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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올여름은 무더위와 가뭄, 그리고 지금은 때 아닌 폭우로 한반도가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부안은 폭우도 빗겨가고 부안의 많은 보와 저수지에는 다른 지역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풍부한 저수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십승지지 땅 부안이 현재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말이다.
『정감록』의 십승지지는 난세의 병화를 피하기 위해 가장 좋은 곳으로 “첫째는 풍기 차암 금계촌으로 소백산 두 물골 사이에 있다. 둘째는 화산 소령 고기로 청양현에 있는데, 봉화 동쪽 마을로 넘어 들어갔다. 셋째는 보은 속리산 증항 근처로, 난리를 만나 몸을 숨기면 만에 하나도 다치지 않을 것이다. 넷째는 전북 남원시 운봉 행촌이다. 다섯째는 예천 금당실로 이 땅에는 난의 해가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에 임금의 수레가 닥치면 그렇지 않다. 여섯째는 공주 계룡산으로 유구 마곡의 두 물골의 둘레가 2백리나 되므로 난을 피할 수 있다. 일곱째는 영월 정동쪽 상류로 난을 피해 종적을 감출만 하다. 여덟째는 무주 무봉산 동쪽 동방 상동으로 피난 못할 곳이 없다. 아홉째는 부안 호암 아래가 가장 기이하다. 열째는 합천 가야산 만수봉으로 그 둘레가 2백리나 되어 영원히 몸을 보전할 수 있다. 정선현 상원산 계룡봉 역시 난을 피할 만하다.”고 나와 있다.
부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내소사’와 ‘채석강’이다. 그 이유는 어디에서 각인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한 곳은 인간이 만들어 낸 아름다음을, 또 다른 한 곳은 자연이 만들어 낸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여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지난 가을 처음 부안을 찾았을 때에도 짧은 일정에 이 두 곳은 보고 갔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부안의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모습을 발견했다는 것이 무엇보다 제일 크다고 하겠다.
이번에 첫 번째 찾은 곳은 변산 8경의 봉래구곡과 직소폭포이다. 봉래구곡은 변산반도국립공원의 신선대 신선샘에서 발원한 계류가 직소폭포를 지나 해창으로 이어지는 계곡이다. 무릉도원과 같은 아름다운 상상의 산, 봉래 제1곡 대소, 제2곡 직소폭포, 제3곡 분옥담, 제4곡 선녀탕, 제5곡 봉래곡을 거쳐 제9곡 암지까지 아홉 곡의 명승을 2㎞에 걸쳐 흐른다.
주차장이 있는 입구에서 직소폭포까지는 완만하여 등산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도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계곡은 뛰어 들고 싶을 정도로 맑은 물이 쉼 없이 흘러내린다. 아직 웅장함을 자랑하는 직소폭포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음에도 이곳은 부안이 자랑해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국립공원이자 부안의 상수원으로 입수의 충동은 버려야 한다. 계곡에 흐르는 물속을 들여다보면 일급수에 자생하는 민물고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쉬엄쉬엄 가더라도 입구에서 1시간 정도 걸어가면 드디어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변산8경의 제2경인 직소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폭포를 마주하며 내려다보는 전망대에서 풍경은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장관을 선사한다. 그리고 계곡사이로 내려오는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이곳에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22.5m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직소폭포의 우렁찬 물소리가 이마에 다시 흘러내리던 땀을 식혀준다.
직소폭포를 지나 내소사로 향하는 등산길이 있지만 등산이 목적이 아닌 관계로 다시 되돌아 낙조를 만날 수 있는 격포항으로 향했다. 해변을 끼고 변산반도를 돌다보면 가장 많이 마주치는 곳은 저수지가 아닌가 싶다. 올 여름 가뭄으로 전국의 저수지가 저수용량이 3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곳은 어딜 가더라도 풍부한 저수량을 유지하며 물 부자임을 자랑하는 듯하다.
격포항과 채석강에서의 유람선 투어
예부터 낙산의 일출과 서해의 낙조를 비경으로 꼽았다. 변산의 낙조대에 서면 멀리 서해에 점점이 떠 있는 고군산도와 위도의 덩어리들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데, 마지막 정열을 불태운 불구슬이 진홍으로 물든 바닷속으로 빠지는 장관이다.
줄포만 갯벌과 이어지는 줄포만 갯벌 생태공원.
이곳이 한 때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과 ‘프라하의 연인’ 촬영세트장이 남아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명소가 되었었지만 부안의 변산 8경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부안군청에서는 이곳을 관광 자원화에 대한 고심이 있다고 한다.
2003년부터 약 5년 동안 진행된 생태공원 조성사업을 통해 생겨난 공원으로, 약 64만㎡의 규모로 조성되었다. 특히 공원의 반을 뒤덮은 갈대숲이 아름다우며, 자생식물을 심어 재배함으로써 줄포소재지 생활하수를 정화시키고 있다고 한다.갈대숲 사이로 난 10리 길과 함께 현재 보트투어를 할 수 있다. 특히 갈대숲으로 둘러싸인 강을 천천히 둘러보는 보트투어는 여행의 피로를 풀기에 최고인 듯하다.
근처에 부안군청에서 운영하는 이글루 모양의 펜션 ‘마루아라 하우스’ 단지가 있어서 이곳에서 숙박 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루아라 하우스’는 성수기에는 12만 원, 비수기에는 10만 원의 요금이 책정되어 있다.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머물기에 좋다. [허중학 기자]
[이번 여행은 부안군청의 주관으로 진행된 팸투어의 일환으로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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