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인의 사랑을 다룬 파격적인 소재,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2012년 6월 29일(금) ~ 8월 5일(일)
기사입력 2012.07.07 00:59 조회수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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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1931년 4월, 영등포 역에서 기차에 두 명의 젊은 여인이 뛰어든다. 그날 밤이 저물기 전에 두 사람의 신상이 밝혀지는데, 한 사람은 조선 최초로 의사면허를 획득한 사람들 중 한 명인 홍석후 박사의 고명딸인 홍옥임이었고, 나머지 한 사람은 종로에서 큰 서점을 운영하던 사업가 김동진의 장녀 김용주였다. 김용주는 장안의 소문난 부자 심정택의 맏며느리이기도 했다.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1931년 4월, 영등포 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창작 뮤지컬로 자유연애라는 단어가 한참 만개했던 1931년의 경성을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두 여인 홍옥임과 김용주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성 투톱으로 한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한국 뮤지컬 최초로 경성시대 신여성의 시각에서 모더니즘 시대를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화려한 모던의 외면에 비해 그 속은 여전히 봉건적이었던 세태 속에서 꿈을 빼앗기고 원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야 했던 두 젊은 모던 걸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작품은 작가, 작곡가, 연출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여성의 시각에서 시대를 읽어냈고, 이를 여성 관객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두 여주인공의 뮤지컬 이야기로 들려준다. 여주인공을 맡은 최미소(용주 역) 신의정(옥임 역)을 제외한 6명의 배우가 하나 이상의 배역을 맡았으며 이들이 도합 20 가지가 넘는 배역을 소화하며, 경성시대의 다양한 이면을 표현한다. 특히, 뮤지컬계에 더블.트리플.쿼드러블.퀸더블 등의 멀티캐스팅이 만연한 현실에서 작품이 가지고 있는 드라마성을 극대화시키고 연습 과정에서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8명 배우 전원이 전체 45회차를 원캐스트로 무대에 선다.


 


콩칠팔새삼륙은 옛 우리말로,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고 떠든다 혹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로 이러니 저러니 지껄이는 모습을 뜻한다. 흔히 “씨도 안 먹힐 말을 콩팔칠팔 지껄여댄다‘는 식으로 줄여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주인공 중 한 명인 홍옥임은 자신의 아버지인 홍석후 박사가 어머니에게 ‘콩칠팔 새삼륙 해댄다’고 핀잔을 주는 걸 옆에서 듣고 그 말이 재미있다고 생각하여 같은 제목의 동시를 썼다. 홍옥임이 사망한 뒤 조카딸의 죽음에 깊이 상심했던 난파 홍영후(작곡가 홍난파)는 조카의 동시에 곡을 붙였는데, 어두운 추모곡이 아니라 어린 시절의 발랄했던 홍옥임을 상상하며 밝고 명랑한 곡조를 붙였다는 사실이 매우 인상적이다. 작품의 제목도 이 노래에서 따왔다.


 


8월 5일(일)까지 공연될 이 작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명동예술극장 주관으로 운영되는 2011 창작팩토리 뮤지컬 부문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지난 3년 동안 대본 공모, 리딩, 쇼케이스를 거친 작품으로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의 대본/연출을 맡은 조용신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신의정, 최미소, 조휘, 최용민 등이 출연한다.


 






 


당시의 풍습


홍옥임과 김용주가 세상을 등진 1931년 당시는 전국적으로 여학교의 개수가 고작 스무 개도 안되던 시절이었으니 여학생이란 신분은 당시의 여성들 가운데서도 선택 받은 소수라고 할 수 있었다. 평범한 여성들과는 달리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여학생들은 서로간의 깊은 유대감을 공유했으며 그 안에서는 연애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으며 심지어 장려되었다.


 


그 당시의 사람들은 ‘동기간의 사랑을 잘 하는 여자가 나중에 시집 가서도 잘 산다’는 말을 하며 여학생들간의 연애를 오히려 권장했다. 이는 남자와의 연래로 순결을 더럽히느니 여자끼리 친하게 지내는 게 훨씬 이롭다는 판단 즉. ‘안전한 연애’로서 동성애를 받아들였을 뿐 관계의 또 다른 모습일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시대는 모더니즘이 영화나 잡지 신문을 통해 밀려들면서 ‘자유연애’에 대한 환상이 극대화 되었지만 실제로 자유연애를 실행에 옮겼을 때, 그 행동의 책임은 오로지 여성들에게만 지워지는 모순된 결과를 낳았다.


 


남성들은 모더니즘을 받아들일 것을 적극 권장하여 결혼유무에 상관없이 자유연애를 지향했지만 그 결과인 ‘순결’의 도덕적인 책임은 여성만을 옥죄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더더욱 ‘여학생’들은 같은 인간으로서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랑할 수 있었던 동기간의 사랑에 더욱 더 매달렸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런 시대를 배경으로, 풍요로운 집안에서 태어나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상의 것을 추구할 수 없는 사회적 배경으로 인해 인생의 공허함을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소녀를 막 벗어나 여성으로서 만개하기 직전이었던 여성들이 죽음을 선택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사랑’에 근거해서 풀어나간다.


 


등장 인물


홍옥임 (20세, 여) 주인공. 이화여전 작곡과에 막 입학. 남다른 행동거지로 동기들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해 받지 못한다는
데서 외로움을 지닌 인물.


김용주 (19세, 여) 주인공. 사회에 진출하여 계몽운동을 하고 싶어하지만 가부장적인 아버지에 의해 학업을 중단하고 시집을
가야만 했다. 온후하고 심지가 곧아 동기들의 애정과 신뢰를 받았다.


홍석후 (49세, 남) 홍옥임의 부친. 조선의 첫 의사면허를 딴 의사들 중 한 명으로 명성은 자자하지만 실제 자신의 인생을 한 번도 제대로 즐겨보지 못했음에 회한을 느끼는 인물.


김동진 (46세, 남) 김용주의 부친. 지식인이나 가부장적인 인물로 딸을 소유물로 여긴다.


류씨 (28세, 남) 홍옥임의 약혼자. 의대생, 모던하다고 스스로 자부하지만 시대의 한계 안에 갇힌 보수적인 인물.


김화동 (29, 여) 홍석후의 애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되는 게 꿈, 원동자켓은 그녀의 별명. 신문에 실린 연애사건으로 인해 방종한 여자라는 딱지가 따라다니고 그 사실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김이진 (34, 남) 극작가. 부잣집 양반가문의 종손인데도 연극을 한답시고 극단을 차려놓고 각종 도박과 주색잡기로 장안에 소문이 자자하다.


 


줄거리


1931년 경성. 옥임은 여고를 미처 마치지 못하고 시집을 가버린 친구 용주가 다시 학교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편지에 들떠 직접 용주의 시댁을 찾아가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같은 날 저녁 옥임의 아버지 홍석후 박사는 옥임의 이화여전 작곡과 입학을 축하하는 파티를 여는데 그곳에서 옥임은 아버지의 불륜 상대인 김화동, 일명 원동자켓을 만나게 되고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고 따랐던 남성인 아버지에 대한 환멸에 사로잡히는데 설상가상 자신을 따라다녔던 의대생 류씨와의 약혼을 강요 받는다. 재입학 수속을 하러 학교에 간 용주는 기혼자의 입학을 불허한다는 교칙 앞에서 절망하여 충동적으로 옥임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하다가 옥임이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같은 날 저녁, 시모로부터 모욕까지 당한 용주는 인생을 버릴 각오를 하고 머리를 싹둑 자른 뒤 집을 나선다. 용주가 사라진 뒤 상심에 빠진 옥임은 용주의 사진을 들고 그녀를 찾아 나서고 사람 많은 곳을 찾다가 극작가 김이진의 극장에서 남장을 한 용주와 눈이 마주친다. 용주를 바라보는 옥임의 눈빛의 지닌 의미를 알아차린 깨달은 류씨는 착잡한 심정에 사로잡히고…



공연 개요


일시: 2012년 6월 29일(금) ~ 8월 5일(일)
평일 8시/ 토 3시, 7시/ 일 2시, 6시
장소: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극작: 이수진
작사/작곡: 이나오
연출: 주지희
프로듀서: 조용신
주최/제작: 충무아트홀, 모비딕프로덕션


 


 

[서울문화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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