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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다시 예술의 장으로 변한 일광해수욕장, 2023바다미술제
[비엔날레] 다시 예술의 장으로 변한 일광해수욕장, 2023바다미술제
[서울문화인] 바다는 지구의 전체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곳이자 생명이 태생한 원천이 되는 곳이기도 하다. 바다 그 중요성과 역할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만큼 문제점도 크게 대두되고 있다. 바다라는 키워드로 다양한 담론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다루는 부산 ‘바다미술제’가 올해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 (Flickering Shores, Sea Imaginaries)’를 주제로 14일 일광해수욕장 일원에서 개막을 알렸다. 바다미술제는 1987년 88서울올림픽 프레 행사를 계기로 출발, 부산의 자연환경을 잘 반영하는 독특한 전시로 평가받고 있는 비엔날레로 1996년 제8회까지 독립적으로 치러지다가 2000년에는 ‘부산청년비엔날레’와 통합되어 ‘부산국제아트페스티벌(PICAF)’로 개최되었고, 이후 ‘부산비엔날레’와 가은 시기에 진행되다가 2011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다. 광안리, 송도 그리고 한동안 다대포해수욕장에서 진행해오다 2021년부터 일광해수욕장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번 바다미술제는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라는 주제로 생존의 필수적 근원이자,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하고 의존하는 거대한 산업으로써의 바다에 대한 관심을 해양 개발과 심해 채굴, 환경오염과 지속가능성, 해양 생물과 생물 다양성 등 키워드로 그리스 출신의 기획자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Irini Papadimitriou)가 전시감독 아래 20개국 31팀(43명)이 참가,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을 비롯하여 인근의 실내 전시장 3곳에서 조각, 설치, 영상, 평면 등 총 42점의 작품을 통해 해안가 지역 사회의 대안적 미래를 위한 공통의 가치와 행동을 상상해 보게 하고 바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리나 감독은 “바다는 생존의 필수적 근원이자, 동시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착취하고 의존하는 거대한 산업이다. 올해 바다미술제는 산업으로써의 바다를 마주하는 인간의 시선,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영위했던 산업, 삶의 방식을 버리기보다 그것을 지속가능하게 하겠다는 또 다른 시도를 담았다.”고 밝혔다.더불어 김성연 집행위원장은 “올해 바다미술제는 이전 바다미술제에서 만났던 백사장 위 인상적인 작품은 적다고 느낄 수 있다.”라며 운을 띄운 후 “올해는 바다와 환경을 압도하기보다, 시간을 가지고 작품과 ‘일광’이라는 마을을 고찰하도록 구성했으며 그 과정에서 주제를 떠올릴 수 있도록 제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먼저 펠릭스 블룸 (Félix Blume, 프랑스)의 〈바다의 풍문〉(Rumors from the sea)은 해변을 찾은 관람객으로부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 작품은 파도와 해안의 바람이 대나무를 통해 마치 돌고래의 울음처럼 바다가 만들어내는 소리를 들려주는 듯하다. 대나무 피리가 달린 백여 개의 대나무 기둥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대나무 방파제를 홍수 막는 장벽에서 소리를 듣기 위한 입구로 탈바꿈시켰다. 사운드 설치작품인 이 작품은 우리가 열린 공간에 모여 바다와 주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명상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장소를 제공하고 있다. 작가는 기둥 끝에 바닷물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뚫어 파도가 칠 때마다 공기층을 밀어내며 피리를 연주하도록 하였다. 손몽주는 바다에 떠다녔던 조각, 어망, 어구 등을 소재로 <스윙 파빌리온> 연작을 선보인고 있다. 그는 비일상적 규모로 높고 넓은 공간을 창조하여 극적인 공간감을 선사하며 누구나 공간을 유희하고 만끽할 수 있는 쉼터이자 놀이의 자리를 마련한다. 양자주 작가의 <바다로부터>는 한국 전쟁 당시 피난민들의 건축 기술과 특히 해초를 건축 자재로 사용하였던 구축 방법을 이해하고, 작업에 적용하기 위해 부산 영도를 포함한 바닷가 피난처 마을에서 발견된 해초 흙집을 연구, 이제는 자취를 감췄지만 기발하고 창의적이었던, 소박한 혁신이었던 흙과 해초로 집 짓는 방법을 되살려내었다. 김덕희 작가의 <메아리, 바다 가득히>의 자연과 생명, 사회와 문화,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삶'과 '우주' 속 세계의 다양한 층위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작가는 빛과 열, 중력, 언어와 같은 비물질적 매체를 사용하여 물질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작품화하였다. 다양한 형태와 크기의 울타리는 경계선을 겹겹이 쌓아 투과할 수 있는 양감을 만들어 낸 야스아키 오니시의 〈경계의 레이어〉는 우리와 바다 혹은 자연 사이에 자리한 공간은 분리선이나 경계선으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빈 공간은 수직선과 수평선, 채워짐과 비워짐의 구조로 형상화되어 우리가 다채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지평을 그려보며 그 형상을 채우게 한다. 작가는 익숙한 울타리를 뒤집어 더 이상 고정된 구조물이 아닌, 꿰뚫어지고 다양하게 해석되게끔 한다. 그렇게 우리와 바다를 가르는 경계라고 여겨지는 선을 우리의 상상으로 지워보자 제안하고 있다. 제이알 카펜터와 토모 키하라의 <이것은 좋은 사인이 아니다>는 증강현실(AR)을 이용한 시 프로젝트이자 장소 특정적 설치작품으로 해수욕장을 따라 설치된 실물 사인과 웹을 기반으로 한 증강현실로 구성된다. QR 코드를 통해 접속할 수 있는 증강현실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기후 환경에 관한 질문을 담은 AR 사인이 관람객 주위에 나타난다.이 작품은 2021년 런던에서 열렸던 실험적 게임 페스티벌인 Now Play This에 처음 출품된 이후, 런던 빅토리아 알버트 미술관에서 전시된 Digital Design Weekend와 베를린에서 개최된 Everything Will be Fine 전시 주제에 맞춰 ‘Time rivers under us. 시간은 우리 밑으로 강물처럼 흐른다.’, ‘It’s fine. 괜찮아요.’ 등 새로운 사인이 추가되었다. 스튜디오 1750의 〈수생 정원〉은 인공적이고 생경한 환경을 조성하여 작품 내부를 거닐 수 있도록 관람객을 초대한다. 그 안에서 우리는 부자연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환경적 또는 유전적으로 변이되고 진화한 기이한 생명체가 되어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수행적이고 유쾌한 관객 참여형 설치 작품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세상에 대한 걱정과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 퍼블릭 프로그램 ‘괴물이 산다’에서 직접 제작한 바다 생명체 형상의 종이 모자를 착용하고 작품을 체험하실 수 있다. 조은필 작가의 〈빛과 어둠 사이〉는 푸른색 레이스로 감싸진 배는 어둠 속에서 명확한 존재와 의미를 잠시 내려 두고 또 다른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대상이다. 패턴이 있는 레이스로 배의 전체를 감싸는 것은 물체를 가리는 동시에 드러낸다. 마치 피부처럼 사물에 씌워진 레이스는 사물을 보이지 않게 하지만, 그 아래 우리가 보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을 오히려 드러낸다. 게리 젝시 장의 〈오션 브리핑〉은 우주 일기예보이자, 지리·전략적 보고, 낭만적인 소설로 전시 기간 진행되는 일일 방송 시리즈로 해운 운송의 붕괴, 지정학적 무질서함, 기상학적 불안, 음흉한 음모설을 하루마다 이야기하는 자막 방송은 불안정한 세상에서 영감을 얻는다. 〈오션 브리핑〉은 소음의 바다에서 시그널을 찾아 일광 바다를 연출하는 자막을 해변에 띄운다. 해수욕장 끝자락 데크 산책로에 선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아리 바유아지(Ari Bayuaji)의 작품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섬유미술 작품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가 부산의 해안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조각들을 이용하여 수천 가닥의 플라스틱 천을 엮어 해양 오염과 같은 환경 문제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해양 생태계 파괴 등의 경과를 보여준다. 또한, 해안과 이어지는 일광천에는 파키스탄 출신의 시마 누스라트(Seema Nusrat)의 <떠 있는 조각(Floating Fragments)>과 레나타 파도반의 〈맹그로브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떠 있는 조각>은 한국의 전통 지붕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되었다. 기장군을 가로지르는 일광천과 동해 바다가 만나는 강송교 앞에 자리한 이 작품은 강물에 반쯤 잠긴 기와지붕을 보여준다. 누스라트는 불안한 전경을 연출한 작품을 통해 해수면상승과 같은 기후변화와 문화유산 보존, 도시 개발 간의 부조화를 재조명하며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을 되돌아보게 한다. 〈맹그로브 시리즈〉는 맹그로브 숲은 전 세계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발견되는 맹그로브는 어린 해양 생명체에게 서식지와 먹이를 제공하고, 홍수를 막는 장벽으로 기능할 뿐 아니라 기후 변화를 완화하는 중요한 수단이자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필수적 생태계이다. 그러나 오늘날 맹그로브는 해안개발과 벌목, 새우 양식으로 가장 큰 위험에 처한 서식지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이 우리가 간과해 온 맹그로브 생태계에 관심을 기울일, 숲의 중요성과 보존의 시급성을 일깨우기 위한 작품이다. 일광천 옆에 자리한 강송정 공원의 윤필남의 <심해의 명상>은 아직 회복될 수 있는 무한한 삶의 터전으로 바다와 해양 생태계, 사람과의 공생관계를 이야기하는 이 작품은 대나무로 틀을 만들고 천을 덮어 깊은 바다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사색의 통로를 만들었다. 바다미술제가 일광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달라진 점은 조각, 설치 작품 이 외에도 지역 공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매체를 통해 선보인다는 점이다. 올해는 일광의 명물, 찐빵 골목에 위치한 (구)일광교회(부산시 기장군 일광읍 일광로 125), 삼성리 마을의 할매 신당과 할배 신당 사이에 위치한 창고가 활용되고, 일광해수욕장 중앙입구에 위치한 하얀 건물들도 실험실로 운영되고 있다. 먼저 일광해수욕장 백사장에서는 덴마크 출신 3인조 콜렉티브 슈퍼플렉스의 <모든 것은 물이다>를 만날 수 있다. 작가는 이 영상작품을 통해 인간 중심이 아니라 비인간 의식의 관점에서 문제를 고찰한다. 과학자 아냐 웨그너(Anja Wegner)가 가시 어류의 작은 종 ‘크로미스 크로미스’의 사회적 행동에 건축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실험을 담아낸 새 영상작품을 선보인다. (구)일광교회는 7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곳은 1951년 감리교 기도처였고, 6·25 전쟁 당시 부상자 치료소로 기능하였다. 이후 1971년까지 중학교로 이용되었다가 2018년까지는 일광교회로 활용되었고, 최근까지 비어 있던 공간으로 이곳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작가 무한나드 쇼노(Muhannad Shono)가 공간과 장소에 대한 관계를 정의, 매듭 하나하나로 이루어진 작은 실들을 엮어 메아리를 만들어 낸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는 제59회 베니스비엔날레 사우디아라비아관 작가로 참여하였으며, 사우디 문화부가 주최하는 ‘2022 내셔널 컬처 어워즈’에서 수상하며 차세대 신진 예술가를 대표하는 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실내 전시장 신당 옆 창고에서는 기장 다시마와 라탄 등 천연 소재로 만든 오브제와 살아있는 해조류를 기장 다시마와 연결된 지도와 함께 지역 사회의 이야기들을 소개하는 율리아 로만 & 김가영(Julia Lohmann & Kayoung Kim)의 <해조류 스튜디오>와 함께 샤일레쉬 비알(Shailesh BR), 왕덕경, 칼립소36°21(Calypso36°21)의 작품을 이 창고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일광해수욕장 중앙에 자리한 2023바다미술제 실험실은 이번 2023바다미술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것으로 이곳에는 전시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열린 공간으로 매니페스토를 포함한 많은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예술가의 시선으로 바다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2023바다미술제는 11월 5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사진 매체가 주는 10가지 힘,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사진 매체가 주는 10가지 힘,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서울문화인] 2023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다시, 사진으로!, 사진의 영원한 힘》이라는 주제로 지난 9월22일부터 개최되고 있다. 첨단 디지털 기술과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동시대 시각예술에서 사진의 영향력이 감소되었다는 오해도 있으나, 여전히 사진은 가장 중요한 시각 매체이자 동시대 시각문화와 시각예술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제는 신체 일부가 된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인터넷과 SNS를 통해 그 이미지를 배포하면서 삶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소통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오히려 사진 매체가 과거 특정인의 전유물이 아닌 대중들의 손에서 그 위력이 더욱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누구나 일상을 기록하고 이를 공유하는 시대에 살아가는 만큼 올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기존 비엔날레가 가졌던 사회, 정치, 환경, 기후, 재난, 이주, 여성, 소수자, 공존 등 유행하는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오늘날 인간의 정신, 신체, 감각, 예술을 갈수록 장악해가는 기술 매체, 그중에서도 사진 매체의 고유한 특성과 힘을 다룬다. 올해 비엔날레의 박상우 예술총감독(서울대학교 미학과 교수)은 “회화, 언어 등 다른 매체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사진적인 사진’을 다룬다. 특히 사진 매체의 세 요소인 빛, 장치, 인간이 현대시각예술에서 발휘하는 경이로운 예술적 표현능력에 주목하였다. 이를 통해 1990년대 이후 현대 시각예술에서 잊혔다고 오해된, 사진의 놀라운 능력과 진정한 ‘힘’을 보여주려고 한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은 10개의 소주제를 통해 사진 매체의 힘이 동시대 시각예술에서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10개의 사진의 힘들(증언의 힘, 빛을 기록하는 힘, 순간 포착의 힘, 시간을 기록하는 힘, 반복과 비교의 힘, 시점의 힘, 확대의 힘, 연출의 힘, 변형의 힘, 관계의 힘)로 구성된 이 소주제는 사진의 발명 이후 줄곧 새로운 가시성을 추구해 왔던 작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탐구해오던 것이기도 하다. 이번 비엔날레는 사진의 특성에 기반한 동시대 작품 중에서도, 특히 사진의 원초적인 힘과 에너지가 강력하게 드러나는 작품에 주목하였다. 예컨대, ‘광학적 무의식’의 세계, 즉 시공간적으로 인간의 감각을 초월하지만, 카메라에는 포착되는 이미지를 선보일 것이다. 눈에 겨우 보이는 작은 대상을 전시장 벽의 크기로 확대한 사진, 혹은 폭발하는 사물의 파편들을 순간 포착한 사진 등을 제시한다. 이런 사진은 감광판, 렌즈, 셔터라는 장치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창출한 이미지이다. 이런 이미지를 처음 본 사람은 우선 인간의 눈이 결코 체험하지 못한 시각적 스펙터클에 압도당한다. 하지만 단지 새로운 시각적 충격이나 쾌락만이 아닌 사진에 관한 근원적인 질문인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천천히 생각할 기회를 던지며, 결국 보는 전시이자, 동시에 ‘사유하는’ 전시이라 할 수 있다. 박상우 예술감독은 “사진이 가진 이 힘들은 거의 2세기가 지난 현재에도 지속해서 동시대 문화와 시각예술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거시적인 사회문화 환경은 바뀌었어도 사진의 힘은 영원하다는 뜻이다. 이번 주제전은 동시대 미술가와 사진가가 사진의 힘에 의지하여 구현한 경이로운 시각 스펙터클과 만나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라 설명했다. 박상우 감독과 함께 주제전은 세계적인 사진학자이며 사진계 석학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가 함께 기획하였다. 그는 파리 퐁피두 미술관, 죄드폼 미술관 등 유럽의 유서 깊은 미술관에서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앙드레 케르테츠(André Kertész) 등 전설적인 사진가들의 전시회를 기획한 저명한 큐레이터이다. 주제전 외에도 초대전인 대구사진사 시리즈III(대구문화예술회관 13 전시실)에서는 대구 사진의 힘을, 광복과 전쟁을 거쳐 80년대에 이르기까지 사진가, 사진단체, 사진사 연표를 통해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과거 사진비엔날레와 달리 포토북 페스티벌(대구문화예술회관 12 전시실)도 마련하여 관객이 사진책 내부의 사진의 묘미와 작가의 다양한 사진 아카이빙 작업도 함께 느끼도록 하였다. 또한 동대구역 광장에서는 ‘대구, 그때와 지금_사진 비교의 힘’, 대구예술발전소 및 경북대학교미술관에서는 영아티스트 사진전, 프린지 포토페스티벌, 장롱속 사진전 등 전문가와 아마추어 일반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비엔날레 기간 다채롭고 참신한 주제들을 다룬 사진강연 워크숍이 진행되어 사진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워크숍은 비엔날레의 전체 주제인 사진의 특수성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다양한 강연과 함께 사진 탄생의 비밀, 시대별 사진경향과 같은 사진이론뿐만 아니라 로드뷰 사진, 드론 사진, 인공지능 사진, 성형(成形)사진 등 날로 발전하는 사진의 첨단기능도 소개하는 등 대중에게 친숙한 강연이 진행된다.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오는 11월 5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롯데뮤지엄, 회화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 인간 내면을 투영시킨 오스틴 리의 개인전
롯데뮤지엄, 회화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 인간 내면을 투영시킨 오스틴 리의 개인전
- 팬데믹 시대에 경험한 복잡한 감정을 성찰하는 ‘시간 여행’ - 인간 내면의 다양한 감정이 투영된 회화, 조각, 영상 등 총 50여 작품 전시 [서울문화인] 롯데뮤지엄이 회화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시각예술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며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오스틴 리(Austin Lee)의 국내 최초 개인전 《패싱 타임(PASSING TIME)》을 선보이고 있다. “본 적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마치 처음 듣는 노래와 비슷하다. 나는 항상 그 낯설면서도 신나는 느낌을 찾고 있다.” – 오스틴 리 I love making new images that I haven’t seen before. It is similar to when I hear a new song for the first time. I’m always looking for that exciting and unknown feeling.’ – Austin Lee 개인적으로 오스틴 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된 작가이다. 오스틴 리(Austin Lee, b.1983)는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로,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확장 현실 기술을 회화와 접목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는 작가로 디지털을 기반으로 회화, 조각,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또한, 영상 작품의 배경 음악을 스스로 작곡할 정도로 음악에도 조예가 깊은 작가이다. 그의 작업 방식을 살펴보면, 먼저 디지털 드로잉을 활용해 이미지를 구상, 이렇게 구상한 디지털 이미지를 캔버스에 에어브러시로 그리거나, 3D 프린터를 이용해 조각으로 형상화한다. 디지털 이미지를 그대로 현실로 옮겨놓은 듯한 작품들은 기쁨, 슬픔, 사랑, 불안 등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쉽게 정의 내리기 어려운 인간성을 탐구하여 상호 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라 한다. 오스틴 리는 2014년 뉴욕 포스트마스터즈 갤러리(Postmasters Gallery)에서 첫 개인전 이후 2016년 세계적인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 b.1962)가 기획한 《주타포즈 x 수퍼플랫 Juxtapoz x Superflat》전시에 참여했다. 당시 무라카미 다카시는 오스틴 리 작가는 어떤 ‘신비로움’을 가지고 있다면서, 그의 권투 선수 경력을 언급했다. 오스틴 리는 고등학교 때 권투 체육관에서 일하며, 아마추어 권투 경기에 참여한 적이 있다. 이 짧은 경험으로 권투는 그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고, 작가는 권투와 그림은 철학과 정신적 관점에서 유사한 면모가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 《패싱 타임(PASSING TIME)》은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경험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여행’으로 기획된 전시로 미국 뉴욕과 터키 이스탄불, 독일 베를린, 이탈리아 밀라노 등 세계 여러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2022년 베이징 엠 우즈 뮤지엄(M Woods Museum)에서 전시에 이어 롯데뮤지엄에서 한국 첫 개인전으로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는 감정을 주제로 한 회화, 조각, 영상 등 작품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사회적 단절로 인해 모든 것이 멈춘 시간 속에서 혼란을 겪는 인간 내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전시가 시작된다. 반복 재생되는 미디어와 음악은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서 느끼는 혼돈을 극대화하였다. 특히 이번 전시장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는 복도로 디자인되었다. 이는 거대한 시계 바늘을 형상화한 것이라 한다. 시작과 끝이 불분명하게 교차된 공간에서 다양한 감정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뒤섞이며 삶의 연속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품으로 익살스러운 미소와 함께 한쪽 팔을 올리고 손을 흔들고 있는 형태의 <워크>는 디지털 드로잉이 어떠한 방식으로 회화나 조각 같은 작품으로 변환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RGB 컬러인 주황, 노랑, 파랑의 화려한 색들로 머리와 몸통, 다리 부분이 표현되어 있는 이 작품은 디지털 세계에서 만들어 낸 가상의 대상이 현실 공간에 존재하고 또한 걸을 수 있게 함으로써 가상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오스틴 리만의 작업 특성을 잘 보여준다. 양팔을 벌리고 바닥에 누워 있는 인물은 물을 뿜어내고 있는 <파운틴>이라는 제목의 이 설치는 오스틴 리가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선보이는 작품으로 붓과 팔레트를 양손에 들고 있는 모습에서 이 인물을 아티스트라고 추측할 수 있다. 작가는 이 인물의 얼굴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게 의도하며 분수대 형태로 설계하였고, 뿜어져 나온 물은 바닥을 통해 흐르도록 제작하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분수를 바라보며 앉아서 사색할 수 있도록 벤치를 직접 디자인하여 배치했다. 오스틴 리는 물이 가진 속성으로 이 작품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고 춤을 추듯 흘러가는 모습을 통해, 작품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되는 시간을 함축적으로 담아내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잔잔하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고 소리를 들으면서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고, 생각에 잠기는 명상의 순간을 선사하기를 바라는 맘에서 제작하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복싱 체육관에서 일을 하며 아마추어 경기에도 참여했던 작가가 복싱 경기에서 패배한 한 복서가 경기장 줄에 위태롭게 기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Cry Baby>(크라이 베이비)는 패배로 깊은 상실감을 표현한 2018년 작품 <린 Lean>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업한 작품으로 빨간 복싱 글러브를 낀 채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한 복서가 등장한다. 그는 마치 글러브 낀 양 팔을 높게 들고 경기의 승리를 외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패배로 인해 눈물로 가득 채워진 물웅덩이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스틴 리는 슬픔과 좌절을 겪은 사람만이 진정한 기쁨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외에도 그는 거장들의 명화를 차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한 작품을 만들어왔는데 이번 전시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20세기 색채 화가, 앙리 마티스가 1910년도 발표한 대표작 <댄스>를 재해석하여 만든 디지털 작품과 브론즈로 제작한 <조이>를 선보인다. 전시장 마지막에는 이번 전시를 기념하여 오스틴 리가 새롭게 제작한 작품으로 지나가는 시간에 대한 아쉬운 감정과 다가오는 새해의 시작을 맞이하는 설렘을 동시에 담은 작품 <플라워힐>이 장식한다. 세 개의 화면으로 이루어진 영상에는 눈, 코, 입이 있는 꽃들이 언덕 위를 가득 채운다. 마치 인간과 같은 인상을 주는 꽃들은 수줍은 모습으로 익살스럽게 춤을 추며 즐거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는 12월 31일까지 진행되며, 매일 3회(11시, 14시, 16시) 전문 도슨트가 전시장에서 무료로 전시를 해설해 주며, 네이버 VIBE 앱을 통해 무료로 전시 해설을 들으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 관람료는 성인 20,000원, 청소년 15,000원, 어린이 13,000원이며, 만 4세 미만은 무료다.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관람권이 40% 할인된다. 관람 시간은 매일 10:30-19:00이며 마지막 입장은 18:30까지다. [허중학 기자]
제2회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10월 19일 부산에서 개막
제2회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 10월 19일 부산에서 개막
[서울문화인] 일상에서 공공디자인을 경험하고 실천하며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축제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이 10월 20일부터 29일까지 개막식이 열리는 부산을 비롯한 전국 160여 곳의 공공디자인 거점에서 진행된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되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이 주관하는 행사로 모두가 누리는 공공환경을 함께 상상하고 더 나은 미래로 향하자는 의미를 담은 ‘모두를 위한 디자인’의 주제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공공디자인의 확산과 발전을 위해 도시문화부터 해양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공공디자인을 활기차게 추진하고 있는 부산에서 축제를 시작한다. 부산역을 시작점으로 개막식과 주제전시가 열리는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F1963, 일과 삶, 휴식의 조화를 추구하는 업무 형태를 제안하는 부산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비롯해 국립해양박물관, 영주동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부산시민공원 등에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이번 주제전시 <모두를 위한 디자인: 우리가 꿈꾸는 보통의 일상>에서는 집, 동네, 학교, 일터, 쇼핑, 대중교통 여섯 개의 일상 영역에서 경험하는 공공디자인 사례를 관객 친화형 전시로 선보인다. 특히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수상작을 비롯한 전국의 우수 공공디자인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여 개인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품격을 높이는 공공디자인의 가치를 조명한다. 또한, 10월 24일(화) 부산 아스티 호텔에서는 “장벽이 없는 삶, 모두를 위한 디자인”을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된다. 인천시, 산림청, 삼화페인트, SK텔레콤 등 국내 공공기관 및 기업 등 15개 단체 담당자가 참석해, 유니버설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정책과 사업을 발표하고 심층 토론한다. 특히 일본 내각부의 무장애·유니버설디자인의 자문위원인 도요대학의 다카하시 기헤이(Takahashi Gihei) 교수를 초청해 한국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유니버설디자인 정책과 사회문제 해결방안을 들어본다. 이번 축제는 메인 전시관이 있는 부산 이 외에도 서울, 경기, 충청, 전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도 열린다. 친환경 농부시장 마르쉐(부산 F1963, 서울 성수), 대한민국건축문화제(문화역서울284), 어반스케쳐스 서울(Urban Sketchers Seoul)과 함께하는 도시 스케치(부산시민공원, 서울숲), 학술대회(문화역서울284) 등에서도 다채로운 참여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으며,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국립수목원, 서울시의 “서울은 미술관” 등 국·공립기관 등도 축제에 동참하여 모두를 위한 디자인과 지구 환경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와 워크숍을 진행한다. 더불어 축제의 하나로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 시상식이 10월 27일 서울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개최된다. ‘공공디자인 국민아이디어 공모전’은 국민이 직접 일상 속 불편 요소를 찾아 공공디자인으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공공디자인의 가치와 중요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공모전이다. 4회째를 맞아 올해의 표어인 ‘공공디자인, 경계를 잇다’를 주제로 다양한 사용자를 배려하고 공공가치를 추구하는 다채로운 아이디어가 접수됐다. ‘안전을 생각하는 모두를 위한 안전표지 플랫폼 디자인’ 대상작 선정 대상(문체부 장관상)으로 선정된 ‘안전을 생각하는 모두를 위한 안전표지 플랫폼 디자인(손효인, 송준근, 김소연, 임효정, 김소혜)’은 산업현장의 안전언어인 안전표지 활용을 돕기 위한 플랫폼으로 산업군, 중대 재해, 법령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정보제공을 통해 올바른 안전표지 사용을 장려하고, 사용자 맞춤형 안전표지를 제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외에도 일반부 최우수상에는 ‘신속 정확 심정지 환자 응급구조 장비(이태림)’로 자동제세동기 사용법을 영상매체로 직관적으로 제공하여 응급상황에서의 대처를 용이하게 하고, 사용법 영상을 상시 노출함으로써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하였다. 우수상에는 ▲시청 공무원이 고안한 어린이 안전을 위한 ‘노란 무지개 : 어린이공원 출입구 시인성 확보를 위한 공공디자인(김현진)’, ▲재활요양병원 물리치료사가 제시한 남녀노소 손쉽게 개봉할 수 있는 ‘모두의 봉투(윤현혜)’ 총 2건이 선정되었으며, 장려상은 ▲‘빗물을 이용한 음료컵 재활용 공간(신승미, 김기덕, 서하평)’ 등 총 3건이, 입선은 ▲‘메타 깐부 : 학교폭력 예방 및 대처를 위한 중·고등학교 통합 플랫폼(김민정, 이선주, 김성훈)’등 총 5건이 선정됐다. 학생부에서도 공공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안됐다. 최우수상에 선정된 ‘전봇대의 전주번호를 이용한 안전 예방 공공디자인 계획(김대훈, 정다연)’, 우수상에는 ▲‘물에 뜨는 빗물받이 덮개(이재룡)’, ▲‘쾌적한 공공화장실 이용을 위한 반투명 UV 살균 커버(차송현, 이예린, 김지효, 주효임)’ 등 총 2건이, 장려상은 ‘음주 단속 시 도주 방지를 위한 트랩 방지턱 디자인(우준완, 백자경)’등 총 3건이, 입선에는 ▲‘작은 동물들 로드킬 방지를 위한 안전벽돌 디자인(김수빈)’등 총 5건이 선정됐다. 공모전 아이디어는 공공디자인 종합정보시스템(publicdesign.kr)에서 역대 수상작을 확인할 수 있으며,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3’에 대한 세부 프로그램과 일정은 공식 누리집(publicdesign.kr/festival)에서 확인할 수 있다. [허중학 기자]
2023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 내달 1일 개막, ‘전통공예작품을 통해 오늘날 공예로 새롭게 조망’
2023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 내달 1일 개막, ‘전통공예작품을 통해 오늘날 공예로 새롭게 조망’
[서울문화인] 올해로 2회를 맞이하는 2023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가 오는 1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진주철도문화공원 차량정비고, 일호광장 진주역에서 펼쳐진다. 진주시는 인접한 지리산의 풍부한 목재를 바탕으로 진주 고유의 문화예술이 입혀진 진주소목은 국내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는 곳으로 유네스코 공예 및 민속예술 창의 도시로 지정된 도시이다.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이하 비엔날레)는 유네스코 창의 도시 간 교류의 목적과 함께 공예 문화의 발전과 지역 고유의 공예산업 발전과 한국공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개최되는 비엔날레이다.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 “오늘의 전통을 세우고 내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 것” 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비엔날레 개막을 앞두고 지난 10월 5일 서울 인사동 KCDF 갤러리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올해의 비엔날레는 ‘오늘의 공예, 내일의 전통’이라는 주제아래 전통공예 본연의 공예정신과 전통의 창조적 재해석에 기반하여 오늘의 전통을 세우고 내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해 비엔날레에서는 전통의 기술과 정신을 계승하는 4대 공예(도자, 목, 금속, 섬유)분야 국내 대표 중진 작가 37명과 이탈리아 꼬모, 일본 가나자와 시 등 총 9개국 10개 도시 작가들의 전통공예품이 비엔날레에 참여한다. 본전시는 철도문화공원 안에 자리한 구 진주역사, 차량정비고를 새롭게 바꾼 일호광장진주역과 진주차량정비고에서 유네스코창의도시관과 주제관으로 나뉘어 운영된다고 밝혔다. 등록문화재 제 202호인 1925년 건립된 진주역 차량 정비고는 1923년 마산-진주를 잇는 경남선 개통과 함께 건립된 건물로 아치형 출입구 2개를 나란히 배치되었으며, 중앙 상부에 솟을지붕을 만들기 위해 왕대공 트러스를 변형하여 구성하였다. 건물 정면 가운데 위쪽에는 둥근 창을 설치하였고, 왼쪽과 오른쪽 벽면에는 지붕트러스를 받치도록 버팀벽을 설치하였다. 벽면에는 한국전쟁 때의 비행기 기관총 사격을 받은 총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어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해준다. 또한, 비엔날레 기간 동안 ‘전통, 지속가능한 미래를 열다’라는 주제로 담론을 펼치는 국제학술대회가 프랑스 문화예술학회와 공동주최로 개최되며, 유네스코 선정 해외 창의도시 작가들과 진주지역 공예작가들이 협업한 진주아티스트인레지던스, 진주실크레지던스 프로그램의 결과작품 전시회와 진주전통공예창업아이디어 공모전 수장작 전시회도 개최된다. 연계 행사로는 진주공예인협회의 ‘진주공예인전’이 진주철도문화공원 내에서 개최되며, 진주공예를 소재로 한 다양한 공예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날 조일상(동아대학교 명예교수) 예술감독은 “올해 비엔날레는 유네스코 공예 및 민속예술 창의도시로 지정된 진주시가 유네스코 창의도시 간 교류를 증진하고 진주의 공예, 한국공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 진주전통공예의 발전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한편, 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KCDF 갤러리에서는 2023진주전통공예비엔날레 본전시를 홍보하기 위해 진주의 대표 공예인 소목 작품들을 선보이는 ‘진주소목 in Design’프로젝트를 선보였다. 10월 8일까지 진행된 전시에는 진주 소목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6명의 소목장과 6명의 현대 가구디자이너의 디자인협업프로젝트로 전통적 기법이 적용되었지만, 현대 생활에 쓰임을 가지는 작품 20점과 진주 전통소목 작품 8점을 선보였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옛 모습 찾은 광화문 월대와 현판, 월대와 현판 복원기념 ‘새길맞이’ 행사
[문화재] 옛 모습 찾은 광화문 월대와 현판, 월대와 현판 복원기념 ‘새길맞이’ 행사
[서울문화인] 지난 2006년 ‘광화문 제 모습 찾기’를 시작으로 그간 추진된 월대와 현판의 복원이 마무리되었음을 국민들께 알리는 ‘광화문 월대 및 현판 복원’ 기념행사가 10월 15일(일) 오후 6시 진행되었다. 궁궐의 월대(越臺, 月臺)는 궁궐의 정전과 같이 중요 건물에 넓게 설치한 대(臺)로로 주로 의례와 행사, 외교는 물론 백성과 직접 소통의 무대 등으로 활용되었던 공간이기도 하다. 월대는 경복궁 근정전, 창덕궁 돈화문, 덕수궁 대한문 등에서 확인되는데 궁궐 정문에 난간석을 두른 경우는 광화문 월대가 유일하다. 「경복궁 영건일기(景福宮 營建日記)」의 기록과 1890년대 이후로 전해지는 사진자료에 따르면 광화문 월대는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이용한 기단석과 계단석, 그리고 난간석을 두르고 내부를 흙으로 채워 만든 건축구조물이다. 광화문 월대는 지난 2007년 국립문화재연구원에서 실시한 발굴조사에서 길이 8.3m, 너비 29.7m의 고종년간 유구가 일부 확인된 바 있다. 월대의 전체 규모(길이 48.7m, 너비 29.7m)를 확인하였고, 어도시설과 길게 다듬은 장대석을 이용하여 기단을 축조한 모습 등 월대의 구조가 드러났다. 또한, 조사를 통해 퇴적양상이 자연층에서 조선전기 문화층(14~16세기)과 조선중·후기 문화층(17세기 이후), 월대 조성층(19세기)을 거쳐 근현대도로층(20세기)의 순으로 형성된 것을 확인하였으며, 임진왜란 이후 경복궁의 기능이 상실되며 방치된 채 관리되지 못하다가 고종년간에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월대가 설치되었음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일제강점기 때인 1917년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전차 철로 일부가 발견되기도 하였다. 복원과정 조사를 통해 고종년간 월대 축조 이후 크게 4단계의 변화과정이 있었음을 확인되었다. ▲ 1단계에서는 월대 축조 당시로 남쪽에 경계가 나누어진 3개의 계단이 존재했으며, 당시 월대의 평면형태는 역철자형이었다. ▲ 2단계에서는 중앙의 어도계단지가 경사로로 변화되고, ▲ 3단계에서는 경사로의 범위가 확장되고 계단이 동·서 외곽으로 축소 변형되었으며, 이 시기에 처음으로 단선(외줄) 형태의 전차선로가 설치됐다. ▲ 4단계에서는 전차선로의 복선(겹줄)화로 월대가 파괴되면서 난간석 등이 철거되고 광화문의 이건과 함께 도로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경복궁 월대는 1923년 사진에는 등장하지만 이후 전차선로의 단선 및 복선화로 월대가 훼철된 것으로 파악하였다. 한편, 지난 8월에는 마지막 퍼즐인 월대 어도(임금이 다니는 길)의 가장 앞부분을 장식하던 서수상(瑞獸像, 상상속 상서로운 동물상)으로 추정되는 석조각 2점이 호암미술관 내에서 발견되어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유족 측으로부터 기증받아 복원에 사용되었다. 또한, 동구릉(경기도 구리시)에서 보관 중이던 난간석 부재 등 50여 점도 이번 복원에 활용되었다. 광화문 월대복원과 더불어 광화문 현판도 새롭게 고종 대 중건을 기준으로 복원되었다. 그동안 수많은 논란 속에 새롭게 복원된 현판은 「경복궁 영건일기」에서 추가 고증자료 확보(‘18. 12월)되어 현판의 바탕은 검정색, 글자는 동판 위에 금박으로 재제작하고 단청안료는 전통소재 안료를 사용하여 복원되었다. ‘光化門 懸板 書寫官訓將林泰榮 墨質金字 以片銅爲畵 十品金四兩重塗之 銀匠 金景祿 崔泰亨 金友三 等所願納’ (『景福宮營建日記』 三, 乙丑年 十月 十一日) 광화문 현판 서사관은 훈련대장 임태영이다. 검은 바탕에 금색 글자다. 동판으로 글자를 만들고 가장 좋은 금 넉 냥을 발랐다. 은장 김영록, 최태형, 김우삼이 원납했다. (『경복궁영건일기』, 을축년(1865, 고종 2) 10월 11일) 경복궁 중건 시 궁궐 4대문은 임태영(광화문), 이경하(건춘문), 허계(영추문), 이원직(신무문) 등 모두 將臣(무관)들이 썼다는 점이다. 이날 광화문 월대와 현판 복원기념 ‘새길맞이’ 행사에는 문화재청 누리집을 통해 사전 신청한 국민 5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다.기념식은 오후 5시에 ▲광화문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를 소개하는 ‘광화문답’(신희권, 서울시립대학교)에 이어, 오후 6시에 시작된 본행사에서는 광화문 완성이 갖는 다양한 의미를 살린 ▲‘광화등’ 점등식(월대와 현판 공개), ▲광화문 개문 의식, ▲‘새길맞이단’과 광화문 월대 행진과 약 130미터 가량의 광화문과 담장을 배경으로 프로젝션 미디어쇼가 진행되었다. 본 행사후에는 참석자들은 월대를 걸어 광화문을 통해 경복궁에 입장, 흥례문 광장에서 수문장 도열과 취타대 연주를 관람과 근정전에서의 문무백관 도열을 즐겼다. [허중학 기자]
[전시] 조선 후기 한글로 노래한 ‘서울’, 『한양가』와 함께 떠나는 서울 여행
[전시] 조선 후기 한글로 노래한 ‘서울’, 『한양가』와 함께 떠나는 서울 여행
[서울문화인] “오만사년 누릴 도읍 한양성중 거룩하다. 산천누각 성곽지당 웃글에 하였으니 다시 할 말 아니로되 예의동방 장할시고, 원생고려 한단 말은 중원사람 말이로세. 추차언이 관지하면 제일강산 가지로다. 산악수가 받아나니 충효인물 총총하다. 범절이 이러하니 천하제국 제일일다.” 1844년(헌종 10) 조선 후기 한산거사(漢山居師, 생몰년·신원미상)는 『한양가漢陽歌』을 통해 수도 한양의 풍경을 눈으로 직접 본 듯 조선의 왕도인 한양성(漢陽城)의 연혁을 시작으로 풍속, 문물, 제도, 도국(都局) 및 왕실의 능행경(陵幸景)등을 최초로 한글 가사로 노래하였다. 지금의 서울은 조선시대부터 600년간 우리나라의 중심 도시이자 모든 문화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현재의 서울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일일생활권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이 된지도 오래고 모든 소식은 실시간으로 전해들을 수 있지만 여전히 서울은 그 어느 도시보다 핫한 도시이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도시이다. 조선시대 한양은 500년 도읍이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일생동안 한 번 다녀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었을 것이다. 그런 만큼 그 호기심은 지금보다 더 컷을 것이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수도 ‘한양’을 어떻게 보았을까?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영수)은 조선 후기 풍요롭고 구경거리가 넘쳐나던 서울의 풍경을 담은 한글 노래 『한양가』를 중심으로, 한글로 노래한 한양을 살펴보는 기획특별전 <서울 구경 가자스라, 한양가>를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선보이고 있다. 우리말글의 관점에서 『한양가』의 가치를 조명한 최초의 전시 “남쪽은 숭례문과, 동쪽은 흥인문과, 서쪽은 소의문(昭義門)과, 북쪽은 창의문이 사관이 되었으니, 수문장 부장 호군(扈軍), 수문군 영통(領統)하며, 칼을 꽂고 신칙(申飭:타일러 삼가게 함)한다.” 『한양가』는 한양만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한글 문학이자, 한양 시장에서 파는 물건, 별감의 승전(承傳)놀음 등 다른 사료나 개인 문집 등에는 없는 조선 후기 한양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내용이 다수 수록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묘사가 매우 생생하여 한양을 이해하는 데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길잡이 역할을 하며 당시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이는 상업용 출판물인 방각본으로도 간행되었음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한양가』의 중요한 내용을 문단별로 추려보면, ① 한양의 지세와 도국, ② 궁전 보탑(寶榻), ③ 궁방(宮房) · 내시(内侍) · 나인(内人), ④ 정원(政院) · 의정부(議政府), ⑤ 육조관아(六曹官衙), ⑥ 조마거동(調馬擧動)과 여러 관서(官署), ⑦ 선혜청(宣惠廳)과 여러 관서, ⑧ 성첩(城堞)과 백각육의전(百各六矣廛), ⑨ 마루저자, 광통교와 구리게 전방(廛房), ⑩ 유희와 유희처, ⑪ 승전노름과 복식(服飾) 및 기생점고(妓生點考)와 가무(歌舞), ⑫ 능행경, ⑬ 과장풍경(科場風景)과 유가경(遊街景), ⑭ 한양찬(漢陽讚) 등 2율각 1구로 하여 총 1,528구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 및 국립중앙도서관 등 여러 기관에 흩어져 전하는 『한양가』의 목판본과 목판, 다양한 필사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자리이다. 또한 『한양가』의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유물로 한글로 풀어쓴 전염병 치료서 『간이벽온방언해』(1578)(보물), 김천택이 엮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집 『청구영언』(1728)(보물), 허준이 저술한 동아시아 최고의 의학서 『동의보감』(1613)(초간본), 조선 후기 거문고 악보 『삼죽금보』(국립국악원,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등 중요 자료 및 희귀본들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조선 전기 한양의 열 가지 경치를 노래한 한시로,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국내 유일본 『한도십영漢都十詠』(1479년경, 국립한국문학관)가 실물로 처음 공개되었다. 전시는 『한양가』에 묘사된 조선 후기 한양의 여러 공간을 거니는 것처럼 전시장을 구성되었다. 왕의 공간 궁궐에서부터 관아가 있는 육조거리, 왁자지껄 시장, 별감의 승전놀음, 왕의 능행길, 궁에서 열린 과거 시험장 풍경 등을 관련 유물 및 인터랙티브 영상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마지막은 『한양가』 이후의 서울 관련 문학 작품을 비롯해 사진 및 지도, 서양 서적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근대 도시로 변모하고 끊임없이 도약하는 수도 서울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전시의 안내는 종이 출력물 대신 온라인 형태로 전환해 개인 모바일 기기 등에 파일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중요 전시 유물 36건은 전시장에서 정보 무늬(QR코드)를 통해 개인 모바일 기기 등에서 전시 설명 및 이미지, 음성 안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오는 10월 13일(금) 국립한글박물관 지하 1층 강당에서 <『한양가』로 그려낸 조선 후기 한양>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문학, 국악, 역사, 복식사, 미술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조선 후기 한양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담아낸 한글 노랫말의 가치를 조명할 예정이며, 또한 11월 한 달간 기획전시실 입구에 비치된 문제지를 풀고 응모하면 추첨을 통해 상품을 증정한다. 전시는 2024년 2월 12일(월)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첫 장욱진 대규모 회고전 선보여
국립현대미술관 첫 장욱진 대규모 회고전 선보여
[서울문화인] 거꾸로 서 있는 집, 작품 한가운데 사람과 강아지가 둥둥 떠다니며, 나무 아래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구성과 어디서도 본 적 없는 파격적인 구도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의 작은 화폭에 그려진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누군들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강아지, 순박한 농민을 닮은 소, 기쁜 소식을 전한다는 까치는 누군가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는 듯 나무위에 앉아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그의 그림 속 동물들은 한없이 귀엽고 평온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거기에 빠지지 않는 것이 가족이다. 어쩌면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동물은 행복한 가족을 극대화하는 매개체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은 마냥 동화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양적 철학을 아주 간결한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비록 작은 화폭에 간결하게 그려내었지만 그 어느 화가의 대형 작품보다 큰 철학을 품고 있다.그래서인가 장욱진의 그림은 ‘어린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동화’같은 감정과 함께 ‘매우 철학적이다’는 감정이 공존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지난 14일부터 ‘장욱진 회고전’을 진행하고 있다. 장욱진張相鎭(1917-1990)은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 등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2세대 서양화가이자, 1세대 모더니스트이다. 그러나 앞서 박수근, 이중섭, 유영국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깊이 있게 소개한 적이 있었으나, 김환기와 장욱진을 회고하는 전시는 기억에 없다. 참고로 김환기의 회고전은 현재 호암미술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장욱진은 현재 알려진 작품들만 헤아려도 730여 점의 유화와 300여 점의 먹그림, 그리고 그는 매직펜 그림, 도자기 그림까지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왕성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는 일상적이고 친근한 나무와 까치, 해와 달, 집, 가족 등 몇 가지 제한된 모티프만을 평생에 걸쳐 그렸다. 그런 탓에 장욱진에게는 늘 “동심 가득한 어린아이처럼 그리는 화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러나 그가 주로 활동하던 시기는 앵포르멜, 단색조 회화, 민중미술 등 거대 담론이 오가며 100호 이상의 대형 작품들이 유행하던 시기였다. 그래서인지 미술계에서도 상대적으로 소박한 까치나 가족이란 주제를 일관되게 그렸던 장욱진의 10호 미만 작품들은 “작고 예쁜 그림”으로 치부되며 온전한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만약 이 그림이 대형 작품으로 그려졌다면 앞서 느낀 ‘동심 가득한 감정’과 ‘동양적 철학’을 오히려 강하게 느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립현대미술관에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1920년대 학창 시절부터 1990년 작고할 때까지 약 60년간 꾸준하게 펼쳐 온 장욱진의 미술 활동을 총망라하여 소개하는 전시로 전시에는유화, 먹그림, 매직펜 그림, 판화, 표지화와 삽화, 도자기 그림 등 270여 점을 청년기(10~20대), 중장년기(30~50대), 노년기(60~70대)로 재구성하여, 궁극적으로 그가 추구하던 ‘주제 의식’과 ‘조형 의식’이 어떻게 형성되어 변모해 나갔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장욱진은 참된 것을 위해 뼈를 깎는 소모까지 마다하지 않는 진솔한 자기 고백으로 창작에 전념했고, 그림 그리는 시간의 대부분을 방바닥에 쪼그려 앉아 수공업 장인처럼 그렸다. 이렇듯 지속적이고 일관된 그의 창작 태도는 작품에서도 드러나는데, 장욱진은 60여 년 화업 인생 동안 제한된 몇 가지 소재들을 반복해서 그렸다. 전시를 기획한 배원정 학예연구사는 전시 제목 ‘가장 진지한 고백’은 “그림처럼 정확한 내가 없다”고 말한 장욱진의 화문집(畵文集) 『강가의 아틀리에』 서문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전시실 1층 1부와 4부에서는 초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연대별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 2층 2부에서는 장욱진 그림에서 반복되는 소재들을 ‘내용’과 ‘형식’으로 접근하여 장욱진 그림을 보다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2층 3부에서는 장욱진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에 대해 면밀히 다루고 있다. 1부, 첫 번째 고백 <내 자신의 저항 속에 살며>에서는 그의 학창 시절부터 중장년기까지의 작품으로 학생작품전에서 상을 탄 <공기놀이>(1938)와 문자를 추상화시킨 과정을 보여주는 <반월·목半月·木>(1963), 뼈대나 윤곽만으로 대상을 조형화시키며 기호화된 형태를 그린 <자화상>(1973) 등을 통해 초기 화풍의 형성과정을 볼 수 있다. 완숙한 장욱진 작품의 전형(典型)이 완성되기까지 장욱진만의 독창적인 한국적 모더니즘이 창출되는 여정을 따라갈 수 있다. 또한 장욱진 관련 아카이브들을 통해 ‘신사실파’ 이 외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술단체들의 활동 이력과 전람회 출품 등 새롭게 밝혀진 장욱진의 초기 행적과 기존에 알려진 작품명의 오류를 바로잡은 연구 성과도 확인할 수 있다. 2부는 두 번째 고백 <발상과 방법: 하나 속에 전체가 있다>이다. 이 공간에서는 장욱진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시키는 소재들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그의 분신 같은 존재인 ‘까치’, 그의 온 세상을 품는 우주인 ‘나무’, 그리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영원성의 매개체를 상징하고 있는 존재 ‘해와 달’을 선정해 각각의 소재들이 지니는 상징성과 의미, 도상적 특징의 변모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처럼 이 공간에서는 장욱진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들의 의미와 이들이 작품 속에서 어떻게 구성되는지 그의 ‘발상과 방법’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장욱진의 생전 마지막 작품인 <까치와 마을>(1990)이 최초로 전시되며, 그가 처음 그린 표지화 초안과 더불어 한국 전쟁 후 가족의 생계를 위해 그렸던 『국제신보』 「새울림」 (글 염상섭, 삽화 장욱진) 삽화 56점 전체가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3부는 세 번째 고백 <진眞.진眞.묘妙>이다. 이 공간에서는 장욱진이 남긴 불교적 주제의 회화들과 먹그림, 목판화 선집 등을 통해 장욱진의 불교적 세계관과 철학적 사유를 들여다보고 있다. 장욱진과 불교와의 인연은 청년기부터 여러 일화가 언급되지만 실제로 불교 주제의 작품이 등장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장욱진은 경전의 종교적 도상을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자기성찰을 통해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과 요소들을 강조하고 변용했다. 장욱진이 최초의 불교 주제 회화로 아내의 초상을 그렸다는 점에서 장욱진에게 ‘가족’이란 불교적 세계관이 투영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전시에는 <진진묘>(1970)를 시작으로 해학성이 돋보이는 <심우도>(1979), <무제>(1979) 등과 함께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최근 일본에서 발굴된 장욱진 최초의 가족 그림인 1955년작 <가족>이 최초로 만나볼 수 있다. 4부, 네 번째 고백 <내 마음으로 그리는 그림>에서는 1970년대 이후 그의 노년기를 살펴보고 있다. 이 공간에서는 동양의 정신과 형태를 일체화시켜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출했다고 평가받는 수묵채색화 같은 유화 및 특유의 비현실적 화면 구성 등이 정점을 이룬 작품들을 볼 수 있다. 1973년 전후로 그의 작품에서는 1960년대까지 주를 이루던 강한 마티에르 대신 얇아진 색층이 등장하면서, 조형성이 강했던 졸박한 반추상에서 표현성을 가미한 담채풍의 담졸(淡拙)한 양식으로 변화가 본격화된다. <나무와 가족>(1982), <닭과 아이>(1990) 등 먹으로 그린 동양화를 캔버스에 옮긴 듯한 말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장욱진 그림의 주요한 특징이라면 무엇보다 ‘지속성’과 ‘일관성’을 꼽는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료를 가리지 않는 자유로움과 하나의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는 창작 태도를 보여주며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했다. 특히 서양화를 기반으로 동양적 정신과 형태를 가미해 이 둘이 무리 없이 일체體를 이루는 경우는 장욱진 외에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분명 한국 근현대 화단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과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장욱진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도상, 이미지를 관찰하고 관람객이 자신의 삶을 도상으로 표현하는 디지털 기반 참여형 워크숍 <나의 진지한 고백>(현장 및 온라인, 상시 참여)과 장욱진의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그림과 글로 표현해보는 워크숍 <내 마음으로서 그리는 그림>이 진행된다. 더불어 성인을 위한 작품 감상프로그램이 매일 3회차(12시, 14시, 16시) 진행된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내년 2월 12일(월)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우리나라 16번째 세계유산
[문화재]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우리나라 16번째 세계유산
[서울문화인] ‘가야고분군(Gaya Tumuli)’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지난 9월 10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되고 있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9.10.~9.25.)에서 현지 시간으로 9월 17일 오후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가야고분군’은 한반도에 존재했던 고대 문명 ‘가야’를 대표하는 7개 고분군으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으로, 7개 고분군은 ▲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 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이다. 이번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고분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위 원회에서는 가야고분군의 등재가 결정되면서 여러 위원국의 지지와 축하가 이어졌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총 16건의 세계유산(문화 14건, 자연 2건)을 보유하게 되었다. ‘가야고분군’은 지난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이후 2021년 1월 유네스코로 신청서가 제출되었으며, 유네스코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코모스‧ICOMOS)의 현지실사 등 심사 과정을 거쳐 올해 5월 ‘등재 권고’의견을 받으면서 이번 9월 17일에 실제 등재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한 편,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등재를 결정하면서 ▲ 구성요소(7개 고분군) 내 민간소유 부지를 확보하여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 유산과 완충구역, 특히 경남 창녕의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사이로 난 도로로 인한 영향을 완화하도록 하고, ▲ 구성요소(7개 고분군) 전 지역에 대한 홍보 전략 개발과 통합 점검(모니터링) 체계 구축, 지역공동체 참여 확대에 대한 사항을 권고하였다. [허중학 기자]
[전시] 화려하기가 으뜸인 조선의 공주·옹주가 입었던 활옷(혼례복)을 만나다.
[전시] 화려하기가 으뜸인 조선의 공주·옹주가 입었던 활옷(혼례복)을 만나다.
[서울문화인] 진한 붉은 비단 위에 자수 등 아름다운 장식이 더해진 활옷은 과거 공주, 옹주, 왕자의 부인 등이 입었던 혼례복으로, 양질의 염색기술과 수준 높은 왕실 자수로 제작된 만큼 의례복 중에서도 손꼽히게 아름다운 옷이다. ‘활옷’은 민간에서 내려온 용어로 조선 전기 국가기록물에는 긴 홍색의 옷이라는 뜻의 ‘홍장삼(紅長衫)’으로 기록되어있다. 이 활옷은 고유 복식의 전통을 이은 긴 겉옷으로, 치마와 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하는 대표적인 조선왕실의 여성 혼례복이다. ‘활옷’은 사치를 배격했던 조선시대에 유일하게 화려한 자수, 가장 진한 붉은 빛깔인 대홍(大紅)의 염색, 아름다운 금박 기법 등 많은 노력을 들여 제작되어 화려하기가 으뜸이다. 또한, 예로부터 엄격한 신분제 사회인 조선시대에는 신분에 따라 절차부터 물품과 입는 옷까지 세세히 차별을 두었지만 혼례를 치르는 주인공의 삶이 행복하게 바라는 마음은 신분을 넘어 혼례를 축복하는 의미를 가득 담아 왕실뿐 아니라 민간까지도 함께 입을 수 있도록 허락한 의복이기도 하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조선 왕실 여성들의 활옷과 이와 관련 유물까지 총 110여 점을 선보이는 특별전시 ‘활옷 만개(滿開)-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순조의 둘째 딸이 입었던 ‘복온공주 활옷’을 비롯하여 국내에 전하는 활옷 3점과 미국 필드 박물관(Field Museum), 브루클린 박물관(Brooklyn Museum), 클리블랜드 미술관(The Cleveland Museum of Art),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활옷을 비롯한 국외소장 활옷 6점 등 조선왕실 활옷의 특징을 잘 간직한 작품들이 대거 나왔다. 특히 ‘복온공주 활옷’(1830년,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은 국내외에 현존하는 총 50여 점의 활옷 중 유일하게 연대와 착용자가 알려진 것으로, 조선왕실 활옷의 기준작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LACMA) 소장 ‘궁중활옷’은 방탄소년단 알엠(RM)의 후원으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지난해 국내로 들여와 보존처리를 마쳤으며, 돌아가기 전 국내에서 최초 전시하는 유물이다. 이 외에도 의례에 대한 설명, 활옷 제작에 관한 문화를 다양한 유물과 아름다운 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으며, 조선왕실 혼례 절차 중 가장 중요한 동뢰연(同牢宴)을 재현한 공간도 준비되어 있어 활옷 문화 전체를 폭넓게 체험할 수 있다. 전시는 총 2부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 긴 홍색의 옷, 홍장삼(紅長衫)과 활옷, ▲ 가례(嘉禮), 아름다운 왕실의 혼례, ▲ 공주, 궁을 떠나다 의 3개 세부 주제를 통해 왕실 여성들의 의례복, 혼례복과 그에 관한 왕실 문화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왕비, 왕세자빈의 육례(六禮)와 비교하여 간소한 절차로 치렀던 공주, 옹주의 사례(四禮)와 이 중 활옷을 착용했던 동뢰를 각종 문헌과 혼례 물품 등 관련 자료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유일하게 현존하는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의 대형 왕실 ‘교배석(交拜席)’을 영상으로 선보여 왕실 혼례 핵심 공간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활옷의 자수 무늬를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도록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클리블랜드 미술관 등에서 소장 중인 총 6점의 국내외 활옷과 함께 민간 혼례에서 착용되었던 사진자료 등도 함께 전시되고 있다. * 육례 : 왕비, 왕세자빈, 왕세손빈의 혼례 절차. 납채-납징-고기-책례-친영-동뢰 * 사례 : 공주, 옹주, 군부인(왕자의 배우자)의 혼례 절차. 육례 중 고기와 책례가 생략됨 * 동뢰 : 조선왕실 혼례의 맨 마지막 절차로 음식(牢, 희생)을 함께 나눔으로써 부부가 된다는 의미 * 교배석 : 동뢰 때 신랑, 신부가 맞절하며 식을 시작하는 교배례(交拜禮)를 위해 설치하는 자리 2부에서는 ‘여러 손길로 정성스레 만든 활옷’에서는 상의원(尙衣院) 등 관청과 장인을 중심으로 온갖 재료를 조달하고 각 재질이나 작업에 따라 세분화되어 완성되는 활옷의 제작과정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소장 활옷’의 보존처리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활옷 등에 활용되었던 순조의 셋째딸 ‘덕온공주(德溫公主, 1822-1844년) 홍장삼 자수본(1837년)’은 조선 왕실 자수의 섬세함과 우수함을 증명해 주는 유물들로서 완성된 활옷과 견주어 볼 수 있다. 수놓을 도안을 종이에 먹으로 그려 놓은 이 자수본은 당시 화원(畫員)이 담당하였다. 한편, 특별전시 기간 중에는 활옷의 역사, 제작 방법 등에 대해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는 ‘왕실문화 심층탐구 강연’(성인 대상, 9.20, 10.4.~10.25 중 매주 수요일, 총 5회)과 ‘공주의 웨딩드레스 활옷’(초등학교 1~3학년 어린이 대상, 9.22. ~ 12.8. 매주 금요일, 총 9회) 체험교육도 함께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