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겸손의 600년 역사를 이룬 풍산 류씨들의 마을

경북 종가 명품 관광 이야기_5
기사입력 2009.07.23 11:46 조회수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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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인] ‘하회별신(河回別神)굿탈놀이’ 공연을 관람한 다음 일행은 ‘하회마을(http://www.hahoe.or.kr)’ 안으로 들어갔다. 하회마을은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에 있는 민속마을로 마을 전체가 지난 1984년 중요민속자료 제122호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유산 등재신청을 한 민속적 전통과 건축물을 잘 보존하고 있는 풍산 류씨((柳氏)들의 집성촌이다.


 


하회마을의 지형을 태극형 또는 행주형,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낙동강 줄기가 이 마을을 싸고돌면서 로마자 ‘S’자 모양을 이룬 형국을 말한다. 강 건너 남쪽에는 영양군 일월산(日月山)의 지맥인 남산(南山)이 있고, 마을 뒤편에는 태백산의 지맥인 해발 271m의 화산(花山)이 마을 중심부까지 완만하게 뻗어 충효당 뒤뜰에서 멈춘다. 강 북쪽으로는 부용대가 병풍과 같이 둘러앉은 명당이다.


 


이와 비슷한 형국의 물동이 마을은 이웃 영주시의 무섬마을과 예천군의 회룡포 등이 있다. 마을은 원래 허씨 터전에 안씨 문전에 류씨 배판이라는 말이 있듯 허씨들이 화산 아래에 터를 잡으면서 출발했다. 현재 허씨, 안씨들은 대부분 떠나고 풍산 류씨들이 세거하고 있다.


 


조선의 대유학자인 겸암 류운룡 선생과 그의 동생으로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선생 등 많은 고관대작들을 배출한 양반고을로, 불천지위 불천(지)위(不遷(之)位, 예전에, 큰 공훈이 있어 영원히 사당에 모시기를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神位))종가만 6곳에 달한다. 입구는 있지만 퇴로가 없는 마을 지형이라 임진왜란의 피해도 없어서 고래의 유습이 잘 보존되어 있다.


 


화천(花川)의 흐름에 따라 남북 방향의 큰 길이 나 있는데, 이를 경계로 하여 위쪽이 북촌, 아래쪽이 남촌이다. 집들은 마을의 혈이 있는 600년 된 삼신당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좌향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일반 가옥들이 주로 정남향이나 동남향을 선호하고 있는 다른 마을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기와집을 중심으로 주변에 초가들이 원형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북촌의 양진당(養眞堂)과 북촌댁(北村宅), 남촌의 충효당과 남촌댁(南村宅)은, 역사와 규모에서 서로 쌍벽을 이루는 전형적 양반가옥이다. 이 큰 길을 중심으로 마을의 중심부에는 류씨들이, 변두리에는 각성(各姓)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의 생활방식에 따라 2개의 문화가 유기적으로 병존하고 있다.


 


지금까지 보물이나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된 가옥은 양진당(보물 306), 충효당(보물 414), 북촌댁(중요민속자료 84), 원지정사(遠志精舍:중요민속자료 85), 빈연정사(賓淵精舍:중요민속자료 86), 유시주가옥(柳時柱家屋:중요민속자료 87), 옥연정사(玉淵精舍:중요민속자료 88), 겸암정사(謙菴精舍:중요민속자료 89), 남촌댁(중요민속자료 90), 주일재(主一齋:중요민속자료 91), 하동고택(河東古宅:중요민속자료 177) 등이다.


 


양진당, 충효당, 남촌댁, 북촌댁 등 큰 가옥들은 사랑채나 별채를 측면으로 연결하거나 뒤뜰에 따로 배치하는 등 발달된 주거 구조를 보이고, 장대한 몸채, 사랑채, 많은 곳간, 행랑채가 공통적으로 갖추어져 있다. 특히 사랑방, 서실, 대청, 별당과 같은 문화적 공간을 지니는 점은,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 일반 서민들이 소유한 최소한의 주거 공간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특징이다.


 


하회마을에는 서민들이 놀았던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양반 선비들의 풍류놀이였던 ‘선유줄불놀이’가 현재까지도 전승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전통생활문화와 고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외국에도 많이 알려진 하회마을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으로도 인기가 높은 편이며, 특히 영국 여왕과 미국의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방문하여 숙박을 하기도 하여 더 유명해졌다. 한류의 영향으로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들은 배우이자 가수인 류시원의 고향집을 기웃거리는 사람들도 많다.


 


마을 입구에는 입향조 기적비가 서 있다. 풍산 류씨들의 입향조를 기리는 비석으로 조성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기적비를 지나면 바로 우측 논에 물을 대어 최근에 백련연못으로 만든 곳이 눈에 들어온다. 백련이 무척 아름다웠다. 유네스코 실사단이 방문하여 갑자기 조성한 ‘백련연못이 너무 인위적이라고 없애라’고 했다는데, 마을 주민들은 ‘농사를 짓는 것’이라고 주장을 하여 그냥 넘어 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를 들었다. 세계유산 등재가 주민들의 간절한 숙원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주마간산 격으로 마을 속을 달린다. 보건 진료소와 시내버스 정류장을 지나 하동고택을 본다. 남촌댁 방향으로 조금 더 전진하면 하회교회가 있다고 한다. 길을 약간 우회전 하면서 북촌댁으로 들어갔다. 양진당과 함께 북촌을 대표하는 가옥으로 경상도 도사를 지낸 류도성이 철종 조에 건립한 한옥이다. 안채, 사랑채, 문간채, 사당 등을 두루 갖춘 영남의 대표적인 양반가옥이다.


 


다음은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면서 혈자리인 삼신당 고목 앞에 섰다. 수령이 600년 된 느티나무로 하회마을의 정중앙에 위치하면서 아기를 점지해주고 출산과 성장을 돕는 신목으로 이곳을 방문하는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비는 종이에 글을 적이 새끼줄에 매달고 가는지 수많은 소원 종이가 매달려 있었다.


 


혈자리에 집을 지으면 집이 망하지만, 나무를 심으면 마을이 흥한다고 하니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모습이다. 다음은 풍산 류씨들의 하회 종택인 양진당으로 갔다. 조선 명종 조에 황해도 관찰사를 지낸 입암 류중영 선생과 그의 아들들인 겸암 류운룡 선생과 서애 류성룡 선생이 자란 곳이다. 안동에는 물론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2명의 불천지위를 모시는 명문종가이다.


 


이어 서애 선생의 후손들이 분가하여 나온 집인 충효당으로 이동했다. 흔히 서애 종가로 불리는 충효당은 실은 청렴했던 서애 선생이 초가삼간에서 돌아가신 다음 건립된 집이다. 서애 선생은 생전에 본가인 양진당 인근에 위치한 원지정사에서 주로 공부하며 지냈으며, 기거는 충효당 자리에 위치한 초가에서 했다고 한다.


 


하회마을의 고택들은 특이한 점이 여러 가지 있었다. 기와집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이나 1~2곳의 별채는 초가로 이루어져 있어 재물이 무한정 늘어나는 것을 경계했고, 뒷간의 경우에도 안과 밖에서 자유롭게 이용하는 것이 가능한 곳도 있어 열림과 개방의 미학을 보는 듯 했다. 또한 아무리 터가 좋아도 쉽게 건축을 허락하지 않는 신령의 뜻이 있어서 인지 자선과 기부로 은덕을 쌓은 자의 집만이 흥하고 후손들도 복을 받는다고 했다.


 


마을을 대충 둘러 본 다음 만송정 솔숲을 지나 나루터가 있는 낙동강을 보면서 부용대를 올려 보았다. 높지 않은 바위 언덕이지만, 왠지 큰 산을 보는 듯 했다. 나루터를 지나 나오는 길옆에 있는 소나무가 아주 좋았다. 외롭게 서 있는 한그루의 소나무와 언제까지나 마을을 지켜줄 듯 당당하게 서 있었다.


 


마을에서 나와 셔틀버스를 타고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1박 2일의 너무나 짧은 일정이었지만, 안동을 속속히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다. 여행길에 동반자가 되어준 ‘사단법인 문화를 가꾸는 사람들’의 직원들과 안동에 서원이 25개, 불천지위종가가 50군데, 종택이 80군데, 정자가 200여개 있다는 사실 등을 알려준 안동시문화관광해설사인 안현주 선생의 도움도 아주 컸다. 감사하다.


 


다음에 안동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서애 선생을 모신 병산서원 가는 길과 도산서원에서 출발하여 강을 따라 청량산과 청량사를 둘러보는 산책길을 거닐고 싶다.


 


[오마이뉴스_김수종]


 

[김수종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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