이 된 남자(단채널 비디오)).
[전시] 몽환적 멀티미디어로 구현된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예술세계
[전시] 몽환적 멀티미디어로 구현된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예술세계
[서울문화인] 인사동의 문화복합몰 ‘안녕인사동’에 위치한 ‘인사 센트럴 뮤지엄’에서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이 지난 4월 29일부터 선보이고 있다.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20세기 최고의 화가 중 한 명이자 초현실주의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20대 초반에 벨기에 왕립미술학교에 입학하여 정식으로 미술 교육을 받기 시작한 마그리트는 우연히 카탈로그에 실린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 <사랑의 노래>를 보게 되었다. 이 작품에 큰 충격을 받은 마그리트는 이후 초현실주의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 시인 폴 엘뤼아르 등과 교류하였으나 192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꿈의 세계, 무의식을 중시한 프랑스 초현실주의자들과는 다른 시각 예술의 독특한 영역을 구축해 냈다. 특히 그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작품 소재로 선택하였다. 담배 파이프, 돌, 중절모, 새 등 친숙한 대상들의 예기치 않은 결합을 통해 상식을 깨고 사고의 일탈을 유도하였다. 이러한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 부르는데, 이는 20세기 문화와 예술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까지도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은 현대 대중문화의 ‘자양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작품은 유명 뮤지션의 앨범 재킷에, 또한 영화 <매트릭스>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에 영감을 줬다. 그 외에도 건축, 광고 등 대중문화 전반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끼쳤으며 2018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작품 <쾌감의 원칙>(1937)이 한화 약 329억 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연인>(1928), <이미지의 배반>(1929), <빛의 제국>(1950), <골콩드>(1953), <사람의 아들>(1964) 등이 있다. 이번 특별전은 회화〮사진〮다큐멘터리 등 총 160여 점에 달하는 그의 작품들로 이루어진 아시아 최초 멀티미디어 체험형 전시로 이탈리아 영상 디자인 스튜디오인 페이크 팩토리(Fake Factory)가 감독하고, 크로스미디어(Cross Media) 그룹과 브뤼셀 마그리트 재단이 직접 지원 및 전시 기획에 참여하여 밀라노와 피렌체에서 크게 흥행한 <인사이드 마그리트 Inside Magritte> 전을 기반으로 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한국 전시에는 최신 미디어 매체와 다양한 기술을 통해 재해석 된 마그리트의 작품세계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체험하고자 실감형 미디어 콘텐츠-AR 증강현실, 실감형 영상 기반 체험물, 모노크로매틱 라이트, 교육 체험물 등의 콘텐츠가 추가되어 선보인다. 대부분 그의 작품은 개인 소장가들이 소장하고 있어 원본을 만나볼 수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대형 멀티미디어를 통해 아쉬움을 달랜다. 먼저 몽환적이고 압도적인 ‘메인 영상 룸(Immersive Room)’에서는 르네 마그리트가 남긴 회화 초기작부터 마지막 시기까지 약 160여 점에 해당하는 다양한 작품을 확대하거나 시각적 효과를 더해 재탄생시켰다. 마그리트 회화 특유의 부드러운 색채와 현대적 감각에 입체감과 움직임이 더해진 영상은 약 40분 동안 벽면과 바닥을 360도로 관람객을 에워싸며 관람객들은 최신식 장비와 웅장한 사운드를 통해 몰입하여 마그리트의 작품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미스터리 룸(Mystery Room)’은 마그리트가 1930년대에 매료되어 있었던 거울의 특성을 부정한 <금지된 재현>(1937) 작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으며, ‘플레이 르네 마그리트 존(Play René Magritte Zone)’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국내 크로스디자인 연구소에서 특별히 개발한 증강현실 포토존이다. 얼굴을 자동 인식하여 이미지가 증강되는 AR 포토존으로, 작품이 된 자신의 모습을 담아갈 수 있도록 재미 요소를 더했다. 이 외에도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비극적인 어머니의 자살과 인생의 동반자이자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었던 아내 조르제트와의 만남 등, 그의 예술적 행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사건과 주변인물과 프랑스 초현실주의와 마그리트가 속했던 벨기에 초현실주의자들의 예술적 특성을 비교하여 소개된다. 전시는 오는 9월 13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아르코미술관,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8일(금)부터 오프라인 개막
아르코미술관,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8일(금)부터 오프라인 개막
[서울문화인] 국내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완화되어 생활 방역으로 전환됨에 따라 지난 4월 24일(금)부터 유튜브 아르코미술관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던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가 오는 5월 8일(금)부터 오프라인 전시로 전환된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한국관 귀국전,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고, 김현진 예술감독(KADIST 아시아 지역 수석 큐레이터)이 전시를 총괄하여, 남화연, 정은영,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등 세 작가가 대표 작가로 참여했다. 3인의 작가들은 ‘역사 서술의 규범은 누가 정의해 왔으며, 아직 그 역사의 일부가 되지 못한 이들은 누구인가?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의 견고한 지층들 내부에 비판적 젠더 의식이 개입될 때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와 현재를 다양한 각도에서 젠더 복합적 시각으로 선보이는 전시이다. 베니스의 국가관들은 일반적으로 자국의 작가를 소개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경우가 다수인데, 2019년 한국관에서는 깊이 있는 리서치와 퍼포먼스 요소를 지닌 삼인의 작가들의 작업 역량이 보고 선정하여 높은 호응을 얻었다. 이 전시는 기존의 역사를 다양하고 새로운 시점으로 읽고 생산하는 오늘날의 중요한 시각예술의 동력으로 바로 젠더 다양성을 강조한다. 또한 지식생산 시각예술의 실천 속에서의 서구 중심의 근대성을 비판적으로 질문하는 만큼 우리가 동아시아 내에서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재고할 '규범(canon)' 의 영역이 이성애자 남성 서사가 아닌지 질문한다. 작가 남화연은 식민, 냉전 속 국가주의와 갈등하고 탈주하는 근대여성 예술가 최승희의 춤과 파격적이고 남다른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신작 <반도의 무희>(2019)를, 정은영은 생존하는 가장 탁월한 여성국극남역배우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공연 미학과 정치성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2019)을, 제2전시실에서는 제인 진 카이젠은 바리설화를 근대화 과정의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적극 해석하면서 분리와 경계의 문제를 사유하는 신작 <이별의 공동체>(2019)를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김현진 예술감독은 “작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는 움직이는 신체, 소리, 리듬, 매혹적인 영상 언어들이 엮인 전시를 제시하고자 했으며 이를 아르코미술관 공간을 적극 활용하여 스케일과 감각경험을 더욱 확대한 역동적 전시를 제시하고자 했다”, 이어 “최근 시각예술의 언어와 상상력을 통해 근대화의 역사를 다시 읽고 쓰고 상상하는 영역이 확장되어 왔는데, 이것을 더욱 혁신적으로 견인할 주요한 동력은 바로 젠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끊임없이 세상에 새로운 균열을 추구하는 동시대 시각예술 활동은 지난 한 세기의 역사들을 규정해온 서구 중심, 남성 중심 등의 범주를 더욱 반성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비판적 젠더 의식을 통해 한층 역동적이고도 풍요로운 시각서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국관 귀국전 전시기획의 배경을 설명하였다. 이번 전시도 다른 전시와 같이 입장 인원수를 제한되어 5월 6일(수)부터 네이버 예약 서비스(https://booking.naver.com/ “아르코미술관” 검색)를 통해 원하는 시간대에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이 가능하다. 전시 관람은 매주 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다. [허중학 기자]
드라마 속 숙종과 다른 또 다른 숙종을 살펴보다.
드라마 속 숙종과 다른 또 다른 숙종을 살펴보다.
[서울문화인] 코로나19로 잠정 휴관이었던 국립고궁박물관이 부분 정상화로 그 첫 전시로 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숙종대왕 호시절에’ 테마전을 선보인다. 이번 테마전은 조선 제19대 왕 숙종(肅宗, 재세 1661~1720년, 재위 1674~1720년) 서거 300주년을 기념하여 숙종의 생애와 숙종이 이룬 왕실 문화 전통의 확립, 사회‧경제 분야의 치적 등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숙종은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문화에서 여러 차례 소개되며 우리에게 친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의 주변인물과 연관된 궁중 정치 측면에 치중하여 다루어져 그의 치세에 대한 것은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19세기 한글 소설이나 구전 설화 속에는 숙종의 시대를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이 편안한 좋은 시절로 묘사한 경우가 많다. 이는 숙종과 숙종의 시대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동안 대중적으로 알려진 숙종의 모습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강력한 국왕권을 바탕으로 한 그의 업적과 의미를 살펴보기 위해 기획된 전시이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1부 ‘왕으로 태어난 사람’에서는 현종(顯宗, 재위 1659~1674년)과 명성왕후(明聖王后, 1642-1683년)의 유일한 아들로 완벽한 정통성을 지니고 태어난 숙종의 생애와 재위 기간 중 숙종이 보여준 강력한 왕권을 조명하며, 2부 ‘왕실의 역사를 다시 쓰다’는 숙종이 왕실의 역사와 선대 국왕들의 업적을 재조명하여 왕실의 정통성을 확고히 하고, 이를 발판으로 조선 후기 왕실 문화 전통을 정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3부 ‘조선 후기 중흥의 시대를 열다’에서는 숙종이 단단해진 왕권을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개혁을 시행하여 조선 후기 사회의 기틀을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전시에는 숙종이 당쟁의 폐해를 경계하면서 쓴 ‘계붕당시(戒朋黨詩)’를 적은 현판, 군주에 대한 신하의 충심을 강조한 그림 <제갈무후도(諸葛武侯圖)> 등을 통해 국왕 숙종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으며, 창업주 태조(太祖, 재위 1392~1398년)의 업적을 강조하며 그 계승자로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려 했던 점을 반영하여 태조의 여덟 마리 준마를 그린 <팔준도첩(八駿圖帖)>, 숙종이 59세 때 ‘기로소’(70세 이상, 정2품 이상 직책을 가진 중신들을 우대하여 만든 관서)에 들어간 것을 기념하여 그린 <기사계첩(己巳契帖)>, 이 외에도 각종 유물과 문헌을 통해 대동법의 전국 시행, 화폐인 상평통보의 발행과 유통, 양전(量田, 고려·조선 시대에 경작 상황을 알기 위해 토지 넓이를 측량하던 일)의 시행과 양역(良役, 조선 시대 16세부터 60세까지 양인 장정에게 부과하던 공역, 노역, 군역 등) 변통, 북한산성 축조로 대표되는 국방 강화 등 숙종 대에 시행된 주요 사회 경제 개혁의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전시의 마지막에는 구전 설화 속 숙종의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험행사도 진행된다. 박물관이 특별히 제작한 책을 통해 관람객이 전등을 비추면 백성을 위하고 아꼈던 숙종의 숨겨졌던 면모들을 그림과 이야기로 드러나게끔 하여 관람객들이 읽고 체험해볼 수 있다. 한편, 이번 전시는 6월 28일까지 진행되며, 오는 5월 11일부터는 박물관에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전시를 오롯이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실의 360〫 VR(가상현실) 콘텐츠를 제작하여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목포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의 흔적들을 조명, ‘영웅, 그 날의 기억을 걷다’ 특별전
목포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의 흔적들을 조명, ‘영웅, 그 날의 기억을 걷다’ 특별전
[서울문화인]국립기관 박물관, 미술관이 부분 정상화로 재개관됨에 따라 박물관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펴고 새로운 전시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이귀영)는 목포시(시장 김종식)와 공동으로 오늘부터 5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목포근대역사관 2관에서 특별전 「영웅, 그 날의 기억을 걷다」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에서 개최했던 3·1운동 100주년 기념 특별전 「1919 남도, 대한독립만세!」의 순회특별전으로, 전라남도 독립운동사 가운데 목포지역 발자취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였다. 아울러 전시사업비는 목포시에서 선정된 ‘행정안전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공모사업’ 지원금으로 추진되었다. 특별전은 1897년 개항에서 1945년 광복에 이르기까지 목포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의 흔적들을 조명한다. 지역 항일의병과 동학농민운동의 규모를 보여주는 주한일본공사관 기록물, 목포정명여학교 기숙사 사택에서 발견된 1919년 4.8만세운동의 독립선언서와 애절한 독립가 가사본, 그리고 지역 학생, 지식인 등 독립유공자 유품 등 60여점을 5부로 구성하여 소개한다. 제1부 <수탈과 저항, 중심에 서다>에서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수탈과 저항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목포를 소개, 제2부 <항거의 역사, 영웅이 등장하다>에서는 목포에서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과 항일의병활동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제3부 <대한독립만세!! 목포에 울려퍼지다>에서는 목포의 3・1운동인 4・8만세운동과 참여했던 독립운동가들을 조명하고 있으며, 제4부 <개항지 노동자들 항일의 깃발을 들다>에서는 노동운동이 독립운동으로 전개되는 과정을 소개하며, 제5부 <의향 목포, 민족독립의 홀씨되어...>에서는 1920년대 목포의 독립운동을 다루며, 목포의 의로운 정신이 1929년 광주학생항일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목포는 일제감점기 부산, 원산, 인천에 이어 1897년 네 번째로 문을 연 개항도시이다. 전시장소인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지점 건물로 전라남도 지역 수탈의 중심에 있던 곳이다. 동양척식주식회사는 현재 목포와 부산에만 남아 있으며, 목포시는 이곳을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하여 항일역사자료를 전시해오고 있어 이번 전시는 우리 민족의 아픔이 깃든 장소에서 만나는 뜻 깊은 전시라 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여행스케치] 이슬람 땅에서 꽃피운 기독교. 이스파한의 반크 교회(박물관)
[여행스케치] 이슬람 땅에서 꽃피운 기독교. 이스파한의 반크 교회(박물관)
[서울문화인] 반크는 아르메니아어로 수도원이라는 뜻이고 한다. 교회는 압바스 2세(1633년-1666년)가 다스리던 시절에 만들어졌으며, 당시 이주해 온 아르메니아인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외부는 이슬람의 양식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중세 시대 여느 교회의 내부처럼 벽화들로 눈을 떨 수가 없다. 이 반크 교회의 놀라움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예배당의 맞은편에는 자리한 박물관이다. 이곳 박물관에는 수백 년 된 손으로 직접 쓴 아르메니아 성경들이 각각 크기별로 전시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아르메니안들의 전통 복장과 유물들 그리고 이들의 예술적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0세기 초에 터키에서 일어난 아르메니안 학살 사건에 대한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150만 명 이상이 학살당한 이 사건은 전 세계가 침묵하고 있고 터키도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세계 역사가 가지고 있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우리의 두 눈으로 보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성경책과 잠언 1장 1절이 쓰여 있는 머리카락이다. 약 30년 전에 10대 여자의 금발 머리카락에 다이아몬드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성경 말씀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허중학 기자]
[여행스케치] 이슬람 땅에서 꽃피운 기독교. 이스파한의 반크 교회
[여행스케치] 이슬람 땅에서 꽃피운 기독교. 이스파한의 반크 교회
[서울문화인] 반크는 아르메니아어로 수도원이라는 뜻이고 한다. 교회는 압바스 2세(1633년-1666년)가 다스리던 시절에 만들어졌으며, 당시 이주해 온 아르메니아인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외부는 이슬람의 양식처럼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중세 시대 여느 교회의 내부처럼 벽화들로 눈을 떨 수가 없다. 이 반크 교회의 놀라움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예배당의 맞은편에는 자리한 박물관이다. 이곳 박물관에는 수백 년 된 손으로 직접 쓴 아르메니아 성경들이 각각 크기별로 전시되어 있으며, 이 외에도 아르메니안들의 전통 복장과 유물들 그리고 이들의 예술적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20세기 초에 터키에서 일어난 아르메니안 학살 사건에 대한 자료도 전시되어 있다. 150만 명 이상이 학살당한 이 사건은 전 세계가 침묵하고 있고 터키도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세계 역사가 가지고 있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우리의 두 눈으로 보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먼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성경책과 잠언 1장 1절이 쓰여 있는 머리카락이다. 약 30년 전에 10대 여자의 금발 머리카락에 다이아몬드를 이용하여 정밀하게 성경 말씀을 새겨 넣었다고 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