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인] 서용선 작가의 《서용선: 내 이름은 빨강》 전시와 함께 아트선재센터 3층 스페이스2에서 이탈리아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아킬레 보니토 올리바(Achille Bonito Oliva, 1939)의 기획으로 이탈리아 외교협력부 소장의 이탈리아 미술 컬렉션을 지칭하는 ‘파르네시나 컬렉션’ 전을 만나볼 수 있다.
‘파르네시나 컬렉션’은 새롭게 이전한 이탈리아 외무부 청사(파르네시나 궁. 1939년에서 1943년 지어진 건물)의 내부를 채우기 위해 소장하게 된 컬렉션으로 2000년 당시 외교협력부 사무총장이었던 움베르토 바타니(Umberto Vattani)의 주도로 동시대미술 연구를 통한 문화 정책 전략의 일환으로 설립되어, 각 분야의 전문 위원회를 구성하고 1950년대와 1960년대 이탈리아 현대미술작품을 시작으로 20세기 전반에 걸친 컬렉션을 선별, 구성되었다. 이 컬렉션은 특이하게 외교부가 구매하여 소장한 작품이 아니라 대여형식으로 이뤄졌다.
움베르토 바타니(현, 베니스 국제대학 총장)는 “외무부에는 예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예산이 책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1793년 루이앙투안 드 생쥐스트가 제헌의회에서 제정한 ‘공화국은 예술과 천재를 존중한다’는 명제를 확장한 이탈리아 헌법 9조가 우리의 제도적 주도권을 정당화할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다만 그것의 구현 방법을 찾아야만했다. 결국 우리는 대여 계약이라는 해결책을 찾았다. 외무부에 전시된 작품은 작가 또는 작품대여 기관의 재산으로 그대로 남게 되었다.” 며 그는 “우리는 작품들이 외무부의 공간과 벽을 영구적으로 차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대여 계약을 통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파르네시나에 들어오는 작품들이 있는가하면, 몇 년 후에 대여 기관에 반환되는 작품도 있다. 그래서 끊임없이 바뀌는 컬렉션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현대 미술 분야 홍보의 일환으로 ‘파르네시나 컬렉션’ 가운데 20세기와 21세기 작품 중 엄선된 걸작으로 움베르토 보초니(Umberto Boccioni)의 미래주의 청동 조각 ‘공간에서 연속하는 단일한 형태’,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Michelangelo Pistoletto)의 에트루리아인 동상에 금박을 입힌 청동 조각 설치 ‘에트루리아인’ 등 전 세계 유명 박물관·미술관에서 전시되어 온 작품을 비롯하여 63인의 70여 점으로 구성되었다.
이들 작품은 미래주의, 추상미술, 앵포르멜, 팝 아트 및 키네틱 아트, 개념 미술, 아르테 포베라, 트랜스아방가르드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 예술의 정체성과 더불어 이탈리아의 동시대적 유산을 보여준다.
또한, 작품은 시대순이 아닌 주제별 큐레이션을 통해 서로 다른 표현 양식 간의 균형, 역사와 지리, 20세기의 감수성과 현대성을 향한 추진력, 친밀과 대립, 환경과 이민 문제, 새로운 형태의 빈곤, 대화와 연계를 아우르는 다양한 비전을 보여준다.
개막에 앞서 페데리코 파일라(H.E. Federico Failla) 주한 이탈리아 대사는 “전시작들은 변화와 기억의 여정에서 이탈리아 현대미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창조적 추진력과 에너지를 보여준다. 변화와 기억은 한국 현대 미술사의 중심이기도 하므로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동시대에 창조된 한국 작품들과의 유사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어 “이탈리아와 한국은 공통적으로 20세기 전반기에 걸친 수십 년간의 고통에서 벗어나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오늘날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과 민주주의의 선도국이 되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이번 전시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되는 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열정을 공유하는 양국의 우호 관계를 더욱 굳건히 다지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이탈리아 외교협력부의 협력하에 주한이탈리아대사관, 주한이탈리아문화원, 아트선재센터의 주최로 오는 8월 20일까지 진행된다. [허중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