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독일 하멜른 지방에 내려오는 전설로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The Pies Piper of Hamelin)’가 있는데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하멜른에는 쥐가 너무 많아 음식을 훔쳐 먹고 사람들도 공격해 마을사람들이 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어느 날 초췌한 차림의 마법 피리를 부는 악사가 하멜른에 찾아왔고, 그는 시장에게 쥐들을 없애 줄테니 금화 천 냥을 달라고 요구하고, 쥐들을 강물에 빠뜨려 죽인다. 일이 끝난 후 시장은 마음을 바꾸고 돈의 일부만 주면서 마을에서 악사를 내쫓았다. 악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시장과 주민들에게 화가 나서 피리로 아이들을 이끌고 외딴 동굴로 들어갔으며, 다시는 악사와 아이들을 볼 수 없게 된다.
영화 <손님>은 ‘손 없는 날’의 토속신앙을 독일 하멜른 지방에 내려오는 ‘전설 피리 부는 사나이’와 합쳐 독특한 상상력으로 각색하여 만든 판타지 호러 영화이다.
영화는 1950년대 한국전쟁이 끝난 후 지도에도 없는 산속마을이 배경이다. 피리를 불면서 약장사를 쫓아다니던 절름발이 우룡(류승룡)은 폐병에 걸린 아들 영남(구승현)을 고치려 서울로 향하던 중 길을 잃고 방황하다가 우연히 한 산속마을을 발견하고 촌장(이성민)에게 하룻밤 묵어가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촌장의 아들 남수(이준)가 탐탁지 않게 생각하지만 촌장은 지나가다가 잠시 들른 길손에게 매정하게 할 수 없다며 전쟁을 끝났음을 말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쉬어갈 수 있게 허락을 한다.
다음 날 우룡은 동네에 쥐떼가 들끓는 모습을 보고 호의에 보답하고자 촌장에게 자신이 쥐떼를 없앨 수 있다고 하며 약장수 따라 다니며 배운 민간약과 동물들이 따르는 이상한 피리로 쥐떼를 유인해 마을에서 쫓아내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촌장은 쥐떼를 몰아내주면 아들의 약값으로 소 한 마리 값을 내겠노라 하던 약속을 저버리고 우룡과 아들을 짓밟으며 매몰차게 마을에서 쫓아낸다.
영화는 예기치 않은 방문객이 반가운 길손일지, 사람의 일을 방해하러 다니는 무서운 존재가 될지는 사람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약속을 어기면 반가운 손님이 무서운 손님이 되고 돌이킬 수 없는 공포를 만들어 내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약속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즉 영화에서 촌장이 한 선택으로 우룡에게 마을의 숨겨진 과거가 조금씩 드러나게 되고, 과거의 약속을 어긴 결과와 현재의 약속을 어긴 결과가 합쳐져서 만들어지는 극한 공포가 영화의 주제를 일깨운다.
독특한 소재에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를 이끌었다. 마을의 대표인 촌장으로서의 인자함과 과거를 숨기고 마을을 지키려 차갑다 못해 음산함을 동시에 잘 표현한 촌장역의 이성민의 연기도 좋았고 거리의 악사가 되어 피리를 불며 아들을 돌보는 우룡의 연기도 괜찮았다. 또한 쥐떼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해 주민들에게 타박 받으면서도 아버지 뒤를 이어 촌장이 된다는 야심으로 가득 찬 남수를 연기한 이준도, 무당이 될 것을 강요받으며 마을에서 버티는 선무당 미숙역의 천우희도 역시 맛깔났다.
하지만 독특한 소재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일까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긴장이 풀린다. 어울리지 않게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코드는 긴장을 깨트리고 마지막에 아들의 죽음을 이용한 반전도 너무 식상하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집단으로 광기 어린 연기를 할 때 이유와 설명이 다소 부족해 개연성이 와 닿지 않았고, 1950년대를 표현하기에는 사건배경과 인물들의 행동이 잘 버무려지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과연 김광태 감독에게 관객들이 반가운 손님이 될지 무서운 손님이 될지 자못 기대된다.
영화는 7월 9일 개봉하고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7분이다. [김종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