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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수천 년의 시간을 머금은 아시아의 칠공예
[박물관] 수천 년의 시간을 머금은 아시아의 칠공예
[서울문화인] 칠공예는 시간의 예술이다. 옻오름을 이겨내며 수개월에 걸쳐 옻나무에서 옻을 채취하고 정제하여 도료로 만드는 데는 수개월이 소요된다. 물건에 옻칠을 하는 것은 칠과 건조를 반복하는 인내의 세월이다. 작은 칠기 한 점에는 그 모든 시간의 흐름이 쌓여 있고, 짧게는 수십 년, 길게는 수천 년의 시간을 버티고 우리에게 전해져 오고 있다. 자연에서 어렵게 얻은 옻은 방수, 방충은 물론 물건의 내구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광택을 더하여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오늘날 우리 삶에서 칠기의 용도는 도자기나 금속제품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칠공예는 오늘날 공예의 한 축으로 여전히 자리 잡고 있다. 옻나무는 아시아 각지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중국, 인도, 티베트 등이 원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에 옻칠은 예로부터 옻나무가 자생하는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요한 공예품 제작 기술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옻나무는 기후에 따라 종류와 성분이 다르고, 옻칠은 습도가 80~90%의 습한 환경에서 건조되는 특성이 있어 각 지역의 특성에 기반하여 다양한 칠공예로 피어났다. 아시아의 옻칠과 칠공예 문화를 보여주는 특별전 ‘漆, 아시아를 칠하다’는 고대 우리나라의 칠공예 작품은 물론 아시아 각지에서 발전한 다양한 칠공예 기법을 살펴볼 수 있는 263점의 칠기를 선보인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1부 ‘칠기를 만나다’에서는 칠기와 옻칠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모자합(母子盒) 등으로 칠기가 도자기, 금속기와 함께 동시대 공예문화의 한 축을 이루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했음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칠기 제작 과정을 담은 재현품과 옻칠 정제 과정을 담은 영상도 만나볼 수 있다. 2부 ‘칠기를 꾸미다’에서는 칠기의 기본 장식 기법 세 가지를 알 수 있도록 전시하였다. 정제한 옻칠은 원래 색이 없는 도료로서 나무로 된 기물 위에 바르면 갈색빛이 난다. 그러나 옛 사람들은 옻칠에 산화철이나 진사 등을 섞어 검은색과 붉은색을 만들어 발라 색을 더했고, 이러한 색채 대비를 이용해 다양한 그림과 무늬를 그려 장식하였다. 우리나라 창원 다호리 유적 출토 칠기(삼한 1~2세기)의 검은색이나 중국 한나라 칠기의 다양한 무늬는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금이나 은 등 귀한 물질을 옻칠의 접착력을 이용해 붙여 꾸미는 기법도 등장하였는데, 7~8세기 동아시아에서 유행했던 평탈(平脫)기법(옻칠한 기물 위에 금은 판으로 만든 무늬를 붙이고 다시 옻칠을 한 후 갈아내어 무늬를 드러내는 기법)으로 발전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도 평탈 기법으로 제작한 통일신라시대 거울 등도 만나볼 수 있다. 3부 ‘개성이 드러나다’에서는 아시아 각 지역별로 발전한 칠공예의 종류를 알아본다. 한국에서는 나전칠기, 중국에서는 여러 겹의 옻칠로 쌓인 칠 층을 조각해 무늬를 표현하는 조칠기(彫漆器), 일본에서는 옻칠 위에 금가루를 뿌려 표현하는 마키에[蒔繪]칠기가 주로 제작되었다. 각 지역별 공간을 분리하여 이러한 특징을 뚜렷이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지난 2020년 일본에서 환수한 〈나전 칠 대모 국화 넝쿨무늬합〉이 최초로 일반에게 선보이며, 또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중국 상하이박물관 소장 중국 조칠기 삼십 여 점도 소개되고 있다. 4부 ‘경계를 넘어서다’에서는 지역과 계층을 넘어선 칠기의 변화를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후기에 이르면 사용 계층이 확대되고 길상무늬가 많아지며 베갯모 등 일상생활 용품까지 나전칠기로 제작된다. 일본과 중국에서 제작된 칠기는 17세기 이후 아시아라는 지역을 넘어 유럽으로 수출되며 ‘남만칠기(南蠻漆器)’등 새로운 모습의 수출용 칠기가 탄생하였고, 도자기와 함께 동양풍의 유행에 기여하였다. 더불어 오늘날까지도 칠기가 대표 관광 상품으로 제작되어 전 세계 각지의 사람들과 만나고 있는 미얀마의 칠 제품도 소개되고 있다. 전시의 마지막인 에필로그에서는 ‘오늘날의 옻칠, 그 물성과 예술성’이라는 제목으로 현대 옻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옻칠이 가진 도료 및 장식 재료로서의 물성, 칠공예의 역사와 예술성에 대해 오늘날의 시각과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수천 년의 시간을 버티고 우리에게 전해져 오고 있는 다채로운 아시아 칠공예의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022년 3월 20일(일)까지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영화] 한국형 새 히어로물 탄생하나. ‘머털도사’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
[영화] 한국형 새 히어로물 탄생하나. ‘머털도사’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
[서울문화인] 이두호 화백의 ‘머털도사’가 드라마 및 영화로 제작된다. 시각특수효과(VFX) 및 콘텐츠 전문기업 ㈜덱스터스튜디오(대표 김욱·강종익, 이하 덱스터스튜디오)가 영화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대표 홍정인, 이하 메가박스)과 만화 ‘머털도사’의 영상화 작업을 진행한다. 이두호 화백의 원작 ‘머털도사’는 만화 출간 및 1989년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MBC에서 방영, 54.9%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당시 뜨거운 인기를 모은 작품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한국형 히어로물로 영화, 드라마로 동시 제작 덱스터스튜디오는 “드라마 및 영화로 새롭게 재탄생할 ‘머털도사’는 한국형 히어로물로 원작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머털이와 누덕도사의 활약상을 그릴 예정”이라고 9일 밝혔다. 이에 1월 메가박스와 ‘영상화 기획·제작 및 사업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신규 프로젝트 공동 기획·개발 및 영화·드라마 제작을 약속했다. ‘기생충’, ‘승리호’, ‘오징어 게임’, ‘지옥’, ‘해적: 도깨비 깃발’ 등 지난 10여 년간 유수의 작품들을 통해 그 기술력을 증명해온 덱스터스튜디오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영화 공동 제작 및 영화·드라마의 VFX, DI(색 보정), 사운드 보정 등 후반 작업 전반을 책임진다. 아울러 드라마의 메인 제작도 담당한다. 그간 ‘신과 함께-죄와 벌’, ‘신과 함께-인과 연’, ‘백두산’, ‘모가디슈’ 등 다수의 영화를 제작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었으나 ‘머털도사’는 첫 드라마 제작이다. 덱스터스튜디오는 이를 계기로 콘텐츠 제작 플랫폼을 영화에서 드라마, OTT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덱스터스튜디오 김욱, 강종익 대표는 “메가박스와 함께할 첫 번째 프로젝트로 오랜 시간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은 ‘머털도사’를 선택하게 됐다. 탄탄한 스토리와 세계관 확장, 그리고 자사만의 기술력을 더해 원작 이상의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히어로물로 만들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콘텐츠 발굴 및 기획 역량을 강화해 영화, 드라마, OTT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두호 화백의 원작 ‘머털도사’는 1989년부터 다양한 채널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어 방영된 만큼 현재의 중년에게도 익숙한 캐릭터이다. 그럼에도 성인들에게는 어릴적 추억의 캐릭터란 이미지가 강하다. 더욱이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은 아동용’이라는 정서가 강하다. 아동 관객조차 많지 않은 한국 영화시장의 특성상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실사화 했을 때 얼마나 성인 관객에게 어필하고 흡수할지 기대해본다. [허중학 기자]
[전시] 파스텔톤의 봄날을 선물하는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전시] 파스텔톤의 봄날을 선물하는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서울문화인] 컬러 조정과 레이어를 사용하여 꿈같은 세상을 사진 속에 담아내고 있는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국내 첫 개인전이 더현대 서울 ALT.1에서 선보이고 있다. 리스본에서 태어나 포르투갈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테레사 프레이타스는 단순히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작가가 아닌, 실험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색채의 풍부함을 고찰하고 소재에 개념적으로 접근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생동감 있는 상상력을 활용해 자연, 여행, 건축, 꿈 등을 동화같이 혼합하여 연출하며, 마치 파스텔의 화려함으로 가득찬 영화 속을 걷는 것 같은 느낌을 살려내고 있다. “색은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Colour is the most important part of my work” - 테레사 프레이타스(Teresa Freitas) 이러한 테레사의 사진 작업은 현장에서 영감을 받을 때가 많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정 색깔과 건축 스타일이 있으며, 그러한 성취는 동일한 이미지에 파스텔 톤과 밝은 색조를 혼합하면서 얻어진다고 한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다는 테레사는 “저는 한국 예술에 담긴 유쾌함과 즉흥성을 무척 좋아한다. 이는 제 작품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고 믿는다. 또 제가 주로 사용하는 파스텔 색상 또한 한국의 시각적 전통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제 첫 전시회를 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어디 있겠어요?”라고 반문한다. <어느 봄날, 테레사 프레이타스 사진전 : Springtime Delight>은 ‘봄’을 주제로 기획된 전시로 꽃이 가득한 들판, 도심의 화사한 거리들과 같은 봄의 풍경과 봄날의 달콤한 꿈같은 순간들을 테레사 프레이타스만의 따뜻한 파스텔톤의 작품을 통해 ‘어느 봄날’의 감성을 담았다. 테레사는 “봄은 상징적인 의미가 가득한 계절이다. 흐리고 우울한 날씨에는 사진을 찍지 않는다. 새싹이 돋아나고, 화창한 날도 많은 봄은 사진작가에는 더할 나위 없는 계절이다. 특히 봄이 가져다주는 행복감과 기쁨이 있어 봄에 여행을 한다. 제가 집을 떠나 찍은 사진들은 대부분 봄에 촬영한 것들이다.” 또한 “어떤 나라를 여행하든 저는 햇빛이 선사하는 색채 효과를 사진에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빛의 양이 많아질수록 색의 명도와 채도는 높아진다.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들처럼 우리가 가진 인식의 기만적인 특징을 소환한다. 인식이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그리고 컬러는 시각적 인식뿐만 아니라 우리의 감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저는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밝고 긍정적인 색을 공들여 고른다. 이것이 내 작품 전반에 낙관이 스며들어 있는 이유이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직접 전시기획을 포함하여 비쥬얼 디렉터로서 적극적으로 참여, 작가 특유의 차분하면서 행복감이 느껴지는 파스텔톤의 작품 80여 점과 영상을 통해 팬데믹으로 해외여행이 쉽지 않은 요즘 꽃이 가득한 들판, 활기찬 도시 풍경, 세계 곳곳의 풍경을 봄날의 따스함과 화사함으로 담아 관람객에게 보여준다. 전시는 오는 4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입장료. 15,000원) [허중학 기자]
[전시] 이음 더 플레이스, 아트놈(ARTNOM) 개인전
[전시] 이음 더 플레이스, 아트놈(ARTNOM) 개인전
[서울문화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이음 더 플레이스가 2022년 첫 전시로 아트놈(ARTNOM) 개인전 <호호호 晧好虎>을 선보인다. 아트놈의 작품에는 수많은 충돌적 요소가 동시에 존재한다. ‘아트놈’이라는 예명에서 알 수 있듯, 작가는 한 가지 장르로 스스로를 규정짓는 것을 경계하며 권위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한국화를 전공했지만 디자이너적 시각, 동양의 민화를 서양의 팝아트로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작가의 작품에는 캐릭터와 브랜드, 민화의 아이콘화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각적 배려가 가득 담겨 있다. 물론 친근하고 유쾌한 작품들 속에는 시대적 통찰과 작가정신을 결코 배제하지 않는다. 아트놈은 “어떤 대상을 포장된 메시지로 규정짓기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내 작품의 중요 동기인 것 같다. 그 안에서 토끼소녀가 ‘가지’로, 말썽꾸러기 강아지가 ‘모타루’ 등으로 표현되지만, 사실 이들 캐릭터는 모두 나 자신의 여러 단면이다. 농담과 유희를 좋아하는 감수성에 대한 이야기들, 좋아하는 분들과 대화 속에서 만나는 나 자신의 성격 등이 작품해석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 <호호호>는 임인년 검은 호랑이해를 맞이하여 ‘밝을 호’, ‘좋을 호’, ‘범 호’를 사용하여 빛나고, 아름다우며, 용맹한 호랑이와 같은 기백으로 살기 바라는 새해 덕담은 물론 아트놈의 작품 속에 담겨있는 해학과 감수성을 ‘호호호~’라는 의성어의 중의적 의미의 표현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여성주인공들은 강인하면서도 융합적인 캐릭터들로, 이는 여권신장이 아닌 휴머니즘적 메시지를 담은 순수성에 의해 선택됐다. 예를 들어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의 여주인공이 희생을 감내하면서도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처럼, 내 작품들은 정치적 메시지이기보다 평화와 위안의 미학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음 더 플레이스(EUM THE PLACE)’는 1908년에 지어진 한옥에 마련된 갤러리로 2022년 올해 ‘일기일화(一期一畵)(지금 이 순간은 생애의 단 한 번의 시간이며, 지금 마주하는 이 그림은 생애 단 한 번의 인연)’를 주제로 일곱 작가들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아트놈 개인전 <호호호 晧好虎>는 오는 9일부터 3월 13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
[전시] 20세기 초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걸작을 만나다.
[전시] 20세기 초 러시아의 아방가르드 걸작을 만나다.
[서울문화인] 20세기 초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을 소개하는 <칸딘스키, 말레비치 & 러시아 아방가르드 : 혁명의 예술전>이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1, 2관에서 선보이고 있다.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기성 예술의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한 혁신적인 예술 운동이 일어났다. 그 범위는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등 미술만이 아니라 종래적인 모든 전통 형식을 정면으로 거부하려고 한 문학·연극·영화·무용 등에서도 적용되었다. 이를 통틀어 ‘전위미술(예술)’, 또는 ‘아방가르드’(프랑스어)라고 일컫는다. 아방가르드는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초현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팝아트 등 다양한 미술사조로 유행하였지만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스탈린 집권 이후 퇴폐미술로 낙인 찍혀 종식을 고하며, 이들 작품은 러시아 중부의 예카테린부르크 지방으로 격리되어 창고의 어둠에 잠들게 되었다. 그리고 소비에트연방(러시아) 시절에서는 사회주의 이념의 실현을 창작 정신의 근간으로 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이 주류로 정착하였다. 이는 소비에트연방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국가에서 오랫동안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는 단순한 현실의 재현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실천적인 반영을 목표로 이념을 선동하는 장르로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구사회에서 금기시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불씨는 꺼지지는 않았다. 독일의 바우하우스와 미국의 미술관들이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바통을 이어받았으며, 칸딘스키와 말레비치 그리고 로드첸코와 타틀린은 구미지역 미술사의 중심축을 이루는 거장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하였고 최근 2018년 영국 왕립예술원(Royal Academy of Arts)과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러시아 혁명 100주년을 맞이하여 대규모 전시들이 개최되었다. 이후 동구권의 헝가리와 체코 순회전도 성공리에 마쳤다. 이번에 소개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품들은 러시아의 국립미술관인 예카테린부르크 미술관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크라스노야르스크 미술관, 니즈니 노브고로드 미술관, 연해주 미술관 등의 소장품까지 모두 러시아 연방 문화부에 문화재로 등록 관리되고 있는 국보급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러시아는 50년대 이전의 러시아 미술작품은 문화재로 지정되어 반출을 엄격히 하고 있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 49인의 혁신적 회화 작품 75점 소개되는 이번 전시에서 눈여겨 볼 작품으로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바실리 칸딘스키가 러시아 활동 시기에 남긴 ‘즉흥’ 시리즈 중 세 점이 전시장을 찾았다. 추상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바실리 칸딘스키는 ‘즉흥’, ‘인상’, ‘구성’ 등의 시리즈로 유명하다. 또한,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선구자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대표작을 포함해 입체-미래주의 경향의 작품 2점과 함께 ‘광선주의’와 ‘신원시주의’로 유명한 미하일 라리오노프와 나탈리야 곤차로바의 작품들도 국내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 사진예술과 광고디자인의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되는 알렉산드르 로드첸코의 대형 회화작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전시 예술감독을 맡은 중앙대학교 김영호 교수는 “러시아 아방가르드는 퇴폐 예술로 낙인이 찍혔으나 50년 뒤에 미니멀아트로 부활한 역설적 창조의 예술 이었다”며 “1910~20년대 러시아의 전위적 예술운동은 한국의 추상미술과 단색화의 탄생에도 영향을 끼쳤다. 21세기 ‘문명사적 전환기’에 러시아 아방가르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전시는 오는 4월 17일까지 진행된다. (관람료: 성인 20,000/청소년 15,000원/어린이 13,000원) [허중학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2022년 공립미술관으로서 글로벌 문화경쟁력 신장
서울시립미술관, 2022년 공립미술관으로서 글로벌 문화경쟁력 신장
[서울문화인]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송현동 이건희기증관 건립업무협약(2021. 11.)을 맺음으로써 광화문을 아우르는 지역에 새로운 주요 국공립미술관 뮤지엄벨트가 형성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립미술관은 글로벌 문화경쟁력을 신장하고자, 올해 국제적인 지명도와 역사적 중요성, 대중적 인지도를 고루 확보한 권진규, 장-미셸 오토니엘, 키키 스미스, 백남준 같은 일련의 현대미술 거장들의 개인전과, 분관시대 아시아 미술기획전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먼저 해외 작가전으로 《장-미셸 오토니엘》전은 루브르박물관 첫 동시대미술 소장 작가이자 지난해 9월 개막한 프랑스 파리의 프티 팔레 개인전에서 큰 호응을 얻은 전시이며, 동시대미술사의 다양성과 개성의 아이콘인 《키키 스미스》개인전은 이미 널리 확보된 국내 팬층과 전문가들에게 동시대 거장들의 걸작을 만끽하는 기회를 선사할 예정이다. 또한, K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에 부응하고 뛰어난 한국현대미술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고 보다 많은 시민 관객에게 한국현대미술의 성과를 알리고자 권진규, 정서영의 개인전을 기획하였다. 2022년 의제-기관의제 ‘제작’, 전시의제 ‘시’ 서울시립미술관은 동시대 미술의 특성을 다양한 전시로 접근하고 보다 심층적인 연구를 위해 2019년부터 매년 기관의제와 전시의제를 설정해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2020년 의제 도입 첫해에 ‘수집’, 두 번째 해에 ‘배움’을 설정하여 미술관 정체성의 지표이자 정책과 태도의 갱신 지표로서 수집과 배움의 중요성을 환기하였다면 올해는 그간 축적된 의제사업 간 연속-융합선상에서 시대감성에 부응하는 의제로 기관의제는 ‘제작’, 전시의제 ‘시’로 설정하였다. 2022년 기관의제 ‘제작’은 대상의 속성과 이치를 이해하고 숨은 원리를 발견하여 감각, 지성, 행위의 공조로 대상과 또 다른 관계를 이어가는 행위로 이러한 관계 탐구와 관계 잇기의 과정으로서 제작의 면모를 탐험하기 위하여 서도호, 김범, 임흥순을 초대한다. 전시의제 ‘시’는 시적 결합을 의미한다. 미술에서 구체적인 재료와 개념, 형상, 서사구조, 언어와 문자, 음률 등의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내는 조형 실험으로 접근한 백남준, 정서영, 성찬경, 이규철, 강석호의 개인전을 통해 시적 절합의 경지를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2022년 7개 분관에서 8개로 확장 서울시립미술관은 현재 7개(서소문본관, 북서울미술관, 남서울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SeMA창고, 백남준기념관, SeMA벙커) 기관에서 2024년까지 총 10개 기관으로 확장된다.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올해 8월, 현대미술의 중요 자료와 기록을 수집, 보존, 연구하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평창문화로101)가 개관되며, 2024년에는 서울사진미술관(도봉구)과 서서울미술관(금천구)이 개관을 준비하고 있다. 미술아카이브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연동하여 아카이브 기반 전시, 교육, 연구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2017년부터 현재까지 22개 컬렉션 57,000여 건의 미술 아카이브를 수집했고 그 일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으며, 서울사진미술관과 서서울미술관은 개관에 앞서 사전프로그램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진행된다. 한편,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그간 숙원사업으로 머물러있던 남서울미술관(구 벨기에영사관, 사적 제254호)의 장애인 접근성 개선사업이 마침내 구체화된다. 남서울미술관은 엘리베이터와 휠체어 이동을 위한 경사로, 점자블록 설치를 골자로 하는 BF공사 시행을 추진한다. 또한 2023년 권진규 상설실을 마련을 계기를 통해 현대조각과 건축을 토대로 하는 분관을 추진한다. 또한, 서울시립미술관은 지난해부터 국가 지정 등록문화재 현상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서소문본관은 1928년 일제에 의해 경성재판소로 지어진 건물로 원래 대법원으로 사용되다가 1995년 대법원이 서초동으로 옮겨간 뒤 미술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축적·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서울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미술관 신규 통합 MI 개발 미술관 브랜드화를 위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미술관 신규 통합 MI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 그리고 올해 새롭게 개발된 서울시립미술관의 신규 MI를 공개했다. 신규 MI는 서울(Seoul)과 서울시립미술관(SeMA: Seoul Museum of Art)의 영문 첫 글자 S에 연결, 변화, 유연함의 가치를 담아 서울시립미술관이 ‘새로운 예술의 흐름, 새로운 S(New S)’를 만들어 가는 기관임을 담았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신규 MI는 서서울미술관이 개관하는 2024년까지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은 2022년을 도약기로 설정했다. 서울형 네트워크 미술관은 급변하는 세상과 함께 진화하는 미술관으로서 삶이 만나고 교차되는 순간과 경험을 함께 나누고 경험하는 미술관이다”라며 “서소문본관을 중심으로 각 분관이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새로운 미술관의 운영 모델을 제시 하겠다”라고 밝혔다. [허중학 기자]
[문화재] 공주 왕릉원 무덤, 중국 남조 출신의 기술자가 만들었다.
[문화재] 공주 왕릉원 무덤, 중국 남조 출신의 기술자가 만들었다.
[서울문화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임승경)가 지난해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29호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하면서 왕릉급 고분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 과정에서 무덤 입구를 폐쇄하는데 사용한 벽돌을 전량 수습하여 정리한 결과, ‘조차시건업인야(造此是建業人也)’라는 명문이 새겨진 벽돌을 새롭게 확인하였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구.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백제 웅진 도읍기(475~538, 지금의 공주)에 조성된 7기의 고분으로, 지난 1963년 1월 사적으로 지정되었으며 1971년 무령왕릉의 지석이 발견되면서 고대 왕릉 중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을 확인된 왕릉이다. 이곳의 무덤은 굴식돌방무덤(橫穴式 石室墳)과 벽돌무덤(塼築墳)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데, 이 중 벽돌무덤인 무령왕릉과 6호분에서는 글자가 새겨진 명문 벽돌이 이미 출토된 바 있어 당시 대외교류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비교 평가되고 있다. 이번 29호분 벽돌에서 확인된 명문은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것으로서 당시 제작자의 출신지가 기록된 매우 중요한 자료다. *굴식돌방무덤(횡혈식 석실분, 橫穴式 石室墳)은 판 모양의 돌을 이용하여 널(관)을 넣는 방을 만들고, 방의 한쪽에는 외부에 통하는 출입구를 만든 뒤에 흙을 덮어씌운 무덤이며, *벽돌무덤(전축분, 塼築墳)은 벽돌을 이용하여 일정한 양식으로 축조한 무덤이다. 새롭게 확인된 명문 ‘조차시건업인야(造此是建業人也)’는 ‘이것을 만든 사람은 건업인이다’로 해석할 수 있는데 ‘건업(建業)’은 중국 남경의 옛 이름으로 이것을 제작한 사람이 중국 남조의 남경 출신을 가리키는 것으로, 제작자가 외부인임을 증명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물론 당시 벽돌과 무덤의 축조가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았음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6호분 명문의 경우 ‘양관와위사의(梁官瓦爲師矣)’ 또는 ‘양선이위사의(梁宣以爲師矣)’으로 판독되었는데 이 명문에서 표기된 ‘양(梁)’은 중국 양나라(502~557년)를 가리킨다. 이번 29호분 명문을 통해 제작자의 출신지가 남조의 도성인 ‘건업(建業)’으로 확인되면서 두 고분의 명문을 통해 벽돌무덤이 중국 남조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제작에서도 중국 남조의 기술자들이 직접 참여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 29호분은 1933년 6호분에 이르는 통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루베 지온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이후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파견된 아리마쓰 교이치 등이 조사하여 굴식돌방무덤으로 밝혀졌으며, 네 벽에는 철룡, 백호, 주작, 현무 등 사신도가 확인되기도 했다. 6호분과 무령왕릉의 축조 순서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6호분이 더 늦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외에도 526∼536년 무렵 양나라에 파견된 외국인 사절을 그림으로 그려 해설한 ‘양직공도’(중국의 남경박물원(南京博物院) 소장)를 통해서도 백제가 중국 양나라와 교류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양직공도’에는 12국의 사신 그림과 기록이 남아 있는데 백제국사(百濟國使)에 관한 부분은 사신도와 7행 160여 자의 짧은 글로 구성되어 있다. 사신도에 그려진 백제 사신은 발을 약간 왼편을 향하여 나란히 하고 있다. 단아한 용모에 관(冠)을 쓰는 좌임(左衽)의 대수포(大袖袍)를 무릎을 약간 덮을 정도로 착용하고 그 아래에 바지를 입었으며, 검은 신을 신고 양손은 모은 채 가리고 있다. 이곳에 나타나는 백제는 한반도 남부 지역을 대표하는 나라임을 강조하여 국제적 지위를 인정받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변국가에 대한 영토확장 내지 영향력 확대의 야심을 드러내고 우월의식 특히 신라와의 대항의식을 대외적으로 과시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 당시 무령왕(백제 25대 임금, 462-523, 재외 501-523)은 영산강과 섬진강 유역 및 가야 접경지역에 대한 진출을 시도하였고, 더욱 확대해가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다. 당시 무령왕은 중국 양나라에 사신을 보내 백제가 다시금 강국이 되었음을 선언 ‘갱위강국更爲强國’ 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구. 공주 송산리 고분군)은 백제 웅진 도읍기(475~538, 지금의 공주)에 조성된 7기의 고분으로, 지난 1963년 1월 사적으로 지정되었으며 1971년 무령왕릉의 지석이 발견되면서 고대 왕릉 중 유일하게 무덤의 주인을 확인된 왕릉이다. 29호분은 1933년 6호분에 이르는 통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루베 지온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이후 조선총독부박물관에서 파견된 아리마쓰 교이치 등이 조사하여 굴식돌방무덤으로 밝혀졌으며, 네 벽에는 철룡, 백호, 주작, 현무 등 사신도가 확인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이번 확인된 명문은 고대사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백제 웅진기의 대외관계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명문에 대한 3차원 입체(3D) 정밀 분석 등을 시행하여 글자를 보다 명확히 판독하여 기록으로 남기고, 이를 토대로 백제시대 서체 복원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허중학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2022년 총 21개의 기획전시를 선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2022년 총 21개의 기획전시를 선보인다.
[서울문화인] 2022년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 4개관(과천, 서울, 덕수궁, 청주)에서 총 21개의 전시를 예고한 가운데 올해는 소장품전이나 중진·신진 예술가 집중 조명하는 연례프로젝트 이 외에도 동시대 이슈 심화 주제기획을 통한 사회와의 소통 강화하는 전시를 선보일 것이라 밝혔다. 또한, 올해는 백남준 탄생 90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과천관의 <다다익선>의 재가동을 앞두고 이를 기념해 2022년을 백남준을 본격적으로 재조명하는 원년으로 삼아 전시 외에도 학술,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더불어 국외 지역에 한국 근‧현대미술을 선보임과 동시에 국외 미술기관과의 연계 프로젝트를 통한 미술한류 확산을 꾀하겠다고 밝혔다. 먼저, 동시대의 첨예한 사회적 의제에 대한 예술적 통찰과 전망을 살펴보는 주제기획전으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희미해진 격변의 세상 속을 부유하는 개별자들의 작은 목소리를 통해 무엇을 ‘기억’하고 ‘애도’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하는 《나/너의 기억》(서울, 4월-8월), ▶최근 비대면 환경을 기반으로 확산한 배달(물류) 문화를 미술의 관점에서 조명하고 미술관의 실험적 확장을 모색하는 《전시 배달부》(청주, 7월-11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현대미술관이 가져야하는 태도와 실천을 각계 전문가와 함께하는 다학제 융합 프로젝트 《MMCA 다원예술 2022: 탄소 프로젝트》(서울, 6월-10월)를 통해 전 지구적인 의제로 떠오른 환경과 지속가능성의 문제를 살펴보고, 능동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한다. 이어 한국미술의 입체적 층위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는 대표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개인전과 기증작품전으로 ▶한국과 프랑스에서 활동한 조소예술의 거장 문신을 재조명하는 《문신 탄생 100주년 기념전》(덕수궁, 7월-10월), ▶1980년대 이후 사회참여적 예술 활동을 시작으로 물, 불, 흙, 쇠 등의 물질세계를 풍경과 결합한 근년작에 이르기까지 임옥상의 40여 년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임옥상》(서울, 10월-2023.3월), ▶<다다익선> 재가동을 계기로 전위적인 비디오아트의 영역을 개척한 백남준과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 영향관계를 조망하는 《백남준 효과》(과천, 11월-2023.2월), ▶최근 기증된 동산방컬렉션 195점 중 대표작을 선보이는 《MMCA 동산방컬렉션 특별전》(과천, 7월-9월)을 진행한다.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인정받는 국외 대표작가전 및 국외 미술기관과의 교류전을 추진한다. ▶디지털 시대, 글로벌 자본주의, 팬데믹 등 첨예한 사회 문화 이슈를 필름, 비디오, 다큐멘터리 영상과 저술, 비평 등을 통해 전 방위적으로 탐구해온 대가 히토 슈타이얼의 국내 최초 개인전 《히토 슈타이얼》(서울, 4월-9월),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연구기관인 독일 칼스루헤 미디어아트센터(ZKM)의 관장이자 문학, 철학, 영화, 퍼포먼스 등 1960~70년대 실험적인 예술언어를 통해 지각, 언어, 현실, 미디어 비판을 이어온 피터 바이벨의 국내 첫 개인전 《피터 바이벨》(서울, 12월-2023.3월), ▶한·중 수교 30주년 맞이 중국 국가미술관(NAMoC)의 대표 소장품을 통하여 중국 근‧현대미술을 소개하는 《20세기 중국미술》(덕수궁, 11월-2023.2월)을 개최한다. 소장품 및 특화장르 연구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사의 균형과 지평 확장을 모색하는 기획전으로 ▶전시장 문화에 흡수되지 않고 삶의 영역에 남아있었던 전통 채색화의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며 이들이 동시대 미술계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를 짚어보는 《생의 찬미》(과천, 5월~10월), ▶한국 현대디자인 및 시각문화 연구를 심화한 《꿈의 공간, 환상의 사물》(과천, 0월-2023.2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과 최근 기증작품과의 만남을 통해 근‧현대미술사 연구의 지평을 확장하는 《소장품 기획전_세기의 만남》(과천, 9월-2024.8월), ▶1980-90년대 수집된 국제미술 소장품을 세계화 맥락에서 살펴보는 《미술로, 세계로》(청주, 1월-6월)를 소개한다. 환경과 사회 시스템의 급변에 ‘예술’의 역할과 가치를 치열하게 탐구해온 예술가들의 도전과 실험적인 창작활동을 집중조명하는 프로젝트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작가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서울, 9월-2023.2월), ▶국립현대미술관의 대표 수상제도로 자리매김한 ‘올해의 작가상’ 10년의 성과를 조망하는 《올해의 작가상 10년: 열 번의 오늘》(서울, 10월-2023.3월), ▶다양성, 개방성, 확장성을 지향하는 젊은 작가들의 실험적인 프로젝트 공모 사업으로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2》(서울, 11월-2023.4월), ▶청주관 야외 공간을 활용하여 한국 신·중진 작가의 다양한 실험과 신작을 지원하는 《MMCA 청주프로젝트 2022》(청주, 8월-11월), ▶‘자연 속 미술관’으로서의 과천관 특성화에 맞춰 미술관 옥상을 예술, 생태적으로 재생하는 《MMCA 과천프로젝트 2022_옥상정원》(과천, 5월-2023.4월)을 선보인다. 한국 근대미술전 등 미술한류 본격 시동 다자간 교류를 통해 미술한류를 시도하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로 3개년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감각의 공간, 워치 앤 칠 2.0》(서울, 6월-9월)은 2021년 아시아 지역 미술관 협력에 이어 올해는 유럽, 중동, 아프리카로 주요 미술관 협력을 확장, 샤르자미술재단(아랍에미리트), 아키데스(스웨덴) 등 유럽, 중동, 아프리카 주요 미술관의 미디어 소장품 및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온라인 플랫폼에 공유하고, 관람객은 스트리밍 구독을 통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MMCA 현대차 시리즈 2021 : 문경원·전준호》 전이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은 국외 지역 한국 근‧현대미술 본격 전시 및 국외 미술기관과의 연계 프로젝트를 통한 미술한류 확산을 도모한다. 먼저 2018년부터 격년제로 ‘아시아 집중’ 기획으로 추진했던 ‘MMCA 아시아 프로젝트’가 올해는 독일에서 열리는 국제 미술행사 《카셀 도쿠멘타 15》(6월-9월)에서 국내 작가 및 디자이너 5인이 참여하여 관객 참여형 설치와 온·오프라인 연계 워크숍 등으로 선보이며, 미국에서는 한국 근대 시기를 주제로 《사이의 공간: 한국 근대미술》(미국, LACMA, 9월-2023년 2월)을 진행한다. 지금까지 한국 미술은 전통 유물이나 현대 작품 위주로 해외에 소개되었지만 근대 시기 중 일제강점기 예술에 중점을 둔 전시는 없었다. 이 전시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63점을 비롯하여 140여 점의 근대미술 대표작이 선보일 예정이다. [허중학 기자]
[박물관] 《훈민정음》의 역사를 따라 ‘한글’ 600년의 변천사를 살펴보다.
[박물관] 《훈민정음》의 역사를 따라 ‘한글’ 600년의 변천사를 살펴보다.
[서울문화인] 국립한글박물관(관장 황준석)이 개관 8년 차를 맞아, 상설전시실을 전면 개편했다. 2014년 10월 9일 한글날에 개관한 이후, 상설전시실이 부분적인 개편은 있었지만 전면 개편은 처음이다. 이번 새롭게 개편된 상설전시실은 한글문화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의 서문을 바탕으로 한글의 600년 역사를 풀어낸 전시로 한글이 만들어지기 이전의 문자 자료부터 현대의 한글 자료까지 191건 1,104점의 한글문화 관련 유물과 함께 벽면과 바닥면을 동시에 활용한 실감 영상, 인터렉티브북, 투명디스플레이 영상 등 다양한 ICT 미디어를 사용해 전시 내용을 직관적으로 전달하고, 노후화된 전시장 내 시설 및 로비 공간 전체를 개선하였다는 점이다. ‘한글’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유물은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훈민정음>(해례본)(1962년 12월 20일 국보 제70호로 지정, 1997년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이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간송미술문화재단에 소장돼 있어 그 실물을 보는 것은 쉽지가 않다. 비록 실물은 만나기 어렵지만 가장 먼저 전시장 도입부에 <훈민정음>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관람객을 맞이하면서 <훈민정음>은 총 33장(66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33장 원형의 이미지를 아크릴 모형으로 만들어 선형적으로 나열한 것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빛나는 길과 같이 보이는 <훈민정음> 조형물은 우리 글자가 없었던 어둠의 시대를 밝히는 빛인 한글을 상징하는 동시에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을 600년 전 ‘한글’ 창제의 서막을 알리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학창시절 한번쯤은 외웠던 ‘나랏말싸미 중국에 달아 문자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새’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것을 <훈민정음>의 첫 구절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세종이 꿈꾼 세상을 담은 <훈민정음>(언해본)으로 이것은 독립된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월인석보>라는 불교서적 권1의 맨 앞에 실려 있는 글귀로 세종이 쓴 서문과 새 글자의 모양 및 발음을 설명한 ‘예의(例意)’ 부분을 우리말로 풀이한 글이 실린 책이다. 참고로 ‘월인석보’는 수양대군, 훗날 세조가 어머니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고자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쓴 ‘석보상절’과 이를 본 세종이 석가모니의 업적과 덕을 칭송하여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합한 불교서적이다. 앞서 밝힌 국보 <훈민정음해례본>(간송미술문화재단)은 한글이 만들어진 배경과 원리를 설명하고, 한글의 실제 사용 예시를 기록한 책으로 전권 33장 1책으로 구성된 목판본이으로 본문에 해당하는 <예의(例義)> 부분은 세종이 직접 만들었으며 해설에 해당하는 <해례(解例)>는 집현전 학자(인지, 신숙주, 성삼문, 박팽년, 최향, 강희안, 이개, 이선로)들이 만들었으며, 한글이 아닌 한문으로 이뤄졌다. 세종이 직접 쓴 <훈민정음> 서문을 바탕으로 기획한 상설전시 이번 새롭게 개편된 상설전시관은 <훈민정음> 서문을 시작으로 ‘나라의 말이 중국과 달라(1부)’, ‘내 이를 딱하게 여겨(2부)’,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3부)’, ‘쉽게 익혀(4부)’, ‘사람마다(5부)’, ‘날로 씀에(6부)’, ‘편안케 하고자 할 따름이니라(7부)’ 등 총 7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는데 한글박물관은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이자 한글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훈민정음>을 바탕으로 한글의 역사를 풀어내고자 기획했다고 한다. 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중요 한글 자료로는 유가사지론(13∼14세기, 보물 제1886호), 선종영가집언해(1495년, 보물 제1163호), 간이벽온방언해(1578년, 보물 제2079호), 곤전어필(1794년, 보물 제2087호), 말모이 원고(1910년대, 보물 제2085호) 등의 보물 자료를 비롯해 무예제보언해(1714년, 서울특별시 유형문화재), 훈맹정음(1926년, 국가등록문화재), 송기주타자기(1934년, 국가등록문화재) 등 한글박물관이 소장한 다양한 문화재급 소장 자료와 함께 지난 2021년 6월 서울 인사동에서 출토된 15세기 한글금속활자 중 330여 점도 다시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한글은 우리가 매일 쓰고, 듣고, 말하는 언어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막상 조선시대 쓰여진 한글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이번 전시는 기존에 단순 책을 소개하는 방식을 넘어 우리가 쉽게 이해하기 어려웠던 한문과 당시 한글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쉽게 현재의 한글로 이해할 수 있게 조성되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조선의 22대 왕 정조가 쓴 한글 편지를 모아 놓은 정조한글편지첩과 양반 송규렴이 노비 기축이에게 쓴 한글 편지, 빌린 쌀을 갚지 못해 딸을 넘기겠다는 안타까운 한글 문서, 과부 정씨가 어사또에게 올린 한글 청원문, 궁서체의 정수를 확인할 수 있는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공주가의 한글 자료, 일제 강점기 발명가 최윤선이 한글 교육을 위해 만든 조선어 철자기,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원고’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유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에게 글을 단순히 본다는 것은 식상하게 느껴진다. 전시장 내에는 <훈민정음>의 전체 내용을 쉬운 현대말로 풀이한 정보를 볼 수 있는 영상과 한글의 창제 원리와 세종의 일대기를 살펴볼 수 있는 인터렉티브북(글자와 그림이 움직이는 책)이 설치되어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 외에도 조선 시대 여성들의 아름다운 한글 서체를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는 정보 영상, 제사상 차리는 법을 익히는 놀이판 ‘습례국’ 놀이와 한글 점책 <평생생일길흉법>으로 평생의 운수를 점쳐 볼 수 있는 체험 영상은 전시 관람에 재미를 더한다. 특히 주시경과 그의 제자들이 만든 국어사전 원고인 ‘말모이원고’와 투명디스플레이로 연출한 영상은 유물을 보다 새롭고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글이란 그 민족의 영혼이자 그 민족의 삶을 고스란히 녹여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의 글 ‘한글’은 우리민족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창제자가 알려진 유일한 문자라는 점에서 우리는 자부심을 느껴도 된다. 특히 세종이 만들었던 스물여덟 개의 글자는 오늘날 스물네 개가 되었지만 그 스물네 개는 무한의 말을 생성해 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어느 때 보다도 한글이 급속히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착 우리는 교실 밖을 벗어나면서 무관심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어느 언어보다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 한글이 다음 세대에는 또 어떻게 변화하고 달라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한글을 사용하는 주체인 우리의 두 손에 한글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 함께해 온 살아 있는 존재인 ‘한글’을 조명한 이번 전시를 통해 <훈민정음>에 담긴 세종의 위대한 문자 계획이 현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이고 또 한편으로 우리가 어떻게 아름답게 가꿔 나가야 하는 문자인지 생각게 하는 전시가 아닌가 싶다. [허중학 기자]
[전시] 도윤희 작가, 내면에 쌓였던 삶의 풍경을 추상의 지두화로 표현하다.
[전시] 도윤희 작가, 내면에 쌓였던 삶의 풍경을 추상의 지두화로 표현하다.
[서울문화인] 갤러리현대에서 도윤희 작가의 개인전 《BERLIN》을 선보이고 있다. 도윤희 (1961년 서울 생)작가는 40여 년 동안 시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한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화가로 지난 2007년 스위스 갤러리바이엘러(Galerie Beyeler: 20세기 최고 화상/아트 바젤 설립자인 에른스트 바이엘러가 설립한 갤러리)에서 아시아 작가로는 최초로 개인전을 개최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눈에 띄지 않고 숨겨져 있거나, 낯선 삶의 파편과 구석, 가려진 뒷면, 즉 우리가 볼 수 있는 어떤 현상 이면에 숨겨져 있는 것들을 섬세한 회화 언어로 표현해 내고 있다. 《BERLIN》전에 선보이는 40여 점의 작품은 2016년부터 2021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도윤희의 과감한 도전과 파격적 변신을 선명하게 담고 있다. 먼저 1층 전시장에 소개되는 7점의 작품은 작가가 베를린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으로 이 작품들은 2015년 《Night Blossom》 전시로 변신을 꾀한 작가가 한 단계 전진하는 과정에서 완성된 서정성을 간직한 초기 모델들이라 할 수 있다. 이어 지하 전시장에는 베를린과 서울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작품들로 화면의 촉각적 질감과 색채의 향연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으로 2층 전시장은 팬데믹 이후 대다수 서울에서 작업한, 높이 3m 이상의 대형 작품과 최근작으로 채워졌다. 2011년 갤러리현대와의 첫 개인전 《Unknown Signal》에서 작가는 세포나 화석의 단면, 뿌리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이미지를 흑연으로 그리고 위에 바니쉬를 반복적으로 칠해 올리는 작품을 발표하면서 ‘읽을 수 없는 문장’, ‘눈을 감으니 눈꺼풀 안으로 연두색 모래알들이 반짝인다’, ‘살아있는 얼음’, ‘어떤 시간은 햇빛 때문에 캄캄해진다’ 등 한 편의 시구와 같은 문학적 제목을 더해, 쓴다와 그린다는 행위 사이에 놓인 회화를 고민하며, 생명의 본질과 근원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작품을 선보였다. 이후, 2012년 도윤희는 회화의 특정 방법론에 고착되길 거부하고 새로움을 갈구하며 베를린 동쪽에 스튜디오를 마련하면서 그는 이러한 물리적인 이동을 통해 베를린만의 데카당스함(지성보다는 관능에 치중, 죄악과 퇴폐적인 것에 더 매력을 느껴 암흑과 문란 속에서 미를 찾으려 함)과 기괴한 무거움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리고 2015년 갤러리현대에서 열린 개인전 《Night Blossom》에서 그 첫 결과물을 공개했다. 당시 작가는 작품 제목을 모두 ‘무제’로 정한 것은 이전 작업에 영감이 되었던 문학적 요소와 결별을 암시하는 것이자 2000년대 중반부터 사용을 억제했던 색을 받아들이기 시작을 알렸다. 더불어 이미지를 캔버스로 구체화해 옮기는 과정에서 연필이나 붓이라는 전통적 미술 도구를 벗어나 보다 원시적 수단인 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손의 감각에 의지하며, 손의 적극적인 사용은 캔버스와 작가 내면의 물리적 거리를 좁혔다. 그러자 실재하지 않지만, 작가의 내면에는 이미 존재했던 세계가 캔버스에 모습을 드러낸다. 화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피어나오는 형형색색의 환상적 이미지를 통해, 작가는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색채’, 나아가 ‘밤이 되어서야 드러나는 세계의 이면’을 제시했다. 《Night Blossom》 이후 7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 《BERLIN》에서 도윤희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회화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작가는 회화의 기본적 언어이자 재료인 색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의 물성을 더욱 되살렸다. 이전 전시에서 작가는 뭉게구름처럼 퍼져 가던 얕은 층위의 물감은, 색 덩어리로 강렬한 물질성을 획득하고 생명체처럼 육감적인 질감을 지니고 있다. 거침없는 선과 색 덩어리가 쌓이고 뒤섞여 형성한 다층적인 레이어들 사이에 구멍을 뚫어 빈 공간을 마련하는 등 익숙한 회화의 모습과 다른 매혹적인 미감을 선사한다. “추상은 환상이 아니에요. 환상, 몽상, 상상 같은 게 아니고 인식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실체를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은유적으로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것!” 이번 전시의 작품은 개개인의 감정이나 기억속의 이미지들이 다르듯 작품은 형형색색의 꽃다발이나, 해 질 녘 강변의 쓸쓸한 잔상처럼 다양하게 다가온다. 작가에 따르면, 이 화면들은 그가 평생 경험한 다양한 시공간이 내면에 쌓였다가 이제서야 모습을 드러낸 추상적 풍경이라 말한다. 작가는 시시때때로 자신의 눈앞에 아른거리는 찬란한 빛과 소용돌이치는 색들, 부유하는 형태가 증발해버리기 전에 재빠르게 붙잡기 위해, 캔버스 앞에서 마치 육탄전을 벌이듯 손, 붓, 부러진 붓의 모서리, 유리병, 망치 등 도구를 가리지 않고 활용한다고 한다. ‘그림을 그린다’는 전통적 행위를 넘어 물감 덩어리을 만지고, 주무르고, 찍고, 쌓고, 선을 긋는 등 역동적 제스처를 통해 새로운 추상의 세계를 제시하는 이번 도윤희 작가의 개인전은 오는 2월 27일(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