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속 ‘컷 스틸러’ 주제로 신구 세대 한국만화가 한자리에

[서울문화인] 한국 만화 속 강렬한 인상을 남긴 조연들, 이른 바 ‘컷 스틸러’ 들을 준비한 한국만화원화전 ‘컷 스틸러: 칸을 훔치는 사람들’이 18일 인사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만화 속 조연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새롭게 완성된 그림을 통해 또 다른 스토리로 선보이는 자리이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만화의 약진과 그 예술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최해오고 있는 한국만화원화전은 올해 전시 주제를 ‘컷 스틸러: 칸을 훔치는 자들’로 정하고 그동안 주인공만 주목받았던 진부한 감상법에 새로운 시선을 제안하는 자리로 한국 만화의 고전부터 최근의 웹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만화 속 캐릭터를 통해 그때의 시대상을 엿볼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이번 전시에는 신문수, 차성진, 김형배, 양재현, 원현재, 하일권, 현용민, 국중록, 신일숙 등이 참여하였으며, 만화가 이희재, 조관제, 권영섭, 정철, 박기수 등이 참석하여 색다른 만화 원화 전시를 축하했다.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인 신구만화가들은 전시의 성공적인 개막을 축하하고, 만화가답게 준비된 소원판에 소원을 담은 간단한 만화를 그려 넣은 뒤 소원 나무에 거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현세 작가는 최근 작 <삼국지>속 장비를 흑백의 힘 있고 절도 있는 펜 선으로 선보였으며, 신문수 작가는 작품 속 캐릭터들을 한데 모은 ‘가회; 즐거운 만남’과 ‘캐릭터 열차’, ‘추억의 명랑만화’ 두 작품에 한국적인 정취를 담아냈으며, 이두호 작가는 만화 <임꺽정>의 ‘차손이와 탐례’를 그려 한국 민초들의 모습을 선보였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랜만에 독자들과 조우하는 김형배, 차성진 작가는 각각 <20세기 기사들>과 <명무예인>의 이미지를 담은 작품을 준비했다.

신일숙, 김진, 김혜린 등의 순정만화 트로이카 작가들은 각각 자신들의 대표작 <리니지>의 질리언과 오웬을 <바람의 나라> 속 세류, 괴유, 가희의 세 인물 그리고 <불의 검> 속 소서노, 바리, 카라 등의 컷 스틸러들을 선보였고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HUN작가는 작중 남파간첩 삼인방들을 구명하여 애쓰는 국정원 요원 서수혁을, 만화 <스쿨홀릭>의 신의철 작가는 박스를 쓰고 있어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던 ‘도미노군’의 얼굴을 공개했다. 만화 <꽃가족>의 국중록 작가는 여고생 예림이와 무술 유단자인 금강역사자매를, <웃지 않는 개그반>의 현용민 작가는 담임네이터 마구철과 윤리선생님 견분녀를 전시했다.

회화 작품이 주류를 이루는 이전 전시에서 박희정작가의 <FEVER>의 ‘지준’ 그린 쿠션, <목욕의 신>의 하일권 작가의 때수건 위에 그린 회장님, 원현재 작가의 <스페이스 차이나 드레스>의 차오밍을 그린 중국풍 여성 의상과 계단잡이 사인방을 그린 도자접시는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특이 하게도 최근 <PEAK>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임강혁 작가는 자신의 출제작 <수퍼우먼> 속 진태곤을 동판 위에 옮겨 만화와는 달리 질감과 부피감이 느껴지는 독특한 오브제를 선보였다.

이번 전시에서 아쉬움이 있다면 대부분의 작품이 작품의 작업중의 원화가 아니라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그려진 작품만을 감상할 수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편, 2013 한국만화원화전에서 전시되는 ‘컷 스틸러: 칸을 훔치는 사람들’의 36개의 작품들은 전시 후에는 판매로 연결되며, 판매 수익금은 환경재단과 연계 오는 2014년 환경교육을 위한 만화 제작에 쓰여질 예정이며, 이번 전시는 12월 18일부터 2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1차로 전시되며, 25일부터 29일까지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되는 ‘제2회 서울아트쇼’에서 2차로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