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1902년 음력 11월 8일 고종의 즉위 40주년과 나이 60을 바라보는 망륙(望六)인 51세를 기념하기 위한 잔치 ‘임인진연’가 오는 8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
‘임인진연’ 당시 황태자(순종)가 다섯 차례에 걸쳐 간청한 끝에 성사된 행사였으며, 500년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시기를 포함한 마지막 궁중잔치로 기록돼 있다. 특히 ‘임인진연’은 급변하는 개화기에 국제적으로는 황실의 위엄을 세우고 내부적으로는 군신의 엄격한 위계질서를 보이는 국가적 의례를 선보임으로써 자주 국가 ‘대한제국’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이번 ‘임인진연’(연출 박동우, 출연 국립국악원 정악단‧무용단)은 올해 임인년을 맞이해 대한제국의 찬란한 궁중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한 공연으로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이번 공연을 위해 당시 진연(進宴, 궁중에서 베푸는 잔치)의 상세 내역이 기록된 ‘진연의궤’와 ‘임인진연도병’ 등 기록 유산을 바탕으로 되살린다. 연출과 무대 디자인은 홍익대학교 박동우 교수가 참여해 내진연이 거행되었던 덕수궁 관명전을 ‘도병(圖屏, 그림 병풍)’에 남겨진 모습으로 무대 위에 재현한다.
특히 주렴(朱簾, 붉은 대나무발)과 사방으로 둘러쳐진 황색 휘장막 등을 활용해 황제의 공간과 무용, 음악의 공간을 구분해 실제 진연의 사실감과 생생함을 높일 예정이며, 전통 방식으로 꾸며진 공간에서 선보이는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의 공연 구성은 황제에게 일곱 차례 술잔을 올린 예법에 맞춰 선보인다.
궁중무용으로는 봉래의, 헌선도, 몽금척, 가인전목단, 향령무, 선유락이, 궁중음악으로는 보허자, 낙양춘, 해령, 본령, 수제천, 헌천수 등 황제의 장수와 나라의 태평성대를 기원한 화려하고도 품격 있는 궁중예술의 정수로 무대를 꾸민다.
특별히 이번 무대는 궁이 아닌 극장에서 공연으로 선보이는 만큼 객석을 황제의 어좌로 설정해 관객이 황제의 시선에서 진연을 마주할 수 있도록 시야를 설정하였다. 특히 음악과 무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복잡하고 긴 의례와 음식을 올리는 절차 등은 과감히 생략해 진연을 공연 예술로 접할 수 있도록 80분짜리 공연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공연의 연출은 뮤지컬 ‘명성황후’, ‘서편제’ 등 그동안 무대미술을 해온 박동우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박동우 연출은 “대한제국이라는 시대적 정서와 궁중예술의 아름다움을 전통 방식으로 무대에 재현하고자 했다.”, 이어 “120년 만에 하는 공연인 만큼 가급적 재현에 중점을 뒀다. 창작요소를 가미할 수도 있겠지만 가급적 도병, 의궤 등 나오는 기록 잘 살펴서 재현했다.”고 설명하며, “1904년 덕수궁에 큰 불이 나면서 당시 임인진연이 있던 관명전도 불탔다. 그런데 의궤와 도병이 살아남았다. 진연 의궤에 상에 올린 떡의 개수와 높이, 종류까지 정리돼 완벽하게 남아 있었다.”며 당시 기록원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보냈다.
또한, “황제의 시선으로 구성한 이번 공연을 통해 많은 관객들이 궁중예술의 멋을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120년 전 자주 국가를 염원했던 대한제국의 찬란한 궁중문화를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소중한 문화유산의 가치와 문화를 통한 화합의 정신이 널리 전해지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립국악원은 8월 예악당 공연 이후,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협의를 거쳐 120년 전 임인진연이 실제로 열렸던 덕수궁 안에서 다시 재현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라 밝혔다.
국립국악원의 ‘임인진연’은 8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8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주중에는 오후 7시 30분, 주말에는 오후 3시에 진행한다. 공연 예매는 국립국악원 홈페이지(www.gugak.go.kr)과 전화(02-580-3300)로 가능하다. S석 5만원, A석 3만원, B석 2만원이다. (문의 02-580-3300) [권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