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진흥법’ 국회 본회의 통과로 작가, 미술업계 무엇이 달라지나
[서울문화인] ‘미술진흥법’ 제정안이 지난 6월 30일(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는 2021년 ‘미술진흥법’ 법안 발의 이후 2년여 만이다. 그동안 개별법을 통한 체계적인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 문학, 공연, 출판, 음반, 영화 등에 비해, 예술의 주요 분야 중 하나인 미술은 개별법이 없는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
‘미술진흥법’ 제정안의 핵심은 ▴체계적인 미술진흥정책 추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미술업계를 짜임새 있게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초석 마련, ▴작가의 권리보장을 위한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이다. 아울러 작가, 업계 등 미술관계자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어 제도가 시행될 수 있도록 법 시행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을 두었다. ▴정책적 기반 구축은 공포 후 1년, ▴미술업계의 제도권 편입은 공포 후 3년,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은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미술품 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
이 가운데 일명 ‘추급권(Resale right)’이라고도 불리는 재판매보상청구권의 도입이다. 이는 미술품이 작가로부터 최초 판매된 이후, 재판매될 때 해당 미술품을 창작한 작가가 재판매 금액의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미술품은 복제가 쉬운 음반, 도서, 영상물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작가가 최초 판매 후 추가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술품의 가격은 작가의 평생에 걸친 창작 노력과 활동에 따른 명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작가의 명성에 따라 이후 작품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한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미술품의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한 창작자 권리보장 제도이다. 이른바 ‘추급권’은 고흐, 세잔 등의 미술품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됨에도 불구하고 창작자 및 그 가족이 빈곤하게 삶을 마감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응하고자 프랑스에서 1920년 처음 도입되었다. 재판매보상청구권은 작가 사후 30년까지 인정되며, 재판매보상금 요율은 작가 및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미술 서비스업 신고제도 마련
이번 ‘미술진흥법’에는 화랑업, 미술품 경매업, 미술품 자문업, 미술품 대여·판매업, 미술품 감정업, 미술 전시업 등 미술의 유통 및 감정과 관련한 다양한 업종이 제도권 내로 편입된다. 현재는 미술 서비스업이 별도의 제도 없이 자유업으로 운영되고 있어 관련 업종에 대한 지원이 어려웠다.
문체부는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미술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지원 대상을 파악할 제도적 기반이 부재하여 미술업계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쉽지 않았다. 이 제도의 도입으로 업계에 대한 짜임새 있는 정책 지원체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현재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관계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여 세부적인 신고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한 거래, 유통질서 조성 및 소비자 보호를 위해 미술 서비스업자가 준수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도 도입된다.
더불어 문체부는 이번 ‘미술진흥법’ 통과에 대해 ‘K-미술 생태계의 창작-유통-향유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강화할 주춧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올해 초 발표한 미술시장 규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미술품 유통액은 1조 377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2%가 급성장했다. 문체부는 미술시장 규모 발표 당시 미술시장의 높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법·제도 기반이 부족해 정책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미술진흥법이 조속히 제정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2022년 11월 14일, ‘미술진흥법’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며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한국미술협회, 민족미술인협회,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한국조각가협회, 한국미디어아트협회, 대학미술교육협의회, 국제미술교류협회, 서울미술협회, 한국화진흥회, 한국화여성작가회, 한국현대판화가협회, 파주아트벙커, 서울시미술관협의회, 대한민국현대구상화가협회, 극동예술연합, 한불조형예술협회, 한이조각가협회, 박수근연구소 등 모두 21개 단체와 기관이 참여한 가운데 공동 성명서를 낸 바가 있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