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본부장 나명하)는 지난 14일 문화재위원회(사적분과) 보고를 거쳐 광화문 현판 바탕은 검정색, 글자는 동판 위에 금박으로 재제작하고 단청안료는 전통소재 안료를 사용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광화문 현판은 2010년 목재에 틈이 생기는 ‘갈램’ 현상 발생해 교체가 결정되면서 문화재청은 현판 재제작을 위한 재제작위원회와 색상과 관련한 자문위원회 등을 구성해 광화문 현판의 규격과 글자 크기, 현판 색상, 글자마감(동판 위 금박) 등에 대한 고증‧시공방안을 새롭게 전면 검토해왔다.
그러던 가운데 나선화 청장이던 2016년,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에서 광화문 사진이 발견되었다. 당시 문화재제자리찾기가 공개한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 광화문 사진 속 현판은 기존까지 고증 근거자료가 되었던 국립중앙박물관과 일본 동경대 소장 유리건판 사진의 현판이 바탕색보다 글씨 부분이 더 검었던 것과는 달리 바탕색보다 글씨 부분이 더 밝게 나타나고 있어 색상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2018년 경복궁 현판 색상 오류에 대한 주장이 추가로 나왔다. 김민규(동국대학교 미술사학과 박사과정 수료) 씨가 2018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매년 발간하는 ‘고궁문화 11호’에 게재된 「경복궁 영건일기와 경복궁의 여러 상징 연구」 논문에서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던 일본 와세다 대학교 소장 경복궁 영건일기 총9권의 내용을 분석하여, 경복궁 현판 3건의 색상과 단청 문양 1건이 현재의 현판 색상․단청문양과 비교해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와세다 대학교 소장 경복궁 영건일기 9건의 기록 시기는 1865년(고종2) 4월부터 1868년(고종5) 7월까지로 현판ㆍ석조물 등 영건 내용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저자가 오류가 있다고 주장하는 곳은 경복궁의 광화문․건춘문․영추문 현판 3건과 영추문 홍예 천정 단청문양 1건이다.
『경복궁영건일기』에는 광화문, 근정전 등 주요 전각의 현판 제양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경복궁영건일기』 권7 1867년 4월 21자에 교태전과 강녕전의 현판을 ‘묵질금자(墨質金字, 검은 바탕에 금색글자)’라고 하고 세주細註에 “각 전당은 모두 흑질(黑質, 검은바탕)로 했으며, 불을 제압하는 이치를 취한 것이다各殿堂 皆爲墨質, 取制火之理.”라고 되어 있다.
『경복궁영건일기』에 기록된 전각의 현판 제양을 살펴보면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교태전, 강녕전, 근정문, 건춘문, 신무문 등이 모두 현판 바탕이 검은색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전각들이 화재에서 무사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검은 바탕으로 현판을 칠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또 『경복궁영건일기』에 기록된 현판 제양制樣은 현재와 다른 것이 많아서 주목된다. 광화문은 원래 검은바탕의 금색 글자인데 현재는 흰바탕에 검은 글씨로 되어 있다. 근정문은 1867년 4월 22일에는 묵질분서(墨質粉書), 8월 21일에는 묵질금자(墨質金字)로 기록되어 있으며, 현재는 검은바탕에 금색 글자로 되어 있다. 건춘문의 경우 검은바탕에 녹색綠色 글씨였지만 현재 검은바탕에 흰글씨로 되어 있으며, 영추문은 흰바탕에 검은글씨였으나 현재는 검은바탕에 흰글씨로 달라진 것을 유리건판사진과 『경복궁영건일기』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광화문 등 경복궁의 일부 현판이 『경복궁영건일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현판의 글씨를 금색으로 한 것은 광화문, 근정전, 경회루, 교태전, 강녕전 등 인데 제작 방법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는 것이 『경복궁영건일기』에 기록되어 있다. 먼저 광화문과 근정전의 현판은 동판銅板을 글씨 모양으로 자른 뒤에 금을 칠한 것이다. 광화문 현판은 동銅으로 획을 만들고, 10품금品金 4량兩으로 거듭 칠한 것이며, 은장銀匠 김경록(金景祿), 최태형(崔泰亨), 김우삼(金友三) 등이 원납願納한 것이다.42 근정전의 현판도 동편銅片으로 획을 만들고 엽자금葉子金 3량兩 8전箋 8푼分으로 거듭 칠한 것이다. - 김민규, 「경복궁 영건일기와 경복궁의 여러 상징 연구」 논문에서
재제작 광화문 현판 색상과 글자마감 등의 원형고증과 제작방침은 미국 스미소니언 박물관 소장 고사진(1893년경)과 지난해 발견된 일본 와세다대학교 소장 ‘경복궁 영건일기’(1902년)를 참고하여 진행하여 지난해 1월, 광화문 현판의 원래 색상이 검은색 바탕에 금박 글자임을 밝혀내었다. 이후, 사용할 단청 안료에 대해서 전통소재 안료와 현대소재 안료 중 어느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정하기 위해 1개의 시범현판에 반반씩 2개의 시범단청을 나누어 칠한 후 점검을 해왔다.
재제작하는 광화문 현판에 사용할 단청안료 선정을 위하여 국립문화재연구소(복원기술연구실)의 협조를 받아 지난해 4월부터 올해 4월까지 총 10차례에 걸쳐, 전통소재 안료와 현대소재 안료를 사용한 시범단청에 대한 사전점검을 시행하였다. 그 결과, 전통소재와 현대소재 둘 다 대부분의 색상에서 변색과 미세균열 등이 부분적으로는 발생하였으나, 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다만, 전통소재 안료 중 주홍색과 황색은 현대소재에 비하여 변색과 탈색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는 전통소재 안료가 갖는 재료적인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주기적인 점검과 유지·보수를 통하여 관리할 계획이라 밝혔다.
또한, ‘경복궁 영건일기’에 기록된 것처럼 광화문 현판 글자 마감 재료인 동판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근래에 현판 동판을 제작해 본 경험이 있는 장인이 없는 점을 고려하여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시범제작을 했다. 두석장(국가무형문화재 제64호, 가구에 덧대는 금속장식을 만드는 장인) 보유자 박문열 씨가 문화재수리기능자 박갑용(도금공) 씨와 함께 제작했으며, 동판으로 글자를 실제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했다. 참고로, 현재까지 궁궐 현판에 동판을 사용하여 마감한 사례는 경복궁 근정전과 덕수궁 중화전 정도에 불과하다.
광화문 현판은 이미 각자 작업까지는 마친 상태로, 일단 올해 하반기까지 이번에 결정한 안료와 색으로 채색하는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며, 이후에는 현판 상태에 대해 지속적인 점검을 할 것이다. 새 현판을 광화문에 내거는 공식적인 교체 예상 시기는 2020년 이후로, 정확한 날짜는 광화문 현판의 상징적인 의미가 부각될 수 있는 날로 선정하여 추후 발표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