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영화 <미스와이프>는 출세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며 자신만을 위해 살아가는, 이기적이지만 잘나가는 싱글 여변호사가 갑작스런 사고로 한 달간 어린 남매를 둔 아줌마로 환생해 겪는 좌충우돌 코믹드라마이다.
어릴 때 원양어선 선원인 아버지가 해난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연우(엄정화)를 키우기 위해 고생하시다가 병으로 돌아가신다. 아버지의 사랑을 느끼지 못한데다 어머니마저 고생하시다 돌아가셔서 남자에 대한 비뚤어진 사고를 갖게 된 연우는 고생 끝에 서울대 법대에 입학하고 사법고시마저 합격한다. 잘나가는 로펌 변호사로, 대기업의 고문변호사 자리를 꿰차며 뉴욕 발령을 기다리고 있지만 연우는 39살 싱글이다. 그러나 우연한 천계의 실수 때문에 예정에 없이 일찍 천계에 올라가는 사고가 생기게 되고, 천계에서 다시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 달 동안만 하루엄마로 살아가게 된다.
스토리를 보면 이미 익숙한, 죽어서도 놓지 못하는 자식사랑, 영혼체인지 등을 다룬 영화로 그리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영화는 엄정화라는 여배우를 통해 기존과는 다른 맛을 보인다. 허영 덩어리 변호사 연우와 짠순이 하루엄마 연우의 캐릭터는 도저히 겹칠 수 없는 극과 극의 캐릭터로, 여기에서 엄정화의 진가가 드러난다. 강효진 감독의 선택이 탁월했다는 것을 증명하듯 엄정화는 다행스럽게도 극과 극의 캐릭터를 모두 잘 소화해 낸다. 사실 엄정화는 이미 많은 영화를 통해 싱글 여성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뿐만 아니라 엄마로서, 커리어우먼으로서의 역할 등을 훌륭하게 연기한 바 있다.
여기에 아빠로 변신을 시도한 송승헌의 능청스런 연기, 그리고 생각지도 않게 깊은 내면 연기를 서툴지 않게 잘해준 서신애와 엄마 연우의 마음에 금이 가게 한 사랑스러운 마스코트 정지훈이 정말 능청스러웠고, 수다스런 연우의 친구 아줌아 라미란의 감초연기도, 마지막 엄청난 반전을 숨기고 있는 천계의 이소장 김상호의 절묘한 웃음코드도 즐거웠다
한편, 영화는 코미디라 했지만 말 그대로 코미디는 아니다. 연우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개과천선하는 휴먼드라마에 더 가깝다. 잘생겼지만 너무 일찍 엄마가 된 아내를 위해 대학을 그만두고 구청공무원이 된 남편 성환(송승헌), 사춘기 중2병을 앓고 있는 큰 딸 하늘(서신애)과 이상하리만큼 너무 착한 아들 하루(정지훈)와의 한 달 삶은, 연우가 어린 시절 느끼지 못했던 가족간의 사랑을 되살려 주었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 변호사 연우가 아닌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연우로 바꿔주니 말이다.
강효진 감독은 “출세를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며 자신만을 위해 살던 이기적인 한 여자가 가족과 이웃을 사랑하는 캐릭터로 변모해 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고자 했다”고 한다. 다소 지루하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감동적이기도 했던 영화가 감독의 의도대로 잘 만들어 졌는지 직접 확인하기 바란다. 다만 영화를 끝까지 봐야만 그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는 8월 13일에 개봉하고,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25분이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